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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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코펠 관계론
코펠을 아는가? 코펠의 원어는 독일어로 Kocher이며, ‘야외에 갈 때에 휴대하기 쉽도록 되어 있는 조립식 취사 도구’를 말한다.
위의 사진에서처럼 코펠 한 세트에는 큰 솥부터 시작해서 중간 크기의 냄비, 주전자, 식판,밥그릇에 이르기 까지 정말로 다양한 용기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펠의 가장 큰 특징은 이 모든 그릇들이 서로 포개어져서 가장 큰 그릇의 크기 범위 안에 다 들어가서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점이다. 즉, 평소에는 컴팩트 하게 최소의 공간으로 모여 있어 휴대와 보관이 편리하다가 사용 시에는 이 모두를 꺼내어 여러 사람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정말 멋진 기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릇의 크기가 서로 다르면서 동시에 비어있어 서로 포개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각자 자신만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서로 포용하면서 함께 갈 수 있다. 여기에 창조적 소수를 위한 어떤 힌트가 있지는 않을까?
“서른 개의 바퀴살이 모이는 바퀴 통은 그 속이 ‘비어 있음’으로 해서 수레로서의 쓰임이 생긴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으로 해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긴다. 문과 창문을 내어 방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으로 해서 방으로서의 쓰임이 생긴다. 따라서 有가 이로운 것은 無가 用이 되기 때문이다.” <강의>, 신영복, 292페이지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다. 어떤 물건이든 용도와 격에 맞게 써야지, 욕심을 과하게 부려 엉뚱한 데 사용하면 일 전체를 어그러뜨린다. 하물며 사람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자기 그릇의 크기를 알지 못하고 그저 많이만 담고자 하거나, 격에 맞지 않게 너무 큰일을 도모하면 일을 이루기는커녕 심신만 상하고 만나. 사람을 쓸 때에도 그릇과 품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소인에게 대사를 맡기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대과’는 이러한 오류의 양상들을 제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에 대하여 설명한 장이다.” <주역강의> 서대원, 326페이지
우리는 보통 사람의 도량을 그릇의 크기에 비유하고는 한다. 어떤 사람의 마음의 그릇의 크기가 작으면 보다 큰 크기를 가진 사람을 포용할 수 없다. 이는 크기가 똑같아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커야만 품을 수 있다. 주변에서 높은 지위 혹은 리더의 지위에 있지만 그릇의 크기가 작은 경우를 본다. 혹은 서로 그릇의 크기가 비슷한 두 사람이 경쟁하는 경우를 본다. 이 두 가지 경우 그릇들을 한 그릇에 담아 쉽게 보관하고 휴대할 수 없다. 여러 그릇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신만의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함께 가기 위해서는 서로 그릇의 크기가 다르면서 동시에 마음을 비워 다른 작은 그릇을 포용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의 그릇의 크기는 고정된 것일까? 나는 가변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의 의지와 행동으로 그 크기를 주도적으로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릇의 크기를 달리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쪽이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 그 순간 그의 마음의 그릇의 크기가 커진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코펠을 구성하는 용기 사이의 관계는 결코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이라는 것이다. 그릇들 사이에 수직적인 관계는 없다. 오로지 서로 다른 자기만의 역할을 하면서 또한 동시에 서로를 수평적으로 품고 있을 뿐이다. 창조적 소수를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이러한 코펠과 같은 관계가 성립되어야 경쟁력을 갖춤과 동시에 오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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