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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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아름다운 춤을 추고 싶었다.
햇살 가득 받으며, 따스한 햇살 아래 몸을 내맡기고 하늘하늘 가벼운 옷차림에 가벼운 신발을 신고
쉬임없이 그냥 그렇게 햇살을 받으며 행복하게 춤을 추고 싶었다..
그러나.. 내 세상은 어두었다..
캄캄하여 앞이 보이지 않았고, 그 곳은 마니 춥고 마니 외로웠다..
살기 위해, 살아야 하니까 두터운 옷으로 무장하고 어두운 곳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를 맞추고저 사력을 다했다. 살아야 했으니까..
그렇게라도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아무리 떠돌아도 미로 속 어둠은 걷히지가 않았다.
영혼의 블랙홀과도 같은 그 곳, 그 시간들.. 지옥은 사후세계만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나의 몸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의 세계는 늘 슬픔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기도..
그랬던 것 같다.
삶의 생명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
영혼 깊이 살아 숨쉬는 내 마지막 생명의 불꽃이 기도를 했던 것 같다..
빛이다..
오랜 세월 어둠에 익숙해져 잘 보이지 않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서 한 줄기 빛이 보인다..
그 빛을 타고 다가온 공기의 느낌..
지금까지의 축축함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의 그 무언가가 느껴진다..
저 빛을 따라가야만 하는데..
천 년이란 긴 세월을 갇혀있어서 일까. 몸이 너무 무겁다..
겨우 일으켜 한 걸음을 내디디려 하면, 가느다란 그 빛을 누르고 들려오는 세상 소리들이 너무 커진다.
무섭다. 다시 그 자리, 내가 늘 있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다..
한 걸음 내딛고 세 걸음 미끄러지며 겨우 블랙홀에서 빠져 나왔는데..
내 앞에 펼쳐진 건 사막이다.. 이럴수가..
이건 너무 가혹한거 아닐까..
사막을 통과하라 하시다니.. 내겐 그럴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걸..
저게 뭐지..
저기 멀리.. 저만치 멀리서 별이 빛난다. 북극성이다..
아.. 블랙홀을 비춰주던 그 한줄기 빛이 사실은 북극성이었구나..
예쁘다..
어쩐지 따스할 것도 같고..
그래 이 느낌인데.. 이 따스함.. 생명받기 이전부터 내가 꿈꾸던 바로 그거..
뒤돌아보니 발밑에서 방금 빠져나온 블랙홀이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나를 쳐다본다.
눈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 펼쳐져 있다.
그 때였다.
잠깐, 아주 잠깐이지만 저기 멀리 보이던 북극성이 커다란 태양처럼 나를 덮친다.
그 강렬함. 데일 것만 같은 열기.
찰나에 불과했지만 여직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 무언가가 나를 이끈다..
발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라 하지 않았거늘, 한 걸음 내딛는다. 북극성을 향하여..
걷고 있다.
뒤 돌아보지 않고 사막 모래 위를 걷고 있다..
사막 모래 폭풍이 나를 휘감아 올린다.
물기 하나없는 건조한 모래밭이 내 안의 수분조차 앗아간다..
물이어라..
인간이자 암컷이었다. 암컷 인간은 물처럼 살라한다..
사막 모래 깊은 곳으로 살며시 스며들어 적셔주는 물처럼..
내 눈물, 내 슬픔은 따스한 물빛이되어야 한다고..
심장에서 한 방울 따스한 눈물이 사막 모래 위에 떨어졌다.
신기하다.. 몰랐는데 내가 걷고 있는 황량한 사막이 황금빛 모래바다로 출렁인다..
아름답다..
낮이면 금빛 모래바다가 출렁이고, 밤이면 별빛바다가 쏟아져 내린다..
들린다. 별들의 소리가..
그들의 아름다운 선율이 내 마음을 적셔,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아직 걷고 있다..
그러나 이제 난 이 사막여행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
그 위대한 아름다움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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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제게 연구원 3년차이자, 단군의 후예 3백일을 동시에 시작하는 또 하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해입니다.
"변화라는 뿌리를 딛고, 관계라는 줄기를 타고, 문화라는 제 꽃을 피우겠습니다.."라고 되뇌였습니다..
"천직이란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이룬 진정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라는 말씀만을 지니고
천복에서 천직으로의 길 걷겠습니다.
부지런히 자아성찰을 이어가 스러지는 낙엽이 아닌 별을 마음에 품고 살겠습니다.
부지런히 천복을 연마하여 천직이 일상의 업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세상과 아름다운 접점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그 접점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제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슬픔보단 기쁨으로, 두려움보단 설레임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에 별을 품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