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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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인지의 전환’을 하라 -20110214
<변화는 3단계를 거친다는 인지전환>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우리는 1부에서 ‘무기력’이 한사람의 정신을 파괴하고 파멸로 가져가는 과정을 보았다. 이미 본 것처럼 무기력은 인간의 정신을 말살하여 아무 것도 시도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정신의 치명적인 독소이다. 그러므로 그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강력한 페니실린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페미실린은 우리 마음 안에 있다. 무기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기력했던 과거와의 단절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일종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당연히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이므로 ‘마음의 변화’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음의 변화, 그것만이 스스로를 무기력에서 건져낼 수 있다.
그렇다면 무기력을 이겨낼 ‘마음의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2부와 3부를 통해 무기력을 이겨낼, 크고 작은 전략이 될 수 있을 ‘마음의 변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알아갈 것이다. 그 전략을 이해하기 전에 가장 먼저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변화가 3단계를 거쳐 일어난다는 중요하지만 간과되기 쉬운 진실이다.
무기력을 이겨낼 ‘마음의 변화’는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 뱀이 오래된 아름답지 못한 허물을 벗듯이 변화가 단숨에 일어나면 좋겠지만 모든 변화는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모든 물리적 변화에는 심리적 변화를 동반해야 하는데 심리적 변화는 저항이 크다. 따라서 변화는 단숨에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 변화 전문가 윌리엄 브리지스는 ‘변화와 변환(Transition)’이라는 용어를 분리하여 이 개념을 설명한다. 이사를 한다거나 졸업을 하는 등 물리적인 현상이 바뀔 때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변환’은 그 물리적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한다. 이 ‘변환’은 물리적 ‘변화’를 자신의 삶속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마음내부의 수용 과정이다.
만약 어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면 그에게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이 아이가 대학생의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대학진학을 받아들일 때 변환도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변화와 변환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사례이다. 그러나 재수를 하였으나 다시 대학에 낙방한 삼수생이 이제 다시는 대학에 떨어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학원을 옮겼으나, 기존의 공부 방식을 버리고 주도적인 새로운 공부 습관을 택하거나 자신에 대한 믿음 등에 어떤 변환도 일어나지 않고 예전 습관대로 공부를 한다면 이 삼수생에게 변환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변화’는 하였지만 ‘변환’은 하지 못한 사례이다.
이와 같이 변화와 변환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분리되어 일어나기도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물리적인 변화만 있으면 심리적 변환이 자동으로 동반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우리 마음 내부에는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진 세계와 자신에 대한 ‘마음이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인지치료가 아론 벡 박사는 이것을 ‘세계와 자신에 대한 믿음(Belief)’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 ‘마음의 시각’ 혹은 ‘세계에 대한 믿음’은 쉽게 변경되지 않는다. 이 ‘믿음’과 ‘마음의 시각’은 우리 마음 내부에서 오랜 시간 동안 축척된 퇴적물이다. 단숨에 걷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오랜 퇴적물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적응을 막고 과거로의 회귀를 독촉하는 가장 강력한 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사실, 변환을 원하는 자신을 가장 막는 것이 자신 스스로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 마음의 적이 그 어떤 적보다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물리적 변화와 심리적 변환이 동시에 일어날 때 가장 희생을 적게 치를 수 있는 최선책이지만, 이 둘이 동시에 일어나기엔 마음 내부의 이 퇴적된 저항 요소의 반발이 너무 심하다. 그런 이유로 변화와 변환은 시간을 두고 일어난다. 간혹 변화 이전에 변환이 먼저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변환이 늦게 일어난다. 그리고 이 둘이 시간차를 두고 일어날 때 그 사이에 ‘공백’이 발생한다.
이 공백 기간 동안 마음내부에는 통치자가 사라진다. 오래된 과거의 법칙이 먹히지도 않고 새로운 규칙도 만들어 지지 않는 무법시대가 도래한다. 어떤 법도 지배할 수 없으므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말라. 이곳에 들어간 사람은 과거로 회귀하려고 한다. 이미 현실은 변화했는데 계속하여 과거의 법칙을 적용하려 하나 먹히지 않으므로 이 기간은 그 당사자에게는 재앙의 시기이다. 인간이 가장 무기력해질 수 있는 시기도 이때이다.
<변화가 어려울 것을 미리 예상하라>
인간이 어떤 변화를 하기 위해선 그 변화의 종류가 무엇이든 3단계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윌리엄 브리지스는 그 3단계의 과정을 “끝냄->중간(중립)지대->새로운 시작“이라고 명료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단계는 복합적으로 섞여서 일어나기도 하고 단계별로 분리되어 발생하기도 한다. 혹시 ‘새로운 시작’만 있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가? 라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만 존재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출발하면 우리는 변화에 실패한다. 우리가 변환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시작’에만 집중하고 과거를 단절하고 구습을 끝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의 어떤 것에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에 ‘중립지대’가 존재한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중립지대는 간과되기 쉬운 지역이지만, 이 영역을 무시하거나 잊어버리면 그 댓가를 혹독히 치루어야 하는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되는 ‘마음의 함정’이기도 하다.
변화란 본질적으로 구세계에서 벗어나서 신세계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끝냄’을 시작으로 해서 ‘새로운 시작’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구세계를 벗어나는 것은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날을 맞는 일이므로 변화에 처한 사람은 “익숙했던 과거의 상황을 훌훌 털어내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가로 놓인 혼란과 고통을 무사히 견뎌내 하나씩 극복해 가면서 마침내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윌리엄 브리지스는 모든 변화는 “끝냄->중간(중립)지대->새로운 시작“의 세 단계를 거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세 단계를
‘첫째, 끝이 있다’
‘둘째, 혼란과 고통이 뒤 따른다’
‘셋째, 두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가게 한다.’라고 다시 설명한다.
여기서 3단계 중 ‘혼란과 고통이 따르는 시기’가 ‘중립지대’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혼란과 고통은 변환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변환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면 과거활동 방식으로 복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복귀지향의 마음이 반발심이 되어 새로운 시작을 막아서기 때문에 혼란과 고통이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끝냄’이다. 결국 과거로의 회귀는 마음 내부의 퇴적물이 예전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마음이, ‘과거가 이미 사라졌음’을 인지한다면 과거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중립지의 혼란은 ‘끝을 맺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임을 가장 먼저 아는 것이 마음의 전환 즉 인지 전환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윌리엄 브리지스 역시 세 단계에서 ‘끝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끝을 맺지 못한 상태로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기 때문에 변환에 실패한다는 윌리엄 브리지스의 이론은 우리가 늘 새로운 날을 희망하지만 번번이 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로 봐도 좋을 듯하다. 이런 이유로 매번 시작만 계속 반복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따라서 현 상태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은 모두가 과거와의 단절이이라는 통과의례를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단절 이후 찾아오는 중립지대를 가능한 조속히 벗어나야만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중립지대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1부에서 보았듯이 이 중립지에서 사람이 호소하는 혼란과 고통은 일종의 무기력증과 흡사하다. 따라서 중립지대를 쉽게 통과 하는 것 역시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전략이 되는 것이다.
나는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음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의 변화는 살아오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이 새로운 시각은 아론 벡 박사의 세계에 대한 믿음과 자동적 사고를 재편성 하는 과정이다. 이 재편성이 어렵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이 변화를 쉽게 하기위해서는, 다시 말해 세계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단절이 제일 중요하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마음의 변화 역시 과거의 방식에 대한 단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의 단절인 ‘끝냄’이 없다면 중립지에서 보내는 혼란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변화하였으나 중립지에 머물고 있는 상태로 진정한 변환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변화에는 끝냄이 제일 중요하다.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여기서의 인지전환이다. 그 인지의 전환이 있을 때 끝냄의 통과 의례를 지나쳐, 중립지는 쉽게 통과되고, 유기체에는 진정한 변환이 일어날 것이다.
다음절에서는 끝냄, 중립지, 새로운 시작에 대해 차례대로 자세히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