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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 참배의 길을 올라가는 중에 좌측 봉긋 솟아있는 돌덩어리가 눈에 띄어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다.
“저게 뭐예요?”
“옴파로스예요.”
옴파로스? 예전 CM송을 통해 즐겨 들었던 의류업체 로고로 소개된 옴파로스(Omphalos)가 여기에 왜? 무슨 이유로?
옴파로스(Omphalos)는 라틴어로 '배꼽' '세계의 중심' 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중앙 또는 중심을 의미한다. 동양의 중화사상으로 무장된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리스를 지구의 중심이라 생각했었다. 그중에서도 델포이시는 세상의 중심으로 여겨졌던 곳으로 그 위치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돌이 옴파로스-사진의 원석은 델피 박물관에 현재 소장중-이다.
중심? 중심(中心)이라?
초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장에는 각종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시소, 그네, 철봉, 미끄럼틀등. 그중에서도 남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것중에 하나가 지구의(地球儀) 일명 뺑뺑이라고 불리우는 기구였다. 줄을서며 기다려서 탈정도였으니까. 어느날 나는 지구 모양을 닮은 기구에 겁 없이 올라탔다. 그러자 친구들은 무어가 그리 재미있는지 여러명이 달라붙더니 나를 태운 기구를 열심히 돌리기 시작하였다. 한바퀴 두바퀴가 돌아가고 원심력의 힘에 의해 더욱 속도가 붙자 나는 재미가 들기 시작했다. 리사이틀(recital)이 시작된 것이다.
빙글 빙글 돌아가는 세상이 아주 신기하였다.
내가 도는 것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듯 하는 것이 어린 마음에도 무척이나 뿌듯하고 경이로워 보였다.
돌아가는 세상은 정지해 있을때의 세상과 달라 보였다.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있었다. 그에따라 나의 시야도 돌아갔다. 아! 그래서 갈릴레이가 지구는 돈다라고 이야기 했었구나 라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그런데 쾌감은 그때까지였다. 짗궃은 친구들이 너무 빨리 기구를 돌리는 통에 나는 그만 잡고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아! 난다. 나는구나. 날아가는구나.
이카루스는 새의 깃털을 통해서 날았지만 나는 지구의를 통해서 날아올랐다.
하늘을 날았다. 멀리 멀리.
이대로 세상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순간 세상이 변화되었다.
구름도, 사람도, 건물도, 나무도, 마음도 모든 것이 거꾸로 보였다.
하하~ 거꾸로의 세상도 재미있구나.
그렇지. 세상이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세상을 향해 어떻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다르게 보여지는구나.
하지만 깨달음은 잠깐이었다.
나는 운동장에 만유인력의 법칙 그대로 조용히(?) 머리부터 착지를 카운팅하고 있었다.
그때의 짧은 경험과 옴파로스와의 만남.
그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제 세상의 중심은 바뀌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나의 중심, 내가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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