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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2일 09시 02분 등록

칼럼 45 - 꿈을 물어 내면을 들여다보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느낌을 한 문장으로 요약 해보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이 말이 가진 뜻은 넓고 크고 개인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인가? 다만 섬세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그냥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모든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고 마는 것 같다.

어제 오후에 더불어 숲의 모임이 있었다. 우리는 함께 둘러앉아 “신영복 함께 읽기”를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이미 논제를 올려둔 뒤여서 나는 다음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회와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것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이며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는 꿈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을 알기 위하여, 그의 과거를 묻는 것 못지않게 그의 꿈을 물어봅니다. 그의 꿈을 물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더불어 숲> 아메리칸 드림에서

“그의 꿈을 물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는 꿈을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참 많았은데 한번도 꿈을 통해서 그의 내면으로 들어 가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고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함께 맞추어보면서 나의 꿈에 대한 분석만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래된 어떤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이해하지 못한 것을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융의 책을 읽어보면 유년시절 꾸었던 꿈을 연금술을 연구한 후에 깊이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나는 연금술까지 공부하지는 못할 지라도 어느 날 홀연히 깨우칠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때 알게 되는 세상은 그 전에 알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세상이 되는 그런 변곡점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꿈에 대해 얘기하다가 한 경제부 저널리스트가 “나는 꿈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날카로운 반대에 부딪쳤다.  반대 설명을 한참 듣고 보니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미래가 없다는 우울한 생각과 밤마다 꾸는 꿈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는 그의 생각이 이해가 되었다. 그 순간 우리는 생리적인 “꿈현상”과 미래를 기획하는 꿈을 구별하기로 했다. 즉, 모든 눈에 보이는 꿈은 제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아의 신화’ 에 대해서 얘기하기로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직업을 바꾼 이야기와 요즈음 젊은이들이 심각하게 먹고사는 일에 대한 불안함을 내보이는 것, 그리고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며 2월 1일자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는 이야기들을 하며, 진정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누구든 심각하게 자기의 살아온 날과 한판 치열한 투쟁을 해보지 않았다면 ‘항구에 머물러 있는 배’처럼 그저 그런 모습으로 젊은 날은 흘러 가버릴 것이다. 물론 우리는 고전도 함께 읽었으므로 "수신제가"와 “치국” “평천하”도 열심히 토론했고 결론은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로 맺어 두었다.

그리고 다시 ‘자아의 신화’로 되돌아 왔다. 그러나 여전히 “꿈이 도대체 뭡니까? 눈에 보입니까? 꿈을 이룬 사람이 이 세상에 있습니까?” 라는 소수 의견은 남아 있었다.

나는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북리뷰 였기에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었다. 코엘료가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걸어갔으며, 그의 고난의 젊은 날과, 실패들을 이야기하며 "람"이라는 스승을 만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 그가 자신을 정화시켜나갔는지 이해한 만큼 설명했다. 결국 그는 그의 마음이 이끄는 데로  행동을 했고 <순례자의 길>과 <연금술사>를 써서 마침내 작가가 되는 꿈을 이루어 나간 긴 인생행로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양치기 산티아고가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덧붙였다.
 
나에게 너무나 생생하게 공감과 이해를 선물해 준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가 한 모든 말들이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아니 나의 이야기처럼 사막의 체험과 통곡장과 눈물이 있는 바로 그곳에 보물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바로 그 자리가, 그 어두운 밤이 곧 새벽 동이 터오르는 시간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 자리에는 처음 모임에 온 사람도 4명이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1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잘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그의 꿈을 물어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의 차원으로 들어가서 사람을 만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밥을 먹고, 밥을 위장으로 떠 넣어 몸을 안심시킨 다음에 꿈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단지 꿈을 물었을 뿐인데 꿈과 함께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 나왔다. 낮에 꾸는 꿈, 생각해 보지 않은 꿈, 지나쳐버린 꿈, 돼지꿈, 로또꿈, 꿈이란 꿈은 모두 나와서 우리의 머리 위를 윙윙 날아다녔다. 진짜 꿈도 있었을 것이고 말을 위한 꿈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순간은 지나가고 신의 표지를 알아 본 사람은 그의 길을 찾아 갈 것이다. 보물이 묻혀있는 바로 그 곳을 향해 모험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와 또 다른 주제로 회상을 시작해 본다. 얼마나 많은 꿈을 무심히 지나쳤으며, 멜키세덱이 늙은 왕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신의 표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안내를 했건만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스쳐지나간 사건들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쩌면 모든 행복했던 시간들이 그 순간이 바로 떠나야 할 시간이었으며,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새벽동이 트는 걸 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일찍 마침표를 찍었을 것 같은 순간들을 찾아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모든 일에는 치러야 할 댓가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고, 나는 지나온 나의 인생 모두를 이미 댓가로 치루었으니, 아직 무엇이 남아있을지 모르는 내 몫의 신화를 찾는 일은 나의 마지막 숙제가 될 것이다.    마크툽.

IP *.67.22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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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0.02.23 12:47:13 *.108.50.152
섬세하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그냥 말을 접고, 생각을 접고 모든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고 마는 것 같다. 

어쩌면 모든 행복했던 시간들이 그 순간이 바로 떠나야 할 시간이었으며,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새벽동이 트는 걸 볼 수 있었을텐데 너무 일찍 마침표를 찍었을 것 같은 순간들을 찾아보고 있다.

좌샘, 이 문장들이 너무 좋네요.
제 문장들이 너무 간결, 건조체라는 생각이 들 만큼요.^^
졸업여행 잘 다녀 오세요.
연구원 2년차를 뜨겁게 시작하는 멋진 의식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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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07:46:58 *.67.223.154
명석 샘,
동이 터오르는 걸 보며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이 아침의 의식이 온 몸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지요.

나는 연구원이 되기 이전에 이미 한명석 샘의 글을 읽었는데요,
"늦지 않았다" 보다 이 게시판에 실렸던 글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이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아주 심각한 의문이랍니다.

"왜 해서 그럴까?"

연구원 1년 끝내고 2년차 입문입니다. 또 입문....
배는 항구에 들어왔다가 금방 또 나가요.
등대의 색깔이 다른 바다로 이번에는 나아가야 하는 건가요?

열정적으로 글을 살펴주는 마음이 고맙습니다.

** 잠을 자고 일어나서 이 칼럼 제목을 바꿨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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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08:20:07 *.143.134.217
좌샘~

무심히 지나친 꿈..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넘.. 애잔해여..
 
저두.. 연금이.. 무쟈게 좋아해여..ㅋ
연금이랑.. 책 겉모냥이 비슷하게 닮은.. 타샤가 책에 인용한 거인데여.. ㅋ
"자신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좀.. 좋져..

좌샘이 힘껏 끌어안은 꿈-> 좌샘만의 보물을 찾아떠나는 여행(음.. 흠.. 제주? 또?..)
-> 지금은 알지 못하는.. 그치만.. 곧 만나게 될.. 좌샘만의 신화 창조!!!
무쟈게 응원드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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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4 20:40:12 *.67.223.107
향아,
연금이가 누군지 한참 생각했자나....
타샤...이 사람은 저절로 그렇게 된 사람같아서 신기하기만 하더라.
나도 타샤같은 드레스가 입고싶어... 포푸린으로....

좀있다가 북 리뷰에 유치환 올려 놓을께... 
여행가기 전에 읽고와...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난 행복하였네라." 1...960년대의 사랑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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