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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가닥 꿈 하나하나의 실타래가 열릴 때.
겨우내 간직하고 움츠렸던 모든 것을 일시에 흔들어 깨우며,
동토의 땅에서 숨죽이며 기다리던 이끼와 작디작은 살아있던 것들을 어둠에서 밀어내며 축제의 마당으로 초대를 한다.
나 죽지 않았어. 나 잠자고 있었어. 나 여기 있단 말이야. 날좀 보아달라고 외치던 그녀석들을
생명의 절정과 신비를 느끼게 하듯 봄은 숨죽이며 있던 모든 것을 부드러운 손길로 불러일으킨다.
수많은 생명 순환 고리의 정점에서 깨우는 작업을 하는 봄이라는 상징성.
그 에너지는 한껏 물이 오른 봄처녀의 보일락 말락 한 가슴 언저리를 애끓듯 훔쳐보는 발정난 남정네의 두근거림처럼 무심히 일어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우유빛깔 가슴 젖무덤을 통해 또 다른 세계의 황홀함을 배우듯 그 너머의 세계를 느끼게끔 한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결혼을 통한 생명의 잉태후 자신의 자식에게 첫 초유로써 생명의 공급을 하듯, 봄은 겨우내 살을 에이고 추웠던 그 억압된 모든 것에서의 잉태를 축하하며 경이로운 사상과 생명의 계절로 우리를 인도한다.
죽어있던 계절의 척박한 잔디에서 초록의 샘을 솟게 하고
잿빛 하늘을 푸른색으로 채색하며
가녀디 여린 불면 부러질 것 같은 마디마디 마다 뜨거운 기운을 흐르게 한다.
일어나. 일어나. 이제 잠에서 깨어야할 시간이야. 이제 세상에 당신을 드러낼 그때가 왔어 라고 속삭인다.
그 부름에 힘입어 세상은 하품을 한다.
나무에서 새순이 돋고 형형색색 준비된 꽃망울을 터뜨리며 앞으로의 밝음에 대한 힘찬 날갯짓을 한다.
이에 창공을 나는 새는 환희로써 노래하고
물가 소금쟁이는 신나게 자맥질의 놀이에 빠진다.
어이 예쁜 아가씨 날좀 봐줘요 라며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공작새가 감추어둔 아르고스의 눈을 도도히 펼쳐 보이듯 각자의 색깔로 메이크업을 하고 뽐을 낸다.
봄은 힘이 세다.
그 힘은 카리스마에서 권력에서 위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찬 바람에서가 아닌 따뜻한 햇살로써 나그네의 외투를 슬며시 벗기우는 것처럼
살랑살랑 남심의 마음을 유혹하는 여인의 짧은 스커트에서처럼
우리의 마음을 저리게 하고 스스로의 무장을 해체 시킨다.
예수라는 분이 소경에게 에파타라고 외치며 눈을 뜨게 하는 것처럼
봄은 세상 모든 것의 잠재된 에너지와 생명력에게 호소한다.
당신의 능력을 마음껏 보여주세요 라고 외치며 그 무대를 제공하고 기회를 열게 한다.
이에 화답하듯 스스로는 각자의 연출로써 삶을 채색하며 물들인다.
뜨거운 봄.
세상이라는 무대에 불을 지른다.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도발을 하게 한다.
촉진적인 촉매제의 역할.
이로써 우리는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고 경건해 진다.
봄은 아름다운 그녀의 전령사요 메신저이다.
그리고 희망이다.
희망이 있다는 것.
나도 보여줄 것이 있다는 것.
준비된 히든카드의 한수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 그 계절이 기다림 끝에 온다는 것.
봄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그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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