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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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정과실천(定課實踐)
지난 주말 전체 연구원 모임 때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
“노력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매일한다는 것이다. 매일 하지 않으면 노력한다고 얘기할 수 없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정민 지음, 김영사)은 다산 정약용이 18년 간의 강진 유배 생활 동안 남긴 수백 권의 저술을 통해 그가 어떻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루었는가를 분석하면서 18년간의 그의 저술 작업 과정을 분해하고, 또한 그 안에 담겨 있는 핵심 정신과 실천 방안을 현대의 지식 경영의 관점에서 풀어놓은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의 37장 ‘목표량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하라’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
다산은 비방을 입고 금정찰방으로 좌천되어 갔을 때, 이웃에서 전권도 아닌 반 토막만 남은 <퇴계집>을 우연히 얻었다. 인간에 대한 환멸로 가득하던 그 때 마침 펴든 대목이 퇴계의 편지를 모아둔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무료해서 한두 편 읽다가 나중에는 정신이 번쩍들어 자세를 고쳐 앉아 하루에 한 편씩 아껴서 읽었다. 아침에 세수한 후 자세를 바로 하고 소리를 내서 편지 한 편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하루 일과를 실천했다. 그러고는 오전 내낸 아침에 읽은 내용을 음미했다. 점심을 물리고 나서 남들 낮잠 잘 시간에 편지글에 대한 자신의 독후감을 하나하나 메모했다. 이렇게 해서 다산은 모두 33편의 편지에 자신의 평설을 달았다. 이렇게해서 ‘도산사숙록’이라는 제목의 소책자가 만들어졌다.[434]
귀양온 뒤에는 다산도 일과를 정해 경학연구에 몰두했다. 그것은 하루의 작업 목표량을 정한 후, 날마다 이것을 누적해 가는 방식이었다. 다산의 방대한 저술은 하루하루 정과를 실천하고, 제자들의 집체작업에 의한 성실한 뒷받침이 있었던 결과이지, 다산 자신의 천재성 때문만은 아니었다.[440]
이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매일매일의 노력’의 중요성과 그 위대한 결과에 대한 실증적인 사례인 셈이다. 이러한 내용을 저자인 정민 교수는 ‘정과실천(定課實踐)’이라 명하고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
정과실천(定課實踐)은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전체의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소용되는 날짜를 계산한 후, 하루에 할 수 있는 작업량을 결정하는 것까지가 정과다. 그리고 이것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나가야 한다. 차질 없이 밀어 붙여야 한다.
지난 3월말로 1년간의 길고도 힘들었던 현역 연구원 1년차 과정을 끝냈다. 돌아보면 참으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또한 보람되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열심히는 했으나 충분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긴 캠벨이 자신의 4년간의 우드스탁 시절 동안 매일 16시간을 4시간 단위로 끊어서 오로지 책만을 읽었던 그러한 정진에 비하면 감히 비교할 수도 없고 충분했다고는 더더욱 말할 수 없을 것이리라. 굳이 이런 비교가 아니어도 평생 책을 보고 글을 쓰기 위한 첫시작과 기초 훈련을 위해 연구원 과정에 참여했던 것이기에 이제 자신만의 규율을 만들어 스스로 정과를 실천하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리라.
연구원 2년차 과정에는 ‘자기 책의 저술’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부여되어 있다. 책을 저술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도가 있겠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매일 읽고 쓰는 것’ 즉 ‘정과를 실행하는 것’이 이 목표에 이르는 첩경이라고 생각된다. 아니 도리어 목표를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정과실천’에 두어야 할 것이다. 책은 정과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산이 <퇴계록>을 매일 정성들여 읽고 그 평설을 매일 적어 ‘도산사숙록’이라는 소책자가 만들어졌듯이 말이다.
그래서 나의 정과실천의 방법으로서 새로이 자체적으로 2년차 코스를 걸어 보기로 결정했다. 원안은 2주에 1번 북리뷰를 수행하고 컬럼을 작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컬럼은 선생님의 ‘1인 1주 1컬럼’ 의제에 맞추어 매주 작성하고자 한다. 나의 컬럼의 관심 분야는 ‘IT와 선비’이다. 많은 선비들의 삶의 얘기와 나의 주변의 IT인들의 삶을 연구해 보면서 의미있는 컬럼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다만 2년차 북리뷰는 1년차 때와는 조금 다르게 구성해 볼까 한다. 1년차 북리뷰는 저자에 대해서 조사/파악하고, 책에서 마음을 파고드는 좋은 글귀를 찾아내고, 내가 만약에 저자라면 어떻게 구성할까 라는 측면에서 책을 보았다. 즉, 나의 발전을 위해 저자를 연구하고, 좋은 글귀를 골라내고, 책을 쓴다는 가정하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에 집중해서 북리뷰를 수행하였다. 하지만 2년차는 조금 관점을 바꾸어서 볼 필요를 느꼈다. 선생님께서 계속 강조하시는 것이 ‘연구원들의 북리뷰를 모아 하나의 책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독자의 관점에서 이 책이 어떤 책이고,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저자는 어떤 사람이고, 책이 전달하는 주요 메시지 및 이를 입증하는 좋은 문장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년차 북리뷰는 이러한 관점을 반영하여 먼저 ‘책에 대하여’를 정리하고, 다음으로 ‘저자에 대하여’ 소개하고, 다음으로 책의 주요 메시지에 대한 요약 및 이를 지원하는 좋은 문장들을 소개하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방식으로 구성해 볼까 한다.
나의 2년차에는 더욱 많이 읽고, 많이 쓸 것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할당하여 읽고 쓰는 것을 정과로 하여 실천할 것이다. 1년차 때 읽었던 책들 중 좋은 책을 골라 다시 읽고 새로운 형태의 북리뷰를 쓸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1인 1주 1컬럼도 ‘IT와 선비’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병행되면 나의 첫 책과 연구원 북 리뷰 모음집을 낼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사슴개가 인간으로 환생하는 신화를 써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