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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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월화수목 나흘 동안 집에 쳐박혀 있었다.
많은 일을 했다.
9 to 5의 오피스 직원보다 더 능률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역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몰아주지 못했다.
어쩐 일인지, 그런 나를 비춰주는
시간관리와 관련된 글이 다른 때보다 더 자주 눈에 띄어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오늘 아침,
<영적 비즈니스>의 아니타 로딕을 다시 만났다.
그녀를 만난 건 욕조 안에서다.
그녀를 만나서 나는 한 가지를 다시 깨우쳤다.
내가 시간 관리라는 말에 묻혀있을 때
그녀는 내게 근본적인 것으로 치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흘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다.
약속을 다 취소하고 나흘을 집에만 있는다는 건
현장 중심의 사람인 나에게는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애써 약속을 차단해도 방심한 사이 금방 다시 차버리는 것이 내 스케줄북이다.
그러니 나흘의 황금같은 시간은 머리 따위나 감으며 소비할 것이 아니었다. ^^**
생각보다 견딜만 했다.
물론 머리카락이 점차 줄어들어 두개골에 딱 달라붙고 말았지만.
오늘은 외출이 있는 날이다.
머리를 감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다가, 아예 핫배스를 했다.
물을 욕조 가득 넘치도록 받고
바디샵 배쓰 솔트와 버블 샤워를 넣고
월풀까지 돌려서 거품이 철철 넘치도록 만든 다음
풍덩 물 속에 빠져 약 한 시간 동안의 호사를 누렸다.
그 때 거품 너머로 뻗친 내 손에는 <영적 비즈니스>가 들려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는 내게 사부님이 읽으라는 미션을 던져주셔서 잡게 된 책이지만
사부가 왜 그 책을 읽으라고 하는지를 0.0001초도 안되서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 책을 다시 잡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 그런데 다시 읽어도 너무 좋다.
아니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처음 그책을 읽었을 때나 지금이나 그녀는 공간과 시간을 넘어
내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역시 그녀는 남다르다.
그녀의 책 제목이 <Business as unusual> 이 아닌가.
요즘 모든 마케팅 책들이 남다르게 하라, 고 외친다.
그런데 그녀의 주장은 그런 것들과도 차별된다.
정말로 남다르다.
그건 바로 책에 가둘 수 없는 현장의 생명성 같은 것이다.
기업가 정신은 터득하는 것이지 배우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 그녀는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의 한계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경제이론이나 비즈니스 이론을 공부해본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공부할 마음이 없다.
내가 관심을 가져온 것은 이론이 아니라 언제나 실천이다."
그녀의 빨간 피가 나를 새롭게 한다.
이제 다른 것 생각 안하고 내 일에 첨벙 뛰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들아 오라, 내가 다 맞아주겠다, 그래, 나답게 하는 것이 차별성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이 일을 나보다 잘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거기에 호구지책으로라도 이 일을 해야하는 절박함이 내게는 추진력이 아닌가.
바디샵도 그녀의 호구지책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
궁핍은 그런 점에서 좋은 자원이다.
사부님 말마따나 앞으로 나가게 하는 회초리이자 힘이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대부분 궁핍이라는 환경을 오히려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 일어선 사람들이 아닌가.
그녀의 뜨거움이 목욕물의 뜨거움을 능가했다.
목욕물 안에 있는 동안 나는 그녀의 뜨거움으로 새롭게 채워졌다.
목욕 후의 개운함은 그러니까, 그녀의 정신으로 물갈이를 한 개운함이다.
욕조에 더 오래 머물러 있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책상으로 내달려 이전에 내가 연구원 시절 리뷰했던 그녀 책 내용을 다시 훑어보았다.
http://www.bhgoo.com/zbxe/84870
나는 책의 이런 귀절들이 특히 좋다.
‘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며,
‘기업가는 본질적으로 아웃사이더이며 다른 북소리에 맞추어 행진하는 사람이다.’
‘나는 물건을 사고 팔지만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심장과 영혼 속에 들어있는 것과의 교류를 끊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재미와 열정, 사회적 관심을 일상 생활의 일부로 삼는 한편,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격을 좁히도록 나는 꾸준히 노력한다.
육체를 세월이 선물한 '시'로 보는 그녀의 생각이 아름답다.
주름 속에 깃든 삶의 이력이 나를 말해주는 것이라면
우리는 우리 인생을 좀 더 책임감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내가 드러난다면
그리고 그것이, 아니타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이웃을 향한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인생을 살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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