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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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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1일 03시 20분 등록
선택 (앤디 앤드루스 지음, 서남희 옮김, 북하우스, 2004)
the lost choice.. by Andy Andrews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The Traveler's Gift: Seven Decisions that Determine Personal Success」의 작가 앤드루스의 신작 「선택 The Lost Choice: A Legend of Personal Discovery」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변화에 대한 용기를 일깨워주는 찡함을 경험하게 했다.

어느 누구도 자기가 왜 살았는지 명백하고 정당한 이유를 남기지 않고, 이 세상에 그저 왔다가 떠나버릴 권리가 없다.
- 조지 워싱턴 카버 -

프롤로그 시나이 반도 - 281년
1. 콜로라도 주 덴버 - 현재
2. 폴란드 - 1943년 4월 / 폴란드 - 1944년 3월
3. 콜로라도 주 덴버 - 6월
4. 콜로라도 주 덴버 - 10월
5. 테네시 주 멤피스 - 10월
6. 미주리 주 - 1865년 1월 / 아이오와 주 - 1895년 9월
7. 앨러바마 주 터스키기 - 1914년 10월 / 앨러바마 주 - 1943년 1월
8. 아칸소 주 포디스 - 10월
9. 콜로라도 주 덴버 - 10월
10. 콜로라도 주 덴버 - 11월
11. 보스턴 - 1770년 3월 / 필라델피아 - 1776년 6월 27일
12. 콜로라도 주 덴버 - 11월
13. 뉴욕 - 1915년 5월 1일
14. 뉴욕
15. 대서양 - 1915년 5월 7일
16. 콜로라도 주 덴버 - 11월
17. 뉴욕 - 1915년 6월 11일
에필로그 3년 후

책에는 따로 표시되지 않은 목차를 나열한 것은 이 책이 그만큼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은유하고자 함이다. 작가는 오스카 쉰들러, 조지 카버, 존 애덤스, 알프레드 밴더빌트 등 행적이 이미 알려진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이들이 ‘선택’해야만 했던 중요한 시점을 통해 그 선택이 다른 이들의 삶에, 궁극적으로는 사회와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과정을 이끌어낸다. 그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마음을 열어주었던 것은 메소포타미아의 유물 파편, 정확히는 거기 담긴 글이었다.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구체적인 사실들을 소설 속에 녹여내어 전달한 메시지는 무척이나 희망적이다.
그 중 몇 구절만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 이것은 두려움의 물건이자 희망의 물건이다. 비웃음의 물건이기도 하고, 권력의 물건이기도 하지. 비참한 빈곤과 굉장한 부를 보여준단다. 또한 죽음과 탄생의 무지와 판단을 담고 있지. 언젠가 이것은 네가 보호해야 할, 네 물건이 될 거다.

어디에 쓰는 거냐고? 이건 아무 일도 하지 않아. 하지만 이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힘을 상징하지. 믿거나 의심할 수도 있고, 깊이 생각해 보거나 무시해 버릴 수도 있고, 추구하거나 피해갈 수도 있단다.

사람들은 이것을 위해 살인도 하겠지만.. 나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죽을 것이다. 이것은 네 할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것이며, 네게 물려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물건이 될 거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해지는 선물이란다.

이 물건 스스로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의 내력과 운명에 대해 네가 다 알게 될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네 몸에 매달려 있기만 할 게다.

나무나 금속, 유리로 된 물건은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물건이란 영감을 주거나, 북돋아주고, 증명하며, 용기를 주고, 정당화하고, 확신을 줄 수는 있어. 하지만 스스로 무엇을 생산해내는 일은 전혀 못하지.

정신의 선택에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네 손일 뿐이다. 의도란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란다. 의미가 전혀 없지. 어느 순간에 사람은 실제로 무언가를 해야만 해. 신념은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네가 믿는 것이 진실이라면, 네 손으로, 너는 다른 이들을 위해 증명을 해야 한단다.


▶ 우리의 선택과 우리가 행하거나 행하지 않는 행동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른 이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행동으로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행동하거나 행동하지 않으려는 결정, 또는 돕거나 돕지 않으려는 결정.. 이런 선택들은 몇백 년에 걸쳐 지속될 수 있는 파급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발명으로 세상을 정말 변화시킨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때때로 그런 사람은 어떤 특정한 책 한 권이 자기에게, 혹은 일생의 연구에 가르침이나 영감을 주었다고 말하겠지요. 자, 그럼 그 발명으로 우리의 삶이 그토록 풍요로워진 데 대해 우리는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까요? 그 발명가일까요? 아니면 발명가를 이끈 그 책의 저자일까요?

아니면, 한 아이가 저자가 될 수 있도록 북돋아준 교사에게 감사해야 할까요? 그 교사가 없었다면 그 책은 절대 씌어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당연히 그 책은 세상을 바꾼 발명을 한 사람에게 영감을 준 바로 그 책이었으니까요.

아니면, 세상은 장학기금을 만든 노부인에게 빚을 졌을까요? 그 장학금 덕분에 한 젊은이가 대학에 갈 수 있었고, 세상을 바꾼 발명을 한 사람에게 영감을 준 책을 쓴, 한 아이를 격려해준 교사가 되었으니까. 어쩌면 마차를 몰았던 남자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지요.

마차를 몰던 그 남자는.. 병원을 짓는 데 쓰일 목재를 싣고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땐 아무도 그걸 몰랐죠! 그 목재로 지어진 그 병원에서 몇 년 후에 한 여자가 목숨을 건졌고, 그 여자의 아이는 자라서 최초의 장학기금을 만들게 되리라는 것을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감사해야 할 사람은 마차를 몰았던 그 남자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을 변화시킨 것은 바로 그 사람이니까요. 아니면 그 마차를 몰던 사람을 도와준 이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그이들은 삼촌이 과학자가 아니라고 했어. 왜냐하면 늘상 주님께 은혜를 돌렸으니까.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느냐고 물어보면 삼촌은 자기가 연구하는 일에 대해 날마다 꼭두새벽에 하나님께 의견을 구하면 하나님이 그 커튼을 걷어주신다고 말했다우. 그러자 그 신문쟁이들이 삼촌을 잡아먹으려고 했어! 과학자는 그것보다 더 훌륭한 방법을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모두들 비판만 했지.

삼촌은 거기에 대해서 딱 이렇게만 말했지. ‘신중해야 합니다. 뭔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니면 그걸 믿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답니다!’ 삼촌은 항상 웃었고 행복했다우. 게다가 항상 뭘 하고 있었단 말이야! 한 번도 처져 있은 적이 없었지. 나는 삼촌한테 그걸 배웠어.

삼촌은 내게 보낸 편지에서 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 나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하려고 애쓴다우. 왜냐하면 사람들이, 특히 어린애들이 보고 배우고 있으니까. 그리고 바로 당신이 하는 것을 사람들이 따라하니까!

당신들은 삼촌이 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하우? (물론이죠. 당연해요) 당신네들이 맞을 수도 있지. 자, 그럼 이렇게 물어보지. 이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우? (예) 바로 그 점에서 당신들은 깨끗이 틀린 거야!

모든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변화를 만들 수 있어! 하지만 어떤 변화를 만들지 결정하려면 선택을 해야 돼.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선택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고 있어. 그래서 좀처럼 자신의 삶에서 뭔가 특별한 일을 하려고 선택하질 않아.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것도 선택이지.. 잃어버린 선택인 셈이야.

삼촌은 놓쳐버리는 선택의 위험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어. 그 때문에 선택하라고 사람들에게 요구했지. 삼촌은 사람들 손에 이 돌을 놓고 묻곤 했어. ‘앞으로 뭔가 특별한 일을 하겠다고 서약하시겠어요?’ 삼촌은 그들이 대답하게 했어. 나는 그분이 이런 일을 많이 했다는 걸 알고 있다우.

***

저자는 한 번의 선택이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주변 세상을 바꾸면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글로 쓰는 것이든, 타인에게 선포하는 것이든, 어떠한 생각을 한 발짝 떼어놓는 것이 선택의 첫 발이라고 한다. 어떤 결심도 너무 대단하거나 사소하지 않다고..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그러나..
엄청난 시간을 오가며 펼쳐진 이야기들은 상당히 작위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몇몇(내 마음 속에 기적이 깃들어 있다는 것, 나비 효과, 잃어버린 선택의 위험성 등) 감동적인 대화내용은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황당함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해지는 물건’이란 전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많은 역사적 인물들은 모두 아들만 낳았단 말인가!
연도나 사람 이름에 특히 약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A4 용지 두 장에 메모를 해가며 읽었다. 옆집 막내아들이나 네 명의 말잡이, 열네 발이 명중시킨 사람에 대한 묘사 등 수없이 많은 이름들이 등장만하고 개연성 없이 마무리된다. 김빠지는 부분이다. 영화 시나리오라면 어울림직한 묘사들 또한 집중력을 완전히 떨어뜨려 짜증스러웠다.

에필로그만을 남겨둔 본문은 ‘귀중한 유산’이라는 편지(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선물)로 마무리된다. 나는 이 글을 내 딸들에게 읽어주었다.

***

나는 너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었다.

지상에 너와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나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네 영혼, 네 생각과 느낌, 네 판단력, 이 모든 것은 너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네 두 눈은 위대한 작품이며, 어디에도 비할 데 없고, 온전히 너의 것인 영혼을 여는 창이다.

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너를 위해 특별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네 이전에 있던 많은 사람들, 또는 네 뒤에 올 많은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내가 너를 만들었던 대로 똑같이 만들어낼 수 없다.

나는 너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었다.

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는 내가 선택한 사람의 심장을 통해 흐른다. 너를 특별하게 만든 그 진귀함은 단순한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운명의 급변으로 인한 것도 아니다.

나는 네가 변화를 이룰 수 있게 너를 만들었다.
너는 이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을 가지고 창조되었다. 너의 선택 하나하나가.. 너의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하지만 기억하라. 그 반대의 경우 또한 그러하다. 네가 하지 않는 선택 하나하나가, 네가 하지 않는 행동 하나하나가, 역시 그만큼 네 삶을 바꿀 것이다!

너의 행동들은 쌓아놓을 수도, 나중을 위해 남겨둘 수도, 골라서 쓰일 수도 없다. 바로 오늘 네가 시작한 일이 꼬리를 물고 연결되나니, 네 손으로 수백만 명의 운명이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또한 그러하다. 완전히 다른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며, 수백만 명의 운명이 변화될 것이다.. 만약 네가 선택을 미룬다면.

너는 선택의 힘을 갖고 있다. 자유 의지가 바로 그것이다. 네게는 행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주어졌지만, 선택은 오롯이 너만의 몫이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 네가 시작한다면, 너의 선택은 현명할 것이다.

자, 가거라. 이제 다시는 무력감을 갖지 말아라. 네 선택은 하찮은 것이 아니다. 목적 없이 양처럼 방황하지 말고, 길을 잃지도 말아라.

너는 힘이 있다. 너는 중요하다. 너는 네 자신을 발견했다.

너는 나의 선택이다.

***

다 듣고 난 아이들의 반응은 이랬다. “그래서요?” (말똥말똥, 반짝반짝)
그래서.. 나는 숙제가 생겼다.
엄마가 딸에게 주는 선물을 작성해야 할 모양이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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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2005.03.22 11:13:31 *.82.221.249
좋은 엄마를 둔 행복한 아이들이네요 ^^ " 어느 누구도 자기가 왜 살았는지 명백하고 정당한 이유를 남기지 않고, 이 세상에 그저 왔다가 떠나버릴 권리가 없다." 고 한 땅콩박사인 카바박사는 자신이 출생한 날짜를 몰라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경주용 말 한 마리가 그의 몸값이었던 흑인이었죠. 좋아하는 인물중 한 사람입니다. 이전에 아이들에게 이 분의 일생을 닮은 책을 선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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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05.03.22 20:28:23 *.250.34.120
좋은 엄마라는 얘길 접하면 왜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어요..전 아닌 것 같아요..참 되고 싶은데 말이예요..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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