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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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랑해줘야 할 사람들, 모두들 지쳐있고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는 이도 있고, 눈앞의 일만으로도 힘든 이도 있고, 적당한 일을 맡지 못해 헤매고 있기도 하고, 때론 도전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속으로 불평하는 이도 있고, 능력이 모자라 힘들어 하면서 견디는 사람 등 참 사랑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누가 이들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모두들 제정신이 아닌데, 그저 급한 일, 중요한지 아닌지 모르지만 중요하다고 윗 사람이 찾는 일 먼저 하느라 모두 주위를 볼 틈이 없다. 회사와 사랑이 뭔 상관이랴. 그들도 그렇게 살아 왔고 또한 다른 그들도 그렇게 살아 가고 있는데. 회사에 너무 애착을 갖나? 회사가 돈 버는 곳이지만 한 직장을 20년 가까이 다니다 보면 남 같지 않은 게 인지 상정이다. 그들의 앞날도 보이고 나의 앞날도 보이는데 사랑 없이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팀장에게 뭘 그리 많은 것을 바라는지? 셀 수도 없는 잡일들 (자잘한 인사 업무, 수명 업무, 관리 업무, 각종 보고, 자료 준비, 회의 참석, 대외 협업, 면담, 평가 등). 자기일 아니면 눈 치켜 뜨고 왜 시키냐고 어이없어 하는 그들 때문에 밤 늦도록 잔업하며 해치웠던 주인 없는 허드렛일들. 이것들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일까? 그들은 그렇게 쓰러져 갔고 외로워져 갔다. 홀로 남은 듯 아래위로 기댈 데 없는 그들이 사랑 없이 이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팀장의 역할 중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변화/혁신 리더가 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한다. 정말 어려운 말이다. 회사의 시스템은 직원들의 사고를 제약할 수 있다. 한 기업의 시스템과 조직문화는 계속 변화하지만 닮아 있다. 메트릭스 영화 속 세계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 된 세계처럼 회사 속 시스템과 조직문화는 닮아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러니 회사와 직원들은 닮아간다. 간혹 독창적이거나 개성 있는 방식이 적용될 때, 가장 우선 조직 문화에 익숙한 조직원들이 우선 알아채고 저항을 거세게 한다. 새로운 변화는 일단 편안한 그리고 예측 가능한 생활이 도전 받는 다고 여겨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그들의 안정에 걸림돌로 여겨지기 쉽다
때로는 시스템을 넘어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그 자체로 위험요소가 되어 저항을 받게 된다. 그러니 잔말 말고 시키는 데로 중간만 하라고 누군가 조언한다. 두렵고 두려운 그 말 속에 동의와 합의와 설득의 과정은 외롭고 고단한 운동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들은 시도하기 전에 죽임이 시도된다. 누구를 위한 변화일까? 팀장들은 모두 자신의 성공과 승진에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고 직원들을 이용만 하는 악마라고 한다. 솔직히, 대부분의 말단 팀장들은 그렇지 않다. 본인이 승진해서 임원이 되겠다고 악을 쓰고 일하는 사람은 요즘 주위에 거의 없어졌다. 세상이 바뀐 탓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발붙이고 살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제발 말단 팀장들의 진정성을 한번 봐주면 어떨까? 그들은 당신을 정말 사랑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팀장과 같이 변화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퇴근하면서 울고 갈 것이다. 너무 감격해서.
팀장은 외롭다. 능력 있고 소통의 달인인 팀장도 있겠지만 그런 팀장은 사실 많지 않다. 왜 그러냐 하면 비슷하게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배워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여느 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리더십 교육처럼 가성비 낮은 것도 없다. 그러니 대부분 말단 팀장들은 부서원들과의 소통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늘 어려워 한다. 누구랑 친하면 다른 사람이 눈 흘기고, 누구랑 업무를 많이 하면 차별한다고 여기고, 밥이라도 늘 같이 먹다 보면 측근인양 비켜본다. 팀장이라고 교회나 성당을 다니며 깊은 사랑을 배워온 것도 아니고, 절에 다니면서 무한한 자비를 깨달은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 많은 팀원을 어떻게 다 소통하고 아우르고 돌봐주고 성장시키며 성과를 내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니 너무나 쉽게 외로움을 선택하곤 한다. 부서를 책임진다고 하지만 뭘 얼마나 책임질 수 있을까? 그저 외롭게 서있는 망부석처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허수아비일지도.
그래도 팀장은 팀원들을 사랑한다고 믿는다. 아니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뒤에서 잘되기를 바라고 있고, 혹시 성과가 좋지 않을 것 같으면 옆에 다가가 같이 밤을 세며 실패라고 같이 하려고 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팀원에게 박수를 보내며 모든 공을 그에게 돌리며, 무대 뒤에서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망부석이 따로 없다. 그저 잘되기만 노심초사하며 그대를 바라보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서있다. 사랑 없이 어떻게 그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팀장은 신이 아니라 그저 옆에서 늘 당신을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는 망부석이다. 늘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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