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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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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5일 12시 45분 등록

자기계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어졌다. 자기계발이라는 말은 그 범위가 너무 넓다. 독서를 하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것, 또는 다이어트를 해 살을 빼는 것도 모두 일종의 자기계발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자기계발이라는 것의 범위를 '변화와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현재의 자기계발 분야에서 이 키워드와 가장 긴밀하게 연관된 영역이라고 한다면 '자기경영' 또는 '셀프리더십'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일단 이 영역의 현실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왜 자기계발을 하는가? 당연히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즉, 변화하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의 밑바탕에서는 자신 안에 아직 사용하지 않고 남아있는 잠재력에 대한 인정이 자리잡고 있다. 자신에게 더 나은 삶을 살수 있는 잠재력 혹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책을 쓰는 사람이건, 강의를 하는 사람이건 자기계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인간은 누구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자기계발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가? 주변에 보면 자기계발 서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것이다. 그들의 상당수가 하는 말은 대부분이 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대로 해봤자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계발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그들의 말이 모두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저 단순한 편견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그들의 말처럼 대부분 자기계발 서적은 뻔한 내용이다. 그 뻔한 내용이라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것들일 것이다. "죽도록 노력해라. 그럼 성공할 것이다.", "정말 간절히 원해라. 그럼 성공할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그럼 성공할 것이다."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의 핵심주제를 한 문장으로 한다면 상당히 많은 책들이 이에 속할 것이다.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될 때까지 노력하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한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그 뻔한 말을 듣기 위해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다. 하지만, 이런 식의 주장은 단지 "당신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쓰는 방법을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그냥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올 것이다. 내가 그 증거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자기계발 무용론자들의 주장처럼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성공하기 힘들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들은 그들만의 방법이고 단지 하나의 모델 혹은 사례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방법대로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하며 그대로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주 단순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자기계발 책을 읽고, 혹은 강의를 듣고 난 후에 실제 삶에서 변화와 성장을 이룬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면 된다. 성공의 법칙을 전해 듣고서, 실제 성공한 사람들이 몇 명인가를 보면 된다. 한 마디로 성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대중이 보기에 혹할 만한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박사학위, 유학파, 각종 자기계발 프로그램 수료증, 강사 자격증, 무슨 협회 회원 등 화려한 수식어로 치장이 되어있다. 그리고 국내 수많은 기업에서의 강의경력 등이 옵션으로 따라 붙는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그들이 어떠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몇 권의 책을 내고, 몇 군데에서 강의를 했다는 것을 가지고 성과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들의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난 후 삶에서 근본적인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낸 사람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상하지 않는가? 전문가가 내세울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과"뿐이다. 그런데, 그것을 볼 수 없는 전문가가 너무나 많다.

어떤 전문가는 오로지 자신의 성공 스토리만을 내세운다. 국내 한 전문가의 강연을 두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두 번의 강연주제는 모두 다른 것이었다. 그런데 강연자는 두 번의 강연에서 모두 같은 내용의 강의를 했다. 그 내용은 자신의 성공 스토리였으며, 정작 두 개의 강연주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내용이었다. 또한, 어떤 사람은 자신은 본인의 성공스토리 뿐만 아니라, 박사학위까지 받을 만큼 학문적인 배경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에 훨씬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건,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했건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계발의 전제인 인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의 계발, 그것을 이뤄낼 수 있냐 없느냐일 뿐이다. 바로 그 사람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진짜 변화를 이루었는가일 뿐이다. 많은 대중이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도 변화하지 않는다. 수 백권의 책을 읽고도, 수 백만원 어치의 강의를 듣고도 감을 잡지 못해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변화에 실패한 그들에게 말한다. "죽도록 해야된다니까요. 내 말 안들으니깐 실패하지.". 혹은 "이번에 Basic코스를 마쳤으니, Advanced를 들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대중은 나약한 자신의 모습에 또다시 실망하며 좌절한다. 결국 그들은 자신안에 잠재력 같은 것은 있지 않다는 확신을 더 강하게 갖게 될 뿐이다. 성공하기 위해 했던 자기계발이 오히려 성공으로부터 영영 멀어지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부적절한 접근방식으로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기본 전제가 있다면, 모든 것은 그 기본 전제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계발의 기본 전제가 "모든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한다면, 자기계발의 모든 방법과 과정 역시 그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데 있어서, 그 주체는 누구이어야 할까? 소위 전문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그 주체는 철저히 당사자 본인이어야 한다. 쉽게 말해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그런 방법이 통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그 사람이 변화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갖춰졌을 때, 때마침 그를 만났기 때문일 뿐이다. 자식이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 것이며, 아내 혹은 남편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다른 누군가가 한 사람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변화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경험대로 하라고 시키거나, 성과에 대해 확신할 수도 없는 이론을 들이대는 것이 아닌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오로지 그 사람 스스로가 변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 뿐이다. 그 사람은 이미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록하고 의학에서는 약을 쓰는 약의藥醫보다는, 음식으로 병을 고치는 식의食醫를 높이 평가하며, 그보다는 마음을 다스려 병을 고치는 심의心醫를 높게 평가한다. 즉, 환자에게 처방을 하기 보다는, 마음을 다스려 본래 건강한 몸으로 태어난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의술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인간은 누구나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다. 변화와 성장은 자연과 우주의 근본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간이라고 해서 가지고 있지 않을리 없다.

기존의 자기계발이 갖는 또 하나의 한계는 바로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변화와 성장에 있어서도, 인간의 관심사는 대부분 자신들이 떠안고 살아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돈을 더 버는 방법을 찾고,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니 더 잘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외모가 불만스러우니 더 예뻐질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인생이란 것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문제 몇 개 해결한다고 해서, 행복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언제 어느 순간에 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제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서 그에 맞는 전문가를 찾아가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한 번쯤 이런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정말 문제인 것이 맞는가?". 헷갈릴지 모르겠다. 쉽게 말해, 당신이 줄곧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은 문제가 아닐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문제를 문제로만 본다면, 인간은 평생토록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 인생을 바쳐야 할 것이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순간은 그저 다음 번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의 기간일 뿐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말이다. 우리는 의심하고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당신이 지금껏 진실이라고 철썩같이 믿어왔던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믿었던 때는, 단지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던 사람들이 살았던 때뿐 만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문제가 사실 문제가 아니라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코치 최지환 (http://choicoach.com)

IP *.152.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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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9.05.26 07:06:10 *.251.224.83
최코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듯,
논리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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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9.05.27 15:55:40 *.122.143.214
너.... 감사의 인사도 할 줄 아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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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코치
2009.05.26 22:25:57 *.34.17.107
읽어주셔서, 그리고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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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윰
2009.05.28 09:41:50 *.196.56.187
글 잘읽었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네요..
문제가 사실 문제가 아니라면..이 구절이 계속 머리에 맴돕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이 사실 문제가 아닌 나의 일부분이라고 인정을 한다면
더욱더 큰 성장을 바라볼수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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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코치
2009.05.28 10:30:43 *.152.54.183
우리가 문제라고 보는 모든 것들은 해결해야할 문제라기보다는 그저 해소해야 할 이슈일 뿐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신다면, 많은 성장을 이루실 것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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