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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31일 04시 27분 등록

디자인이 역사를 바꾼다.

4월 28일 그러니까 충무공 이순신의 탄생일은 내 결혼식날 이었다.
해마다 내 결혼기념일에는 온갖 매스컴에서 이순신에 대한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있고주례를 맡아주셨던 최귀영교수님은 현대디자인 강론에서 "성웅 이순신은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이기도 하다"라고 주창 하셨는데, 주례사 역시 이순신의 정신과 결혼관을 중심으로 하셨으니 적어도 1년에 한번은 그 위대하신 분을 잊을수 없을 것이다.‘Military and Naval Affairs'의 종신 연구가이자, <Asia Magazine>의 군사관계 해설자인 알렉산더(Alexander Kiralfy)는 《일본해군전략(日本海軍戰略)》이라는 글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 원래 육상의 인간이었던 히데요시는 이 임진왜란의 패배가 육군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함대의 실패에 의한 것이라 하여 육상과 해상의 그의 병력이 서로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일본전략의 육.해 양용의 성격을 밝혔다 .
이 쓰디쓴 교훈이 일본인에게 가르친 것은 그들의 해군이론을 개정한 것이 아니고, 육상전투의 성공을 얻기 위해 시간의 낭비를 피하려는 어떤 수단을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첫 침략 때에 한국에서 만약 거북함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황해의 북해안에 무적의 한국과 중국의 군함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 전쟁은 성공했을 것이 틀림없다. " 이 말은 해군의 중요성과, 임진왜란 당신 거북선이 해전에서 보여주었던 활약에 대하여 밝히는 글인데
당시에 거북선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역사가 어떠하였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오늘날 전세계 연국개발(R&D)의 51%를 차지하는 것이 거북선같은 군수디자인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이 산업은 최고의 인재들에 의해 최대의 성능을 목표로 무제한의 비용을 투입하여
국가의 힘을 지탱해주기도 하고, 타 산업에 첨단기술의 본보기 역할을 해오고 있다. 오늘의 수출대국들이 하나 같이 이런 군수디자인의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런 첨단을 이끌어 가는 군수디자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속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흔히 바바리코드로 불리는 트렌치 코트, 그 원조는 제 1차 세계대전 대 영국군의 방우(防雨) 외투였다.
전시에 참호에서 비를 막고 보온을 위해 입었던 군복을 전쟁이 끝나고 영국의 버버리사에서 민간 옷으로 첫 제작해내 세계적 인기를 누렸다. 당시에 험프리 보가드, 에바 가드너등 수많은 멋쟁이들이 즐겨 입으면서 유행을 부채질했고 이제는 세계인이 한벌쯤은 갖고 싶은 옷이 되었다. 방수 처리된 개버딘 옷감, 시간당 1백미리미터의 비가 내려도 물기가 스며들지 않는 옷솔기와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한 단추구멍 특수 바느질이 특허품이요, 영국의 첨단기술이 담겨진 상품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등장한 미군공수부대의 야전잠바(Field Jacket)는 형태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혁명을 가져왔다.
그전까지 군인들은 겨울전투에 긴 코트를 입었었다. 이 코트는 매복하고 총 쏘고 뛰어가는데 얼마나 거추장 스러웠겠는가. 그 약간의 불편함이 전투력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궁둥이 아래를 싹 뚝 자르고, 그 대신 다뜻한 모직 안 겹을 댄 야전재킷은 춥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활동성이 뛰어나 금방 각 나라의 군대로 펴져나갔다. 파이프를 문 맥아더장군의 모습처럼 이 야전잠바는 그 실용성과 더불어 멋쟁이의 상징으로도 통했다. 이 군복은 사파리 재킷을 비롯해 현장의 작업복 및 등산복의 기본 바탕이 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초기의 그 기능성과 실용성에 더 나아가 멋까지 밀리터리 룩, 군대패션등으로 상용화된 군복이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군복의 조건은 인간이 바라는 옷의 가장 기능적인 모습이다. 야외에서 장시간 격렬하게 활동하는 젊은이들에게 입히는 옷이었던 만큼 생명보호의 안정성과 활동성이 뛰어나야 하고, 땀 흡수가 좋고, 보온성 및 가볍고 방수기능이 탁월해야 한다.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각 나라는 소재의 개발과 스타일 및 품질 경쟁을 해왔는데, 이것은 또다른 전투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했다. 프랑스 이태리 독일등의 열강은 최고의 연구기관을 통해 군복 소재를 끈기 있게 개발해왔다. 때문에 군복은 최첨단 섬유 실험무대다. 방수가 가능하게 촘촘하게 짠 개버딘, 보온이 뛰어나며 가벼운 다크론 솜, 땀이 배지 않게 통기가 좋으면서 빗물을 막는 고어택스도 다 군용으로 개발된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스타일에서도, 인체공학을 집중시킨 결정체가 바로 전투복이다. 주머니가 많으면서 그 위치가 섬세하게 손발의 놀림과 연관되어 있다. 땅바닥을 기어다니면서도 어디에 걸리거나 떨어져 나가지않게 재단과 단추 달기에도 세밀한 계산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른바 디자인에서 말하는 합목적성이 그대로 적용되는 본보기가 되기도 하였다.
디자인 산업계에서는 "가장 우수한 군복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는 나라가 가장 힘센 나라이고 동시에 가장 경쟁력이 있는 수출국이다"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군복디자인은 무기의 부산물이라 할 정도로 무기체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큰 전쟁이 끝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무기가 나오고 거기에 따라 군복과 개인장비 디자인이 바뀐다는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까지는 프랑스 영국 독일등 유럽의 군대가 세계군복 디자인을 선도했지만 지금은 미국이 군복디자인을 이끌고 있듯 군복은 강대국의 힘의 이동과 세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등장한 지프(jeep)자동차는 전장에서의 필요성이 이끌어낸 명디자인이다. 진흙탕이나 길 없는 숲 속 등 어떤 악조건의 지형에서도 고장 없이 잘 다닐 수 있고 부품을 갈기가 편하고 계기판이 단순 명료해 아무나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이다. 1940년 미국의 아메리칸 밴텀사가 개발해서 전쟁 중 윌리스 오버란트와 포드사가 무려 66만대를 전선에 공급했다. 미국을 승리로 이끈 3대 병기로 MI소총, 지프 ,레이션박스가 뽑혔을 만큼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험난한 곳과 일반도로에서 바퀴 돌림을 달릴 할 수 있는 선택적 4륜구동이라는 점도 탁월한 디자인으로 꼽힌다. 군대의 요구에 맞추어 낸"단순구조의 복합용도" 성능 컨셉은 지프디자인의 강점으로 전후 오늘가지 세계의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클라이슬러, 랭글러, 체로키, 기아 스포티지, 코란도, 로버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도요타 랜드 크로저등이 탄생될 정도로 모범이 되었다. 모험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상징, 레저생활의 필수품으로 통하는가 하면 건설현장이나 농업용에서는 작업차로 성가를 높히기도 하였고, 지프의 등장이 전세계적으로 레저생활을 더욱 풍부하게 자극했다는 공급이론을 펴는 학자들도 많다. 걸프전때 처음 등장한 허머 역시 지프의 개념을 확대한 차이다. 허머 또는 허비로 불리는 이 고기동성 다용도 자동차는 지프의 다목적 성능을 극한으로 확대, 아예 용도 변경이 자유로운 가변성 디자인으로 발전시켰다. 적재함을 바꿔 끼우기에 따라 엠블런스도 되고 통신차량 역할도 하며 토우미사일을 달아 대전차전투차량도 된다. 트럭을 붙여 수송차 역할도 하니 그야말로 지프의 확대형 컨셉차량이라 할 수 있다.

"군수디자인의 극치는 잠수함의 내부에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기능성과 인간공학이 어우러진 디자인 현장이 바로 잠수함의 실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모든 장비는 다용도, 모든 시설은 겸용이 원칙, 어뢰발사대위에 그물침대가 붙어 있다. 병사들은 이를 내리고 잔다. 폭탄위에서 자는 셈이다. 식당의 좌석도 10석 내외, 그 속에도 장교와 사병의 자리가 분리되는 군 기율을 살리면서 공간활용을 위해 식사를 교대로 하는 지혜도 디자인돼 있다. 효율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군수디자인이다. 출항하면 몇 개월씩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내야 하는 환경 심리학적 측면도 디자인심리 연구대상이다. 이 모든 조건들은 훗날 우주선 내부 공간디자인에 응용되어졌다.

그렇다면 우리의 군수디자인의 걸작이라고 할만한 거북선은 어떠한가.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하여 외침에 대비한 결과물 중, 가장 빛나는 업적의 하나가 바로 ‘거북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거북선은 다른 전선들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뛰어난 성능과 화력으로 이순신이 출전했던 해전에서 큰 활약을 보여줬다. 이순신은 이를 이용한 해전에서 많은 적선들을 격침시켰으며, 이로 인해 조선군의 전세를 상승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거북선이란 명칭은 이순신이 당포에서 왜군을 무찌르고 올린 장계에서 거북선(龜船)이라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당시의 해전에서는 전선들만 화력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적선에 올라타 싸우는 백병전(白兵戰) 역시 하나의 전술이었다. 그러므로 적들에게 아군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승리하는데 있어 중요한 관건이었다. 거북선은 적들이 아군을 관찰할 수 없고 안에서만 밖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또한 천장에 해당하는 등에는 판자를 덮고 그 위에는 쇠못을 박았으며, 다시 거적을 덮어 적들이 뛰어들면 못에 찔려 죽게 되어 있었다.기존의 전선들이 좌우로만 포를 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거북선은 선두(船頭)에 해당하는 용머리에서도 대포를 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적선들과의 충돌에도 버틸 수 있는 탄탄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충돌공격에도 능하여, 적진 속으로 들어가 적선들과 부딪히며 포를 발사하는 탁월한 공격능력을 구사할 수 있었다. 거북선은 16세기 말 세계의 어느 해전에서도 찾을 수 없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전함이었으며,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학적인 전투함이었다. 특히 거북선의 건조 시기가 임진왜란 직전에 이루어짐으로써 왜군의 전법에 대한 치밀한 연구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하여 기존 전선을 개량·개조시켰다는 데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당신로선 가히 혁신이라 할 만큼 뛰어난 디자인으로 우리의 역사를 그나마 온전하게 지켜주었다.

군수디자인은 항상 역사적 사명과 함께 하기에 그 힘이 크다. 그것이 오늘날 최전방에서의 수색대의 역할처럼 이 시대의 첨단이라 할만한 기술과 창의력의 정보탐색과 빠른 적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은 역사를 바꿀수도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군수디자인 분야는 상업적인 디자인 특허권의 제약을 받지 않아 우리 같은 기술국으로서는 기회의 시장이기도 하다. 즉각적으로 서로 베끼고 먼저 앞서가는 것이 군수품의 특징으로 국가의 지원을 통해 자국의 첨단 기술을 배양하고 실험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되어줄 수 있다. 따라서 군수디자인의 진흥이 현실적으로 한국산업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역설적이지만 이를 통해서 혁신과 창조라는 전쟁터에서 최강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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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1 11:38:01 *.204.150.153
그대가 풀어놓는 디자인 분야 칼럼은 정말 잼있다 말이야.
글과 디자인 그리고 비즈니스. 그대의 세계는 역시 참 흥미로워..
먼가 하나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 자꾸 기대하게 만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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