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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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34 - 그리스인이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
여행을 하다보면 궁금한 것이 참 많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함께 다니면서 내가 보고싶은 것을 다 찾아다닐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질문을 시작하면 구렁이 담 넘듯 지나갈 수가 없다. 야무진 첫째는 이해가 될 때까지 묻고 , 정이 많은 둘째는 자기를 보며 말하라고 턱을 잡아 당기기 때문이다.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묻고 이해할 때까지 말을 거는 아이들에게 모두 다 대답해 주려면 상당한 지식과 지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열흘간 그리스와 터키를 여행하면서 현지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글도 안되고 말도 안되니 참 답답했다. 그래서 날이 더 덥게 느껴졌었나 보다. 이제는 한곳에 오래 머물면서 그 도시를 익혀가는 넉넉한 여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씩 낯선 문물을 익혀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죽음이란 화두를 들고 밤낮으로 정진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이번 여행길에서도 이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버스를 타고 길을 달려가는 동안 길옆에 작고 아담한 건축물들이 보였고 꽃이 봉헌되어 있었다.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망자를 위해 세운 작은 교회였다. 그 자리에 작은 표지를 만들어 망자를 위로하고 길가는 나그네에게는 조심운전을 하라고 당부한다.
한국 사람들은 설날과 추석에 제사를 지내며 그해의 시작과 추수를 기념한다. 그리스의 세시풍속은 부활절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원 후 600년부터 비잔틴 제국이 망하는 1453년까지 근 1000년 동안 그리스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았다. 그들은 신화를 창조하고 믿었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철학과 논리학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교 신학의 틀을 만들었다. 이제는 전 국민의 95%가 정교회신자이고 이젠 정교인이 아니면 공직자가 되기도 어렵다. 부활절은 죽음으로서 죽음을 극복하고 새 생명을 세상에 가져다준 예수 그리스도를 기리는 축제이다. 그렇기에 1년의 삼분의 일은 종교의례의 세시풍속을 따라 살아간다.
아기가 태어난지 40일이 되는 날, 교회에 가서 입당식을 올린다. 가까운 친척들에게 아이의 존재를 신고하는 우리의 백일과 유사하다. 그리고 일 년 안에 적당한 시기를 골라 세례를 성대하게 치른다. 돌잔치와 비슷하다. 나는 미코노스섬의 펠리칸 광장에서 잠깐 이 세례식을 엿볼 수 있었다. 잘 차려입은 사람들 속에서 주인공을 찾다가 아기를 보았던 것이다. 결혼식은 장엄하면서도 숭고하게 치른다. 식은 보통 해가 진 저녁에 이루어진다. 모든 등을 켜 밝게 만든 교회 안에서 가장 아름답게 꾸민 신랑 신부가 서있고 화려한 예복을 입은 근엄한 사제가 결혼 예식을 집전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정교회의 결혼식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말한다. 원칙적으로 이혼을 인정하지 않고 한사람이 교회에서 치를 수 있는 결혼식의 횟수는 세 번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환갑이나 칠순 같은 나이에 대한 통과의례는 없다. 결혼식 이후에는 오로지 장례식이란 통과의례만 남는다. 그리스의 묘지는 모두 교회가 관리한다. 사람이 죽으면 교회는 3년 동안 묘지를 빌려준다. 3년이 지나면 석관을 열어 육탈이 된 것을 확인하고는 뼈를 추려 가족의 납골당으로 모신다. 만약 그때까지 육탈이 완전하지 않으면 2년의 유예기간을 준다. 이렇게 비워진 묘지는 일정한 휴지기를 거쳐 다시 다른 사람에게 대여된다. 따라서 비가 적고 건조한 그리스 땅에서 묘지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나는 한 해를 마감하는 시기에 망우리 공동묘지를 걸어 다닌 적이 있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갔기에 무섭지는 않았지만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기에는 참 좋은 곳인 것 같다. 가족이든, 국가이든 신화 속에서 죽은 사람은 우리의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저승에 가서도 이승에서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며 우리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 죽은 사람을 언급하는 것은 더 이상 무서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고인이 우리를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내마음속의 영웅을 액자에 담아 책상 앞에 모셔두고 삶의 중요한 결정은 그에게 물어 답을 구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인의 입에 오볼로스(obolos)라는 동전을 넣어 스틱스 강을 건네주는 뱃사공 카론에게 배삯으로 주게 했다. 만약 동전 한 잎을 넣지 않고 장례식을 마치면 죽은 자의 영혼은 저승사자가 그의 운명을 결정할 때까지 백 년 동안 구천을 헤매게 된단다. 안티고네가 오빠의 시신을 거두려고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를 이해 할 수 있다. 트로이의왕 프리아모스가 죽음을 불사하고 아들 헥토르의 시체를 찾으려 한 이야기에서도 영혼의 안식에 대한 그리스인의 염원을 알 수 있다. 사실 죽음은 우리가 거쳐가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정교회의 사제는 장례미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죽음아, 너의 승리는 어디에 있느냐?”사람들은 다시 생각해 본다. “인생아, 너의 승리는 어디에 있느냐?”
그리스 신화에는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세 자매의 여신 모이라(Moira)가 있다. 세 자매는 양털 실을 실패에 감으면서 인간의 운명을 정한다. 탄생을 맡아보는 클로토는 실을 뽑아내고, 수명과 운명을 결정하는 라케시스는 실을 감으며, 죽음을 담당하는 아트로포스는 적당하다 싶을 때 실을 자른다. 에피쿠로스는 BC 4세기의 그리스 철학자다. 그는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죽음이 없고, 죽음이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철학 한다는 것은 죽음을 배우는 것이다” 라는 말은 초연히 죽음을 맞으며 인류사에 명장면을 남긴 소크라테스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인간의 영혼의 불멸을 믿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다. “시민들이여, 사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전혀 갖지 못한 어떤 지식을 가졌다고 우기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결국, 그것은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비록 죽음이 인간에게 가장 큰 재난이 아닐 수 있다 해도 어느 누구도 죽음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가장 큰 불행이라고 믿는 자신들의 지식이 완벽하기라도 한 것처럼 죽음을 두려워한다. ”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근데 내글 안읽었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단다.
사실 우리 식구들도 안읽어....
가족도 안읽는 글을 꾸준히 쓰고있는 나도 참 우끼는 사람이야.
초창기에는 내 친구들도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잘 안보인다길래
활자를 키웠는데...이젠 관심도 없어...글씨가 안보이는게 아니라...글이 재미없어서 그래.
어쩌냐 여기까지 왔는데....산토리니의 당나귀처럼 머리를 끄덕거리며.... 조금만 더 가봐야지...
581 582 583....오팔팔.....
근데 망우리에는 처녀 총각들하고 야간산행 가느라고 갔었는데....
박인환 한용운 방정환 오세창 이중섭...아는 분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지나 가느라고 그날 좀 바빴어....ㅎㅎ....

전에 연주의 글 어디에선가 동생 이야기를 읽었어...
그래서 유난히 더 마음이 씌였나봐 연주에게.....
정말 그럴것 같아. 못다준 사랑이 아쉬운거지...
그런데 한번 두번 죽음에 관해 묵상을 해보면 그렇게 두려움만 따라오는 건 아닌 것 같더라.
어떤 편안한 휴식 같은 것이 자주 연상되기도해
그리고 하나의 단계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연주 말처럼 멋지게 살고 멋지게 경계를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올해는 보름달이 좀 작아진 것 같더라.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그래도 소원은 말해드렸어... 달님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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