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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사람은 누구나 마찬 가지듯 욕심을 낸다. 잘하고 싶기에 인정을 받고 싶기에. 그러다 그것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결과로 패착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성과를 내어야 하는 조직생활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나처럼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는 교육생의 성장과 발전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가 인식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세일즈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각기의 개인적 성향뿐 아니라 지역적인 특성도 매출 조건 범주의 하나로 여겨질 때가 있다. 000 지역이 그러하였다. 그날도 새벽부터 첫차를 타고 열심히 교육장소로 달려갔다. 내려가는 동안에는 여러 가지 마음이 들고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슴이 달아오르기도 한다. 나의 강의에 힘입어 영업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다시금 의지를 불태우고 힘이 빠져 있던 사람이 에너지를 얻고 실의에 젖어있던 사람이 희망을 가지는 장면을 상상한다. 강사란 업을 삼는 것은 좋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자극할 수 있고 다시금 일어 세울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종교를 떠나서 성경 구절 중에 이런 말씀이 있는 걸로 기억난다. 예수란 분의 가라사대,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강사는 수강생들의 마음에 이미 심어져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뿌리의 확신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다. 효과적이고 적절한 자극을 통해서 그 사람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잠들어 있는 내면의 거인을 일깨우는 사람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닌 나의 능력이 탁월해서가 아닌 주어진 목소리의 탤런트를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것이 여지없이 깨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과신과 욕심이 앞서는 경우에 일어난다.
강의 장소에 한 시간 일찍 도착 하였다. 축구 선수인 박지성 선수가 그렇게 한다고 하였던가. 여러 경기장을 옮겨 다니며 경기를 할 때마다 시간 전에 도착하여 잔디의 상태며 분위기며 그 상황에 친해지기 위한 작업이 필요 하다고. 강의도 마찬가지다. 사전 붐잉 조성을 위한 나와 환경의 워밍업이 중요한 것이다. 장소와 규모를 둘러보았다. 오늘은 몇 명이 올까. 어떤 사람들이 참석할까. 그러는 가운데 시간이 흘러갔지만 참석 명단 대비 몇 분이 도착하지 않았다. 가급적 정시 시작을 주장하는 나이기에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하여튼 이쪽 지방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없어.’
‘한 번도 제대로 시작한 적이 없잖아.’
‘예정된 사람은 왜 오질 않는 거야.’
‘그냥 무시하고 진행할까.’
강의는 시작 되었고 마치고나서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나대로는 정말 열정적인 강의를 하였다는 자족감이 들었다. 강의에 대한 평가는 일차적으로 본인 스스로의 만족감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오늘 강의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나의 이런 마음과는 달리 수강생들 반응과 흐릿한 눈초리를 보니 맥이 빠진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니 밥상을 정성껏 차려 주었으면 와서 수저를 들고 맛나게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이게 뭐야. 아침밥도 거르고 두 시간 내내 떠들었음에도 아무 느낌이 없어 보이는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어야. 울화가 치민다. 애꿎게 남의 탓의 푸념이 늘어난다. 그때부터 내 말투는 다분히 공격적이고 감정적인 어투로 변하여 갔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교육을 받고나면 그 강사의 수준을 떠나 크든 작든 긍정적인 여러 느낌들을 품게 됩니다. 무언가 될 것 같아. 할 수 있을 거야.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 등 여러 생각들을 가지고 교육장을 떠나게 되죠. 하지만 막상 현장으로 돌아가면 녹녹치 많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현재가 원망스럽기만 하고 이상과 현실은 멀다고 여겨집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사람에게는 기억의 한계가 있기에 좋은 내용들을 듣더라도 손과 발의 행위가 바로 따라야 하는 실천성의 구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에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일장 훈시를 해놓고 참석자 개인별로 오늘 강의 내용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Action Plan 발표를 가졌다.
“계획을 짜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다른 사람이 영업 계획을 설정 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있어 가시 돋친 한마디를 던졌다.
“생각을 더해봐야 될 것 같아요. 아직 정리가 되질 않아서요.”
정리가 안 되다니? 또다시 화가 치민다. 이인간이 무얼 하자는 거지. 처음에 왔을 때부터 알아보았어. 강의도 잘 듣질 않더니.
“댁에 돌아가서 생각하려면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가급적 지금 머리를 짜내서라도 어떤 부분을 실천할 것인가 고민해 보세요.”
나는 그 사람을 위한다고 생각을 하였다. 당연히 그렇지 않은가. 자신의 성장을 도와주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데 반응은 달랐다.
“나는 성격도 그렇고 천천히 스타트 하는 입장 이예요. 왜 자꾸 지금 계획을 적으라고 그러세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부장님이 매주 격려차 전화 주시는 것 저 부담되어요. 자꾸 금주에 무슨 활동을 했느냐는 둥 어떻게 할 것이냐는 둥 그런 이야기를 하니 재촉하는 것 같고…….”
얼굴이 붉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와서 황당하였다. 내가 무얼 어떻게 하였기에. 어이가 없다. 당신을 도와주기 위한 행위에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무언가 할 말을 찾아야 했다. 코칭적인 지식을 동원해 나름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공감적인 멘트를 보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뒤였다.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는 동안 참석한 사람들이 돌아갔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내 말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되었나. 그러는 중 한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구나.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접근 하더라도 상대방은 다르게 해석할 수가 있겠구나.
사람이 제각기 다르듯 개인의 학습 속도도 다 다를 수가 있겠구나.
개인차의 존재. 이것이었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부족분이기도 하였다.
그렇지. 나 자신도 그렇듯 슬로우 스타일이 있고 퀵 스타일이 있구나.
처세에 관련된 책들에서는 성공하는 사람들 공통점의 하나로 계획의 즉시적인 실천성을 제시한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퇴보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일률적인 이론의 적용일 것이다. 일찍 피는 꽃이 있으면 늦게 피는 꽃이 있지 않는가. 또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는가. 그것을 가지고 이건 좋은 꽃 저건 나쁜 꽃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일 것이다. 사람은 각기의 고유한 특별성이 있기에 그것을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 코칭이 되던 강의가 되던 게임이 되던 비즈니스 협상이 되던.
그러는 중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사건을 다시 맞이하였다.
나의 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은 곡해 아닌 곡해를 하였다.
처음에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극단적으로 이상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막무가내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빨리 해달라는 SMS가 수십 통이 들어왔다.
업무를 볼 수가 없었다. 집중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러나.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을 했나. 이게 그렇게 큰일인가 라는 안이한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다시 어느 순간 어찌되었든 내가 먼저 원인의 빌미를 제공했구나. 내가 내 생각만 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사전에 헤아리지 못했구나 라는 각성이 들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그렇게 길길이 뛰며 반응을 하는 이유의 여백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 하였다.
강의시 예제를 들 때 바람난 남편의 사례를 드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누구 책임일까요?”
그러면 대다수의 여성분들은 독기품은 눈으로 나를 째려보며 이렇게 반응을 보인다.
“아니, 누구 책임이라뇨? 지금 그걸 질문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당연히 원수 같은 남편 책임이지요. 남자란 동물들은 허구한 날 조금이라도 어리고 예쁜 여자만 보면 환장을 해서 ……. 나쁜 짓 하는 그런 녀석들은 XXX를 잘라 버려야 돼.”
난리가 났다. 이구동성으로 응집을 하여 웅성거린다. 음매 무서운 것.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남편에게 있는 것이 당연 합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여자 분들의 몫도 있지 않을까요. 무슨 말이냐고요? 조금 전에 여러분들도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밝힌 다구요. 여성이 촉각적으로 발달이 되었다면 남성은 시각적으로 민감한 존재 입니다. 그래서 여자 분들은 포옹을 해달라는 등의 피부 스킨십을 자주 요구하고 적절한 반응이 없을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죠. 반면 남자들은 여자의 외면에 대해서 호기심이 많습니다. 눈치가 없긴 하지만 여자 분이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립스틱에 변화를 주는 등 무언가 외적인 변화가 있으면 남편 분들은 다르게 생각을 합니다. 우리 마누라가 요새 무언가 달라졌어. 그렇게 해보십시오. 남편 분들이 귀가 시간이 늦은 게 꼭 그 사람만의 책임 이라고 보십니까?”
모든 것이 그렇듯 나만 옳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나만 장땡이는 없는 것 같다. 나만 잘하지는 않은 것 같다. 부끄럽지만 철없이 행동한 일련의 사태들이 다시금 나를 향해 소리 지른다.
‘당신의 시각과 잣대가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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