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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31일 19시 07분 등록

프롤로그

 

생각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지

생각한 것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 코멜리우스 걸릿-

 

 

가르치는 것은 삶을 보여주는 일이다.

 

저는 남중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들을 가르치다 보면 2500년 전에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두고 한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젊은이들은 현재의 쾌락을 즐긴다.

그들은 버릇이 없고

권위에 대한 경멸감을 보이며

또한, 그들은 어른들에게 무례를 범하며

수업 시간에 떠들기를 좋아한다.

어른을 보고도 벌떡 일어나지 않으며

부모에게 대들고 손님들 앞에서 킥킥거리며 웃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대며 선생님들을 괴롭힌다.”

 

윗글을 제 수업 시간에 생긴 일과 하나씩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공부 왜 하는데. 지겨워 죽겠구먼’. “지진 나서 학교 건물이 무너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학교 안 오는건데

아이들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 2020년 코로나 195월 중순까지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가더라도 일주일에 2번 정도 등교하고, 나머지 3일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그토록 지겨워하는 학교에 안 가니 행복하냐고 물으니. “제발, 학교에서 놀고 싶어요.”라고 말한다죠.

교사 앞에서 욕도 합니다. 왜 욕하냐고 물으면, 눈을 치켜뜨고 아이 제기랄, 선생님께 한 거 아니거든요.’라고 당당하게 말하죠. ‘오늘 수업 안 하고 잠 좀 자면 안되나요. 날도 덥구먼. 피곤해 죽겠다고요이렇게 말한 아이는 당당하게 잠을 청합니다. 또 한켠에서는 친구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키킥키킥거리죠.

 

저런 아이들의 행동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요?

대답은 . 있습니다.” 어떻게요?

제 이야기를 해볼까요. 어떤 아이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선생님은 영어 가르치는 일을 취미로 하시나 봐요?”.

그래? 왜 그렇게 말하는데?”

선생님은 수업을 스스로 즐기시는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재밌게 말하고 그러잖아요.”

 

가르치는 일은 밥을 먹기 위한 일입니다. 가르치는 일은 그들에게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일입니다. 혹시 제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어느 장소에서나 스스로 배우고 생활에 적용하면서 살 거니까요.

가르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초창기 교단에 섰을 때, 많은 지식을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가르쳐서 성적이 잘 나오면 저는 유능한 선생이라고 자부하기도 했었죠. 얼마나 어리석은 교사였나요

인문학 책을 읽고 변경연을 알고 토론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사고도 바뀌어 갔습니다. 제 말과 행동이 변화하니 아이들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지식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일이라는 것을요. 좋은 선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쁜 선생은 되지 말아야겠다고요. 그건 바로 저 스스로에게 괜찮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우쳤답니다.

그들이 배우는 것은 영어를 배우기도 하지만 나의 말, 눈빛, 행동, 삶에 대한 태도, 수업 시간에 하는 저의 모든 것을 모방하고 배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제가 한 말을 똑같이 친구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저를 되돌아보곤 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숙제를 안 해온 학생이 저에게 말합니다.

선생님. 죄송해요. 숙제 못 했어요.”

그게. 왜 나한테 미안해? 네 공부 네가 안 한 건데. 숙제를 선생님 보여주기 위해서 하나. 네가 소화하고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 하라는 거였지. 미안할려면 너 스스로 미안해야지. 너 자신에게 소화할 기회를 안 준 거니까.”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합니다. 야단치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니까요. 다음 시간에 다른 아이가 숙제를 안해 왔을 때, 이런 말을 한 친구가 합니다.

우와 너는 어떻게 숙제 안 하는 재주가 있니? 너를 위해서 숙제를 안 한 거니까 너 자신에게 미안해야지.” 라고요. 이 말을 들은 주위 친구들 낄낄대고 웃습니다. 그 말을 들은 친구, 다음에는 숙제해오면서 당당히 말합니다. “선생님, 저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으려고 숙제했어요. 저 자신에게 당당하게 살고 싶어요. ”라고요.

 

공부란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저도 그들에게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대가 급격히 변화합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아이들 세대의 사고방식을 교사도 배워야 합니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말해야 마음의 문을 열고 저를 수용합니다. 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그들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저는 말합니다.

내가 너희보다 먼저 살았고 배웠으니 가르친단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다 아는 건 아니야. 내가 너희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나에게도 가르쳐주렴.”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웃으면서 마음을 여는 듯합니다. 그들에게서 배우겠다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교사는 그들과 소통할 수 없고 성장할 수 없습니다.


학기 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중1, 2, 3학년 약 100여 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왜 공부하는가?’, ‘왜 학교에 다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지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엄마에게 효도하기 위해서', ‘엄마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엄마가 공부해서 공무원 하라고 하니까’, ‘힘들게 일하지 말고 편하게 먹고살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잘 살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좋은 곳에 취직하려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등등 이었습니다. 이 중에 엄마를 위해서 공부한다는 말(거의 70%)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면 슬플 것 같아요. 나의 욕망을 아들에게 강요한 사람일 테니까요. 그렇게 공부가 좋으면 엄마가 공부하지 왜 아들에게 강요할까요? 부모니까. 자식들 잘되라고.

아들이 무엇을 할 때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지 관찰과 관심은 없고, 오로지 공부만을 위해 존재하는 아바타로 키운 것 같은 자괴감이 들 것 같아요. 제 비약이 좀 심했나요. 엄마의 행복은 아들이 딸이 남편에게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헌신할 때, 타자의 욕망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을요. 반대로 부모 스스로 욕망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들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서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려고 할 테니까요.

중학교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고 공부할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오쌤의 수업풍경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 학업에 관련되고 그들이 고민한 내용입니다. 그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고민하고 힘들어할까요. 고민이란 어른들이 보기에 아주 사소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전 세계 어머니들의 잔소리를 감상해보실까요. 혹시 나도 저런 부모가 아닐지 생각해보면서요

https://www.youtube.com/watch?v=qxk8WiaYulg&feature=youtu.be

IP *.7.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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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23:06:54 *.105.8.109

공부 이야기 말고는 모두 할만해요 ㅎㅎ. 공부는 알아서 한데요. 그렇게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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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11:44:53 *.158.120.236

맞아요. 아이들은 스스로 제 할일을 잘하고 살더라고요. 

우리집에서 저만 잘하면 된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배웠어요. '

우리집 가훈 중 하나가 

"너나 잘하세요"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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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1 09:13:11 *.153.242.125

선생님죄송해요숙제 못 했어요.”

그게왜 나한테 미안해네 공부 네가 안 한 건데숙제를 선생님 보여주기 위해서 하나

미안할려면 너 스스로 미안해야지너 자신에게 소화할 기회를 안 준 거니까.”


오쌤의 내공을 느낄 수 있네요. 멋진 가르침입니다. msn00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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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11:47:09 *.158.120.236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당황하드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제 말을 따라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숙제 안 해온 친구들에게 

"네 자신에게 미안해야지"라고 말하니. 저는 말안해도 됩니다. 


여기서 만나서 반갑네요. 소중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msn03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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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5:37:24 *.103.3.17

좋은 선생님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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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11:47:44 *.158.120.236

좋은 선생보다는 나쁜 선생이 되지 않으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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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18:16:43 *.247.149.239

오쌤~ 숙제 이야기 멋지네요. ㅎㅎ 다른 사람이 재밌게 하고 있는 걸보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요. 영어 선생님이 수업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 그 수업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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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11:53:02 *.158.120.236

'가르치는 일은 나를 가르치며 나답게 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고등학생은 중학교 수업과 다른데요.  수업을 하다 보면 거의 다 자거든요. 

그때 어떤 학생이 질문하더군요. 

"선생님! 듣는 애들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열정을 들여 수업하세요"

그래서 말했죠.

"응. 내가 들어!" 


수업의 본질은 스스로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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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6 22:17:00 *.210.132.101

"선생님이 다 아는 건 아니야내가 너희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나에게도 가르쳐주렴." 이런 말을 하는 선생님을 만나보지 못했어요. 오쌤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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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7 11:56:39 *.158.120.236

그래서 아이들이 저에게 많은 걸 이야기해줘요. 

덤으로 중딩 아이들 눈높이에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는거죠. 

아이들이 선생인 나에게 가르쳐줄 때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요. 

'나도 선생을 가르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아이들이 '누군가를 가르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

선생의 의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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