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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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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5일 04시 11분 등록

나는 뱀을 좋아하지 않는 기독교인이다. 감각이 원하지 않을 뿐더러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한 그로 인해 인류의 죄가 시작되었다는 창세기의 구절 따라 종교적인 거부감이 있는 사실이다. 캠벨의 책을 처음 접했을 뒤통수를 치는 통찰력과 식견에도 불구하고 종교는 결국 신화의 짜깁기이며, 생명은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그의 주장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번째 책을 읽고 나서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학자로서 취할 수밖에 없는 태도를 이해하게 되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렀는데,  영적인 삶이라는 것은 인생의 꽃이자 향기인 동시에 개화이자 성취이지,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해 주어진 미덕이 아니다. ” 라는 글귀가 마음에 들어왔다. 삶을 통해 스스로 길어 올린 결론이 아니라면 禁制는 언젠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신앙생활을 뒤돌아 봤다. 주어진 주해와 설교를 수동적으로 생활에 적용하고 따르는 형식이었다. 수동적이 되면 기쁨보다는 금제를 의식하는 의무가 많아지는 법이다. 자칫 알맹이가 없는 표상을 좇거나 삶과 신앙이 따로 노는 형국으로 빠지기 쉬운 이런 타입이다.

우리가 영적으로 거듭나 보았던가요? 우리가 언제 동물의 근성을 죽이고 자비로운 인간으로 화신해본 적이 있던가요? ”라는 캠벨의 물음이 비수가 되어 꽂힌다. 완전한 신을 믿고 의지해왔을 망정 불완전한 가족과 이웃을 나의 다른 이면으로 가슴에 담았던 것은 번이었던가.

다섯
살이 쌍둥이 남매 아들아이가 수용성 언어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언어장애라 하고 치료교사는 자폐 같다고 하는 상황이다. 아내의 제안으로 3 전부터 교회에서 진행하는 장애유아부모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주는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부모와 아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관찰하면서 카운셀링을 하고, 주는 토요일에 교회에 모여 부모와 교사가 함께 토론하고 지도를 받는다. 부모 중에는 아내가 간호사로 일을 하고, 공무원인 아버지가 휴직계를 내고 아이를 전담하는 가정이 있다. 발달장애에 관해 3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아이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쏟는다. 그는 담담히 말했다. “ 우리 아이는 정상적인 아이가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의 역할에 따라 아이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 쌍둥이 아들에게 이상을 느낀 16개월 정도가 됐지만, 아이의 존재가 새벽잠을 깨우는 뜨거운 연민으로 다가온 불과 얼마 전이다. 아이를 방관한 것은 아니지만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나는 무엇을 했던 걸까.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고 싶어도 더딘 발달을 지켜보며 하루의 대부분을 아이와 있어야 하는 아내의 마음 풍경은 어떨까.

신은 가르침을 주지만, 그것을 깨닫는 것은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다. 타인 속으로의 참여,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얻어야 영적인 원리를 핫라인을 통해 신과 직문직답으로 풀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원의 길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에고의 심연 속으로 내려가 또아리 속에 감추어진 것들을 하나하나 들춰 것이다. 내게 금지된 것들을.

IP *.236.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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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4.05 05:56:27 *.74.240.66
자꾸 이상한 이름 붙여서 병명으로 만드는 것을 전 싫어합니다.
그냥, 조금 늦고  약간 다르다고 생각하면 안 되나요?
꼭 안아주고  손을 잡고  눈을 맞춰주고 
자고 있는 아이에게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려 주실 수 있다면 ....
그의 영혼을   눈을 뜰 겁니다.

지식이든  경험이든 그것은 도구지 해답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의 오류는 흔히 거기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지식이나 경험으로 되는 것이 아님니다.
느끼는 거쟎아요...

켐벨이 뭐라고 하던   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내용이 무엇이던..
중요한 것은 사랑이고 믿음이겠지요...

그만 아이이야기를 듣다보니 ... 좀 흥분해서...
힘내시고요...  아이는 부모를 보니... 충분히 잘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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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4.05 08:14:40 *.236.70.202
아이는 부모를 보니... 충분히 잘 되리라 믿습니다.

오빠..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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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우성
2010.04.05 18:35:15 *.30.254.28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와 보내야 하는 아내의 마음풍경 만큼이나,
어쩔 수 없이, 나가 있어야 하는  아버지의 마음풍경에도 바람이 많이 불겠지
때로는 사납고, 휘돌고, 서러운 바람이...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땅에 굳게 딛은 든든한 존재감이 힘을 발휘하리라..
아이에게도, 아내에게도,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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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연주
2010.04.08 01:34:41 *.68.10.114
우리의 일상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는 일...남들은 기적이라고 부르는 그 일은...
그 목소리를 들으려는 사람의 열정과 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이미 신의 선물인 아이를 향한 부모의 애정과 노력이라면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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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은주
2010.04.08 12:45:12 *.219.109.113
아이들은 열 번을 변한다고 하잖아.
물론 조금 다른 아이와 행동이 틀리고 언어가 늦다고 너무 예민하면 아이 또한 더욱
예민해지는 것 같아.
그 증상은'사랑' 으로 나아질거야.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이 어디로 가겠어? 아이에게 전달 될 거야.
시간이 걸리겠지만,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주면 곧 좋아져 더더 훌륭한 아이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나의 무의식에 자리잡고 있다.
내 무의식 믿지? 영발 있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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