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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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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0일 06시 09분 등록

'나는 가수다'라는 TV 방송 프로그램을 빠지지 않고 본다. 진행에 대한 잡음, 투표를 통한 경쟁과 예술의 계량화에 대한 시비, 선택된 가수에 대한 이견들이 연일 인터넷에 올라오지만 그런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다만 내가 이 프로에 마음을 주는 것은,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은 공연하는 가수들에 대해 느끼는 '동질감' 때문이다. 그들은 정해진 기간 안에 미션으로 주어진 노래 한 곡을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 그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나 여기 살아있다'라는 생()의 외침을 듣는 듯하다. 나는 그들의 외침에서 그들과 나를 잇는 은밀한 동질감을 느낀다.

 

나는 노래를 하지 않지만 글을 쓴다. 나는 연구원이다. <구본형의 변화경영연구소>에서 마음경영, 자기경영을 모토로 스승을 모시고 선배 그리고 동기 연구원들과 생각과 마음을 나눈다. 우리는 매주 삶의 깊이를 담은 책 한 권을 읽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북리뷰' '칼럼'이라는 두 가지 가락과 화음으로 자신의 삶을 노래한다. 이렇게 매주 주어진 미션으로서 내 삶의 한 곡조 노래를 하다 보면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좋은 목청에 음정 박자를 잘 맞추는 소리의 유창함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느낌이 든다. 영혼이랄까, 어긋남의 미학이랄까, 삶의 진흙탕에 몸을 굴릴 때 느껴지는 해방감이랄까, 결국은 잘 안 될 지도 모른다는 생의 예감이랄까, 뭐 그런 것들이 뒤섞여 울음과 같은 혹은 존재의 외침 같은 울림이 있을 때 형언되지 않는 '!'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듯하다.

 

'나는 가수다'를 보고 있으면 '제 멋'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일곱 명의 가수가 각자의 마음을 열고 '제 멋'을 드러낸다.

얼마 전 김범수의 무대 퍼포먼스는 압권이었다. 이날 김범수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하얀색 의상을 입고 댄서들과 무대에 올랐다. 흥겨운 리듬으로 편곡한 남진의 님과 함께를 열창한 김범수는 율동과 함께 유쾌한 무대를 완성했다. 청중 평가단은 대부분 일어선 채 김범수의 노래를 즐겼다. 개그맨 박명수 등과 함께 나서는 실험적 무대이기에코믹하게 장난스럽게 보일까 봐 걱정이었다는 주변의 우려가 찬사로 바뀌었다. 노래가 끝나고 청중평가단은 일제히김범수를 연호했고, 그는이런 연호는 처음이다아직 그 소리가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범수는나는 화려한 삶을 살지 않았다. 하지만 3,4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환호를 받은 시간이었다. 음악 하는 동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순간일 것이라며나는 가수다무대에 선 감동을 피력했다. 그의 변신과 즐김이 자신만의 멋스러움으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제 잘난 맛에 산다. 잘난 맛을 억누르면 살맛이 없다. 살맛은 자기 표현과 자기 창조와 자기 구현에 있다. 그들의 잘난 맛은 자신들의 존재를 다함에 있어서 보는 이도 더불어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제멋대로 사는 데에는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무언가가 있으며, 그것이 존재를 담고서 예상을 뛰어넘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예술이 되어 우리를 기쁘게 하는 듯하다.

 

연구원 생활은 과거라는 어찌 보면 죽어 있는 삶의 호흡을 깊은 들숨과 날숨으로 나에게 불어 넣는데 있다. 그런 삶의 깊은 호흡을 통하여 우리는 모두 각자의 '제 멋'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연구원은 김범수와 같이 변신과 즐김을 통해서 다양한 재치를 보여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임재범처럼 진중한 삶의 그림자를 감동으로 그려내거나, 박정현과 같이 자신만의 독특한  컬러로 기교를 예술처럼 구사한다. 이렇듯 <변경연>의 우리들은 삶의 노래를 예술처럼 부르며, 제 멋대로 사는 생을 위하여 자신만의 가락과 화음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하다.

 

자신만의 가락과 화음을 만드는 것은 타인의 장단을 거부한다는 것이고, 제 멋대로 산다는 것은 이렇듯 자유의지를 담고 있다.

소로우는 월든 호수가에서 하루에 밥 한끼씩을 먹으면서 자유롭게 살았고, 켐벨은 우드스탁에서  극빈의 즐거움 속에서 자유를 누렸다. 밥 한끼, 돈 몇 푼이 문제가 아니라 제멋대로 사는 데에 스스로를 기쁘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소로우와 캠벨은 제멋대로 살기 위해 자신만의 들판을 거닐었다. 들판에는 사회적인 기준이나 기성의 틀이 존재하지 않는다. 발걸음 내딛는 곳에 존재가 있고 자신만의 세상이 있는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자기 산출이요 자기 표현인 것이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제 멋'에는 이런 자유의 정신의 녹아 있다.

 

나는 나의 멋을 상상해본다. 바라는 바 나만의 자유롭고 흥겨운 퍼포먼스를 꿈꿔본다.

수면 위 백조의 우아함처럼, 그냥 살면서 밥을 먹듯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지에 오른 장인의 손놀림처럼 무심한 듯 정교하게 짜여서 보는 이를 공감케 했으면 좋겠다. 남들이 신경 쓰지 못하고 지나치는 곳에 초점을 두는 글, 쓸데 없는 생각들은 저절로 아웃 포커스 되고, 반짝 반짝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에 집중되는 그런 글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나만의 '제 멋'이 되어 스스로를 놀라게 하고, 자신하여 "나는 작가다"하며 목놓아 부르는 자유가 있기를 원한다.

끝.

IP *.69.2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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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6.20 09:13:24 *.237.209.28
이렇게 읽고, 이만큼 쓰는 데 '작가'가 아니면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젠 당당하게 말합시다. 스스로에게!!
"나는 작가다!!!"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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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6:44:17 *.69.251.200
이미 묙선배는 작가처럼 살고 있잖아요.
여행하고 그곳에서도
삶의 글감을, 생각의 글감을 찾고
그것을 많은 이들과 공감으로 소통하고 있으니...

그대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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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3:09:06 *.124.233.1
정말 그렇네요 형님 ^^

저희도 매주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목소리로 글을 쓰네요!
각자의 호흡을 통해 저마다의 빛깔은 띈 노래를 만들고 있네요!

제 세상 하나 가져보겠다고
제 빛깔 하나 비춰보겠다고
제 스스로 선택하겠다고
이곳에 모인 우리
지금은 그 빛이 미약하지만 언젠가
검푸른 밤 하늘 은하수가 되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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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6:48:13 *.69.251.200
나는 우리의 장단과 가락이 만드는 노래가 좋다.
특히, 우리는 서로의 아픔과 희망을 알기에
한주의 끝에서 우리의 무대에 올리는 노래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너의 노래에 수 많은 청중들이
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듣는이도 모르게 기립하게 하게 하는 그런 힘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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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13:37:40 *.45.10.22
역시 그대는 작가 맞습니다 ^^ 
오빠의 글이 갈수록 깊어지네요
이제 '나는 작가다' 고정이세요 ㅎㅎㅎ
오빠의 멋을 전 세계에 많은이들에게 멀리 멀리 알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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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7:00:27 *.69.251.200
사샤야 정말 깊어 졌으면 좋겠다.
그 생각을 저번주 내내 했던 듯하다.
<나가수>를 보면서 저렇게 노래하듯 글을 썼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
 생각들이 버라~~이어티 해졌으면 좋겠다. 사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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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6.20 15:59:17 *.35.19.58
사부님이 그러셨지. "고혈이 없이는 예술로의 승화가 불가능하다."
매주 배게 두께의 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고혈을 짜내는 것이구나.
오라버니는 '나는 연구원이다'에 이어 '나는 작가다'라고 외칠 날이 머지 않았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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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9:30:09 *.219.84.74
읽어도 읽어도 줄어 들지 않는 답답함의 끝에 가슴 터지는 희열을 맛보지.
그 맛이 좋아서 넘기고 또 넘기지.
책 장마다 숨겨놓은 우리들의 땀과 생각들이
어느날 꽃망울의 터트림처럼,
고치 속의 나비 날개짓 처럼 그렇게 세상을 나는 희열이 오겠지.

그대는 나비잖아. 꿈꾸는 나비.
진흙의 코 속으로 들어가 삶의 들숨과 날숨을 부여한 나비.
그대가 나비가 되는 날을 더불어 생각해 본다. 어떤 날개짓을 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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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2011.06.20 16:25:17 *.146.26.24
공감하고 동감이고 그렇습니다.

요즘 서바이벌 무대들이 많은데
그것을 보면서 나의 도전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늑대님의 글이 오늘은 참 편히 읽히네요.

목포프로젝트는 해결이 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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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7:03:27 *.219.84.74
목포(목구멍이 포도청) 프로젝트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우산님, 올초에 새롭게 준비하시는 것이 있으셨는데,
진행의 여부를 떠나서 어떤 마음과 일들이 있었는지...여행가서 이야기 해주세요.
제가 와인 사기로 했던 것 기억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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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0 23:22:09 *.160.33.89
외로운 늑대가 나에게 영감을 주는구나, 우~우    나는 작가다 한 번 해볼까? 
1주간 피나게 차별적이 퍼포먼스를 보여주려면 역시 8명 중 매주 1명씩 탈락해야해.  이 랭킹시스템이 바로 경쟁의 핵심이니까.   연구원 평가단 만들어 우리 한번 해볼까?  그러면 칼럼이 무지 빛날 것 같은데. 
그들이 노래 한 곡 부르고 거의 탈진하듯, 그대들도 칼럼 하나 쓰고 거의 탈진하여 월요일을 보내고 다시 화요일부터 맹 훈련... 그러면 1 년이면 잘 수료하고 2년이면 틀림없이  1집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어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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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1 00:43:36 *.166.205.131
사부님~~ 그럼 매주 한 명씩 새로 뽑아야 하잖아요~  머리 아프실꺼에요.
저흰 지금도 충분하답니다~^^ p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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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7:12:12 *.69.251.200
사부님 경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오며,
굳이 한 말씀 올리자면
진행 잘 못하면 피디(PD)도 바뀌나 봐요....

사부님 바뀌시면 아니되니...그냥 '제 멋'으로 지금 처럼 재미??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moticon
사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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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다깨서
2011.06.21 00:37:46 *.145.211.110

잠자다 깨서 읽었는데 .. 훅. 빨려들어갔습니다.
저는 변경연 언저리에서 연구원님들의 칼럼과 이상 모든 분들의 글을 눈팅만하고 있는 쬐금 염치없을수 있는
그래도 팬? 입니다 ^^

깊어가시는 글이 눈팅만으로도 보기 좋습니다. 언저리에 있는 사람 가슴에도 오마낫~ 부러움과 불씨를 땡기는 ^^
잘 읽었으니 박수보내드립니다.
 승승장구 하시기를...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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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7:08:15 *.69.251.200
변경연의 모든 자료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부님 마음의 한면입니다.
염치 없어 하시지 마시고 마음껏 보시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변경연>에 있는 저희들의 마음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자다 깨서...?
우리 사부님도 존재에 대해서 고민이 깊으실때 <不眠>의 밤을 보내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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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21 00:46:55 *.166.205.131
형님만의 어휘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문장들.
깊은 관찰에서 오는 깊이감이 느껴집니다.

괜히 사부님께 이상한 영감을 주신것만 빼고는 다 좋습니다 ㅎㅎ ^^
근데 형~ 요새 무지 바쁜듯?(카페에 글이 안올라와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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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1 07:17:41 *.219.84.74
고로티!! 사부님 땜시 깜딱놀랬지?

무지 바쁘지는 않은데...2주간 몸도 마음도 정신이 없었다.
아마도 오늘 부터는 나아질 듯하다.

카페에 일지를 올리지 않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 커는 것이 모닝페이지 쓰는 리듬과 잘 안맞아서인데..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는 것이 이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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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지망생
2011.06.25 06:17:01 *.41.196.85
"나만의 퍼포먼스"," 제멋 " 정말 멋진 표현이네요
사부님의 영감글을 읽고 혼자 새벽에 빵!!! 터져서 옆에서 주무시던 엄마가 깼습니다.
사부님도 연구원분들도 너무 멋집니다.
글을 읽으며 함께 영감을 얻어가게 하시니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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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6.26 08:09:12 *.163.164.176
필명을 보니...내년에?
오세요.
힘들지만 재미있습니다.
살고 있구나.
삶도 배울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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