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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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이야기
원효는 원래 당나라로 유학가기를 꿈꾸었으나 모든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라는 것을 몸소 체득한 후 유학을 포기하고 신라로 돌아와 분황사에 머무르며 화엄종의 새로운 해석을 하고 불교 통합을 위해 법성종을 일으켰으며, 민중에 불교를 보급하기에 힘썼다.
이때 무열왕의 동생 뻘 되는 젊은 과부 요석공주가 분황사에 공양을 드리러 갔다고 원효를 알게된 후 대사를 사모하게 되는데 처음 원효는 이 구혼을 거절한다. 어느 날부터 원효는 다음과 같은 소리를 외친다.
누가 나에게 자루없는 도끼를 주겠느냐?
내 하늘에 바칠 기둥을 깎으리라.
무열왕은 이 소리를 듣고 요석공주와 원효가 부부의 연을 맺게 하여 원효는 요석공주에게서 아들 설총을 얻는다. 그 후 원효는 스스로 소성거사라 칭하며 바가지로 탈을 만들어 쓰고 다니며 부처님의 말씀을 노래로 만들어 민중에 불교를 가르쳤다고 한다.
노힐 부득 이야기
수행을 하고 있는 노힐부득에게 나타난 묘령의 여인이 하루밤 묵기를 청한다. 수행자의 몸이지만 부득은 묻는다.
“그대는 어디서부터 밤을 헤치고 오는 것이오?”
“맑기가 태허와 한 몸이니 어디 오고감이 있나요? 다만 현명하신 스님께서 뜻이 매우 깊고 덕행이 놏다 하여 보리를 이루는 데 돕고자 합니다.”
여인은 이와 같이 대답하며 계를 하나 바친다. 이에 부득은 놀라며 말한다.
“이 곳은 여자가 와서 더럽힐 곳은 아니오. 그러나 중생을 따르는 것도 보상행의 하나지요. 하물며 싶은 산골에 날마저 저물었으니 어떻게 소홀히 대하리요.”
부득은 여자를 안으로 들이고 그녀의 출산마저 도운다.
수로부인의 용궁여행 이야기
바다 가까이 있는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바다 용이 잽싸게 부인을 끌어다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공은 뒹굴고 땅을 쳤건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노인의 도움으로 노래를 통한 방법을 알게 되고 사람들의 힘을 빌어 노래를 부르며 땅을 두드리자 용이 나와 부인을 바쳤다.
공이 붕니에게 바다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다.
“일곱가지 보물로 장식된 궁전에서, 마련된 음식들은 달고 매끈하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사람 사는 세상에서 지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중 한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원효이야기를 꼽고 싶다.
어렸을 적부터 원효는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그의 인생이 매력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가 깨달음을 얻었던 장면, 그리고 그 깨달음을 실천했던 장면이 나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깨달음을 얻은 장면
오묘한 부처님의 말씀 역시 일상에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수 권의 두꺼운 책의 독파보다 한 순간의 체험이 사람을 바꿀 수도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진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멀지 않음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나도 너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따뜻한 장면이다. 우리네 삶역시 마음 먹기에 따라 한 여름이 따뜻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깨달음을 실천한 장면
원효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들에게 불법을 설파하고자 노력했다. 스스로 파계승이 되어 민중의 노래로 민중의 몸짓으로 그 깨달음을 전파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가장 쉽게 다가오는 것은 나와 비슷한 언어로 표현해 주는 것이다. 나의 관심사가 먼저 보이는 법이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먼저 눈길이 가는 법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그들이 가진 취미와 흥미로 풀어내는 방법이 좋다. 그들의 언어로 내가 가진 것들을 전달하는 그 방법이 나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따라가고 싶은 부분이다.
처음 과제를 받았을 때부터 나는 원효의 이 장면을 떠올렸다. 진리를 체득한 대승이 바가지를 쓰고 민중의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의 춤을 추는 장면 누군가에게는 미친놈처럼 보였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타락한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부분이 정말 좋다. 알고 있는 자가 몸소 내려와 세상에 자신을 섞으며 그들의 언어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하는 부분이.
너무 어려운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감을 갖게 한다. 나 역시 짦은 책읽기와 짧은 교양으로 알아 듣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많았으며 너무 정석인 글들에는 거리감마저 들었다. 그들의 관심사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멋진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이루어진 일이다. 당시 상황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접근성도 용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일을 선택하고 하게 되면서 나는 이런 생각들에 더 많이 매달렸던 듯 하다. 그들의 관심사로 그들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업시간이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깨달았던 것들이 고리타분한 훈계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서 숨쉬는 주변의 이야기들로 승화해서 등장한다면 어떨까?
나는 어떤 길을 걸어가야 겠다는 생각을 처절하게 해보지는 않았다. 때문에 내년에 내 후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무언가의 아이템이 떠올라서 다른일을 할 수도 이있고 지금의 일을 계속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던지 나는 이런 현장에 있고 싶다. 사색도 좋고, 공부도 좋다. 하지만 나는 일선에서 사람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 안에서 채워지고 깨달아가는 내가 되고 싶다. 물론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임에는 분명히 깨달은 바가 있으므로 나만의 시간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런 시간들이 분명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도 달려가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다. 이렇게 내가 걸어가는 길에서 내가 깨닫게 되는 것들이 생겨 남들에게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그들의 언어로 좀 더 쉬운 좀 더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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