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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일 17시 16분 등록

어느해 미술치료라는 특강을 들을 때였다.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제를 주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자신을 표현할수 있는 상징물을 어떤것이라도 좋으니 하나씩 이야기해 보세요.”

상징물이라? 나를 표현할수 있는 상징물이라?

시계, 안경, 목걸이 등 여러 대답들이 나왔다. 나의 순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는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요?”

“네.”

그랬다. 나를 표현하는 상징물에 대해 고민해보니 무형이지만 목소리가 가장 적합할 것 같았다.

강사의 말은 이어졌다.

“이승호씨는 외면보다 내면적인 에너지가 많은분 같아요.”

그때가 나의 강점에 대해 직접적으로 인식하게된 최초의 순간이었다.

 

마흔살. 고민을 해야할 나이였다. 직장생활을 하고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진지한 성찰이 시작되는 시기.

그때 미술치료 수강을 할때의 광경이 떠올려졌다.

그렇지. 나는 그때 나의 소명을 깨달았다. 목소리로써 먹고 사는 직업.

그것은 강사였다.

 

강의는 나에게 있어 나의 사상과 의지와 생각과 신념을 전파해주는 좋은 도구이다.

나는 이를통해 청중들에게 나를 알리고 홍보하고 나를 선전한다.

나는 왠만하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을려고 한다.

이유는? 나의 목소리가 꼭 크기만 해서는 아니다.

 

강사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혼을 전달해야 한다.

강사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삶을 전달해야 한다.

강사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강사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의 울림을 전달해야 하다.

강사는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신념을 바친다.

 

그러기위해 인간이 만든 매개물인 마이크보다는 신이 주신 도구인 육성의 목소리가 훨씬 더 어필이 되어진다고 본다. 나는 강의에 들어갈 때면 도입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여러분이 제강의를 들을시 세가지 부분에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첫번째, 저의 지론중에 하나가 사람은 밥값을 해야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늘 제 밥값을 하기위해 강의로써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그러기에 여러분도 귀기울여 경청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제강의를 들을시에는 노트를 덮으시라는 점입니다,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머리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이십시오. 세번째는 저의 강의를 통해 여러 가지가 아닌 딱 한가지만 오늘 건지시라는 점입니다. 배우 유오성씨가 출연한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서 유오성씨가 여러 사람들과 싸움을 하던중 숫적인 열세를 이기지 못해 몰매를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했던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난 딱 한놈만 팬다’가 그것입니다. 한가지 만이라도 제강의를 듣고 건지십시오. 그리고 건지신 그 한가지로 고객을 만나 그것을 전해주시면 됩니다. 한사람을 만나 한가지를 전해준다는 각오. 오늘 제강의로써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금주에 이루어진 10월 00거래처 10억 영업목표 달성을 위한 중간 간부사원 대상 워크샵의 경우도 그러하였다. 우리 조직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00거래처의 강의는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자리다. 그것도 그럴것이 어지간한 교육은 다받아본 그들이기에 웬만큼 강의를 해서는 말그대로 씨도 안먹히는 집단이어서이기 때문이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매스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본인이 레크리에이션 강사시절시 제일 힘들었던 대상자 세그룹이 있었는데 과천 정부종합청사 고급 공무원들, 교장선생님 그룹, 교도소 수감원들이 그들이라고. 자유로운 감정표현을 한다라기 보다는 권위와 위엄으로써 뭉쳐진 조직.

 

00거래처의 경우도 결코 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쉬운 대상은 아니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여섯시간. 이시간동안 나는 이 수강생들에게 무언가를 심어주어야 한다. 무엇을 심어줄것인가? 무엇을 말할것인가? 정했다. 세밀한 목표관리의 필요성과 스스로의 Action Plan을 설정해 나가게끔 해주기로. 그럼 그에따른 무기는 어떤 것을 쓸것인가? 고민을 하던중 제대로된 Outcome 창출을 위해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 신경 언어 프로그래밍) 기법중 하나인 8 Frame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10억이란 명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팀별로의 목표분배와 인식 그리고 그 역할의 선봉에 서는 팀부장들 자신의 How to를 도출케 해내야한다. 추상적인 것이아닌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나가는 것 그것이 Key였다.

 

강단에 섰다. 나를 바라보는 100여개의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다. 묘한 기분과 가벼운 흥분감으로 인해 나의 세포들이 드디어 춤추기 시작한다.

링에서 경기를 하기전 복싱선수들이 주먹을 마주치며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것처럼,

축구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심판의 경기 시작 휘슬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드디어 전투는 시작된 것이다.

청중들과 오로지 나자신의 맨파워로 함께하는 이 자리는 구분이 되는 장이 아닌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 나는 일방적으로 전달식의 방법을 사용하기 보다는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질문과 나눔, 타인 사례의 경청, 적절한 예화, Role Play, 화법, 공감들이 어울리다 보면 나의 강의는 한편의 드라마가 된다. 축제가 된다. 오페라가 된다. 마당놀이가 된다. 강사가 주체가 아닌 참석자 각자가 주인공으로써 무대에 등단하게 된다.

 

1. 10년 10월 25일 당신이 바라는 영업적인 성과는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2. 그것을 생각으로 떠올리면 어떤 모습의 그림이 됩니까?

3. 그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입니까?

4. 그 성과를 얻으면 당신 자신과 00거점은 어떤 모습으로 변합니까?

5. 그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당신은 어떤 스킬을 사용 합니까?

성과를 얻기 위하여 더욱 필요한 스킬은?

6. 현재 성과를 얻는 것을 막고 있는 장애물은 무엇입니까?

7. 목표달성이 됐을시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8. 이같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조금은 딱딱해 질수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8 Frame의 형식을 활용한 이유가 있다. 여자 특히 아줌마 그들은 목표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점은 영업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비즈니스 현장에서 쓰이는 SMART Goals이라는 단어를 이해시키기도 힘들다. 그럴때면 나는 아래와 같은 비유로써 구체적 계획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곤 한다.

고3수험생 아들과 엄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들. 어떤 대학교엘 가기를 원하는지?”

“좋은 대학교요.”

“좋은 대학교? 어떤 대학?”

“그냥 좋은 대학 음... 서울에 있는 대학요.”

“.... (말문이 막힌다)”

“그럼 서울에 있는 대학 가기위해서 공부를 어떻게 했으면 하는지?”

“열심히요.”

“열심히 어떻게?”

“그냥 열심히요.”

 

주부조직에서는 이처럼 일상에서 일어남직한 예화를 소개하면 공감이 빨라진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영업목표를 물으면 위의 예와 별반 차이없는 추상적인 답변들이 나온다.

“수당 300만원을 타기 위해서는 어떻게 영업활동을 해야할까요?”

“고객을 많이 만나야죠.”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하루에 최소 몇시간 활동, 몇 명의 고객 만나기, 팀원 동반활동 일주일 몇회, 고객카드 00장 받기등 이런 것들인데 그런 대답이 처음에는 잘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구체적인 답변을 스스로 생각케 만드는 오늘 주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1번 문항부터 강의 운영이 시작 되었다. 10억이라는 전체 목표를 가기위해서 당신 부 또는 팀에서 해야할 목표금액 설정. 그리고 이어지는 강의 운영. 문항이 진행될수록 서서히 몰입도가 약해짐이 느껴진다. 더운 여름철 이런 세부적인 주제 항목으로 파헤쳐 들어가기는 그들이나 나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밥값을 하러 이곳에 왔다. 그들과의 강의는 일종의 심리전의 양상을 띤다. 복싱에서 이야기하는 상대편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효한 타격을 노리는 기술인 out boxing 스타일을 해야하는 것이다. 카리스마로 제압을 하는 부분이 있는반면, 유머로써 분위기를 띄어야 하는 순간도 있고, 심금을 울려야 하는 대목도 있다. 이성적이기 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파고들어야 오늘의 목표점에 어느정도 도달할 수가 있다. 그러기위해 음악이나 동영상 내용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그들이 좋아할 장르를 사전 선별해 놓아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준비된 나의 비장의 카드. 그것은 나만의 감각이다. 나는 타인들과 똑같은 강의를 하더라도 차별화되는 나만의 멘트, 억양, 언어, 코멘트가 있다. 많은 노력을 한탓도 있지만 어느정도 타고난 탈렌트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의 강의 엔딩부분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곧잘 있다.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그것이 나의 Hidden이다. 그래서 나는 강의시 나의 스타일을 믿는다.

 

어느덧 마지막 주제에 다다랐다. 아무리 목표관념이 뚜렷하더라도 실행큐가 없으면 무용지물. 어떤 강사가 하더라도 강의를 듣고나면 청중들은 조금씩의 여운을 느낀다. 그래 이렇게 바꾸어 봐야지, 결심했어 나도 이제 변할거야 등의 각오를 새겨보곤 한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똑같은 일상사의 현실에 맞부닥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그래서 이런 말들이 나오곤 한다. 교육은 들을 때 뿐이라고. 그런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반론을 나는 제기한다. 교육이 들을 때 뿐이 안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나라는 실행큐를 설정해서 나가면 된다고. 나는 한사람씩 무대위에 내세워 다음의 질문으로 의식의 향연을 가졌다.

“이같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대답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나는 가혹하게 replay를 외친다. 이부분이 수강생들 각자가 명확히 설정해 나가지 않으면 오늘 나의 강의는 제대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드디어 전투가 끝이났다. 홍건히 땀에 젖은 속옷이며 와이셔츠가 나의 오늘 하루 강의의 열정을 대변해 준다. 마지막 클로징이 이어졌다.

“오늘 끝까지 잘 경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오늘 설정한 여러분의 각오도 조금은 희석이 될것입니다. 그럴때면 작심삼일을 생각하십시오. 작심삼일도 100번 반복하면 300일이 됩니다.”

 

오늘 나는 목표한 밥값을 해내었다.

IP *.117.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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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1 17:29:41 *.126.210.26
너 그날 하루뿐만 아니고 매일 값진 밥값하며 살고 있다는 거 잘 알아..^^
그대야. 어제 우리 저녁 먹으면서 사부님과 오빠 글고 추늬가 한 이야기 꼭 실행에 옮겨봐.
가능할 것 같아. 아니 좋은 거 같아.
모닝마당에 나오는 그 날 가능할 것 같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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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8.01 23:59:48 *.131.127.50

승호는 5기 중에 가장 정상적인(?!) ...
너무나도 정상적인 사람이었어 ^^

그래서 오히려 조금 문제가 됐지,  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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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2010.08.05 17:14:22 *.222.43.189
Hi !
역쉬 즐기는 사람을 따라갈수 없음을 다시 한번 공감하는 강의 시간이었습니다.
 강단 앞에 계실때 진짜로 행복해 보여요
 글쿠  밥 마이 드시옵소서 ^^
  대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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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10.08.06 02:51:36 *.12.21.3
승호오빠의 진가는 시간이 갈수록 드러났지. 늘 뒤에서 말없이 움직이는 사람. 가장 성실한 사람. 자신한텐 엄하고 남한텐 관대한 사람...
난 그런 사람이 좋더라. 지낼수록 진국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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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08.22 15:33:31 *.117.112.84
격려와 지지에 얼굴이 발그스레~ 고마워유.
덕분에 해외 잘다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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