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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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은 유월을 ‘그들이 스스로 본 그들’ 이라 하시고 다섯권의 책을 읽으라 하셨다.
조국을 등지고, 아들을 따라 간 타국에서 임종하면서 백범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는 초로의 아들에게 조국의 독립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살아남아 꼭 조국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이르고 있다.
또한 생전에는 청년 단원들이 선생의 어머니 생일을 알고 잔치를 준비하자 어머니는 생일상을 차릴 돈을 나에게 달라.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장만하겠노라고 한다. 생일상을 위해 장을 보러 나간 줄 알았던 김구의 어머니는 권총 두 자루를 사 가지고 와서 독립 운동할 때 쓰라고 내 놓는다.
한편 이순신의 어머니인 초계 변씨는 이순신이 집을 나설 때마다 “어서 가거라. 가서, 나라의 원수를 크게 갚아라." 라고 말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전장터 같은 조국에서 아들을 키웠으며 그 적은 왜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그들에게는 목숨 값을 초개로 여길만한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는 시대의 사람들이었다.
유월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우리의 과거 속에서 기억되는 피의 계절이다.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6•6일, 현충일을 시작으로 신 군부 정권아래 박종철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당시 정의 사제 구현단의 발표가 기폭제가 되어 불러온 6•10 민주 항쟁, 또한 아직도 해결 되지 못한 민족분단의 상처인 6⁃25가 있다.
광화문 시청 앞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여 벌이는 촛불 시위가 30여 일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촛불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나날이 늘어가고, 시위는 서울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재외동포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6월 항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방미한 현정권이 미국 정부에게 선물로 진상했던 쇠고기 수입 카드의 파장이 이렇게 클 줄 정부는 짐작조차 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들은 경제지수가 십 여 년 간 하향지수를 그리고 있는, 이른바 제 2의 IMF위기론이 대두 되고 있는 현 국내의 사정에 비추어 보아 국민들의 먹거리가 질보다는 양이라고 생각했던 지도 모르겠다.
또한 공개재산이 몇 십억이 기본인 신임 장관들에게, 수입산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의 위험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그 수입산 쇠고기는 경제지수와 상관없이 먹거리 차별화의 역사를 새로 쓰며, 유기농을 즐기고 있는 그들과 무관한, 경제지수의 체감온도가 나날이 낮아져 혹한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먹거리로 준비된 것이었으니 말이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입장의 차이에 따라 정책결정권자들은 종종 시행착오를 범한다. 그러나 그것이 시행착오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바로 잡으면, 문제는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효순, 미선이 때처럼 우리가 몹시 상심했고, 분노했다는 것을 표현하는 문화제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점점 더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촉발시킨 책임은 누가봐도 정부에게 있다.
현정권은 당장 아이에게 먹일 먹거리에 위협을 느낀 유모차를 끌고 모인 어머니, 당장 급식판에 올라 올 식단이 걱정되어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문화제를 방치했다. 문화제로 의사표현을 하면 개선될 줄 알았던 시민들은 외면하는 정부에게 이질감과 심한 소외감을 느꼈다.
국민들 전체의 문제인 먹거리를 그들의 정부가 소홀히 하는 자세는 국민을 천민시 하는 용납하기 어려운 태도인 것이다.
당황한 정부는 일회용 미봉책을 연일 대책이라 발표했고, 국민들은 소통을 위한 대화를 시도할 줄 모르는 그들이 뽑은 정권에 절망했다. 때문에 그 파장은 소외감에 공감된 국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문화제에 동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거기에 맞대응이랍시고, 현정권은 문화제로 끝내고 싶었던 군중들에게 물대포를 뿜어대며 ,무리한 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국민을 ‘시위부대’로 전락 시켰다.
과잉 진압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국민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이 사태의 수습은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 놓아아야 한다. 그 대안이란 것이 고작 경제대국, 힘의 논리로 번번이 말을 바꿔 온 미국의 대통령과 전화로 한 구두 약속이거나, 구체적 법안이 아닌 30개월 월령표시 등의 말만 바꾼 카드로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님을 심각하게 숙지해야 한다.
설령, 이협상안을 물리며 더 큰 것을 미국에게 주어야하는 상황이 온다해도
정부는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진정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언론인양 진실을 호도하던 매스컴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사실’을 알리고 있었고, 어렴풋이 사건을 알고, 그것을 시청하던 아이는 소시민인 엄마에게 무슨 일인 지를 끝없이 물었다.
여러 생각을 하던 나는 결국 14세, 아이를 데리고 광장에 나갔다. 그곳에 갈 때의 심정은 아이에게 그저 그 현장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해서 80년대 중반, 내가 겪었던 상황과 다르지 않은 그 현장을 보고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 듯 막막했다.
오랜 시간을 거기 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다시 갈 거냐고 묻는다. 내일의 안녕이 우선인 나는 생각 끝에 여러 핑계를 댄다.
‘하지만 엄마, 그거 중요한 거 아냐? 우리일인데 우리도 도와줘야지.’
도리어 아이에게 배우는 평화시의 엄마, 대의명분이 실종된 세상에서 입 다물고, 귀 막고 남의 일인 양 방관하던 소시민은 왜인에게 나라를 빼앗겨 대의명분을 가르치던 그 옛 어머니들이 차라리 부러워졌다.
현시대의 어머니는 무엇을 대의명분(大義名分)이라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내내 생각에 잠겨 돌아왔다.
‘지난 5일 저녁부터 시작됐던 '72시간 릴레이 집회'가 끝난 8일 밤 10시 30분에도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자발적인 문화제를 진행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공식집회는 밤 10시께 정리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 경향신문-
6월 8일자 경향신문 뉴스는 2008년을 사는 우리의 현재 초상이다.
역사는 영웅의 것만이 아니다.
소시민인 우리는 우리의 실타래로 우리의 역사를 짓고 있다.
6•10일이 오기 전에 정부가 선명한 대안을 내놓아 국민이 평화적 해산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시위대(못 가진자)와 진압부대(가진자)로 마주선 그들을 보며 난세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못내 궁금하다.
사부님은 유월을 ‘그들이 스스로 본 그들의 역사’ 라 하시고 다섯권의 책을 읽으라 하셨다.
IP *.71.76.251
조국을 등지고, 아들을 따라 간 타국에서 임종하면서 백범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는 초로의 아들에게 조국의 독립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살아남아 꼭 조국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이르고 있다.
또한 생전에는 청년 단원들이 선생의 어머니 생일을 알고 잔치를 준비하자 어머니는 생일상을 차릴 돈을 나에게 달라.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장만하겠노라고 한다. 생일상을 위해 장을 보러 나간 줄 알았던 김구의 어머니는 권총 두 자루를 사 가지고 와서 독립 운동할 때 쓰라고 내 놓는다.
한편 이순신의 어머니인 초계 변씨는 이순신이 집을 나설 때마다 “어서 가거라. 가서, 나라의 원수를 크게 갚아라." 라고 말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전장터 같은 조국에서 아들을 키웠으며 그 적은 왜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그들에게는 목숨 값을 초개로 여길만한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있는 시대의 사람들이었다.
유월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우리의 과거 속에서 기억되는 피의 계절이다. 호국영령을 위로하는 6•6일, 현충일을 시작으로 신 군부 정권아래 박종철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당시 정의 사제 구현단의 발표가 기폭제가 되어 불러온 6•10 민주 항쟁, 또한 아직도 해결 되지 못한 민족분단의 상처인 6⁃25가 있다.
광화문 시청 앞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여 벌이는 촛불 시위가 30여 일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촛불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나날이 늘어가고, 시위는 서울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재외동포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6월 항쟁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방미한 현정권이 미국 정부에게 선물로 진상했던 쇠고기 수입 카드의 파장이 이렇게 클 줄 정부는 짐작조차 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들은 경제지수가 십 여 년 간 하향지수를 그리고 있는, 이른바 제 2의 IMF위기론이 대두 되고 있는 현 국내의 사정에 비추어 보아 국민들의 먹거리가 질보다는 양이라고 생각했던 지도 모르겠다.
또한 공개재산이 몇 십억이 기본인 신임 장관들에게, 수입산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의 위험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그 수입산 쇠고기는 경제지수와 상관없이 먹거리 차별화의 역사를 새로 쓰며, 유기농을 즐기고 있는 그들과 무관한, 경제지수의 체감온도가 나날이 낮아져 혹한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먹거리로 준비된 것이었으니 말이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입장의 차이에 따라 정책결정권자들은 종종 시행착오를 범한다. 그러나 그것이 시행착오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바로 잡으면, 문제는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효순, 미선이 때처럼 우리가 몹시 상심했고, 분노했다는 것을 표현하는 문화제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점점 더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촉발시킨 책임은 누가봐도 정부에게 있다.
현정권은 당장 아이에게 먹일 먹거리에 위협을 느낀 유모차를 끌고 모인 어머니, 당장 급식판에 올라 올 식단이 걱정되어 거리로 나온 학생들의 문화제를 방치했다. 문화제로 의사표현을 하면 개선될 줄 알았던 시민들은 외면하는 정부에게 이질감과 심한 소외감을 느꼈다.
국민들 전체의 문제인 먹거리를 그들의 정부가 소홀히 하는 자세는 국민을 천민시 하는 용납하기 어려운 태도인 것이다.
당황한 정부는 일회용 미봉책을 연일 대책이라 발표했고, 국민들은 소통을 위한 대화를 시도할 줄 모르는 그들이 뽑은 정권에 절망했다. 때문에 그 파장은 소외감에 공감된 국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문화제에 동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거기에 맞대응이랍시고, 현정권은 문화제로 끝내고 싶었던 군중들에게 물대포를 뿜어대며 ,무리한 진압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국민을 ‘시위부대’로 전락 시켰다.
과잉 진압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국민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이 사태의 수습은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 놓아아야 한다. 그 대안이란 것이 고작 경제대국, 힘의 논리로 번번이 말을 바꿔 온 미국의 대통령과 전화로 한 구두 약속이거나, 구체적 법안이 아닌 30개월 월령표시 등의 말만 바꾼 카드로 이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님을 심각하게 숙지해야 한다.
설령, 이협상안을 물리며 더 큰 것을 미국에게 주어야하는 상황이 온다해도
정부는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진정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언론인양 진실을 호도하던 매스컴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사실’을 알리고 있었고, 어렴풋이 사건을 알고, 그것을 시청하던 아이는 소시민인 엄마에게 무슨 일인 지를 끝없이 물었다.
여러 생각을 하던 나는 결국 14세, 아이를 데리고 광장에 나갔다. 그곳에 갈 때의 심정은 아이에게 그저 그 현장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해서 80년대 중반, 내가 겪었던 상황과 다르지 않은 그 현장을 보고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간 듯 막막했다.
오랜 시간을 거기 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다시 갈 거냐고 묻는다. 내일의 안녕이 우선인 나는 생각 끝에 여러 핑계를 댄다.
‘하지만 엄마, 그거 중요한 거 아냐? 우리일인데 우리도 도와줘야지.’
도리어 아이에게 배우는 평화시의 엄마, 대의명분이 실종된 세상에서 입 다물고, 귀 막고 남의 일인 양 방관하던 소시민은 왜인에게 나라를 빼앗겨 대의명분을 가르치던 그 옛 어머니들이 차라리 부러워졌다.
현시대의 어머니는 무엇을 대의명분(大義名分)이라고,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인지 내내 생각에 잠겨 돌아왔다.
‘지난 5일 저녁부터 시작됐던 '72시간 릴레이 집회'가 끝난 8일 밤 10시 30분에도 일부 시민들은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자발적인 문화제를 진행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공식집회는 밤 10시께 정리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 경향신문-
6월 8일자 경향신문 뉴스는 2008년을 사는 우리의 현재 초상이다.
역사는 영웅의 것만이 아니다.
소시민인 우리는 우리의 실타래로 우리의 역사를 짓고 있다.
6•10일이 오기 전에 정부가 선명한 대안을 내놓아 국민이 평화적 해산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시위대(못 가진자)와 진압부대(가진자)로 마주선 그들을 보며 난세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못내 궁금하다.
사부님은 유월을 ‘그들이 스스로 본 그들의 역사’ 라 하시고 다섯권의 책을 읽으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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