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철
- 조회 수 3075
- 댓글 수 5
- 추천 수 0
젊은 놈 싸가지 하고는...
결혼이나 했을까? 아직 머리숱이 검은 것을 보니, 어림잡아 내 또래나 아니면 그 아래쯤으로 보인다. 책상 너머로 흘깃 어머니를 한 번 쳐다보더니, ‘000씨?’라고 이름을 묻고는 바로 차트를 넘기고 컴퓨터 모니터의 알지 못하는 영어와 숫자들 사이를 헤집는다.
“지난 번에도 한 번 왔었구만..”
“긍게 짜게 먹지 말고, 운동 좀 하라니깐...”
어머니는 죄인이다. 평소답지 않게 잔뜩 주눅이 들어 젊은 의사의 질문인지, 아닌지도 모를 훈계에 변명마저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옆에 서 있는 내 눈치를 살피기도 하고,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우물쭈물... 애궂은 손바닥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000씨, 내말 좀 들어요. 병원에서 준 약 꾸준히 먹고, 한 달에 한 번 치료받는 거 빠뜨리지 말고... 안 그러면 죽어. 아직 나이도 한창인데, 그러다 치매라도 걸리면 자식들한테 짐이잖아요. 그러고 싶어요?”
‘치매’ ‘자식들에게 짐’이라는 말에 더 이상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 또래에 그보다 더 무서운 말들이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처럼 젊은 의사의 입에서 뱉어져 나오는 말에 어머니는 마음의 병을 하나 더 얻어서 병원을 나선다.
진료결과를 궁금해라 하는 딸의 전화벨소리가 심란하게 들린다.
“긍게 내가 뭐라고 혀... 의사 말이 맞잖아. 좀 허란대로 좀 혀.. 고집 좀 부리지 말고”
자식 낳아 키워봐야 다 소용 없다더만, 시집간 딸년도 도움이 안 된다. 이럴 땐 먼저 훌쩍 떠나버린 지겨운 그 인간이 보고 싶다. 평생 속만 썩이다 간 줄 알았더니만, 미운 정 때문인가.. 웬수같은 인간. 좀만 더 오래 살지. 끝내 도움이 안되는구만.
애궂은 하늘 탓만 한다. 오살맞게 날씨도 좋네.
어머니는 병원에 가길 두려워한다. 할머니들을 위한 ‘마을회관’같은 병원은 없는 것일까. 노인전문병원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낯설고, 포르말린 냄새도 싫다. 얼마나 살았고 얼마나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아래도 없이 말을 뱉어내는 젊은 의사놈 꼴도 보기 싫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병이름들 하며, 읽어도 통 무슨 약인지도 모를 처방전도 그렇다. 그저 먹어야 안 아프다고 하니까, 먹을 뿐이다. 왜 먹는지, 얼마를 더 먹어야 하는지도 알 길 없다. 늘 하는 소리도 똑 같다. 짜게 먹지 말고, 꼬박꼬박 운동하고, 빠뜨리지 말고 약 챙겨먹고, 때 되면 병원에 오고, 아프면 숨기지 말라하고.
어머니는 병원보다 마을회관이 더 편하다. 치매예방엔 고스톱만한 것이 없다. 화병에는 ‘서방욕’만한 약이 없다. 노화에는 웃음만한 치료제를 알지 못한다. 치료비라고 해야 오늘 아침 부친 따뜻한 ‘김치전’ 두어 장이면 땡이다. 아직 두 다리 성하니, 살살 걸어가면 된다. 굳이 시간 정해놓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 예약시간 신경 안 써도 된다. 놀다 지치면, 한 숨 늘어지면 된다. 남의 눈치 볼 이유도 없다. 볕 좋은 날 햇볕은 사우나보다 낫다. 땀 흘리고 싶으면, 호미하나 들고 고구마 밭 두어이렁 쯤만 갈면 될 일이다.
어머니에겐 마을회관만한 놀이터도 병원도 없다.

'다리올려봐! 어... 관챊구만...'
짜시기 날 언제봤다고 반말이야.. 빈정대는 듯한 말투에 바라보는 눈빛이 가소롭다.
"야이... 시발가사이끼! 너 주글래,,, 멀쩡한데 여기와서 3시간이나 기다리냐?"
" 글고... 내가 니 친구냐.. 어디서 말을 함부로 흐쳐부냐... 그먼 못쓴다잉...
이..칵.. 디지게 패고 한 대 더 패불랑께... "
오래 전에,,, 나가.... 정형외과 가서 마빡에 피도 안마른 레지던트 패 쥑일려고 했제...
그때, 한 손으로 승모근잡고 다른 손으로 꼼마리 쥐어서 들어 올려가지고 확 뒤집어가지고 땅에
박아 버릴려고 확들어 올렸지,,, 나가 왕년에 한 심..했다..잉...
그렇게 병원 홀랑당 뒤집어 놓고, 의사가 와서 ... 사과해서, 그냥 마빡 손바닥으로 한 대 때리고
내비두기로 했그만... (사실 인 놈들은 뒤지게 패야 말을 듣거든... 그랗께...내가 법이 무서운게 아니라,,,
울 아버지가 무서워서... )
노인네 '맴'이 많이 상하셨것다. 같이 집에서 고스톱이나 한 판 때려라...!
나 지금 미쳐불것다. 글도 안되고 말도 안되고 컴퓨터는 해킹당하고 아그들은 시위중이고.
누나는 잔소리해대고, 새벽별보고 있는데, 자정이 넘어서야 돌아온다.
니미... 조용히 살기 틀렸으먼, 시끄럽게 살지뭐... 아아아ㅇ아아아아~~~악... 악 악 악....
어차피 바꾸는 거, 확 바꺼불랑께로.....

참말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사에 진짜로 싸가지 없는 것들이 누구던가?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외삼촌 돌아가신 날인데 그렇더라고...... . 모다들 인간 구실 제대로 하고 싸.가.지. 있.게. 사는 지 물어보게 뒤아. 날마다 떠들고 설쳐댈 뿐. 무엇 하나 반듯하게 감싸며 옳게 챙기면서 살고 있나? 우리들!!! 우덜은 아닌 양 천 날 만날 저 잘났다고 이구석 저구탱이에서 삐약될 뿐이지...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