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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5일 11시 05분 등록

2010년 1월 26일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기봉아. 어떻게 개인사 완료를 했니.’

‘아뇨. 아직...’

‘바쁜 모양이구나.’

전화를 끊고나서 미안한지 다음과 같은 문자의 답장이 왔다.

‘형 고마워요. 내가 또 피하려고 하네~ 내일 하루 휴가내서라도 꼭 마무리하고 제출할께요. 이왕 깨기로 한거 제대로 깨야죠. 고마워요 형!’

 

기봉이와의 첫만남은 2006년 8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숙원이었던 Dale Carnegie 리더십 강사 자격증 도전과정에 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리더십 강사로써 대중앞에 선다는 나름의 꿈이 있었기에 무더운 여름날에도 휴가를 반납하고 땀을 흘리고 있던 참이었다. 강사 자격과정에 임하는 사람들은 지역별로 선발이 되어 서울 한국 카네기 연구소에서 일주일정도 함께 연수를 받는 규정이 있었는데, 기봉이는 전주가 고향인 친구였다.

‘반갑습니다. 이승호 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기봉이라고 해요. 아무래도 제가 나이가 어린 것 같으니까 다음부터는 말씀을 낮추세요.’

첫눈에도 조금은 어벙(?)해 보이는 이미지가 순박하게 느껴졌다.

 

아침 9시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하드 트레이닝은 참석자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거기다 매일같이 주어지는 과제로 인해 각자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였다. 강사의 타이틀을 목표로둔 과정 이었기에 프로그램의 핵심은 실습이 주를 이루었다. 과정별 맡은 파트를 담당해 앞에 나와서 실습을 하는데 오늘은 기봉이 차례였다.

‘제가 맡은 파트는 5과 A의 열정공약으로서...’

첫멘트부터 떨리는 목소리에 자신이 없어 보였다. 거기다 담당한 파트가 열정이 테마였기에 강사의 강한 흡인력 있는 내용이 중요 했었는데, 강의내내 그는 그런 각인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사과정에 임하는 이들은 코치 경력과 나름의 훈련과정을 자체로 거쳐 올라오는 코스인데, 기봉이의 강의의 스킬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예상했던대로 마스터 코치의 독설에 가까운 코멘트가 이어졌다.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들지 못하는 기봉. 하루 일정이 끝났음에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지를 못하였다.

‘기봉아. 괜찮아. 너만 그런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피드백 다받았는데...’

나도 갈길이 바쁜터라 어줍잖은 동정심으로 위로를 하는순간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확인할수 있었다.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저럴까?’

등을 두드려 주면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였다.

‘기봉아. 특별히 카네기 강사를 할려고 하는 목적이 있니?’

나의 질문에 그는 자신의 가정사를 이야기 하기 시작 하였다. 교회 생활이며 와이프와의 만남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한편의 그림같은 동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같았다. 나도 어리버리한 스타일이지만 기봉이의 세상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공감이 가는 처지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강사가 될려고 하는 목적을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형, 나도 다른 동기들에 비해 내 강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알고 있어요. 무리라는 것도요. 하지만 나는 내틀을 깨고 싶어요. 그래서 강단에 섬으로써 변화된 내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의 열정과 자신이 정한 목표를 달성할려고 하는 의지는 참석한 누구보다도 강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마음이 전달되어서일까? 밤마다 남아서 연습에 매진하는 기봉이를 위해 동기들은 저마다 팔을 걷어 붙였다. 롤플레잉(roleplayinig)에 따른 코멘트 및 각자의 장점을 살려 강의 멘트 및 화법을 함께 공유하였다.

 

드디어 최종 관문인 Lab Class가 다가왔다. 실제로 일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12주간의 코스를 3일 프로그램으로 재편성해 예비 강사들이 직접 강의를 하여 테스트를 받는 과정이었다. 수강생들도 과정이후에 강사에 대해 평가를 하지만 특히나 평점을 내리는 코치가 함께하는 자리였기에 누구하나 할것없이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기봉이가 맡은 파트가 시작되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표정이 굳어있는 모습이 느껴졌다. 강사 이름이 호명된 순간 나는 그의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내질렀다.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였다. 밤새 연습에 임했는지 빨갛게 충혈이된 눈으로 수강생들을 위해 그는 자신의 에너지와 마음을 정말 열심히 표현 하였다. 그래서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맡은 강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간 그의 속옷과 와이셔츠는 흠뻑 젖어 있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에 가쁜 숨을 몰아세우고 있는 그의 어깨에 나는 손을 얹었다. ‘기봉아 수고했어. 정말로.’

기봉이의 정성과 노력이 통한 탓인지 그는 강사 자격증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나는 누구보다 기뻐하면서 그를 통해 진정한 강사의 자질에 대해 한번더 생각을 해볼수 있었다. 강사란 무엇인가? 말을 잘하는게 강사인가? 아니 말만 잘하면 강사인가? 그러면서 나는 나에게 화두를 제시해 주었던 어떤 강사분의 이야기를 되씹어 보았다. ‘강사는 부족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그래 기봉아 너는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과 다른 사람을 변화시켜주려고 하는 열정이 있어. 그런 마인드가 있기에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전해지는 당신의 진심이 전달이 될거야.

 

그후 오랜만에 전주로 출장을 가서 업무후에 기봉이를 만나 막걸리 한잔을 나누었다.

‘승호형.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생활 어때요?’

‘아이고, 말마라. 한주마다 주어지는 과제 덕분에 새까맣던 머리카락이 하얗게 희어지고 있다.’

그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사회에서 만난 사이이지만 아무런 사심이 없는 관계로 이어지는터라 누구보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수 있어서였다.

‘그래도 그런 승호형이 자랑스러워요. 어렵다고 하는 연구원 생활을 잘하고 있는걸 보면...’

‘그래서 말인데 나도 연구원에 도전을 해보면 안될까?’

그는 싸이트를 통하여 개인 까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소소한 개인 생활 및 업무 이야기가 매주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주테마는 가족이었다. 사진과 함께 등재되는 밝고 맑은 아이들 모습과 행복한 가정생활이 한폭의 수채화 풍경같이 펼쳐지는데 정말로 그느낌이 독자들에게 전달이 되는 내용 이었다.

‘안되긴 왜안돼. 당연히 되지. 나같은 사람도 하는데 너가 안된다는게 말이 안되지.’

그랬다. 내가 추구하는 모토이긴 하지만 기봉이의 글에는 따뜻함이 있었다. 진솔함이 있었다. 가식이 보이지 않는 꾸밈이 느껴지지 않는 요리로 치자면 봄의 전령사인 향긋한 냉이국의 향내가 물씬 풍겨나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1월 어느날 전화가 걸려왔다.

‘승호형. 기봉이야.’

6기 연구원 모집 안내문이 게시판에 등재가 된 것을 보고 부리나케 그에게 알렸었는데, 준비과정이 잘되어 가는지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나는 금월부터 영업부로 부서를 옮겼어. 그래서 대전에서 현재 관련된 연수를 받고 있는 중이야.’

‘영업부로?’

그는 KT 대기업에 재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공기업의 감원 바람이 그쪽에도 몰아친 모양이었다. 덕분에 동료를 비롯하여 대규모의 인원이 퇴출되게 되었는데 다행히 그의 입지는 변함이 없었던 터였다. 그럼에도 그런 상황을 겪은후 나름 향후 진로를 고민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관리직 파트에만 종사 했었던 그가 영업부로 보직 신청을 스스로 하였단다.

그의 얘기를 듣자마자 예전 나의 영업부 생활시 극심했던 스트레스와 힘들었던 내역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영업부에 지원한 이유가 있니?’

‘관리직에만 있었던 터라 새로운 생활을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고, 앞으로의 진로상 영업 생활이 도움이 될것이라고 판단을 하여서 자원을 했어.’

나는 걱정이 되었다. 인센티브라는 당근이 있지만 기존 업무와는 달리 영업부의 특성상 접대와 야근이 동반될 것이고, 비즈니스적인 공적인 이해관계들이 이어질건데 과연 그의 성품상 버텨낼수 있을지.

‘괜찮겠니?’

나의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전달이 되었는지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갔다.

‘카네기 강사 과정 도전할 때에도 어려웠었지만 나는 내틀을 계속 깨어 나갈거야.’

그랬다. 그는 세상에 대한 또하나의 도전의 여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당시 글쓰기에 대한 슬럼프를 겪고 있던터라, 그의 도전의 의지가 수화기 너머로 전해오자 나자신이 못내 부끄러워졌다. ‘그래 기봉아. 너라면 너의 그 마음이라면 영업에 있어서도 분명히 좋은 결실이 맺어질거야.’

 

p.s

: 1월 31일 전화를 하였다.

‘기봉아. 오늘 연구원 과제 마지막 일인데 제출은 했니.’

‘형, 미안해. 새로운 파트를 맡고 연수에다 OJT에 정신이 없네. 꼭 제출을 하고 싶었었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업무에 대한 적응이 일순위이기에 연구원 도전을 병행하기가 쉽지많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수화기를 내려놓자 다음과 같은 문자가 들어왔다.

‘서울은 눈 온다는데 감기 조심해요 형~ 고마워 형이 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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