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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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색효과, 메시지와 채널의 색을 정반대로 매치하라
여기 한 간판이 있다. 파스텔톤의 연한 파란색을 바탕색으로 (+)(-)Babeland 라는 가게명이 적혀 있다. 이 가게는 무엇을 파는 가게일까? 아기용품 매장? 약국? 건전지 파는 곳? 여러 가지 추측이 떠오른다.
흥미롭게도 이 곳의 정체는 Babeland 라는 뉴욕의 유명한 성인용품 가게이다. 이제서야 (+)(-)가 주는 의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성인용품 가게를 머리 속에 그려보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왠지 대로변이 아닌 으슥한 변두리에 강렬한 붉은 톤의 간판, 그리고 행여 가게에 들어가는 자신이 들킬까 쭈빗거리면서 주위를 살피고 재빨리 가게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그려진다. 행인들은 힐끔힐끔 가게를 쳐다보지만 왠지 그곳에 드나들면 건전하지 못한 사람으로 오인받을까 고개도 안 돌리고 지나간다.
그런데 Babeland 는 '건전하지 못하고 음란한 분위기'를 풍겨야 할 듯한 성인용품 가게에 '건강함과 개방성, 그리고 재미'라는 새로운 키워드와를 부여하고 매장을 그러한 컨셉에 맞게 꾸몄다. 이 가게의 창업주인 Claire Cavanah 와 Rachel Venning는 '성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 (Sexually healthy people make the world a happier place) 라는 믿음을 가지고 성인용품 판매 뿐 아니라 커뮤니티 성교육,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Babeland는 '뉴욕의 베스트 쇼핑지역'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진출해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다음의 사례 역시 살펴보자. 'Happy Ending'이라는 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국 출신의 가수 MIKA의 <Lollipop> 뮤직비디오이다.
"Hey! What's the big idea?"
뮤직비디오의 시작은 한 꼬마 여자아이가 검은 늑대 그림자에게 이렇게 물으면서 시작하다.
꼬마 아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마냥 발랄하게 깡총걸음을 뛰며 총천연색 사탕과 초콜렛이 가득한 무지개 길을 따라 간다.
가는 길에는 리듬에 맞춰 펄쩍펄쩍 뛰는 물고기도 있고, 코로 빵빠레를 부는 코끼리도 있다. 입을 쩌억 벌리는 검은 그림자 늑대는 음악에 맞춰 랩을 하고 풍선에 매달려 두둥슬 떠다니는 돼지도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펭귄도 'SAY LOVE'를 외친다
마치 동화속의 세계에 잠시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이 달콤한 노래는 실은 19금 음악이다.
가사를 잘 들여다 보면 남자의 성기를 Lollipop 이라는 막대사탕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귀여운 동물들의 포즈 역시 예사롭지 않고 왜 엄마라는 존재를 무시무시하게 크게 그려 놨는지도 미루어 짐작하게 만든다.
이 뮤직 비디오 역시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가장 19금 컨텐츠(가사)를 가장 아이스러운 그릇(애니메이션)에 담았으니 말이다. 상상하기에 따라 상당히 외설적인 가사의 음악일 수도 있겠지만 노래를 듣는 이들은 사탕의 달콤함에 중독된 아이처럼 영상을 보고 노래를 듣다보면 리듬을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성인용품을 파는 가게, 외설적인 가사의 노래가 가장 아이스러운 분위기의 가게로, 동화와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이들의 사례가 참신하고 강렬한 이유는 그들의 컨텐츠와 외적인 포장이 각각 정반대의 포지셔닝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색의 보색효과와 동일하다. 빨강과 초록, 주황과 파랑과 같이 보색으로 색을 배치하면 때로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강렬하게 시선을 붙잡을 수 있다.
내용물에 따라 그에 맞는 그릇이 있기 마련이다. 와인은 와인잔에, 소주는 소주잔에 마셔야 제 맛이라는 이야기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종종 그 그릇을 선정할 때 담고자 하는 컨텐츠와 정반대에 위치해 있는 그릇을 선정하면 강렬하고 재미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컨텐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줄 수 있다.
일상에서 이와 같은 보색의 효과를 적용시켜 보면 어떠할까?
[참고자료]
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우다 - 권민
MIK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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