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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5일 06시 45분 등록

창조적 개념의 현대펜싱

무상신검(無想神劍; The sword of Soul)의 그 기초

 

논의의 주제는 보다 경쟁적이고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생활을 영위해나가는 활동주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이론이나 가설에 관한 서양의 접근 방법은 법칙과 원리를 바탕으로 연역적인 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이른다. 이른바 과학적인 방법론이다.  그러나 동양적인 접근들은 근본적으로 체험에 바탕을 둔 전체론적인 사유체계이다. 그래서 동양적인 이론들은 결론적인 명제에 시작하여 그에 따른 경험적 체계를 기술(記述)하는 방식을 택한다.

나의 검법에 대한 논의도 후자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주관적인 관점을 기술하는 것이다. 다만 관점의 검증을 위한 방법으로 객관적인 자료들, 즉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밝혀진 사실들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 펜싱의 경쟁 환경이 마치 포스트모던니즘처럼 전통적인 체계와 기술의 형식을 벗어나 경기규칙이 제한하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다. 어떻게 싸워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식이 사라지고 이길 수 있다면 어떻게 해도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의 펜싱경기는 예전처럼 일련의 기술 패턴을 주고 받는 식에서 기동성이 있는 간결한 움직임 속에서 확률적인 단순한 기술의 시도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조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술적인 기술체계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직접지각에 의한 감각적 수준에서의 경기운영이다. 

 

1. 개념정의

 

무상신검은 검술가들에게 구전되어 온 전설적인 검법이다. 실제 검법의 전수는 사라졌고 다만 이야기로 전해질 뿐이다. 구전되는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그것은 신체의 생리적이고 역학적인 검술의 바탕 위에 심법이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검술체계를 넘어 마음의 초월적 영역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검법을 의미한다.

무상신검(無想神劍)을 현대적인 개념으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의식 활동 밖에서 직접지각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초인지적인(메타인지) 행동 주체()의 훈련된 능력에 대한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개념이다.  

무상(無想)의 개념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사고하지 않는 또는 인지적인 활동 너머라는 개념이다. 뇌생리와 신경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의식활동이 국부적인 뇌기능의 연합 즉 인지과정(감각과정과 지각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인간의 유기체적 활동의 본질은 반응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환경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자극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이러한 반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본능적이라는 반응양식과 의식적이라는 반응양식이다. 본능은 생물학적으로 유전되어온 기능이며 의식은 후천적으로 학습에 의해서 형성된 기능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의식은 언어를 통해서 사고하며 그 활동의 주체로서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무가(武家)에서 말하는 신공(神功),신검(神劍), 신기(神技, 神氣, 神奇)의 개념들에서의 신()은 오늘날의 개념으로 인지적인 자아(自我)를 초월한 본질적인 의식주체를 의미한다. 그것은 분명 종교적인 비인간적인 개념이 아니라 초개인적인 개념이다.

(), (), ()와 같은 것은 노력과 정성을 통해 닦아서 얻는 기능을 말한다
 

2. 방법과 목적의 통합 그리고 난제  

 

도구나 방법은 본질적으로 목적을 완성하기 수단이다. 검법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검법(system) 자체는 가치를 갖지 않는다. 곧 도구나 방법과 그 활용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무상신검이 승리라는 문을 여는 만능키(master key)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어떤 문을 열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일반적으로 검은 단순히 물리적인 도구다 그것은 자체로서 사고하지도 반응하지도 않는다.단지 그 사용자의 의도와 목적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오늘날, 총기류나 일상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진보를 거듭한 과학문명의 폐해가 그러한 것일 것이다. 대부분의 도구의 발명자의 순수한 의도와 제한적 목적과는 관계없이 도구를 손에 넣은 사용자는 주어진 도구의 사용 목적을 임의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상신검이란 본질적으로 사용자와 도구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양자 물리학의 관점에서 말하는 현상은 관찰자를 포함하는 주관적 관찰이다는 개념과 같은 것이다.  전통적으로 무가에서는 신공을 익히기 위해서 수없이 오랜 시간의 훈련과 수양을 거친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지인 자기완성에 있기 때문이다.  신이란 무가의 관점에서 인간적인 감정과 욕망을 초월한 사람이다.  수련의 목적을 자기완성에 두지 않고 원한이나 탐욕, 야망과 같은 목적의 달성에 두었을 경우에 발생하는 주화입마라는 자기파괴적인 결과에 이르기 때문이다. 

옛날 이야기는 관두고라도 현대의 축구신동이라고 불리는 선수나 로토에 당첨된 대다수의 사람들이 파행적이거나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의식을 적절히 제어할 수 없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부귀영화가 자기의 정신을 황폐하게 하고 결국은 자신의 신체적인 건강까지 붕괴시키게 되는 것이다.

 

3. 기술에 있어서 은유와 상징

 

실제로 검법 자체는 언어로 설명되어 지지 않는다. 인지과정 자체가 생략되어 있으므로 당연하다. 다만 현상적으로 구성되어져지는 요소들을 상징과 은유적인 설명을 통해서 이심전심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검법은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도구 사용에서 출발하여 심리적인 기능을 제어하는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진화되어 도구와 목적이 통합된다.

()이 갖는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검은 도구적인 의미로서 인류의 가장 오래 된 도구다. 원시생활 도구이며 수렵도구에서 출발하여 전쟁무기, 자기방어 무기이며 현대에 와서는 스포츠 활동의 도구이다.  

둘째 검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활용의 방법으로서 물리적인 힘(strength)이상의 기교와 정신력을 통해서 완성되는 무기술의 총아이다.

셋째 그래서 검은 권능(권위와 능력)의 상징으로서 힘이다. 검은 가장 원시적이면서 가장 진보한 정의(正義)의 상징이다. 물리적인 힘뿐 아니라 정신적인 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IP *.131.12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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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05.25 13:46:28 *.8.27.5
무상... 보지 않고도 보고, 느끼지 않고도 느끼는... 그런 단계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가끔 운전할 때 어느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촛점을 멍하게 유지한 채 오감의 긴장 수위를 높여봅니다. 그러면 감각적 시야가 훨씬 넓어지면서 보다 광각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곤 하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닌지.... 칼을 휘두르되 칼을 보지않고 상대와 사물 전체를 느끼고 마음 속에 투사하는 것.....

에이, 괜히 서당개 짓 한 것 같네요, 아무 것도 모르면서ㅋㅋㅋㅋ.

암튼 형님, 좋은 글 감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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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5.25 13:54:26 *.126.231.194
형님 검법을 익혀 나가는 것이 창조력을 익히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겠네요.
특히 충동적인 것을 억제하고, 깊이있고 큰 틀을 변화시켜주는 관점에서라면 더더욱 검법처럼
정신력을 함양시키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형님도 검의 세계에 몸 담아온지 10년은 넘었을 것이고, 슬슬 창조적인 방법으로
검의 세계를 변화시켜 봄이 어떠실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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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16:43:12 *.12.130.110
솔직히 내용은 좀 어렵지만 수행이 그 무엇가 똑같다는 느낌이 와..
역시 세상만사 화두는 하나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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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6 04:18:28 *.40.227.17
백산 오라버니~, 이제야 좀..오라버니의 글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지난번에 말씀드렸건만..ㅎㅎ
희산 오라버니와 혁산은 남자라서 뭔가?를 좀 아는 듯..
수희향 언니와 저는..음.. 흠.. (오늘도 오라버니의 글을 오르락 내리락ㅋㅋ)

오라버니의 검은 물리적, 정신적, 창의성의 도구로 쓰여진..쓰여질.. ?  맞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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