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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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의 눈물
박원순 변호사를 좋아한다. 길에서 죽겠다는 그의 열정과 입버릇처럼 희망을 달고 사는 그의 바이러스에 마침내 나도 감염되고 말았다. 간혹 사람들은 그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다. 아니, 나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10년의 경험과 두 명 영웅의 장렬한 희생을 통해 현실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지, 변화하지 않으려는 고집과 보수적인 생각들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다시 그렇게 아까운 사람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다. 제발이지 나는 그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그래서 이 답답한 한국 사회에 갇힌 마음들을 열어내고, 닫힌 눈들을 뜨게 해주기를 바란다. 소중한 사람이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은 실로 다양하다. 틈틈이 트위터를 통해 뿌려지는 그의 작은 일상들을 다 따라잡기에는 내 걸음이 너무 짧고, 주로는 그가 지은 책과 그가 일구어 놓은 단체들의 사업작풍과 마인드를 통해 그의 생각을 읽어가기를 좋아한다. <아름다운...>이라는 접두사로 시작하는 그의 삶,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그리고 희망제작소. 그는 ‘비타민 프로젝트’로 미래의 씨앗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현실의 힘을 만들었다. 참여연대 시절 그는 쌈꾼으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그는 붉은 머리띠를 머리에 두른 투사가 아니었다. 그는 이성의 힘과 논리로 무장한 사람이었고, 그의 사자후 앞에 누구도 감히 따져들 수 없게 만드는 권위를 가졌다. 그는 ‘멋진 주류’가 무엇인지를 내게 보여주었다. 세상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혜안을 가졌고, 건강한 노블리제를 통해 나눌 줄 아는 성숙한 사회를 꿈꿨다. 지난 해 편한 남방에 청바지를 걸쳐 입고 팔장을 끼고 앉아, ‘희망과 나눔’의 담론을 건네는 새 책-희망을 심다-이 출간되었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
이 말을 볼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들을 때마다 구석진 골방에 갇힌 나의 사고의 세계를 지구촌 곳곳으로 확장시키는 키워드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발딛고 일하는 이 좁은 지역사회의 현실에 발목 잡히지 말라는 주문 같기도 하다.
일상에 매몰되면, 당장의 일에 쫓기다 보면 아프리카에 굶주리는 절반의 인구들을 잊는다. 내가 남기는 음식에도 무심해지고 만다. 아무 커피나 고른다면, 아무 생각없이 마시게 된다.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을 커피의 생산과 소비까지 이어지는 그 연결고리에서 채 하루 1달러도 받지 못하는 생산자들의 눈물을 기억해야할 의무까지는 없다.
그러나 골리앗과 맞서 싸워본 사람들은 그 심정을 안다. 다윗에게 주어진 재주, 돌팔매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 뒤에 주먹을 쥐고, 다윗을 향한 다윗의 승리를 위한 간절한 염원들의 힘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를 잊지 못한다.
누군가 이런 부당한 무역의 관행을 고치려고 나섰고, 그들은 이미 글로벌하고 거대 자본의 힘을 가진 커피업자들의 협박과 고소, 고발에도 외로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충분히 지지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하는 일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면. 사무실 한 켠에 공정무역 커피를 마련해두는 번거로움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다소 비싼 값의 이유를 묻는 이에게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전하는 수고로움 정도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송완균 본부장님이 ‘당연하게 전주의제21에 공정무역 커피를 놓아 달라’고 할 줄 알았다. 사실 그 말을 먼저 물을까 하다가 한번쯤 말을 주겠다 싶어 기다렸지만 끝내 별다른 말이 없었다. 결국 나도 잊어버렸다. 그는 인스탄트 커피를 마시거나 굳이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무난해 보이는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하다. 굳이 아름다운 가게가 애써 주력하고 있는 ‘히말라야의 선물’이나 ‘안데스의 선물’을 고집하지 않았다. 덕분에 내 마음은 덜 불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불편한 권유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안데스의 선물, 참 좋은 이름이다. 그들의 고향이 안데스 산맥이고, 안데스의 품이 그들을 키워냈다. 멀리 남미의 안데스로부터 나에게 전해지는 따뜻함이 전해진다.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이다. 설레임이 함께 한다. 내가 이름을 지었다면, 나는 ‘안데스의 눈물’이라고 지었을 것이다. 다소 슬프고 무겁게도 느껴지지만, 이 한 잔의 커피를 만들고, 내가 그 커피를 마시게 되기까지의 기가 막힌 사연들을 함께 담고 싶은 것이다. 그것까지도 담아 마시고 싶고, 커피를 나누면서 그런 기가 막힌 사연들을 함께 전하고 싶은 이유에서다.
토요일 아침, 9월의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린다.
커피생각이 난다.
안데스의 눈물도 생각난다.
그리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우리 시대의 다윗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수십년전 게바라가 오토바이를 타고 갔던 그 길을 따라서..갈 것이다.
그 길에서 안데스의 품에 안겨 잠도 잘 것이고, 그의 눈물도 마셔볼 것이다.
내키면..몇 주 정도는 커피농장에서 일도 해보고 싶고, 코코넛 원액으로 만든 차도 마셔볼테다
마츄피츄에 들러볼 것이며, 그 재단에 바쳐졌던 나의 연인에 대한 시도 쓸 것이다.
나는 스페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생각이고, 그들이 현재 스페인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신기하게 여겨볼 계획이다. 아르헨티나에 들르게 되면, 한시적 육식도 할 것이다.
왜 베네수엘라 여인들이 이쁜지를 낮과 밤을 세워가며 연구해 볼 욕심이다. 그 연구성과는 두고두고
책대신 술집에서 더 잘 팔릴 것이고, 나는 그 때 흘린 땀과 코피를 공짜 술값으로 되돌려 받을 것이다.
브라질에 가면 룰라보다는 레르레느 전 꾸리티바 시장 인터뷰도 해 볼 생각이고, 그들만이 포르투칼어를
고집하는 이유도 따져봄은 물론이고, 삼바축제에서 데킬라를 마시고 깨를 벗고 도로에 벌러덩 누워도 볼 속셈이다.
에콰도르가 정말 적도에 있는지, 콜롬비아산 아편의 질은 여전히 좋은지, 알려면 말라리아 예방주사도 맞고 총도 하나 구해야 할 것같다. 갖고 싶었던 리볼버 정도는 있어야 하겠지.
돌아오기전에 쿠바를 들를 거 같다. 그때까지 카스트로가 살아 있다면, 나는 그에게서 게바라와는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혁명가의 삶을 물을 것이다. 그러려면...권총이랑 오토바이를 살 돈이며, 특별히 베네수엘라에서 수행할 연구과제에는 수업료가 많이 들것이기에.. 돈이 필요하겠다. 책이 잘 팔려야 할 이유가 생겼네. 글을 잘 써야 할 이유가 생겼네.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할 하루가 중요하네.. 그래... 안철수부터...카스트로까지...오늘부터...5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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