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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7일 23시 31분 등록

론 로젤 Ron Rozelle

 

7권의 책을 쓴 미국 작가.

텍사스 주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친다. 회고록 <굿나잇 속으로>, 1900년 텍사스 갤버스턴 섬을 휩쓴 허리케인을 소재로 한 소설 <천국의 창문>, 현대의 오하이오를 배경으로 한 소설 <외딴 곳>, 텍사스 동부를 배경으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터칭 윈터>, 에세이 <론 로젤과 함께하는 일요일>을 발표했따.

텍사스 스티븐 오스틴 상과 이미지 매거진 창작상을 수상했다. 그의 회고록 <굿나잇 속으로>는 펜 문학상과 텍사스 예술원 카 콜린스 상의 파이널에 올랐으며, 1998년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가 뽑은 최고의 논픽션 2위에 선정되었다.

미시시피 칼리지 뉴먼 전국학회에서 2차례 회고록 강의를 했고 휴스턴과 댈러스의 반즈앤노블 서점이 뽑은 이달의 소설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텍사스 주 북페스티벌과 텍사스 민속문화 페스티벌의 초청작가로 선정되는 등 작가로서 다양한 커리어를 쌓고 있다. 현재 잭슨 호숫가에서 아내와 딸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 긴 설명이 찾아지진 않습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한 젊은 작가로 주로 작법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 02 묘사와 배경

 

 

묘사와 배경의 중요성

 

8 “좋은 글은 초월적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습니다.” 교수님이 말하셨다.

 

8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라는 말을 했으니 얼른 이 말을 해야겠다. 좋은 글은 배경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더라도, 소설가는 자신이 가진 모든 도구와 방법을 동원해 가장 분명하고 명확하게 시간과 공간을 소설에 먼저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비참한 실패로 향하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 편의 소설은 더 정확히 말하면 소설의 독자는 완벽하게 꾸며진 배경 없이는 멀리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13 글쓰기는 어느 모로 보나 어려운 일이며 항상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다. 외로운 일이며 종종 좌절감을 안겨준다. 미국 남부 출신의 여성 작가 플래너리 오코너로부터 첫 번째 작은 지혜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당신도 이 작가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내 학생 몇몇은 그의 문장이 자주 인용되기 때문에 플래너리 성인이라고 부른다.

오코너는 <미스터리와 양식: 특수한 산문>에서 말한다. “소설쓰기를 현실로부터 도피라고 사람들이 넌지시 말할 때마다 아주 화가 난다. 소설쓰기는 현실 속으로 곤두박질하는 일이며 현실 체제에 충격을 주는 일이다.”

 

13 충분히 다듬어진 훌륭하고 명확한 소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다. 책표지의 제목 밑에 당신의 이름이 실리고 책 전체에 당신의 목소리가 울리는 탄탄하게 잘 쓰인 한 편의 소설. 평범한 독자들이 책을 다 덮은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이야기와 인물이 우리가 바라는 그것이다.

이런 소설을 쓰기 위해서 중요한 필수요소 중 두 가지가 묘사와 배경이다. 이야기나 인물로 마술을 펼치지 전에 독자들이 장소와 시간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또 날씨는 어떤지, 사물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냄새는 어떤지, 어떤 느낌이 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이 모든 디테일 그리고 훨씬 많은 것들 이 당신의 소설 속 세계를 채워줄 것이다.

 

20 이렇게 디테일을 나열하는 것은 독자를 소서로 끌어들이기 위해 좋은 방식이다. 또한 독자의 머릿속에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들의 질감과 모양까지 세세히 그림이 그려지면서 사진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è 독자들은 디테일의 묘사를 즐긴다.

 

21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문학소설과 대중소설의 차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분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어디에서 갈라지는지 정확히 알아볼 필요는 있다. 묘사는 두 소설을 구분하는 데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금 살펴본 드릴로의 소설 같은 문학 소설의 독자들은 긴 대목의 묘사를 일반적으로 더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낸다. 이야기의 전개만큼이나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 벨바 플레인, 켄 폴릿 같은 대중소설 작가의 팬들은 무엇보다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원한다. 이들이 재미를 원하므로 대중소설 작가들은 독자가 디테일이 지나치다고 눈치 챌 정도로 묘사를 많이 해서는 안 된다.

대중소설 작가가 갖는 어려움은 지나치지 않게 그러나 충분히 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해결책은 당신의 독자가 어떤 유형인지 늘 명심하고 군더더기를 가려내는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에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삭제해야 한다. 많은 작가들은 훌륭하게 다듬은 몇 문단이나 완성된 장 하나를 통째로 없애기도 한다. 당신이 고심해서 쓰고 다듬은 글의 삭제가 결코 기꺼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당신의 이야기나 소설은 훨씬 좋은 글이 될 것이다.

 

28 소설의 톤을 설정할 때는 망설이지 말고 날씨의 도움을 받아라. 훌륭한 소설에서는 종종 바깥 날씨가 인물과 플롯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반영한다.

예를 보자.

l  리어 왕 : 이러 왕이 바람아 불어라, 불어서 너의 뺨을 찢어버려라!” 라고 독백하는 동안 성난 폭풍우가 몰아친다.

l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에서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은 인물들의 나태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반영한다.

l  스티븐 킹의 <샤이닝>에서 눈보라가 주는 절망과 절박함은 중심인물들이 점점 미쳐가는 상황의 배경이 되고 있다.

 

29 창작에 관한 유일하지만 잔인한 진실은, 어휘란 절대로 저절로 흘러나오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로서 당신은 모든 어휘와 끙끙대며 씨름하고 몇 번이고 고쳐써서 마침내 완성된 문장이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저절로 흘러나온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나이 든 할머니가 마루에 앉아 털실을 감고 있는 것처럼 쉽고 편안해 보여야 하며, 단지에서 주르륵 흘러나오는 꿀처럼 매끄러워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작가로서 상당한 마술 솜씨를 부려야 한다.

 

30 플래너리 오코너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작가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영원이 어떻게든 만나는 특별한 교차로에서 작업한다. 작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바로 그 지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영원에 관한 부분이다. 바로 여기가 마술이 필요한 지점이다. 플래너리 오코너가 얘기하는 영원은 우리가 하나의 사회로 존속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공통성을 가리킨다. 공통가치, 공통언어, 공통경험 등이 있어야 독자들은 수백 년의 시간과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를 뛰어넘어 소설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

소설을 쓸 때 적절한 묘사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적절한 설정은 독자가 소설에 가까이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뛰어난 묘사와 신중하게 다듬은 배경은 독자를 그 배경 안에 있고 싶게 한다. 정밀하게 잘 다듬어진 글은 독자로 하여금 그 배경 안에 자리 잡고 오랫동안 머물고 싶게 한다. 더 나아가 소설 속의 인물이 처한 상황을 알고, 어떻게 도덕적 곤경에 빠지고 또 벗어나게 되는지를 알고 싶게 한다.

 

디테일 수집하기

 

38 당신이 조금만 영리하다면 이 디테일을 꼬박꼬박 적어둘 것이다. 포켓수첩이 있다면 좋겠지만 냅킨이나 영수증 혹은 명함에 적어도 상관없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긁어 모아 당신의 글에 조심스레 배치해야 한다. 정원 담장을 쌓기 위해 딱 들어맞는 돌을 제 자리에 고이듯이 말이다.

 

39 신선하고 사소한 디테일, 그게 바로 당신이 찾아다녀야 할 것들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신선하고 사소한 디테일들이 결국 한데 어울려 당신의 소설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44 어떤 일이든 능숙해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바로 연습이다. 어떤 스포츠 코치나 피아노 교사라도 똑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문장은 고칠수록 더 좋아진다. 오랫동안 소설을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디테일을 찾는 데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흥미롭고 쓸 만한 디테일을 생각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51 메모의 기술

디테일 발굴의 중요성을 이해했으면 이제 독자의 기억에 남게 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무엇이든 그것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종이에 적는 것이다. 구입할 식료품이라든지 찾을 세탁불이라든지 걸어야 할 전화라든지 무엇이건 간에 잊지 않으려면 반드시 적어두어야 한다.

메모의 기술 불순물을 걸러내고 가장 중요한 요소에 중점을 두는 것 은 너무나 많은 고등학생들이 모른 채 대학으로 진학하는 소중한 기술이다. 신입생들의 첫학기 성적은 바로 이러한 현상을 증명한다.

메모는 작가에게도 아주 중요한 기술이다. 작가는 이 세상을 형성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 건축물, 구름의 모습과 그밖의 모든 것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기억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휴대용 단말기를 메모 도구로 사용하는데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내가 갖고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대신 나에게는 더 작고 엄청나게 싸고 단ㅁ날기를 눌러대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느긋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물론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맞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

 

52 믿음직한 수첩 옆에 두기

수첩이나 작은 공책을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갖고 다녀라. 그리고 자동차의 도구함에도 사무실 책상에도 수첩을 넣어두어라.

당신이 언제 외우고 싶을 정도로 멋진 대사 한 마디를 듣게 될린지, 언제 기록해두고 싶을 정도로 멋진 색상의 노을을 보게 될는지 누가 알겠는가? 호수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있는 좀 이상해 보이는 두 명의 아이를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53 평범한 사물과 보통 사람들에 대한 수많은 어휘와 표현은 내 주머니속의 수첩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그 수첩의 페이지들은 낙엽처럼 내 책상 위에 쌓여간다. 마침내 그 표현들의 사용여부를 생각해보고 나서 던져버리든지, 일지로 옮겨 적든지, 아니면 곧바로 원고로 쓰기 시작한다.

이런 수첩 종이들이 당신의 책상 위에도 쌓여가기 시작해야 한다. 그것들은 당신으로 하여금 글쓰기를 시작하게 할 불씨가 되기도 하고, 그 불꽃을 계속 타게 하는 장작이 되기도 할 것이다. 당신의 소설은 아이디어와 디테일로 이루어진단. 그러니 이것들을 찾을 때마다 메모해두는 것은 그저 괜찮은 계획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이 일은 소설쓰기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57 텔레비전 대본 특히 30분짜리 시트콤의 대본 은 시간제한이 아주 엄격하기 eaons에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것은 가차없이 삭제한다. 당신의 소설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극작가가 어떻게 상황을 도입하고 갈등을 전개하고 신속히 해결하는지 꼼꼼히 분석해보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60 당신이 글에서 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도구 중 하나가 아이러니다. 때때로 아이러니는 디테일에서 아주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니 언제나 놀라운 일을 찾으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어라. 모든 사람들은 항상 아이러니를 기대한다. 자신의 실제 삶에 아이러니가 없다면 소설 속에서라도 만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현실에서 수많은 아이러니 잘되어야 하는데 안 되는 일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사람들, 단번에 완전히 잘못되거나 반대로 잘 해결된 상황들-를 만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야기와 소설에서도 아이러니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60-61 작가일지와 일기 꾸준히 쓰기

여러 번 이 말을 한 적이 있으므로 당신은 아마 지금 무엇을 말하려는지 벌써 짐작할 것이다. 창작교실에서는 학새읃ㄹ에게 바인더노트를 마련해 매일매일 작가일지를 쓰라고 요청한다. 자신이 본 책이나 영화에서 스토리가 잘 전개되거나 혹은 잘못 전개되는 방식에 대해 생각을 기록하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진 것들에 대하여 기록하고, 소설과 시에 사용할 독특한 단어의 조합과 아이디어를 적으라고 한다. 그리고 시든 소설이든 현재 쓰고 있는 글의 여러 가지 장면들을 적어보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일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작가일지는 비밀을 적는 일기장이 아니다. 속상했던 일에 대해 마구 불평을 늘어놓는 곳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때로 억울한 일을 겪는다. 그럴 때에는 조용히 칭얼대든지 아니면 달을 보고 울부짖어라. 그러나 당신의 작가일지에는 절대 적지 마라. 작가일지는 글 쓰기에 진지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메모와 스케치를 하고 관찰한 내용 따위를 적기 위한 곳이다. 당신이 지도와 평면도를 대략 그리고 칼럼과 인터뷰에서 건진 보물을 기록하는 것이다.

 

나는 낱장의 종이를 끼울 수 있는 바인더노트를 사용한다. 내용을 카테고리로 분류할 때 중간에 색인표를 끼워 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다시 읽어봐서 쓸 만한 것은 그대로 두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쉽게 뽑아버릴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공책을 사용하라.

 

62 수업을 처음 듣는 학생들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가끔 풀이 죽는다. 많은 학생들이 일지 쓰기를 과제로 내줄 때만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러나 일지 쓰기가 작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면 대부분이 일지 쓰기의 신봉자로 거듭난다. 당신도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일지 쓰기의 효과를 증명하는 증거는 많다.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일지 쓰기에 빠져버린 내 학생들은 어찌 되었거나 일지를 쓴다. 사실 그들은 언제나 내가 내준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일지를 제출한다. 그들이 교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일지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자신의 소설을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종류의 글쓰기라도 당신이 더 좋은 작가가 되도록 도와준다.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피아노를 치고 운전을 하고 탭댄스를 추는 것과 같다. 더 많이 할수록 더 잘하게 된다.

당신이 매일매일 시간을 내서 한두 페이지의 일지를 계속 써간다면 처음엔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당신의 소설 속에서 얼마나 멋지게 살아나는지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당신 자신이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능숙하게 단어들을 조합하는지 놀랄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의 기본 단계인 어휘 세공술이다.

 

63 당신이 작가일지와 일기를 왜 한 권의 공책에 같이 쓰면 안되는지를 알려주겠다. 사실 많은 작가들이 같이 쓰고 있다. 나는 작가일지와 일기를 각기 다른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다른 공책으로 분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다 쓴 일기장은 벽장 안의 선반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작가일지는 무대 위로 올라간다. 특정한 이야기나 소설에 필요한 일지의 기록은 작업이 끝나면 버려진다. 그러나 이번엔 사용되지 않은 것들은 계속 보관하며, 다음 기회에 사용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옛날 가수의 앨범처럼 그것들이 필요할 때 어디에서 찾아낼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64 작가 일지에 적어야 할 몇 가지들

개요/ 계획 세우기

영화, 소설, 연극에서 스토리텔링의 요소가 어떻게 효과적인지 (아니면 효과가 없는지)에 대한 관찰

온 세상으로부터 빌려온(훔쳐온) 대화와 사투리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관찰 내용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사람들의 신체적 특징

배경을 위한 평면도, 지도, 약도

제목에 관한 아이디어(성경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 시라는 역사적으로 가장 풍부한 제목의 보물창고에서 마음대로 갖다 써도 좋다)

스토리 아이디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될 만한 후보들

재미있고 평범하지 않은 어휘

아직 존재하지 않으나 있어야 할 어휘

진부한 표현(인쇄물이나 사람들의 대화 또는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에서 이런 표현을 만날 때마다 적어두어라. 그리고 그것을 전염병이라 여기고 피하라)

생활 속의 작은 아이러니(순리대로 되지 않는 것,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사람)

당신의 소설에 관한 개략적인 메모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 가사

묘사와 배경에 쓸 디테일! 디테일! 또 디테일!

 

묘사 도구의 사용법

 

73 어떤 도구라도 도구 이상이 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중요한 것은 수식어가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다. 크레민스의 예문에서 끽끽거리는처럼 평범하지 않은 의외의 단어 하나가 나중에 몰려온 형용사 4개를 쌓아올리듯 나열한 것만큼이나 효과적이다. 이 형용사는 모두 작가가 의도했고 또 필요로 했던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다. 바로 이야기 전체의 맥락에서 상황과 인물을 보다 선명하게 그려내는 일이다.

 

75 부사를 잘못 사용하는 한 가지 사례는 화자를 밝히는 문장에 끼워넣는 것이다.

다음 문장을 보자.

 

, 세상에.” 엘렌은 슬프게 대답했다.

오늘은 일어날 가치조차도 없어.”

 

만약 오늘이 일어날 가치조차 없는 날이라면 엘렌이 슬프게대답했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그녀의 대화 속에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이 수식어로 끊임없이 설명을 덧붙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 말은 부사가 나쁜 것이며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부사는 물론 사용해야 한다. 화자를 밝히는 문장에서도 가끔씩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선의 선택이 부사일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 ‘“날 좀 내버려둬요.” 그녀가 위축되어 말했다라는 문장은 당신이 독자에게 그녀가 위축되었음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겁이 나서 움찔하며 이를 드러냈다

고 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표현일 것이다. ‘위축되어란 표현이 훨씬 더 섬세한 접근법이다.

 

77 “네가 너무 미워서 죽여버리고 싶어!” 그녀가 소리쳤다

 

여기에서의 느낌표는 잘 쓰였다고 할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말을 내게 이렇게 소리친다면 당연히 나의 주의를 끌어당길 것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다.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눈물과 함께 증오가 그녀의 눈가로 차올랐다. “지금 당장 널 죽여버릴 수도 있어.”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여기에는 고함소리도 없고 따라서 느낌표도 필요 없다. 화가 난 사람들은 대개 고함을 친다. 냉정을 잃고 흥분한다. 이런 상황에 속삭임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인다. 냉철한 사람들은 보통 미리 끝까지 생각을 하고 나서 말하며, 낱말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고른다. 독자도 이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자신들도 종종 고함치거나 속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작은 장면을 조용하게 다루는 것이 나지막하게 눈물과 함께 훨씬 더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된다.

소설을 쓸 때에는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 생각해보고 어떻게 해야 소리를 크게 혹은 작게, 길게 혹은 짧게, 가볍게 혹은 무겁게 이야기가 가장 효과적으로 그려질지 결정하라.

 

88 한 문단에서 은유와 직유를 둘 다 사용하는 것은 조금 지나치다. 그러나 넘치지만 않는다면 직유는 소설에거 사장 쓸모있는 도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90 암시

우리가 이오아 고양이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커트 보네거트의 <고양이 요람>을 살펴보자.

 

나를 조나라고 불러주기 바란다.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불렀따. 아니 거의 그럴 뻔했다. 그분들은 나를 존이라고 불렀따.

 

나를 조나라고 불러주기 바란다라는 부분은 암시다. 암시는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을 언급하는 수사법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모디 빅>의 첫 문장(“나를 이슈마엘이라 불러주시오”)을 암시하고 있다. 내가 몇 페이지 앞에서 에이허브와 하얀 고래를 말해 그 소설을 암시했던 것처럼.

암시는 다른 것에 주목시킴으로써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바로 그 문장의 중심 낱말이 유명한것이어야만 효과가 있음을. 만약 독자가 암시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애리조나 주의 플래그스텝 시에 사는 당신의 엘머 삼촌이 구두쇠의 전형이라고 해서 소설 속 한 인물이 엘머 삼촌처럼 인색하다고 말한다면 당신의 가족 외에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92 독자가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암시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독서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95 의인법을 작은 이미지 안에 사용할 수도 있다. J.K. 롤링은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한 단어(“헤엄치다”)에서 그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황무지를 가로질러 건너기 시작했는데 심한 안개 속이라 멀리까지 갈 수는 없었다. 20분쯤 지난 후, 하나의 문 옆에 작은 돌로 만든 오두막이 헤엄치고 있었다.

 

의인법을 사용하면 중요한 행동을 독자의 마음속에 분명하게 심어줄 수 있다. 수영장의 따뜻한 물이 팔을 만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재미없는 묘사다. 팔을 애무했다고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97 솔직히 말해 그 시계로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을 나타내려 의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꽤 많은 사람들이 그 시계를 나의 아버지, 자신들의 아버지 아니 우리 모두의 아버지, 또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메멘토 모리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 라 불리는 고전적 상징)에 대한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내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내가 물려받은 그 시계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내가 상징을 위해 거기에 집어넣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의 자연스런 진행 속에서 자연스레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아마도 지금 당신은 이 이야기를 듣고 상징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상징을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이렇다. 당신의 이야기 혹은 소설을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써라 헤밍웨이가 말했던 것처럼 진실되게 그리고 잘. 그리고 무엇이 상징이 될지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 사물과 인물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징은 드러나게 된다.

 

98 그러면 그곳에 살고 있는 인물들의 이름은 어떻게 부를까? 아주 옛날에는 상징적인 이름들이 큰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천로역적>에서 일생을 통해 순례를 완수해낸 주인공의 이름은 크리스찬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일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실 너무나 조심스러운 일이라서 당신에게 차라리 인물들의 이름이 그 어떤 것도 상징하게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꼭 그렇게 하고 싶다면 <앵무새 죽이기>에서 주인공을 애티커스 핀치라고 이름 지은 하퍼 리처럼 주목을 끌지 않게 하라. 핀치는 주인공처럼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안흔 앵무새의 이름이다. 소설 속의 애티커스 자신이 그러했고 소설 속 또 다른 인물인 팀 로빈슨도 마찬가지다.

 

106 복선

복선은 다가오고 있는 추위에 한 발 앞서 철새들이 비행 대열을 이루는 것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맛볼 수 있는 단서를 독자에게 던져준다. 앨리스 세볼드의 <러블리 본즈>의 첫 문장을 들어보자.

 

나의 성은 생선 이름인 새먼이었고, 이름은 수지였다.

 

여기에서 복선이 강하게 들어 있는 단어는 과거시제인 이었다이다. 왜 그녀의 성이 새먼이다가 아니고 새먼이었다일까? 바로 다음 문장이 답을 말해준다.

 

나는 1973 12 6일에 살해되었다.

 

이제 독자는 새로운 궁금증을 갖게 된다. 왜 그리고 어떻게 그녀가 살해되었을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독자는 수백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가 있다. 하지만 독자의 호기심은 첫 두 문장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복선의 역할이다. 그리고 또한 첫 문장이 해야 하는 일, 곧 독자가 소설을 계속 읽도록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작은 단서는 독자 앞에 매달린 맛있는 당근과 같다. 그것은 유리창에 부딪치는 차가운 바람이 될 수도 있고, 골목길으 달려가는 빠른 발걸음, 혹은 뒷마당에 묻혀 있는 돈가방이 될 수도 있다. 복선은 독자가 책을 계속 읽도록 만드는 것이므로 소설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요소가 된다.

è 이 부분을 읽고, 내 소설의 첫 부분을 단 두 문장으로 끓어오르게 만드는 시도를 반드시 해보자고 생각했다.

 

108 글을 쓸 때 당신도 문장 길이의 변화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혹은 모니터 위에서 끊임없이 문장을 이렇게 저렇게 변형해보는 것이다. 여러 개의 길이를 고려해보고 나서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선택하라.

 

보여주기와 말해주기

 

114 이쯤에서 플래너리 오코너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여보자. 그녀는 <미스터리와 양식>에서 소설쓰기는 어떤 것을 말해주는 일이라기보다는 보여주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앵무새 죽이기]로 잠시 돌아가보자. 그 소설 어느 페이지에도 화자인 스카우트가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없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애티커스가 좋은 사람임을 알고 있다. 독자에게 마지막에 가장 강렬하게 남는 이미지 중 하나는 애티커스의 선함이다. 애티커스가 행동으로 자신의 선함을 보여주는 여러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보여줄 뿐 절대로 그가 선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이제 당신은 소설쓰기의 절대 법칙 말해주지 말고 보여주라!’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법칙은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옳다. 예외는 없다.

 

117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짧은 문장이 사실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긴 문장을 선택하는가?

왜냐하면 지나친 간결함은 작가를 더 분명히 말하면 독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설 요약문에 중독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독자라면 작가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글을 더 좋아하게 마련이다. 독자는 발끝을 톡톡거려 장단을 맞추는 여자들이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펀치에 쏟은 밀주에 대해서도 세세히 알고 싶어한다.

 

118 소설 <검은 비>에는 아래 문장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폭탄의 폭발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단은 보인다.

 

불에 탄 피해 지역으로 들어서자. 길바닥에 유리 조각이 햇빛에 반사되어 얼굴을 똑바로 들고 걸을 수가 없었다. 시체 썩는 냄새는 어제보다 조금 약해졌으나 집들이 무너져 기왓장이 산더미처럼 쌓인 곳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파리들이 새까맣게 떼 지어 붙어 있었다. 거리를 정리하고 잔해를 치우던 구호반에는 후속부대가 보충된 듯했다. 바랬지만 아직 땀과 오물로 얼룰지지 않은 구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두 번째 예문이 엄청나게 더 좋은 글이다.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완전히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 중요한 사실을 하나 말해주겠다. 그러니 주목해서 들어라. 앞의 긴 예문이 더 좋은 이유는 말해주기 대신에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보여주기와 말해주기 두 가지를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소설 속에서 이 두 가지 방법을 균형 있게 조합하여 사용해야만 한다. 소설이 보고서나 요약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잠시 전에 우리가 그려보았던 자동차사고에 대해 생각해보자. 도로 순찰대원이 쓴 효율적이고 짧은 문장으로 된 추돌사고 보고서와 사고 당시의 운전자나 승객의 감정과 충격을 전달하는 글 중 독자가 어디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까?

 

120 당신의 이야기가 보고서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보여주기를 주로 하고 또 말해주기를 할 때에도 다른 글만큼 신중하게 어휘를 고르고 다듬는 것이다.

 

121 캐슬린 캠버는 소설 <자비의 책>에서 이렇게 쓸 수도 있었다.

 

잠재적인 위험과 질책을 받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소방관이 되기로 결정한 한 가지 이유는 소방복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 또한 그 제복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의 결정에 전적으로 반대했다.

 

당신은 이 예문을 읽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요지는 다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예문은 그녀가 실제로 쓴 아래 예문과 같은 효과는 없다.

 

그는 소방관에 관한 거라면 뭐든지 다 좋았다. 흥분, 위험,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 푸른색, 제복, 어두운 모직으로 된, 바지의 양쪽 가운데에 칼처럼 주름이 잡힌 바지, 에나멜가죽으로 만든 모자챙은 쓴 사람의 얼굴이 비칠 정도였다. “정말 멋지구나.” 그의 어머니가 말했다. 그의 아버지의 눈에는 분노와 실망이 차올랐다. 그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è 이 부분을 다시 쓰고 보니, 내가 소설을 완전히 잘못 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122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독자가 약간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디테일을 원한다는 것, 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125 독자에게 남북전쟁이 한창인 시기에 어떤 농장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쉽다. 그러나 독자가 실제로 농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는 쉽지 않다. 당신은 독자에게 단순히 말해주는 것보다 엄청나게 더 복잡한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독자에게 수백 개의 작은 디테일을 보여주어야 하며, 이 모든 디테일들이 합쳐져 마침내 1860년대 농장의 모습과 냄새, 그리고 소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127 K부부는 아직 늙지 않았다. 그들은 진짜 화성인답게 고운 구릿빛이 도는 피부를 갖고 있었고 노란 동전 같은 눈, 음악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한 때 그들은 화학약품으로 만든 불꽃으로 그림을 그리고, 와인나무에 초록색 술이 가득 열리는 계절에 운하에서 수영을 하고, 대화의 방에 들어가 푸른 인으로 그린 초상화들 옆에서 새벽까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 그들은 행복하지 않다.

 

이 예문처럼 신중하게 짜이고 세밀하게 공을 들인 보여주기는 종종 불시에 공격하기 위한 야구 투수의 변화구 같이 장치다. 훌륭한 투수는 연이은 속구와 같이 매번 같은 볼을 던져 타자를 안심시키다가 방심한 틈을 노려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진다. 훌륭한 작가 또한 그렇게 한다. 이야기를 고조시키려면 보여주기 방법이 필요하다. 변화구는 가능한한 짧고 사무적으로 말해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둘째 문단에서 우리가 말로 전해들은 것은 그들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는 것뿐이다. 진실의 가혹함을 냉정하게 말할수록 더 강렬하게 SRUWLSEK. 작가는 인물의 불만을 설명하기 위해 한두 문단을 더 만들 수도 있었으나, 이렇게 냉정해 보일 만큼 짧은 진술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

 

그러나 말해주기보다는 보여주기를 더 많이 해야 함을 명심하라.

 

131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끝 부분에는 화자인 늙은 여자가 젊은 나이에 죽어버린 한 남자와 오래 전에 나눴던 사랑을 되돌아보는 멋진 장면이 있다. 그녀는 오랜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이 천국 혹은 내세의 존재를 믿는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말하는 대신 우리에게 보여준다. 바로 이런 식으로.

그녀는 자신이 떠나온 뒤로 한 번도 돌아가지 않은 아프리카에서 있던 옛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 사자들이 종종 광활한 초원이 내려다보이는 그녀의 옛 애인의 무덤에 찾아온다는 것이다. 사자들이 때로는 몇 시간 동안이나 무덤에 누워 있곤 한다는 것이다. 여러 해 전에 죽은 애인은 생전에 사자를 몹시도 사랑했고 존중했따.

그가 좋아했겠네.” 그녀가 늙고 지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한다.

내가 그에게 그 얘기를 꼭 해줄게.”

그녀가 만약 천국의 존재를 믿으며 옛 사랑을 곧 다시 만날 것이라고 단언했다면 얼마나 모자란 글이 되었을 것인가? 그녀가 그 사실을 말할 의도가 전혀 없었던 것처럼 그녀의 말 속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가게 한 것이 이 글을 얼마나 멋지게 만드는가?

바로 이것이 보여주기와 말해주기의 다른 점이다.

 

감각적 묘사

 

136 약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말한 작가로서의 장점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하나의 의자를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고 그 의자를 한두 문단으로 아주 자세히 쓸 수 있다고 말했따 .자신의 글을 읽고 독자가 그 의자엥 앉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정확히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자를 단지 눈으로 그려볼 뿐만이 아니라 의자를 느끼는 것. 자신의 몸무게에 눌린 의자가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듣고 의자를 닦을 때 쓴 오일과 쿠션의 낡은 천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느낌을 말이다.

그가 옳았다. 미치너는 묘사를 위해 오감을 사용하는 일에 거의 언제나 완벽했다.

사실 그는 천문관의 개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가 살고 있던 텍사스의 도시를 방문한 것이 아니었다. 센터의 위원회가 그가 온다는 소식을 알고 진행한 일이었다. 그는 이 도시에 우물 파는 사람이 있다는 애기를 듣고 그 사람과 며칠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 온 것이다. 아마도 그의 조수 하나가 우물을 팠을 수도 있다(말장난 아니다). 미치너는 정확한 디테일의 신봉자였으며 일류 조사자였다.

우물 파기는 그의 소설 <텍사스>에서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으므로, 조수에게 우물 파는 과정을 보고 오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치너는 직접 현장에서 땅 파는 과정을 보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디테일을 메모했다. 앞에서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디테일 수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 것을 기억하는가? 미치너의 작업은 디테일이 독자를 소설에 몰입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이다.

미치너는 그날 밤 강연에서 다음 책 <알래스카>를 위해 곧 얼어붙은 북극으로 떠날 거라고 말했다. 한 해의 가장 추운 시기에 북극의 야외에서 몹시 추운 기온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서 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작가라면 나를 포함하여 그곳이 얼마나 추울지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니었다. 그는 직접 추위를 느끼고, 만지고, 듣고, 냄새 맡아야 했다. 그의 독자들 또한 그것을 느끼고, 만지고,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도록.

우리가 이 장에서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지금쯤은 그 소리를 듣는 것이 지겨워졌겠지만 당신의 이야기나 소설이 성공하려면 많은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다. 독자는 당신이 이야기 안에 있는 많은 것을 실제 감각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할 때 소설 속으로 걸어들어온다.

 

141 이런 묘사가 당신의 전체 이야기에 조금도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작가로부터 멋진 묘사를 선물받았음을 독자가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는 일이다. 당신의 필요에 따라, 좀더 정확히 말하면 독자가 당신이 묘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좀더 자세하고 개인적인 지각을 얻기 위해 필요한 감각을 사용하라.

 

145 빌리는 굴러 지나가는 밤의 실패를 보며 앉아 있었다. 길옆의 가시나무 덤불. 산맥 위에 내려앉은 평평하고 깜나 망사천이 그들 위로 별들이 피어난 사막의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트로이는 담배를 피웠다.

 

이것은 누구나 탐을 낼만큼 뛰어난 묘사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독특한 묘사는 송전선을 배처럼 둥글게 늘어진으로 부른 것처럼 독자의 관심을 끌어 이미지를 더 잘 기억하게 한다. 또한 작가도 더 잘 기억하도록 해준다.

독자가 이미 아는 진부한 표현은 절대 피해야 한다. 깜짝 놀란 인물을 자동차 불빛에 놀란 사슴처럼이라고, 의도적으로 쳐다보는 것을 칼을 노려보듯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진부하다. 이미 죽은 표현들이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149 그러나 후각의 기억 고리는 누구나 수긍할 만큼 보편적이어야 한다. 나의 독자들 모두가 주차장에서 군생활을 보내지 않았으며, 리마콩을 요리하는 할머니가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냄새들을 소설에서 마음대로 써먹을 수는 없다.

 

151 오늘날의 독자들은 너무 뻔해 보이는 상징을 용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커다란 하얀 고래가 복수를 뜻하고, 죄를 지은 젊은 여자들이 가슴에 단 주홍 글씨같은 상징 말이다. 그러나 까다로운 독자라도 절묘하게 드러나는 상징은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떤 것을 상징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 중 가장 미묘한 것이 바로 냄새다. <캐서우드>의 두 문자엥서 바다와 해안, 잔디 타는 연기와 흙냄새는 한 번만 언급된다. 이 낱말들은 마치 냄새처럼 잠시 머물러 있다가 그것들이 상징하는 아일랜드처럼 사라져버린다.

 

152 당신은 평범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을 테니 이 작가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하나 배워야 한다. 당신이 특별한 일을 할 때에는 좀더 영리해져라. 구문을 뒤집고, 낱말을 만들어내라. 평범한 독자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움을 선사하라.

è 나는 소설 <권태>에서 여자의 빗을 묘사한 부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나는 권태에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독자였고 권태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녀는 권태를 상징하는 듯 보인다. 그 빛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잔뜩 붙어있다. 나의 집에 있을법한 빗이다. 나는 그녀의 빗과 나의 빗을 비교하며 한참 동안 그 빗의 묘사 앞에서 서성거렸다.

è 천재들을 묘사하는 여러 인상들이 있을 것이다. 내 소설에 적용해보자. 가령 고서연이라면? 부잣집 여자 아이.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 아이라면 어떤 묘사가 가능할까? 그녀들을 보면서 느꼈던 바를 적용해보자.

 

156 두통. <구약성서>에서 신이 후려치는 듯한 두통이었어.

 

이런게 바로 두통이다. 단어 후려치다구약성서를 통해 두통의 강도를 각인시킨다. 이 문장이 두통이 극심하다보다 말할 수 없이 뛰어나다는 데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157 기억하라. 소설에 아픔과 고통을 가할 때가 되면 실제 고통을 묘사하기보다 고통을 겪는 인물의 반응을 강조하라.

 

159 차의 맛

그것은 흙의 맛이 난다. 혀를 톡 쏘는 비옥한 흑토 같고 당신이 최근에 맛본 그 어느 것보다 더 진실한 맛이 난다.

한 모금만 마셔도 공상에 빠져든다 봉우리가 높은 산들과 소중한 잎들이 뽑혀 나간 부드러운 나무들.

è 차의 맛을 흙의 맛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단박에 이해되었다. 잘 잊혀지지 않는 묘사가 될 것이다.

 

164 혹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소설 <고자질하는 심장>에 나오는 살인자처럼 혼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있어야 한다.

 

174 그런 후 감자기 조용해졌다. 마침내 과제를 낸 학생이 스스로 자기 글의 문제를 깨달았다.

뭔가 빠졌조, 그렇죠?” 그 학생이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이 딜레마의 원인을 찾아냈다. 모든 것을 또렷이 볼 수 있으나 아무런 냄새도 맛도 느낌도 소리도 없다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이 훌륭한 작가는 5가지 감각 중 오직 한 감각을 통해서만 모든 묘사를 담아냈던 것이다.

 

인물의 묘사

 

181 그런 후에 그의 어머니가 말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 남자의 이미지를 급격히 추락시킨다. 많지 않은 단어로도 우리는 호머의 생김새 뿐만 아니라 그가 어떤 사람인지 처음으로 엿볼 수 있다.

 

187 당신이 아주 싫어하는 사람을 그들의 사마귀나 결점 등을 그대로 가진 채 소설에 등장시키는 일은 당신에게 꽤 효과적인 심리치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는 본인이 눈치 못채도록 아주 조심스러워야 한다.

 

191 실제 인물에 바탕을 둔 인물에 덧붙일 범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작가 자신을 바탕으로 한 인물이다. 작가 자신을 작품에 등장시켜서 안 된다고 몇몇 글쓰기 책이나 창작 워크숍에서 경고할 것이다. 이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93 가끔씩 인물이 잠시 자신의 소원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은 인물을 묘사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그러면 독자는 인물의 실제 모습과 정반대의 이미지를 얻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외모가 바뀔 수 있다면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202 인물의 동기를 보여주는 방법은 대화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뒷이야기와 회상도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203 인물의 기분을 묘사할 때에는 항상 말해주기보다 보여줄 방법을 찾아보라.

 

205 당신의 인물도 약점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 완벽함이란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특성이며, 그것은 소설 속의 인물도 마찬가지다.

 

207 이것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후에 그것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거나 뒤엎을 힌트를 주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

 

217 당신의 소설도 독자에게 이만큼 사실적으로 보여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 장면에서 전달할 필요가 있는 디테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다음에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의 어휘를 선택해 묘사하는 것이다. 당신이 미리 만들어둔 이미지 목록은 당신에게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 목록과 글에 사용한 이미지를 비교해볼 수도 있고 지워버릴 수도 있고, 그 옆에 나중에 다시 생각할 것따위의 작은 메모를 붙여둘 수도 있다. 형용사, 은휴 혹은 직유 같은 다른 도구들의 목록 또한 도움이 된다.

 

226 내가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소설의 배경을 단순한 장소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경은 이야기를 풀어가고 인물을 규정하는 것을 도와줄 수많은 디테일이 모인 저장고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배경과 장면 하나하나에 그리고 전체 작품 안에 작지만 완벽한 하나의 작은 세상, 즉 소우주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소우주를 찾게 되면 배경과 그 배경이 담고 있는 보물인 디테일을 당신의 독자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게 된다.

 

233 사자는 사자라서 혹은 겁쟁이라서 믿을만한 인물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다. 사자가 자신에게 없다고 여겼던 연민과 용기를 마침내 자신 안에서 발견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들이 사자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는 이들의 원정은 이상한 장소와 모험 때문이 아니라 독자인 우리 모두가 그들처럼 어려운 길을 지나왔기  때문에 뛰어난 이야기가 된다.

 

237 독자가 당신의 소설에서 가끔씩 편안한 기분을 맛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독자들이 그 기분을 긴 시간이 아니라 아주 짧게 즐기게 해야 한다. 편안한 느낌에 깊이 빠져서 중요한 목표, 즉 흥미 진진하고 활기차게 사건을 이어가는 일에 방해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장르별 묘사와 배경

 

245 장담하건대 소설의 기본 스토리라인에 대해 말하자면 하늘 아래 정말 새로운 것은 없다. 당신이 선택한 장르, 당신이 만든 배경, 당신이 사용한 묘사와 세심한 어휘로 그 스토리라인 위에 꾸며가는 독특한 전개가 새로울 뿐이다.

 

254 어떤 형태의 미스터리소설이든지 범죄 자체보다는 그 범죄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훨씬 더 강조해야 한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다. 그의 영화에서는 실제 범죄가 행해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고, 기껏 영화 <사이코>의 샤워 장면 정도다. 우리가 보는 것은 거의 언제나 범죄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인데, 이들은 <이장>에서 다리를 다친 신문기자 제프리처럼 실제 목격자도 아니다. 제프리는 망원경으로 다른 아파트를 훔쳐보다가 우연ㅇ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애쓴다. 그는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우리 또한 보지 못했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가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퍼즐조각을 맞춰가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미스터리 소설의 독자들이 보아야 하는 것이다.

 

260 연애소설

연애소설의 핵심은 연애, 즉 로맨스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러브스토리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도 강조되어야 한다. 이 장르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인물의 의상과 실내 장식, 보석과 리무진 차, 우아한 저택과 펜트 하우스의 공들인 묘사에 특히 흥미를 보인다 다시 말하면 다른 장르의 소설에서는 자주 보기 어려운 묘사를 기대한다. 많은 연애소설이 이렇게 번쩍이는 무대와 화려한 물건들 사이에서 펼쳐지지만 물론 모든 연애소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상황과 주변 환경이 어떻든 간에 이런 소설을 끌고 가는 것은 달콤한 속삭임, 계략, 음모 그리고 상대방에게 한눈에 반하기 따위들이다. 당신이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다면 소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묘사와 배경으로 이야기 전개하기

 

272 소설에서 주제를 다룰 때에는 명심하라.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메시지가 무엇이든 간에 당신의 독자에게 끊임없이 설교해서는 안 된다. 사실 어떠한 메시지도 전달하려 들지도 큰소리로 말하지도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275 그는(C.S.루이스)는 헌책방에서 조지 맥도널드의 <판타스테스>를 집어들었고, 그 책은 말 그대로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레더헤드 역의 플랫폼에는 나와 역무원 한 명만이 있었다. 주변은 이미 어두워져서 엔진 연기가 용광로의 반사 때문에 기차 아래쪽을 발갛게 보이게 했다. 도킹 계곡 너머의 언덕은 짙푸르다 못해 보라색으로 보였고 하늘은 서리가 낀 듯 초록색으로 보였다. 추위 때문에 귀가 간지러웠다. 책과 함께 보낼 멋진 주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281 셰익스피어가 울부짖는 리어왕을 폭풍이 몰아치는 언덕 위에 세워놓았을 때, 그곳에서 리어 왕이 자신이 딸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는 따위의 말을 외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물의 분위기와 그날의 분위기가 일치해야만 효과가 높아진다. 리어 왕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폭풍 딸들에게 당한 배신과 그로 인한 분노 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번개, 천둥, 바람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소설에서도 분위기가 이야기를 끌어가게 하라.

 

283 이 어색하고 곤란한 상황을 얼마나 교묘하게 전개하고 있는지 보라. 서투른 작가라면 아마도 두 사람이 상대방의 존재에 예민해져 있다고 말한 후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워튼이 원래 나타내려 한 것은 절대로 그런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은근한 수작과 불안감 사이에 그 무엇이 있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또한 그것을 가질 수 없음도 알기에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고 까치걸음을 걷는다. 여기에는 작가가 다룰 가치가 있는 갈등이 존재한다.

 

마술 부리기

 

291 첫인상은 당신의 부모와 고등학교 말하기 교사가 말하듯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이 문단은 분명히 멋진 첫인상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럭저럭 괜찮은 작가와 달리 탁월한 작가들은 이 작가가 한 것처럼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휘 세공술의 수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지룸ㄴ에 완벽하게 답하려면 여러 권의 책으로도 모자란다. 그러나 배경과 묘사에 특히 집중해서 5가지 현실의 수정, 제목 짓기, 잘 쓰인 첫 문장, 더 큰 배경 안에 구체적인 배경 설정하기, 당신의 이야기와 목소리 혼합하기 를 살펴보자. 당신이 마술 같은 조작을 하게 도와줄 것이다.

 

294 <세일즈맨의 죽음> 1막에서 윌리 로만은 출장을 갔다가 늦게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피곤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고 출장 영업 일에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는 사실을 걱정한다. 그의 기분을 살려주려 아내가 먹을 것을 권한다. 아내는 새로운 종류의 치즈를 샀다고 말한다. “휘저어서 만든 거예요.” 윌리는 최근의 곤경에 대해 열변을 늘어놓다가 말을 멈추고, 잠시 새각한 후 묻는다. “어떻게 치즈를 휘젓지?” 정말 뛰어난 대사다. 아서 밀러가 어디에서 듣고 사용하려고 결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윌리의 심경을 강조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를 둘러싼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여 그는 점점 낙오자가 되어가고, 휩트 치즈만큼 사소한 것이 독자의 주의를 윌리에게 완벽하게 옮겨가고 있다.

 

299 이것만은 꼭 기억하자. 맨 처음에 배열된 여러 단어들은 당신의 소설과 목소리를 처음 독자에게 맛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최고로 멋진 마술을 부려야 한다. 또한 때때로 첫 문장은 소설의 배경과 묘사로 들어가기 위해 발판을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다.

 

301 이디스 워튼은 소설 <여름>에서 첫 문장을 아래와 같이 시작하고 있다.

 

젊은 여자가 노스도머의 하나밖에 없는 거리 끄트머리에 자리한 로열 변호사의 집에서 나와 문가 계단에 서 있었다.

 

언뜻 보면 무척 간단한 문장이다. 마치 출발소리가 나자마자 내달려 써내려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디스 워튼은 평생 단 한 줄도 줄달음쳐 쓴 적이 없었을 것이다. 자세히 분석해봐야 워튼이 다룬 생각과 기능을 알 수 있다. 이 짧은 첫 문장에서 독자는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한 여자를 만난다. 워튼은 때로 가장 좋은 묘사가 아무 묘사도 하지 않은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305 독자에게 이야기와 목소리의 여운을 남기기

당신이 쓸 가장 강력한 마법 중 몇몇은 소설쓰기를 다 끝낸 후에 하는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말해준 당신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여운으로 남기기다.

어떻게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야기와 목소리에 여운을 남기는 일은 당신이 집필을 끝낸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와 목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좋은 방법은 하나의 장이나 장면을 마칠 때마다 프린트해서 다시 한 번 주의 깊게 읽어보는 것이다. 당신에게도 효과적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는, 다 쓴 원고를 종이에 프린트하여 연필을 들고 다시 읽어보는 것이다. 원고를 종이로 읽을 때와 화면으로 읽을 때에 마음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작품이 전자책으로만 출간되지 않을 거라면 독자는 종이로도 읽게 된다. 그러므로 당신의 이야기와 목소리가 잘 드러나는지 알려면 동일한 매체 즉 종이를 통해 자신의 원고를 읽어보는 것이 좋다. 둘째는, 프린트한 원고를 하루나 이틀 지난 후에 읽어보는 것이다. 원고를 프린트하고 곧바로 읽지 말고 다음 장을 쓰기 시작한 후 나중에 읽어라. 그때쯤이면 원고의 내용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지워져 있을 것이다. 비록 하루라도 그만큼 신선해진 당신의 관점이 작품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소설쓰기를 끝내자마자 읽었을 때 놓치기 쉬운 글의 장단점을 이때에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당신과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은 없지만 이 사항들은 단지 한 두 문단만이 아니라 소설의 전반에 걸쳐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당신이 특히 즐겨 읽었고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왜 그렇게 마음에 들었는지 이유를 찾아보라. 그러면 당신에게 만족감을 안겨주기 위해 작가가 해놓은 작은 것들을 아주 많이 찾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그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고 재미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와 목소리의 조화에 있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306 마술지팡이 휘두르기

완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기 ㄱ전에 당신이 최고의 작품을 썼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있다.

l  소설의 제목이 이야기를 잘 나타내고 있는가? 제목이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가?

l  첫 문장이 독자의 주의를 끌어당기고 있는가?

l  화자의 목소리가 일관성 있고 독자가 읽기에 편한가?

l  전반적인 분위기나 톤이 뚜렷한가?

l  특정한 배경이나 상황보다 더 큰 배경과 상황이 있음이 분명히 드러나 있는가?

l  모든 미해결 상태의 일들을 매듭지을 수 있는 충분한 해결책이 있는가?

l  모든 어휘를 철저히 다듬었는가? 최선의 단어와 최선의 구절을 선택했는가?

l  문장과 문단의 길이와 구조를 다양하게 변화시켰는가

l  말해주는 것보다 더 많이 보여주었는가?

l  충분한 묘사를 했는가?

l  묘사가 지나치게 많지는 않은가?

l  완성된 작품이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만한가?

 

모자라지도 않고 지나치지지도 않게

 

312 어떤 이야기를 쓸 때에는 스스로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해봐. 그가 말했다. 일단 쓴 원고를 고칠 때에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들을 찾아 모두 없애는 것이 중요하단다.

 

313 나는 대화 지시문에 대해 학생들의 머리에 다음 두 규칙을 쾅쾅 밀어 넣곤 한다. (1) 지시문을 쓰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쓰지 마라. (2) 부사를 넣지 마라.

 

322 단순히 묘사만을 위한 묘사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323 위대한 극작가 안톤 체홈의 말로 이번 주제를 마무리하겠다. 소설 속의 모든 것은 거기에 목적이 있다. 그는 1막에서 총이 벽에 걸려 있다면 3막이 될 때까지 총이 발사되어야 한다고 말했따.

 

323 가장 좋은 묘사는 묘사하지 않는 것

누구야?” 게오르그는 상대방이 보지 않았더라면 다행스러웠을 어떤 것을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뜨며 재빨리 물었다.

늑대들이군.”

 

섬뜩하지 않은가? … 작가는 늑대들이군이란 무서운 말을 화자가 어떤 식으로 말한다는 아무런 지시나 묘사 업이 뚝 떨어뜨린다. 화자는 소리칠 수도 애원조로 말할 수도 있따 .그러나 내게 이 말은 언제나 속삭임처럼 들린다.

 

325 군더더기 체크 리스트

당신이 원고를 읽으면서 아래 사항 중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수정하거나 지워야 할 군더더기가 있음을 뜻한다.

낱말이나 구절의 반복

불필요한 대화 지시문

너무 많은 부사

너무 많은 형용사

똑 같은 의미를 가진 수식어

쓸모없는 정보

쓸모없는 인물

너무 많은 묘사

장황함

교훈

진부한 표현

 

소설쓰기 과정 속의 묘사와 배경

 

334 이렇게 미리 정해놓은 일과시간은 온전히 글쓰기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하고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신성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내가 정해놓은 글쓰기 시간은 매일 아침 4시부터 5시 반까지다. 그리고 일주일에 7일 매일 1시간 30분 동안 정말로 열심히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 그리고 또 하나의 규칙은 그 시간 동안 내내 글쓰기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는 날도 많고, 때때로 그런 느낌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쓰레기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은 거기에는 건질 만한 어떤 것이 묻혀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스스로에게 하는 최악의 변명은 이것이다. ‘오늘은 글쓸 기분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을 때마다 바로 오늘이 일간지의 까다로운 편집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원고 마감일이라 상상하라고 말한다. 그 편집장은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이며 얼굴을 잔뜩 찡그린 루 그랜트 타입의 인물이라고 마음에 그려보라고.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책상 위에 당신의 원고가 즉시 놓이는 것뿐이다.

 

336 고쳐쓰기

나는 늘 방금 쓰기를 마친 페이지를 프린트하여 서재의 소파에 앉아 샤프 연필을 들고 워녹에 메모를 해가며 읽는다. 낱말과 구절 혹은 문장 전체를 옮기고 싶을 때에는 화살표를 그린다.

 

 

 

 

내가 저자라면

 

이번 주에는 소설을 먼저 쓰고 미리 읽어 둔 책을 북리뷰로 타이핑을 했다. 형광펜으로 밑줄 친 부분들을 다시 쓰면서 내가 칼럼용 소설을 완벽하게 잘못 썼다는 걸 깨달았다. 작가가 몇 번이고 강조한 보여주기가 실종되고 오로지 말하기에 취중하였다. 북리뷰를 하면서 몇 번이나 내 소설을 다시 읽어보았는지 모른다. 마치 독자를 우롱하듯이 일일이 상황을 설명하는 수준 낮은 글을 확인하는 것은 괴로웠다.

 

저자는 진솔하고 위트가 넘친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기 위해 그가 사용한 수사법들은 미소를 짓게 한다. 그는 배팅을 걸기도 하고 (나는 거리낌없이 내기에 응하겠다), 반복하고 있음을 자인하고(하도 반복해서 말하여 질렸겠지만), 자기 정보를 노출한다(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정말 효과가 있다). 어느 누구도 저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진실한 만큼 그의 방법을 따르고 싶어진다.

 

론 로젤은 자신이 4시에 일어나 5시 반까지 글을 쓰며 이 시간의 신성함을 꼭 지킨다고 했다. 그리고 작가 일지와 일기를 따로 기록하며 어느 곳에서든 메모할 용지를 들고다닌 후, 이 내용을 다시 차곡차곡 정리한다고 했다. 모든 작법 교사들이 주장하는 바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 중 론 로젤의 방법이 가장 구체적인 편이다. 이제 꼼짝없이 이 방법을 따르는 수 밖에 없다.

 

다양한 예문은 실용적이다. 그가 어떤 포인트에서 감동을 받았는지 정확히 지적하곤 하는데, 그 감동이 나에게도 전염되곤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읽어볼 책으로 두 권 정도를 빌린 상태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선한 사람임을 전형적인 보여주기 방식으로 나타낸다 하여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가 강조한 <유년기의 끝>을 나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론 로젤이 나에게 도움을 준 만큼 변경연 연구원들에게도 도움이 될까해서 이번 북리뷰는 (나 답지 않게) 세세하게 써내려가려고 노력했다. 소설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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