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아.
처음 이야기하던 날 내가 했던 말 기억하니?
"사장님이라 험한 꼴 당할 일 별로 없었겠다."고 했던..^^;;

직장다니면서 젤 괴로웠던 순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 못한 게 아닌데
'잘 못했다'고 해야하는 그 순간.
참으로 장기적으로 꼼꼼히 검토해봐도 어이없게 후진 인격체에게
나의 고매한 영혼을 팔아야 하는 그 순간.

근데..참..
이 놈의 세월이 넘 무서운거야.
시간이 지나니까 '절대 善'이라고 믿었던 내 인격의 카피본들이 들어오더라.
나보다 훨 영하고 에너제틱한..
게네들 보니까 진짜 미치겠더라.
저 천둥벌거숭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입사 10년차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 완전 진퇴양난이었던 것 같아.

그때 너를 보니, 사장님이 이런 고뇌를 알기나 하겠어? 하는 마음이 들었었나봐.

이번에 <국화와 칼> 읽으면서 다시한번 반성했다.
그래도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가 가는 길만 '길'이라고 우기는 게 얼마나 바보같은 지 이제라도 알았으니까 말야.

저마다가 찾아낸 길위에서 기쁨으로 커나가는 우리. 
참 멋지다. 그치?    ^^

글구 미안했다. 용서해줄꺼지?  ^^*


 

본격적인 출간 준비모드에 접어들어서인지 다들 글이 좋아졌다.
매일매일이 순탄치 않은 수행의 연속인 손님 맞기를 실감나게
잘 그렸구나. 장사하면서 만난 사람들 하나하나가 때로는 공포의
대상인 줄 모르겠지만 글에는 분명 생동감을 주는 것 같다 ＾＾

네 글을 읽으니, 예전 회사에서 읽었던 책 속의 한 문장이 생각난다.
방문판매자 얘기였던 것 같은데, 초인종을 누르며 제발 아무도 없기를 애타게 바라고,
누구세요?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철렁했다는...
판매왕이 된 지금도 아침에 사무실에서 나갈 때, 두렵다고...
어쩌면 이게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부딪치는 진짜 모습인지도 몰라.

집에 있으니, 가장 편한 점은 싫은 소리 들을 일이 없다는 거야.
눈치볼 사람도 없지. 최소한의 의무를 행하면 다 내 맘대로...
그런데 한편 스스로를 경계한다. 
편한 것, 치열한 일상에서 돌아와 쉬는 것이 아닌, 늘어짐의 반복은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도 나태하게 만든다.
매순간 당겨진 고무줄도 탄성을 잃기 마련이지만, 당겨짐이 없는 고무줄도 나중엔 그 본성을 잃게 된다.

결국 산다는 것은 그 둘의 역동적인 균형이구나, 온몸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인심 좋은 아줌마 같은 표정으로 넘기자, 어딜 은근슬쩍 넘어갈려고 하냐며 화를 냈다"
모든 일에는 내공이 필요하군요. 똑같은 말, 똑같은 행동, 똑같은 일처리를 해도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죠. 특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와 손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교사와 부모,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생각해봅니다. 그 속에서 제 포지션도요.
사장님이란 직함이 멋있어 보이는데 그 직함에 어울리는 책임이 따르니 역시 쉽지 않습니다.
오빠의 업장에서의 경험들이 녹아나는 글이 자영업자가 아닌 제게도 많은 공감이 됩니다.
글에서 점점 사람냄새가 납니다. 좋아요~^^

처음에는 인용문이 참 많았지.
이제는 너의 이야기로 바뀌어 있어.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현장감이 있다.
변경연에서 가장 많이 변화 하고 있는 인건아~~
날개를 달았으니 훨훨 날아 보아라. ^^

그래..
스승님이 말씀하신, 글쓰기 방법...
최단거리로 무찔러라...,....요즘 인건이의 필살기가 된 것 같다.
현장이 함께 하니, 슬슬 너의 진정한 문체가 보일 것 같다..
홧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