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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1일 05시 55분 등록
우리 매장에서는 계산할 때, 쿠폰을 준다. 다음에 오면, 소주 1병 더 준다는 쿠폰이다. 손님이 필요없다며, 훽 던진다. 기분이 상한다. 그 쿠폰으로 할인을 받은 손님이기에, 또 오시라고 드린 것이다. 욕이라도 퍼붓고 싶은데, 습관처럼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이 나왔다. 돈은 못 벌고, 마음은 다친다. 이럴때면, 그만두고 싶다. 좀더 대접 받는 그럴싸한 일을 하고 싶다. 변호사 라든지, 한의사 등등.

10년 전 편입시험을 보다. 원서 접수하러 학교에 가다. 약학대, 한의대는 경쟁률이 100: 1이 가볍게 넘고 있었다. 접수하러 온 사람들을 보니, 직장인들이 많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쩜 저런 개성 없는 일들을 할려고 애쓸까?' 앞으로는 자기 개성이 유일한 경쟁력이 될 것인데....'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겼다. 요즘 그들이 많이 생각난다. 그들도 바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없는 시간, 돈 들여서 학교를 다시 가는 이유가 있었다. 사정이야 나름 있겠지만, 한국에서 변호사, 의사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대접 받으며 돈까지 번다. 

우리나라 법조계를 까발린, '불멸의 신성가족' 이라는 책이 있다. 끄트머리에 이런 이야기 나온다. 변호사 수임료를 냈으면 그를 무서워하지 말고, 물어보라는 충고다. 18,000원짜리 닭 먹고는 떵떵거리면서, 몇백만원 수임료임에도 변호사 앞에서 깨갱한다. 돈을 냈으면, 당당히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 변호사 얼굴조차 보지 못해도, 끽소리 못한다.우리나라 법조인은 두가지 일을 한다. 법률업무와 그것을 신비롭고, 절대적으로 포장하는 일이다. 살인적인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판사를 많이 뽑지 않는다. 

반세기동안 지속되어 왔는데,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직장 그만두고, 한의대도 가고, 약대도 가고, 1학기 1천만원짜리 로스쿨에 갈 것이다. 현시스템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기에,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꿈을 꾼다. 

인쇄업을 하는 사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인쇄물을 몇번 의뢰했다. 나는 외식업이 지겨울려고 하는데, 그는 외식업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점쟁이가 외식업에 어울린다는 말도 했다고. 예전에는 인쇄해서 빌딩 사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옛말이다. 컴퓨터 인쇄로 소량 인쇄가 많고, 푼돈이나마 벌면 다행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자연스럽게 한눈을 판다. 인쇄업자는 자기가 충무로에서 오래 일했으니, 그곳에 식당을 차리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업종을 바꾸는 것은 상관이 없다. 좀 더 자기에게 적합한 일을 찾으면 행복할 것이다.  알아두어야할 것은. 어떤 업종이건, 그 일이 나에게 맞는다고 해도 처음 몇년은 힘들다. 푸대접 받고, 돈도 못번다. 혹은 생업을 포기하고, 기약없는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 고시, 공사시험등 공부하는 사람도 많고, 심지어 신규채용이 미정인 곳도 있다. 말그대로 기약없이 공부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합격해서 팔자가 바뀌면 다행이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않다.

파울루 코엘료는 이런 말 했다.'“흔히 꿈을 실현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을, 특히 부모와 배우자와 자식을 탓한다. 우리의 꿈을, 욕망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가로막은 죄인으로 삼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 길을 가야한다. 그렇다고, 지금 길을 포기해서도 안된다. 지금 길에서는 빵이 나온다. 이 길을 가면서, 어떻게 자기 길을 갈 수 있을까? 찰스핸디는 그 방법을 말한다. '텅빈 레인코트'에는  시그모이드곡선 이야기가 나온다. 삶은 성숙기가 있으면 반드시 쇠퇴기가 있다. 어떤 기업, 사람, 국가도 마찬가지다. 쇠퇴기가 오기 전에 곡선을 한 번 더 긋는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왜냐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현업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쇠퇴기에 다시 시도하는 것은 어렵다. 현업에서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 징검다리 하나를 더 놓는다. 지금 어렵다면, 시간이 지나면 더 어려우리라.

그럴듯한 말인데, 막상 해보면 어렵다. 성공한 사람으로서 안철수 교수가 있다. 의사와 프로그래머, CEO, 지금은 교수, 각각의 경력을 훌륭히 완수했다. 나도 비슷하게 따라한 적이 있는데 실패하고, 나에게는 각오가 부족하다, 내지는 아직 내가 뜨거운 맛을 덜 보았구나라고 느꼈다. 

 시그모이드 곡선- A지점에 와있을 때, 새로운 경력을 준비한다. 

누구나 비슷한 운명을 가지고 있지않은가? 저주라고 생각할정도의 단점 혹은, 약점. 부당함에 억울하고, 치밀어 오르고, 어떻게 할 힘이 없는 자기에게 한번 더 화내고. 이것은 싫은 느낌이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면역력과 체력은 줄어드는데, 이런 감정은 점점 커진다. 난 내 생의 그 결말이 두려운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이리저리 치인다면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죽겠다. 내 길을 못가서 죽겠고, 지금 이 길에서 얼마 벌지 못해 죽겠고. 인정받지 못해서 죽겠고. 하지만 덜 죽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에, 일찍 일을 시작한 것에 감사한다. 난 이 길을 가면서, 저 길도 가리라.
IP *.123.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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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6.21 07:26:10 *.75.166.69
공감가는 이야기들...  늘 읽으면서 배우고 감사합니다.


계속 죽고 또 죽고  죽으면 ...  살리라.

한 때 저의 모토가 그랬죠
"망설이지 않는다. 기회가 오면 선제한다. 정면으로 승부한다."

난 정말 천하고 무식하고 야만적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 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 모든 것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고
시간지나면 다 잊혀지는 것이고
남는 것은 살았다는 그것 하나뿐 이라는 것이다.

'장사는 맨 마지막에 하는 것이니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쓰는 것은 번 다음에 생각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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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6.22 21:48:31 *.146.69.211
항상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뵐때마다 껍질을 깨는 고통이 저에게도 느껴집니다. 정말 '변화'를 위해서, 이렇게 애쓰시는구나. 저는 얼마전까지 그냥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상태로 가면, 어떻게든 좋게 변해가리라는 생각. 회사 나오고 몇년이 지나고, 회상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변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장사에 대해서는 조금 입장이 틀립니다. 장사는 맨 마지막이 아니라, 맨 먼저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업도, 신입사원 뽑고 영업부에 배치시키지 않습니까? 최전선에서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감각을 익히라는 것이지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고객의 니즈를 접목시켜야 하는데, 이 차이는 당연히 알면서도 현장에서는 간과해요.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들이대지요. 고객에 대한 감각이야말로 원천능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사업 해본 사람이 취업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사장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조직에서 어떻게 처신해야하는지도 알테니까.....일찍 장사를 시작했기에, 그 다음 선택지도 남아있지요. 맨 마지막에 장사를 하면, 그것밖에 남는 것이 없잖아요. 비참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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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12:29:08 *.145.204.112
"죽겠다. 내 길을 못가서 죽겠고, 지금 이 길에서 얼마 벌지 못해 죽겠고. 인정받지 못해서 죽겠고. 하지만 덜 죽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에, 일찍 일을 시작한 것에 감사한다. " 

그래 감사하는 것이 맞는것 같다 
이 길을 가면서, 저 길도 가리라는 인건의 결심에 숙연해진다.
왜 죽겟어?  어린(?) 나이에 그길 가는 것이 부러워 죽을 지경인 사람도 있는데?
그대 말대로 일찍시작한 것이 축복이야
어머님의 따끔한 충고가 그대의 자산이고
글도 쓸수 있음은 진짜 감사한 일이지 
우울해 하지 마세요
그대를 죽자고 부러워하는사람도 있어요

글의 초점이 많이 집중되고 있고 읽기도 쉬워지고 있어요
굿~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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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6.22 22:06:14 *.146.68.14
제가 좀 엄살이 심하지요. 얼마전부터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평온합니다. 혼란은 성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요? 

선생님 말씀대로, 제 약점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루어야 할 과업, 해야할 일들을 성취해 나가며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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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6.21 19:32:38 *.236.3.241
경숙 누님 말씀대로 너는 이제 삼심대 중반이다.
너는 나에 비하면 근 10년을 앞서가는거다. 무쟈게 좋겠다 ㅋㅋㅋ

정신건강을 위하여,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하여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고 안철수가 그간 거쳐간 다수의 명함때문에 흡족해하지는 않을
것이라 나는 100% 자신한다. Calling이 왔을 때 마음의 목소리에 충실히
따랐던 게  그에게는 자부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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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6.22 22:26:38 *.146.68.14
앞서가긴요. 전 다시 취업할 생각도 있는데요. 

장사하면서, 혁신하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 같아요. 이 사실도 이제서야 깨닫는군요. 그저 손님 오면, 음식 내주고 돈 받는 것이라 생각했지요. 해야할 일이 참 많아요. 그 일들이 저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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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21 23:58:50 *.34.224.87
니 글 점점 재미있어진다..
이론과 현장이 적절히 배합된..
근데,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초점을 모으면 좋겠다..
감정의 배설을 위한 글씨기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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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0.06.22 07:45:51 *.53.82.120
나도 우성오빠랑 같은 생각.

마구 풀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한 지점을 집중적으로 파내려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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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0.06.22 10:55:20 *.219.109.113
글을 읽으면 너의 실타래같이 엉킨 생각들이 느껴진다.
엉킨 실뭉치를 이리저리 굴려보다 보면 언젠가 숨어있는 실 끝이
보일거야. 그것이 지금의 글 쓰기 과정이겠지.
어느날 끝을 찾고나면 술술 풀리는 것. 이날은 너에게 오고말거야.
왜? 집념과 끈기과 각오와 실행력이 누구와도 비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인이나 브이제이 특공대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인건이와 많이 닮았다는거야.  사고와 행동이......
그래서 난 너가 성공하리란 믿음 변함이 없다. 홧팅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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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0.06.23 02:05:05 *.129.207.200
엉켰다기 보다는, 버라이어티하다고 봐주시면 안될까요? 전 제가 엉켜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이런 글을 좋아하는 고정 독자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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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
2010.06.22 21:11:48 *.221.232.14
나도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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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연주
2010.06.24 14:31:58 *.203.200.146
"18,000원짜리 닭 먹고는 떵떵거리면서, 몇백만원 수임료임에도 변호사 앞에서 깨갱한다."
이말 참 와닿아요~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야하는 곳에서는 정작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권위에 흔들리는 제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하는데...인식하면 다행이고 인식조차 못하고 상황이 종료되고 종료된후 아쉬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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