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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1일 07시 38분 등록

“승호형 신경과 부담이 많이되는 강의입니다. 제목이 미리 정해진 것이라 좀 그렇네요. 25명 정도 인원에 은행 신임 지점장 대상이고 연령층은 40대 후반..... 분위기 좋고 오래 기억남고 활용할 만한 팁과 조언 부탁 드립니다.”

 

한통의 이메일이 도착되었다. 후배녀석이 보내온 내용인데 걱정이 되는지 나에게 조언을 요청하는 내용과 함께 코칭 강의시 사용할 ppt 첨부자료를 보내온 것이다. 후배는 나와 함께 데일 카네기 리더십 코스 강사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현재는 전문 강사 및 강의 기획 등으로 뛰고 있는 입장이다. 보내온 첨부자료를 살펴보니 본인의 스타일대로 잘 구조화된 내용이었다. 녀석은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강점아래 하드부분을 재단하는 탈렌트를 가지고 있다. 반면 나는 여성 조직을 상대하는 직종에 있어서인지 감성적인 흐름의 연출아래 분위기를 코디하며 디자인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00아! 부담이 심한 모양이구나.”

“네. 아무래도 수강생 레벨이 있다보니.”

“신임 지점장분들이 현위치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뭘까?”

“아무래도 외부에 성과를 보여주는 것과 직원들 관리가 되겠죠.”

“그렇지. 그렇기에 그쪽에 초점을 맞추어 케이스스터디 공유와 개인보다는 그룹 코칭을 시도해 보는게 어떨까?”

그러면서 내가 작업한 자료의 전송과 함께 몇가지 사례담을 풀어나갔다.

 

나자신 코칭(coaching)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하게된 것은 직장 상사로부터 에노모토 히데타케의 <마법의 코칭>이라는 책을 건네받고 나서부터였다. 내용을 훏어보던중 다음 구절이 강하게 와닿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모두 그 사람 내부에 있다,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코칭의 기본개념인 당시의 이문구는 나에게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었던 내용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기술인 이 코칭이라는 것에 매료가 되기 시작하여, 강의를 듣고 학습을 하게되었고 그것을 우리 현장조직에 조금씩나마 접목하기 시작하였다.

 

외부 특강 강사의 강의도 그러하지만 현장 영업 주부조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는 전달식의 패턴이 많다. 쉽게 말하면 티칭(teaching)식의 접근형태가 많은데 이방식은 지식을 가르쳐주고 전달하는 수단으로써의 방법은 효울적인 반면, 시간이 지나면 쉽게 잊어 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티칭보다는 코칭식의 접근방법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것도 그룹 코칭식의 형태로써.

거래처 한곳을 선택하여 팀부장들 20명을 대상으로한 첫 번째 강의 오리엔테이션.

“어릴 때 자전거 타보신 경험이 한두번은 있을겁니다. 그런데 한동안 타지 못하다가 나이가 들어 자전저를 탔을 때 어떠했을까요?”

“잘탔겠죠.”

“이유는요?”

“어릴 때 탔던 경험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잘타지 않겠어요.”

“맞습니다. 자전거의 예처럼 오랜동안 타지 않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잘타는 이유는 그것이 몸으로 익힌 학습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이처럼 몸으로 체험했을 때와 스스로 참여했을 때가 가장 효과성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한달에 1회 두시간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판매 및 증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경우 맨파워도 중요하지만, 팀원들을 관리하는 팀장님들의 단합 및 결속력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반적인 교육형태가 아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먼저 특정한 주제를 취하기보다는 과정상의 흐름에 초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강사가 주가 되는것이 아닌 참여자 여러분이 주인공의 형태를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만큼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고 자기 자신을 오픈 하는분이 더많은 것을 받아가지고 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참석자 소개 및 현재의 느낌상태를 공유하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스쿨식의 자리배형을 탈피한 둥근 원모양의 형태에서, 아무런 기자재 없이 앉아 있으니 조금은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분위기를 탈피하기위해 외나무다리 게임을 도입하였다.

“어릴적 외나무다리를 한번씩은 건너보셨을 겁니다. 자, 여기 한가운데 외나무 다리가 있다고 한번 상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리 밑에는 세찬 물이 흐르고 있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이 이번 게임의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룰이 있습니다. 첫째는 어떤 방식에 구애됨이 없이 본인이 생각한대로 건너면 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앞사람이 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건너야 됩니다. 그러면 이제 순서를 돌아가면서 할것인데 과정상 어떤 사람이 하는 것이 제일 마음이 편할까요?”

“제일 먼저 하는 사람요.”

“그렇죠.”

하지만 선뜻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교육 - 나는 개인적으로 교육이란 용어를 과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 을 처음 받아본다는 연유도 있겠지만, 강사가 도대체 무엇을 할려고 하는지 좀체 짐작이 되질 않아서일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를 덧붙인다.

“게임이긴 하지만 외나무다리를 건널때의 자신의 마음상태를 잘들여다보시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건너는가도 관찰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한사람이 건너고 두사람이 건넜다. 과정상 외나무다리를 지나는 개인들의 모습들은 다양하다. 아무 생각이 없이 건너는 사람, 고민을 하며 건너는 사람, 인상을 쓰는 사람등. 드디어 순서를 한바퀴 다돌았다.

“자, 어떠셨어요. 쉽죠. 그럼 한번더 돌아가겠습니다.” 이것을 세 번정도 돌리게하면 서서히 개인의 본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떤 방식으로 건너도 상관이 없다고 하였지만 끝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사람 - 나자신도 그러하였다 -, 이것이 영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질문하는 사람, 포기하는 사람, 흥분하는 사람, 기발한 발상으로 건너는 사람등.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을 하다보면 개인의 스타일 및 품성 등이 자연히 드러나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관찰을 하다보면 고객과의 대면접촉시 개인의 영업스타일도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세 번째 건널때는 더욱 고민이 되셨을텐데 마치고나서 어떠셨어요?”

이같은 질문에 여러 반응이 쏟아진다. 재미가 있었다, 흥미로왔다, 다른 사람을 더자세히 알게되었다, 강사의 의도가 무엇일까등. 해석은 다양할수 있겠지만 어차피 나는 영업으로의 귀결을 유도해야하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금월에 여러분들 개인 또는 거래처 전체의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더위에다 경기악화등 여러 요인에 의해 목표달성이 결코 쉽지는 않을겁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그 방법이란 오늘 여러분이 함께 동참하였던 이 외나무다리 게임에서 키를 발견할수 있습니다. 외나무다리는 현재의 영업환경을 의미합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는 어떤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이 난관을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영업에 왕도는 없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여러분 각자의 방식대로 본인이 가진 탈렌트를 적극 활용하여 고객에게 접근하고 상담해 나가시면 됩니다. 그것이 첫 번째 말씀드렸던 룰의 의미입니다. 다른 하나는 좀더 빠르게 갈 수 있는 접근방법입니다. 그것은 영업을 잘하시는 분들의 스타일과 방법들을 모방하여 내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분명히 영업에 왕도는 없지만 판매를 잘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언가 다른 그들만의 포스가 있습니다. 그것을 모방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자세히 관찰해야 합니다. 디테일하게 보아야 합니다.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두 번째 룰이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무리와 함께 최종적인 느낌을 공유하다보면 시작할 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짐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음시간에 활용할 조직원간 좀더 친밀함을 유도하기 위한 ‘마니또 - 이태리어로 수호천사의 의미 -’와 ‘공헌력’ 게임을 과제로 내어주었다.

“한달여의 시간동안 내가 뽑은 파트너에게 무엇을 해줄것인가를 고민하십시오. 단 본인이 파트너라고 밝히시면 안됩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여러분의 사업자가 여러분들을 위해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시지만 말고, 나자신이 우리 조직에 어떤 기여를 할것인지 1가지를 실천하시고 다음 모임때 공유를 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과제를 내어주고 한달동안 사업자와의 미팅 및 유선통화를 하면서 중간관리를 해나갔다. 드디어 두 번째 시간이다. 첫 번째보다는 분위기가 조금은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 강사 및 동료와의 경계심보다는 오늘 할려고 하는 주제가 지난주보다는 흥미로워서일까. 물론 참가자중에는 표정이 어두운 분들도 있다. 과제를 해오지 않으신 분들이리라.

“두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달보다는 표정들이 다들 좋아 보이시는데 옆사람과 먼저 씨익하며 웃음을 건네볼까요. 자, 씨익~ 화기애애한 모습이 좋습니다. 시작전 먼저 한달 영업을 하는동안 있었던 내용중 Good News를 교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5,000원짜리 제품을 판것이든 어떤 내용을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머뭇거리면서 한사람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타인이 발표를 할시에는 딴생각을 하는등 경청을 잘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관심이 없다는 것일수도 있지만, 나자신이 해야할 이야기에 우선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서이기도 하다.

“자, 여러분들이 어떤식으로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교육시 연장선상의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교육을 마치고나면 여러분들은 고객을 미팅하러 가실것입니다. 통계적으로도 나와있지만 우수 판매사원일수록 나의 이야기보다는 고객의 말에 경청을 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있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라 생각하시고 반응을 좀 보여주십시오. 고개도 끄덕꺼리고, 맞장구도 쳐주시고, 흐흠 등의 추임새도 넣어주시는등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다면 어떨까요. 당사자분들이 더 신이나서 이야기를 잘하질 않을까요. 모든 것을 상담활동이라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그제야 조금씩 이나마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사전 고지를 하였던대로 마니또 & 개인의 공헌력 게임에 대한 실천사항을 나누는 시간이죠. 얼마나 열심히 과제를 하셨는지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럴 때 반응은 몇가지로 압축된다. 고개를 숙이는 사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사람, 딴곳을 바라보는 사람. 나의 멘트는 계속 이어진다.

“여러분들중에 초등학교 자제분을 두신분이 있을겁니다. 방과후면 늦게 들어오던 녀석이 어느날은 신발도 벗지않고 후다닥 거실로 뛰쳐 들어오며 엄마를 열심히 찾습니다. 왜 애타게 엄마를 찾을까요?”

“맞습니다. 지난번 시험에 70점 맞던 녀석이 그날은 100점을 맞았거든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귀소 - 퇴근시 사무실에 들어와 그날 활동보고와 익일 활동점검 활동 - 하지 말라고 해도 꼭 하는분들이 있습니다. 이유는? 자신의 업적에 대해 사업자로부터 칭찬을 받을려는 것이죠. 지금 이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 어떤 분부터 준비된 보따리를 풀어 놓으실런지요.”

 

마니또 게임을 통해서 서로간의 천사를 확인하며 간단한 선물을 건네노라면 분위기는 훨씬더 달구어진다. 남성들 집단과는 다르게 여성 조직에서는 이처럼 소소하지만 작은 신경을 쓰는 것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이런 게임들을 도입하는 이유는 여성조직 그중에서도 영업조직은 특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예를들어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판매고를 올려 수당을 많이 타는 것이 1차적인 입사의 우선순위이기에, 마감일이 되면 분위기는 무척이나 살벌해진다. 그리고 여성들 본능인 질투의 여신이 왕림한 가운데 자신보다 잘하는 판매사원이 있으면 눈총을 받기가 일쑤이다. 그래서 사업자들은 전체를 화합하는 분위기 연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방문판매 특성상 판매보다는 증원쪽에 무게감을 더두기에 새로운 신입사원분들이 많이 들어와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방판사업은 머릿수 싸움이라고도 한다. 일인당 단위당 판매량도 높아야 되겠지만 인원이 많은 조직이 아무래도 앞서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는 그룹 코칭시에도 이런 목적성에 우선을 두고 운영을 하며, 서로간의 융합과 나눔 등을 도모할수 있는 게임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특히 ‘공헌력’이란 게임을 하는 경우는 더욱 공동체성에 우선한다. 나만 잘하면 되지 무슨 조직에 기여가 중요하느냐고 의문을 품는 영업사원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다. 판매조직이긴 하지만 이곳도 엄연한 공동체이고 그만큼 에티켓과 룰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정석인 것이다. 하지만 기본이라고 할수 있는 것들이 잘지켜 지지않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들면 먼저 인사하기, 동료 책상 닦아주기, 스마일 웃음짓기, 커피 태워주기, 하이파이브 쳐주기, 10분 일찍 출근하기 등이 작은 공헌력의 표본들이다. 어쩌면 판매와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밑바탕이 되거나 실천을 잘하는 분들이 있으면, 그 조직은 어느새 분위기가 변화가 되고 매출도 상승곡선을 타게된다. 영업조직은 결국은 기(氣)를 주고 받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개인 발표와 함께 코멘트를 하면서 도서 선정을 통한 책읽기와 개인사 10p 작성을 다음 과제로 내어 주었다. 아줌마의 특성상 책읽기의 과제를 내어주면 대개가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책을 과히 좋아하지 않는다는 공통적 특성도 있지만, 영업을 끝내고 나서도 지친 몸을 이끌고 가정으로 돌아가 저녘준비 등의 여자로써의 기본 업무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여자가 이처럼 밖에서 외부활동 특히 세일즈라는 직종에 종사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남편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그 밑바탕에는 물론 세일즈라는 어감이 주는 첫인상의 냉정한 현실이 자리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와이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데에도 이유의 한몫을 차지한다. 험악한 세상속에서 세상 물정을 몰라 보이는 와이프가 그것도 남에게 물건을 판다는 자체를 믿지않는 것이다. 그래서 거래처의 아침조회에서는 이처럼 출근활동시 설왕설레할 수밖에 없는 아줌마들의 기분 상승과 기를 살려주는 프로그램을 곧잘 활용한다. 에어로빅, 노래방, 골든벨 시책 등이 그것이다.

 

개인사 작성은 구본형 싸부님의 아이디에서 따온 것인데, 이것을 현장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게된 것은 나자신의 적잖은 경험에서 연유가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들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책으로 엮으면 적어도 몇권은 될것이라고. 하지만 몇권은 커녕 막상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보라고 하면 그것이 말만큼 쉽지는 않다. 나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20p를 적는 작업을 하였을 때 솔직히 많이 힘들었었다. 여름 해외여행 수업을 가기전 50p 개인사를 작성시에는 사흘낮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개인사를 적고난후 느낀것을 한줄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결국은 내가 나자신을 보다듬고 아껴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수도 없고 진정으로 안아줄수도 없다. 그것은 함께 살고있는 부부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나자신이 나를 사랑하고 살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막상 현실로써는 잘되질 않는다. 이런점들을 나는 마흔두살 나이에 이 과제를 수행한 다음에서야 왜 이런 것을 쓰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의 효과는 무엇인지를 절절히 몸으로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램 한부분으로 포함을 시킨 것인데, 물론 이과제에는 강사 개인 이야기의 보따리가 조금은 풀어져야 한다는 점이 수반이 되어진다. 개인사의 내용중에는 아픈 추억과 숨기고 싶은 상처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들을 외부로 사람들에게 표출을 하는 상황에서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동료간의 신뢰심도 요구가 되어지고. 그래서 나자신의 이야기가 프로그램의 구성상 필요한 것이다.

 

세 번째 만남. 1회차와 2회차를 끝내고 나서 참석자분들이 과연 어떠했는지 그리고 현재의 느낌상태는 어떤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돌아가면서 먼저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이런 교육과정은 처음이라서 감잡기가 힘들었어요.”

“사무실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잘없었는데 일부러 이런 기회가 주어지고 이야기를 나누니 참좋아요.”

“저런 사람도 고민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야기를 듣고나서 그사람을 다시 보게되었어요.”

“책 과제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이런 발표의 공유후 전체는 아니더라도 개인사 과제를 해왔던 분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졌다. 괜히 분위기가 숙연해 진다.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 분위기에 동화되는 분들, 다른 분위기로 유도할려고 하는 분들 등등 여러 모습들이 나타난다. 저마다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공통적인 것은, 한분 한분의 가슴속에는 어린왕자가 이야기했듯 저마다 사막의 우물이 간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부모님, 어릴적 환경, 성장과정, 형제자매, 학창생활, 첫사랑, 남편과의 결혼, 첫아이 출산, 자신의 명의로된 집의 구입, 회사 부도 등 개개인의 히스토리는 세상의 그 어느 이야기들보다 찬란하다. 발표를 하든 하지않든 과제를 열심히 해오신 분들은 자신의 개인사를 적는 과정동안 그 어느 강의보다도 많은 것을 가지고 간다. 역시 자신이 땀흘린만큼 받아가는 것이 세상인 모양이다.

 

운영 과정중 카운슬러 한분의 인상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평소 화려한 옷차림에 당당함이 돋보이던 분이었는데 오늘따라 왠지 기분이 다운되어 보였던 것이다.

“00님! 영업활동 하시는데 혹시 힘드시는 일이 있으신지요.”

“매출도 떨어지고 하니 조금 기운이 그렇네요.”

“그러시군요. 그 외 혹시 별다른 일은 없으신지?”

대답이 없다. 매출이 떨어지는 이외에 또다른 무언가의 이유가 분명히 있어 보이는데 드러내기가 싫어서인지 속내를 보이질 않는다. 이런점들이 캐치되는 바탕에는 여성 조직을 많이 상대한 경험과, 감성적인 촉수가 일반 남성들보단 민감하게 발달되어 있는 나의 탈렌트 덕분이다. (그런데 이것이 마눌님에게는 잘통하지를 않으니 참 아이러니다.)

 

그룹 코칭중의 매력중 하나는 공동체 특유의 다이나믹한 역학관계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고견을 들을수 있다는 점에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00님을 중간으로 나오게한후 의자에 앉게 하였다.

“00님이 제가 보기에는 조금 사기가 떨어져 보이는데 평소 가까웠던 분이든 그렇지 않은분이든 격려가 되는 말씀들을 한마디씩이라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단, 훈계조보다는 지지와 격려식의 멘트면 더욱 감사하겠죠.”

순서대로 00님을 위한 선물의 멘트가 쏟아진다. 이야기가 다돌아가고 난후 당사자의 기분과 혹시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는지를 물었다.

“사실은 이야기를 하지않을려고 했는데...”

뜸을 들인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걸까?

“사실은 제가 지난주에 병원에 가서 얼굴 성형수술을 했어요. 그런데 부위 한쪽이 마음에 들지않아서 속도 상하고 상대방을 보았을 때 왠지 어색하기도 하다보니 아무래도 기분이 다운 되었던 모양이예요.”

성형수술을한 이유로 그렇다고? 그말에 나자신 솔직히 조금은 김이 새었다. 다른 무슨 큰 고민꺼리가 있어서인가 생각했더니 성형수술 때문에 그렇다는 말이지. 물론 여자에게는 그것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겠지만 남성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그것도 내일모레면 오십이 되어가는 분이. 여자는 알아갈수록 신비한 존재인것 같다. 에구에구~

 

총괄 코멘트를 마치고 올라갈 채비를 할즈음 참석자 가운데 팀장 한분이 조용히 무언가를 내민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직접 포장을한 흔적이 엿보였다.

“이게 뭐예요.”

“그냥 개인적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회사 규정상 이런 것은 받지 못하게 되어있는데요.”

“그냥 받아주이소~”

포장지를 열어보니 CD 한 장이 들어있다. 장사익님의 하늘 가는 길.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인지 아니면 음악의 틀을 뛰어넘은 자유로움을 나에게 선사하는 것인지 어쨌든 이런 선물을 받으면 몹시나 감사해진다. 직장인으로 그리고 업무상 일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한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할까.

 

늦은밤 서울로 복귀하는 기차안에서 피곤함에 졸고있는 나를 한통의 전화가 애써 깨운다. 정신을 차리고 받아보니 강의에 고민이 많았던 후배 녀석이었다.

“승호형 통화 되시나요?”

보아하니 술을 한잔 걸친 목소리다.

“통화되지. 오늘 강의는 어떠했니?”

“형덕분에 오늘 강의 좋았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수강생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길이라고 한다.

 

한강 철교를 지나서 서울로의 입성이 가까워질수록 오늘 하루 밥값을 했다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아싸!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사이사이~

IP *.117.1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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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6.22 05:09:26 *.131.127.50

"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애써 만들어 놓은 학문의 경계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
  학문의 구획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우리 인간이 그때 그때 편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다. 진리는 때로 직선으로 또 때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학문의 경계를 관통하거나 넘나드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앉아
진리의 한 부분만을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다. "   
                                                                            - 최재천이 번역한 '통섭'의 옮긴이의 서문 첫구절 -

여과없는 현장의 이야기는 늘 투박하고,  순간 속에 번쩍이는 솔루션들은
모래속에 뒤섞인 사금가루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상당한 경험과 체계화된  자기세계를 가지지 않는 한
무작위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속에서 진실과 영혼을 걸러내는 것은 어렵다.

하루를 산다.
그냥 매일 있는 하루,
그러나 그 어떤 하루도 같지 않았다.

그것을 아는 것이 진실을 찾아가는 첫 수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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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2010.06.23 08:21:34 *.94.245.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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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칼럼16-<그래도 삶이 지속 되려면> [15] 박경숙 2010.06.21 2270
1717 [컬럼] 마음의 제국 [9] 최우성 2010.06.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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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5 칼럼16. 여기에서 저기로 가다. [12] 맑은 김인건 2010.06.21 2160
1714 인사동 외팔이 file [19] 이은주 2010.06.20 22111
1713 [칼럼 16] 개 같은 사랑 [21] 신진철 2010.06.19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