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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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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0일 14시 48분 등록
시간관리 기법의 완결판

그동안 많은 종류의 시간관리 책들을 보면서 대부분 그 책을 읽을 당시에는 공감이 가지만 막상 생활에서 실천이 안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도 그러하다. 항상 메모지를 몸에 부착하고 다니기도 했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활용해 보기도 했고, 최근에는 아침형 인간이 되고자 몸부림을 처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나의 실행 의지 부족을 한탄하며 후회하고 또 한편으로 더 좋은 방법을 찾아 헤매는 그런 악순환을 반복하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처음 출발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시간을 관리한다는 건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아직 인간은 시간이라는 4차원의 세계를 정복하거나 관리할 수 없다. 시간은 24시간 고정 불변이다. 자연적이며 상수값이다.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속에서 내가 갖고 있는 관심에 지속적으로 충분히 집중하는 방법을 관리하는 것이다. 즉 시간관리가 아니라 실제로는 인생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는 그동안 겪어 본 시간관리 기법에 대한 세밀한 해부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먼저 시간관리 책 중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우선순위' 기법이다. 할 일들 중에서 먼저 해야 할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순위대로 실행하는 방법으로 스티븐 코비의 '소중한 것 먼저하기' 등에서 많이 소개된 기법이다. 문제는 이 기법은 갈수록 할 일이 점점 많아 진다는 것이고, 대부분 우선순위의 앞에 있는 것들만 처리하게 되고 후순위는 계속 미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우선순위라는 것이 인생에서 실제 중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긴급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긴급하지만 사소한 일들만 처리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의 우선순위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바로 지금 하라' 기법은 미루지 말고 지금 주어진 일을 바로 하라는 것이다. 이 기법은 물론 우리 일상생활을 부드럽게 만드는데 유용한 기법이다. 지금 당장 처리 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룰 때 큰 짐으로 다가오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류을 바로 정리하지 않고 책상에 쌓아 놓는 경우 나중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처리해야 할 서류가 발생할 때 바로 처리 또는 정리하는 습관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생활의 윤활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법은 우연히 발생하는 일만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들고 시간을 정하라' 기법은 우리가 제일 흔히 하게 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의 문제는 우선순위 기법과 유사하게 목록이 계속 늘어나게 되고 결국 목록의 노예가 되고 만다. 또한 시간표대로 진행되지 않고 대부분의 목록 작업이 연기된다.


'자신이 가장 겁내는 것을 먼저하라' 기법은 제일 저항이 큰 것을 먼저 실행하라는 기법이다. 그러나 우리 능력 밖의 것을 하게 되면 실망이 더 커질 수도 있고 또한 우리가 가장 겁내는 것이 가장 저항이 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흐름에 따라가라' 기법은 시간을 관리하지 말고 시간에 굴복하라는 반(Anti)시간관리 기법이다. 그러나 삶의 어떤 원칙과 기준이 없다면, 둑이 없는 상황에서 물이 흘러 강이 되지 못하고 늪이 되어 썩는 것처럼 삶의 정체와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 반드시 저항이 발생한다. 관심과 저항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저항의 증상과 특징, 극복하는 법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친절하게 설명한다. 사람은 저항이 일어나면 누구나 최소 저항의 길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는 흔히 미루기나 바쁘기, 일 중독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사소한 일과 쉬운 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저항은 피할 때 커지고 실천할 때 작아진다. 따라서 저항이 커져 해소할 수 없는 한계선에 도달하기 전에 행동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저항이 발생하면 저항을 친절한 행동의 안내자로 인식하고 친구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시간관리, 아니 인생관리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저항을 극복하고 관심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면 저항을 생활에서 실제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짧은 분출(Burst)속에서 일하는 것이 저항 극복의 열쇠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기세(Momentum)가 커질수록 분출시간을 늘려나가라고 한다. 덧붙혀 해야 할 목록을 체계적으로 순환하면서 관심 분야의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의 관심 목록을 각각 5분씩 분출시키면서 작업을 순환하는 방법은 꽤 유익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5분이라는 건 고정적인 시간이 아니다. 많게는 40분단위로 순환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5분이라는 짧은 분출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고 또한 순환작업을 통해서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다. 물론 전제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를 통해 관심과 다짐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글쓰기, 명상, 걷기 등의 깊이 활동(Depth Activity)을 통해 삶의 윤택함을 지속적으로 채워나갈 것을 조언한다. 이 책이 단순한 '시테크' 적인 기술적인 시간관리가 아니라 인생의 관점에서 바라 본 실용적인 시간관리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끝으로 저자는 자신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도록 다양한 실험을 할 것을 권유한다. 대부분의 시간관리 책들이 완벽한 기법을 소개하고 이것을 충실히 따를 것을 강요(?)하는 반면에 깊이 활동과 자신에게 맞는 변형된 시스템을 조언하는 저자의 인간미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주위 사람들에게 여러 번 소개할 정도로 매우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 책이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의아할 정도이다. 여기에 나오는 분출기법 등을 약 한달 정도 밖에 실행해 보지 않았지만 효율적으로 시간관리를 할 수 있는 상당히 유용한 방법임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저자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진실함이 담겨져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각 장 끝의 요약 내용만 보더라도 이해가 될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점이 보너스로 제공된다. 단언코 현재 시점에서 분명 시간관리 류의 완결판임을 확신한다.


'우리가 원하던, 그렇지 않던 시간은 정확히 24시간을 구성한다. 우리는 그런 시간을 사소한 것으로 채울 지, 가치가 있는 것으로 채울 지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시간은 매일 똑같은 양이 부여된다. 하지만 우리는 저항을 느낄 때마다 삶의 모든 분야에서 시간의 부족을 느낀다.'


'당신의 시간을 쉬운 일로 채우지 마라. 도전적인 일이 당신의 목표들을 달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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