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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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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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었다. 처음 가는 길이 아닌데도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월요일은 직장인의 날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해결을 요구하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본격적인 지역재개발에 따른 보상금 수령과 관련한 복잡한 문제들, 새병원 추진 설립과 관련한 의사결정 지원, 경영자료와 원가분석 자료, 부서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을 처리하고 메일로 오는 각종 문제들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 새 하루 해가 사무실 창문 너머로 걸려 있다.
어려운 시기에 다닐 곳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주어졌다는 감사함과, 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돌을 끝없이 끌어올리는 시지프스의 고단함이 묘하게 교차한다. 거울을 바라보니, 지쳐있는 중년 남자의 퀭한 모습이 보인다. 늦은 밤의 독서로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여기저기 부르터 있다. 물론, 고된 시간들이 연속되면서 1년 동안 지속될 모습이다. 내면에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올라왔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지?'
'무엇을 쓰고 싶지? 왜 쓰고 싶은데? 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데?'
연구원 응시를 하면서 나는 ‘의료경영‘에 관해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예로부터 인술로 여겨졌던 의료에도 경쟁의 바람이 불면서 의료기관도 돈벌이에 고민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돈벌이에 몰두하게 되면, 그 피해는 대부분 의료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접목하여, 생명을 존중하는 의료의 사명과 재무적 가치의 균형을 지키는 의료경영과 병원기획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무엇을 쓰고 싶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이었지,
왜 쓰고 싶은지? 에 대한 질문의 답은 아니었다. 캠벨의 책을 읽으면서, 왜 쓰고 싶은지? 에 대한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아는 길에서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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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아들의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게임기에 맛을 들이더니 게임에 빠져버린 탓이다.
게임 아이템을 빼앗긴 분노에, 우는 아이를 보면서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고, 게임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요즘은 아이의 관심을 게임 외의 것으로 돌리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게임설계자는 게임에 빠지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객관적인 처지에서 전체구조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환경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생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겠지만, 지금 나는 게임을 즐길 때가 아니다. 인생 게임을 재 설계하고 리셋 된 인생을 주저없이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연구원 첫 번째 오프수업이었던 미래 장례식과의 조우, 죽음과의 만남이야 말로, 자신의 비전과 미션을 가장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결정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장례식장의 연설을 통해, 연구원 입문의식은 끝났다. 이제 나는 정식 연구원이 되었고, 영웅의 여정을 찾아가면 된다. 캠벨의 말대로 태어남, 부름, 모험, 역경, 귀환, 노년으로 이루어지는 영웅의 삶을 찾아갈 것이다.
그러나 직장을 떠나야만, '영웅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직장 안에서도 우린 살아있을 수 있고, ‘영웅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더 좋은 삶만이 최고의 삶은 아니다. 더 나쁜 것을 삶에서 덜어내는 것도 더 나은 삶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잘 관찰하고 기억해 두었다가, 진짜 행복한 상태, 그윽한 행복의 상태가 오면, 남이 뭐라고 하건, 거기에 머무르기....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이제는 조금 덜(!) 신중하게 고민하고, 조금 더 과감하게 행동하면서 살아가리라.. '지옥이란 말라붙은 삶이라는 것!'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춤추는 것! 이제는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자각이 밀려들었다.
그 어느 누구도 내 인생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살면서 행복하고 싶다고, 살면서 성공하고 싶다고 다들 이 난리인데, 과연 행복의 의미, 성공의 의미를 스스로 결정해 본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러했던가? 오직 나만이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리고 연구원 생활이 그 질문에 답을 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길을 걷는다. 분명히 아는 길이라 생각했는데도 이 길이 맞는가?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다행히, 길을 잃었을 때, 함께 손잡을 사람들이 있어 고맙다. 걸어가야 할 길만이 길은 아니다. 그동안 만났던 모든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운 세상이 내가 걸어온 길이고,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길이다.
연구원의 길! 모든 만남은 다 이유를 지니고 있다. 어떤 만남은 나를 기쁘게 했고 어떤 만남은 나를 지치게 했다. 훌륭한 책들이 안내하는 지혜의 길과, 매력적인 미션들이 주는 통찰의 길, 배움의 동기들과 함께 가는 성실의 길, 그리고 스승님과 함께 걷는 기쁨의 길은, 내가 가야 할 영웅의 여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나를 잡아줄 것이다. 그래, 그것이야말로, 비록 길을 잃더라도 내가 열심히 걸어가야 할 이유!
준비운동은 오늘까지다. 마음 다잡고, 다음주 부터는, 나만의 컬럼을 써나가야겠다.

멀리서 그대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배 연구원의 시 한 소설 소개하네.
누구보다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는 그대에게 잠시의 여유를 드리고 십네.
서두를 일은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고 깨어지고 아파도 그저 잡은 손 놓지 말고 쉼 없이 가자고.
그것이 곧 행동이고 우리를 살리는 빛의 길이 될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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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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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늘 질서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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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강요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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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밀리거나 쫓기지 않을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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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더 크고 더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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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과 패턴 속에 놓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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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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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질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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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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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에 갇히는 자유는 불행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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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잃어버린 자유는 위태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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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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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균형잡히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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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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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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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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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정해져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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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위해 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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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그것을 향해 이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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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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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행하고 있는 것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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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 자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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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유롭지만 영원한 질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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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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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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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은 변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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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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