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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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토요일
요나는 새벽 2시쯤 잠을 청했지만 오질 않았다. 그들은 10일을 카그아일렌드에 묶여 있었다. 금쪽같은 시간을 앉은자리에서 10일이나 허비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 시간동안 풍속계는 20~30노트를 오갔다. 마치 39도를 오르 내리는 열병처럼 손을 쓸 수 없었다. 열이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이제 열은 내렸지만, 요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숀도 마찬가지였다. 요나는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6시 30분에 밖으로 나갔다.
아침 7시 밤새 물살을 가른 Seadiamond가 FY Platform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앙카를 내릴 수는 없었다. 페르시안 펄의 앙카라인과 겹칠 수 있어 무어링 로프만 보트랜딩 사이드에 걸쳤다. 페르시안 펄은 FZ Platforms에서 150미터 정도 떨어져 정박해 있었다.
파도가 그리 잔잔하진 않지만 기다릴 여유가 그들에겐 없어 보였다.
마스터 스테이션 밖으로 향한 스피커로 선장의 찢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배를 안전하게 플랫폼에 접근시켜야하기 때문인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선장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묻어났다. 문제는 꽤 시끄럽다는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FY 플랫폼을 바라보고 있던 요나와 그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던 IOC 사람은 눈이 딱 맞았다. 그는 뭐라 소리쳤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머리 옆으로 옮기며 15도쯤 기울였다.
요나는 알았다는 표시로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예쁘게 원을 만들어 보이며 선장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선장의 스피커 볼륨을 줄이고 싶은 생각이 요나에겐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예의만 차렸다. 그리고는 속으로 되뇌었다.
‘우리는 지금 니들이 잠을 자던지, 선장의 쑈킹한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던지 그런 거 걱정해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미안하다.’
요나는 선장실로 뛰어 들어가듯 숨었다.
그러나 선장실에서는 불난 집에 휘발유 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페르시안 펄’로 부터 격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야~~ 니들 지금 거기 배를 대면 어떻게 해. 빨리 빼.”
페르시안 펄의 싸가지 선장이라는 것을 요나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의 목소리는 꽤 까칠하게 컸다. 싸가지는 뱃고동까지 울렸다.
“니들 뭐해”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듯 했다. 그 순간 모테자가 무전기의 수화기를 들고 거품을 물었다.
“그건 난 모르겠고, 우린 일해야 하니까 입 닥치쇼~~”
모테자는 무전기 수화기를 부셔버릴 듯 내려놓았다. 그러나 그의 입에는 미소가 물려있었다. 그리고는 요나에게 윙크를 하며 선장실 밖으로 내려갔다.
‘잘 한다 모테자’ 요나의 입이 작게 찢어졌다.
Seadiamond의 일은 오전 8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40M 지점의 Member에 Vent Hole을 뚫어야 하는 작업은 수중 용접기를 이용하는데 RD사의 용접기에 문제가 발생된 것이 작업 시작하기 바로 전에서야 확인됐던 것이다.
“타이밍 진짜 절묘하다. 돌겠다.” 요나가 안전모를 벗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요나. Basim에 있는 용접기를 갖고 와야 겠어. 저녁에 시작해야하는데 어떻게 하지...”
저녁에 Basim에서 조달할 예정이라고 모테자가 이야기했다. 요나가 숀에게 지금 상황을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들은 작업 순서를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쳐했다. 요나는 숀에게 우선 -9M 지점의 수평 Member부터 그라우팅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숀이 요나의 말을 모테자와 브라이언에게 전했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모테자가 그랬다며 다이버 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숀이 모테자에게 다시 확인 했다. 그는 서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제 오늘일은 아니지만 숀은 뚜껑이 열릴랑 말랑했다. 다이버 장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한 그는 Member 그라우팅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IOC 감독관인 사바포가 11시경 Seadiamond를 방문했다. 숀은 직접 진행사항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요나도 옆에 앉았다.
“사바포 그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별로 진행된 작업이 없었지만, 우리는 F15의 그라우팅을 마쳤고, FY와 FX에 초점을 맞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숀의 이야기를 듣는 사바포는 진지했다.
사바포는 누구의 이야기든 잘 들어줬다. 숀과 요나는 인상 좋고 마음이 넓은 사바포를 좋아했다.
“아주 좋아. 숀. 나도 FY에 그라우팅을 시작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고마워. 사바포. 그런데 페르시안 펄이 얼마나 더 저기 있게되죠. 우리가 듣기로는 아주 빠진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숀이 속내를 보였다.
“그게 무슨 말야. 3일 후면 플랫폼에 다시 붙을 꺼야.”
숀과 요나는 페르시안 펄이 완전히 빠지는 줄 알았지만, 사바포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들은 3일 후면 페르시안 펄이 다시 플렛폼에 원래 위치로 복귀한다는 말에 크게 실망했다. 만약 그렇다면 작업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주일 정도 작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보겠다고 사바포가 이야기 했다.
“부장님. 어떻게 하죠. 페르시안 펄이 다시 붙는다는데요.” 숀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요나에게 말했다.
“일주일 정도 일할 수 있게 해준다잖아. 그럼 됐지 뭐. 그 시간이면 FY 그라우팅은 끝낼 수 있을 거야.” 요나의 말을 듣고 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바포,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FZ와 F16도 페르시안 펄이 붙은 상황에서는 작업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죠. 이러다가 우리 집에 못가겠어~~” 숀이 웃으며 사바포에게 또다른 도움을 청했다.
“우선 FY 먼저 마무리해줘. 숀. FZ와 F16도 어떻게든 해보자구”
숀은 요나에게 사바포의 말을 전하면서 오늘 리포트에 이 내용을 남기는게 좋겠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시간은 얼마가지 못했다. Basim의 다이버 한명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이 사바포의 무전기를 통해 전해졌다. 긴급히 페르시안 펄로 이동하고 있다고 사바포가 직접 숀에게 말했다. 긴급 상황이 무전기를 타고 Foroozan 필드에 알려지고 있었다.
“숀. 다이버는 내가 페르시안 펄에 있는 의사에게 잘 이야기 할 테니까. 일에 집중해줘. 뭐 별일 있겠어....”
“사바포. 아픈 다이버 이름 알아요?” 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사바포는 무전기를 꺼내 바심과 페르시안 펄로 다이버 이름을 확인했다.
“모테자 솔레마니”
사바포의 말은 들은 숀의 낯빛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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