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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일 11시 16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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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에 4B로 그리고 크레파스와 수채물감으로 채색.
2010.08.01.

얼마전 고갱에 관련한 짧막한 동영상 강의 자료를 보았다. 제목은 '우리가 고갱을 기억하는 이유'(삼성경제연구소 동영상 강의 '삼매경' 중에서)였다. 제목이 동영상을 보게끔 궁금중을 유발했다. 다른 사람이 왜 고갱을 기억하는지는 모르겠다. 내 경우는 그의 그림이 나를 천국에 데려 갔기 때문에 그를 기억한다.

어느날 밤 꿈을 꾸었다.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색색의 색들로 언덕과 나무가 있었고, 하늘 색은 기존에 보던 색이 아니었다.  자동차를 몰고 노란 길을 따라서 언덕을 넘어, 파도가 치는 바닷가에 닿았다. 말을 탄 사람이 있고 건강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꿈을 꾸면서도 그것이 그림 속의 세상임을 알았다. 내가 본 실제의 세상은 그런 색이 아니었으니까. 그 꿈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기억하고 있다가 얼마후 고갱의 그림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림 속의 세상은 꿈 속의 그 세상이었다. 아마도 어느날 낮동안에 인터넷 서핑으로 고갱의 그림을 잠깐 보았던 모양이다. 그것이 너무나 인상이 강렬해서 나는 꿈속에서 그 세계에 다시 가본 모양이다.

내가 기억하는 고갱은 '지상의 낙원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동영상 강의에서는 좀 더 분석적으로 객관적으로 고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것은 고갱의 생애와 그림에 관한 이야기였다. 고갱은 증권업에 종사한 사람으로 시대를 읽고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강연자는 이야기했다. 고갱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판단해서 자신이 화가로서 성공할 것을 확신한 사람이었으며, 유럽의 식민지가 넓혀지면서 다른 문명을 담은 그림이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분석한 것을 믿었고, 자신을 믿었다. 그리고 타히티로 그림을 그리러 떠날 수 있었다. 고갱의 믿음은 친구 화가나 가족들에게는 무모해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것이었고 그것은 불안이었다. 고갱의 예견이 맞을 거란 것을 밝힐 사람은 고갱 자신 뿐이었다. 고갱의 이러한 행동과 믿음에 대해서 강연자는 그가 자신의 가야할 바를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기억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고갱의 삶은 고갱이 예견한 대로는 되지 않았다. 그의 그림은 그의 생전에는 인기가 없었다. 그는 너무 앞서 보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예견대로 우리는 고갱의 그림을 통해 우리의 삶과는 다른 문명을 보며 원시의 생명력을 느낀다. 현재 그의 그림은 아주 인기가 많다.

동영상 강연의 내용이 흥미 있어 얼마간 품고 지내다가 친구를 만났을 때 털어 놓았다.
그 친구는 고갱과 같은 사람을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자신이 가야할 바를 '한밤중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화장실 가는 것만큼 잘 아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가야할 바를 제 집의 구조를, 물건이 어디 놓여있는지를 알고 눈감도고 가는 사람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나는 그의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
자주 다녀 어둠 속에도 길을 잃지 않을 길.
아주 짧은 길.

자신의 미래로 가는 길은 어떤 사람들에겐 뚜렷이 보인다. 자신을 믿는 것은 그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은 자신의 마음 속에 난 길이기에. 친구의 말대로 화장실을 다니듯이 얼마나 자주 가보았으면 그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낮으로 그 길을 보는 사람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미래는 캄캄한 속에도 보이는 것.
미래는 한낮에도 별을 보는 사람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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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72.1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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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1 13:48:12 *.70.142.183
제게 고갱은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였습니다.
몸과 고갱이 하나로 합쳐져 제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죠.

핸디는 한낮에도 별을 보는 이들은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우리 모두가 "한낮에도 꿈꾸는 황금벼룩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묵묵히 꾸준함을 추구하는 선배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그림에 쫌 문외한이어서 가열차게 댓글을 달지는 못하지만
점점 색상이 밝아지는 선배 그림이 좋습니다.

늘 선배의 꿈길 행복하게 걸어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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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1 21:58:37 *.72.153.58
고갱의 낙원이 궁금해서 저도 '달과 6펜스'를 읽었습니다. 가끔은 어떤 사람은 이야기를 아주 많이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전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이 꿈꾸는 사람이라고 믿습니다만.... ^^*

그림은 그냥 보면 되요. 자신이 보는 그대로 그게 그림인거죠. 그림도 너무나 다양해서 그냥 취향대로 느낌대로 보는 거죠. 요즘 좋아하는 색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아서 행복합니다. 좀 유치하다 싶은 색들이 좋더군요. 하하하.

응원 감사합니다. 길 끝에 뭐가 있는지 한번 가봅시다. 거기에 또 길이 있다하더라고 가보는거죠.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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