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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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렉>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그림책 『슈렉!』을 아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슈렉!』 그림책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는 형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리고 미술공부를 했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 축구한 것이 가장 재밌었다고 한다. 1930년대 초반 미국 대공항시절 당시 스물 세 살이었던 스타이그는 파산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위의 두 형은 결혼했고 막내는 당시 열일곱의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다. 배운 그림으로 뉴요커, 뉴스위크지, 라이프 잡지에 만화를 기고했고 유명한 카툰 작가가 되었다.
친구의 권유로 예순의 나이에 어린이 그림책 작가가 되었고 유명 그림책 상을 수여했다. <신기한 뼈>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은 칼데콧상을, <아벨의 섬>과 <치과의사 드소트 선생님>은 뉴베리 영예상을 받았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주일 안에 이야기를 쓰고 한 달 안에 그림을 완성하는 작가다. 사람들은 그의 책을 그림책이라 부르기도 하고 동화책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인 그림책의 판형보다 동확책에 판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림이나 내용면에서도 다른 그림책과는 다르다. 피노키오를 가장 좋아한다는 작가는 피노키오가 학교에 가지 않고 도망치는 장면을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예순이 넘는 나이임에도 어린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상업적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맘껏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그림책은 스타이그에게 딱 맞는 분야였을 것이다.
<슈렉> 역시 그렇다. 잘 생긴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의 결혼 “그래서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닌 냄새나고 못 생긴 슈렉과 또한 못 생긴 피오나 공주의 결혼 “영원히 무시무시하게 살았대. 앞길을 막아서는 것은 뭐든지 겁주어 쫓아 버리면서 말이야.”로 끝을 맺는다.
드림윅스 영화사에선 슈렉을 제작하기에 앞서 이집트의 왕자를 만들고 있었고 다른 에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하던 중 윌리엄 스타이그의 원작 판권을 사들였다. 그 당시 영화제작팀들은 슈렉 영화제작팀으로 발탁되는 것을 좌천이라 생각하며 꺼렸고 ‘슈렉 당했다’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모험이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슈렉은 대성공을 거뒀고 4편까지 나왔다.
슈렉의 성공은 영화에서 끝나지 않았다. 슈렉 마스크 팩, 수딩젤 같은 화장품까지 나왔으니 부가상품은 말할 것도 없다. 아름다움을 선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로 누구나 예쁘다고 인정할만한 사람보다는 평범하거나 못생긴 사람이 더 많다.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추구하라고 욕망을 부추기기만 하던 사회에 못생겨도 괜찮고, 아니 뚱뚱하고 못생겼음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슈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예뻐지려면 예쁜 모델이 나오는 상품을 사용해야 할 것 같은 화장품에도 슈렉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누구도 슈렉 팩을 쓰면 슈렉처럼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윌리엄 스타이그가 슈렉이 화장품 모델인 걸 알면 얼마나 즐거워할지 상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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