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리아랑
  • 조회 수 1427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7년 6월 4일 20시 55분 등록

 

신영복 그와 더불어 함께 읽는 고전의 숲

 

<1>

 

“넌? 넌 공부해서 무얼 할 테야?“ “네 전 전 조선총독부 될래요.

“그래 조선총독이 돼선 무얼 하려구?“월급 많이 받게요.

“월급은 얼마나?” “백원... 아니 그보다 더 많이요.

“월급은 그리 많이 받아선 무얼 할 텐고?” “마구 쓰구,,. 그리구...


채만식, 탁류, P. 516

 

<2>

 

넌 커서 뭐가 될래?” “, 일본 총독 될래요.”

일본 총독이 돼선 무얼 하려구?”

“(조선이 독립되고 일본이 식민지가 되면) 일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려구요.”

 

인용된 두 대화 중 하나는 1930년대의 소설 속 대화이고 다른 하나는 1940년대의 현실 속 대화이다. 1936년에 나온 채만식의 <탁류>를 보면 조선총독부가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여느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 속 현실이지만 아마도 당시의 철 없는 조선인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아이들이 순사와 조선 총독을 꿈꾸지 않았을까.

 

후자의 대화는 어린이 신영복이 해직교사였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민족주의자 친구들을 통해 어른들의 의식이 스며들어 자의든 타의든 일본을 다스리는 조선인 총독이 되겠다는 야무진 장래희망을 입 밖에 내어 말하는 장면이다[1]. 조선의 독립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일본이 조선의 식민지가 되어 일본을 다스리는 조선인 총독이 되겠다고 했으니 그 꿈이 당돌하고 야무지다. 조선 총독이건 조선인 총독이건 어린 아이들의 꿈과 장래희망이 그러한 범주였던 암울한 시기에 신영복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남다른 의식을 지닌 채 성장한다.

 

1941년에 태어난 신영복은 19455살 때 해방을 맞이하고 1950 10살 때 전쟁을 겪는다. 1963 23살 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 대학교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로 활동하던 중, 1968 28살 때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0년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1988 48살 때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게 된다.

 

그의 40여 년을 설명하는 단 4줄의 삶에서도 그가 개인적 인생에 얼마나 시대를 꽉 담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20년의 빛나는 청장년기를 후미진 작은 감방에서 갇혀 보낸 신영복. 그 스스로 표현하길 무엇을 도모하거나 실천하기에는 너무나 후미진 공간이자 더불어 관계 맺기가 어려운 적막한 처소에서 그는 한학의 대가인 노촌(老村) 이구영 선생을 옥중스승으로 모시고 동양고전을 공부한다. 또한 옥중 서도반에서 만당(晩堂) 성주표, 정향(靜香) 조병호 선생의 집중적인 서예 지도를 받아 소주 처음처럼으로 유명한 어깨동무체를 만들게 된다. 

 

갇힌 감옥에서 도리어 사상의 해방을 누린 신영복은 이러한 사상의 장문사철의 장으로 옮겨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사물이 맺고 있는 거대한 관계망을 깨닫게 하는 것이 시서화(詩書畵)의 정신이므로, 시서화로 대표되는 정서는 경직된 사고의 틀을 열어주고 갇혀 있는 우물을 깨닫게 한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러한 생각과 함께 갇힌 감옥에서 자유롭게 풀어낸 그의 글과 서화를 우리는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내용을 담은 서체 역시 연대의 느낌으로 구현되어 그의 서체는 신영복체라는 이름 외에 어깨동무체’, ‘연대체’, ‘협동체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어두운 시대, 갇힌 공간에도 불구하고 관계속에서 자유로운 사상의 꽃을 피어낸 신영복은 이렇듯 그 자신이 살아온 무수한 관계망 속의 연대적 내용을 그에 어울리는 서체에 담아냈다. 추후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온 많은 이들을 맞이한 것은 더불어 숲이라 쓰인 연대적 내용과 서체의 대형 현수막이었다. 관계론적 관점에서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과 더불어 고전의 숲을 함께 거닐어 보자, 그렇게 더불어 함께.

 

더불어숲.jpg


내 마음 속 책갈피

 

6 우리들이 고전을 읽는 이유가 역사를 읽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디딤돌이면서 동시에 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고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현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나를 알기 위해 나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나를 있게 한 조상은 나의 디딤돌인 동시에 짐이기도 한 까닭이다.

 

1 서론

 

15 내가 동양고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걸 동양고전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어려서 할아버님의 사랑방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년 시절의 경험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층의 정서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41년생 신영복, 43년생 조정래, 47년생 이윤기의 공통점은 부모와 조부모로부터의 배움의 경험이 감각적으로 몸에 기억,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사랑방(신영복), 옛 이야기들이 들려오던 머슴방(조정래), 할머니와 어머니의 소리 내어 읊는 글을 들으며 자란 이윤기. 아련하고 멋스럽다.

 

16 내가 본격적으로 동양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래도 감옥에 들어간 이후입니다. 감옥에서는, 특히 독방에 앉아서는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감옥의 독방이 그런 공간입니다.

단절된 공간, 영웅의 동굴이 신영복에게는 감옥이었던 셈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가혹한 인생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육체적 속박은 그에게는 사상의 해방을, 우리에게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할 수 있는 빛을 선물해 주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17 무기징역이라는 긴 세월을 앞에 놓고 앉아서 나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보는 지점에 동양고전이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예전에 온 몸을 가리고 눈만 내놓은 무슬림 여성을 그린 적이 있다. 그 옆에 我的心(워더신페이: 내 마음은 날고 있다)라고 적었는데, 아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의 심정을 나름 위안한답시고 그린 거였다. 감옥이 되었건 병이 되었건 노화가 되었건 육체를 구속할 일은 언제나 많다. ‘정신적 자유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정신적 여유 또는 정신적 영역에 대한 고민은 육체적 속박이 압도해올 때 시작되기도 한다.

 

18 노촌 선생님은 벽초 홍명희, 위당 정인보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분입니다.

요새는 어디 대학교를 나왔고 어디에서 유학했고 전공이 뭐고 학위가 무엇이다라는 것으로 배움의 배경을 알린다만 이렇게 누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누구의 제자이다라는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깊이가 있어 보인다.

 

19 노촌 선생님의 삶은 어쩌면 우리의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조선 봉건 사회, 일제 식민지 사회, 북한 사회주의 사회, 20여 년의 감옥 사회 그리고 1980년대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를 두루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저 답답하고 한숨이 나올 뿐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위대한 사람들과 평범한 사람들 모두 안타깝다.

 

19 노촌 선생님을 검거한 형사가 일제 때 노촌 선생님을 검거했던 바로 그 형사였다는 사실

할 말이 없다. 친일파 청산문제가 시간의 무서운 힘으로 그저 묻혀질까 두렵다.

 

21 중국 고대 문헌은 마치 현대 문헌처럼 친숙하게 읽히고 있습니다. 전승과 해독에 있어서 세계 유일의 문헌입니다.

 

22 수십 개의 도시국가가 춘추시대에는 12제후국으로, 전국시대에는 다시 7국으로 그리고 드디어 진나라로 통일되는 역사의 격동기입니다. 이 시기는 흔히 축의 시대라고 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상의 백화제방 시대입니다.

 

22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석가도 이 시대의 사상가임은 물론입니다. 한마디로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근본 담론의 시대 그리고 거대 담론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4 자연과의 조화와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라다크의 오래된 삶의 방식에서 바로 오염과 낭비가 없는 비산업주의적 사회 발전의 길을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26 하루 종일 걸려서 그제야 깨닫는 그런 비능률적인 방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매우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26 과거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는 4, 5년이면 뛰어난 문장력과 시작 수준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아니 그러게. 영어 10년 이상 배워도 영시를 못 짓네. 어릴 때 미국으로 간 조카가 초등학생일 때 멋지게 영시를 지어서 놀란 기억이 있는데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은 어학위주가 되어 그런가?

 

26 천지현황.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다는 천지와 우주의 원리를 천명하는 교과서와는 그 정신세계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천지현황과 나는 개입니다. 나는 짓습니다의 차이는 큽니다. 아무리 언어를 배우기 위한 어학 교재라고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천자문이 놀랍긴 하다. 마침 얼마 전 청고 이응문 선생님이 남편한테 주역으로풀이한 천자문 책을 보내주셨다. 이 또한 우연치고는 예사롭지 않네. 아이들과 함께 읽어봐야겠다.

 

26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하면 어학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암기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원문을 해독하고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 정도면 금상첨화지요.

 

29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들은 관계가 있습니다. 관계없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차이보다는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요. 수많은 관계 그리고 수많은 시공으로 열려 있는 관계가 바로 관계망입니다.

 

30 서구의 근대사가 서양 문명의 기본적 구성 원리와 무관할 수 없는 것이고 또 오늘날의 패권적 세계 질서 역시 서구의 근대사와 무관할 수 없는 것이지요. 더구나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해내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일련의 모색 과정에 우리의 고전 강독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31 현대 사회의 높은 범죄율, 생명 경시 풍조는 종교의 역할이 무너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과학이 자신의 대립면을 상실하고 무한 질주를 거듭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32 초국적 금융자본의 신자유주의적 전략이 말하자면 대립면을 상실한 질주입니다. 자기 증식을 운동원리로 하는 존재론의 필연적 귀결입니다.

 

32 자기의 목표를 부단히 허물어버리는 모순 운동 그 자체라는 것이지요.

기업은 언제나 전년대비 매출이 좋아야 한다. 매출의 유지가 목표가 된다면 좋을 터인데. 미우라 아야꼬의 가게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녀의 가게가 잘되자 다른 가게의 매출이 줄었다는 소식에 그녀는 물건을 더 주문하지 않고 그녀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에게 판매할 물건이 없으면 다른 가게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렇게 덜 바빠지고 확보된 시간에 쓴 책이 바로 빙점이다. 자기의 과거도 경쟁상대로 삼고, 자기의 경쟁상대도 경쟁상대로 삼아서 남는 것은 피로일 뿐이며 창조적 공간과 정신적 여백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34 다른 사람에게 모질게 해서는 안 되며,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내다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란 뜻입니다/ 현실주의란 살아가는 일의 소박한 진실입니다

 

35 다만 그처럼 예찬한 자본 축적 과정이 근대사의 전개 과정에서 과연 어떠한 비극으로 점철되고 있는가에 대하여 베버는 최소한의 전망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36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며, 살아가는 일의 소박한 현실이 곧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36 辵은 머리카락 날리며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입니다. 首는 물론 사람의 머리 즉 생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도란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입니다.

도 닦으러 둘레길 한번 떠야겠네.

 

37 도는 그것이 철학이든 도덕이든 어느 경우에나 도로와 길의 의미입니다. 도는 길처럼 일상적인 경험의 축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37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는 것입니다. 도재이道在邇, 즉 도는 가까운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것입니다. 동양적 사고는 삶의 결과를 간추리고 정리한 경험과학적 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양 사상이 윤리적 수준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비종교적이며 과학과의 모순이 없습니다.

 

38 자연이란 본디부터 있는 것이며 어떠한 지시나 구속을 받지 않는 스스로 그러한 것(self-so)입니다. 글자 그대로 자연이며 그런 점에서 최고의 질서입니다.

 

38 중요한 것은 장을 구성하는 개개의 부분은 부분이면서 동시에 총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이 집합과 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은 부분적 총체들의 복합체’(the complex of partial totalities)이며 개개의 부분이 곧 총체인 구조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장의 개념이 3차원의 공간적 개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생멸유전이 이루어지는 4차원의 질서라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동양학에서 자연이란 자원이 아닐 뿐 아니라 인간의 바깥에 존재하는 대상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무궁한 시공으로 열려 있는 질서입니다.

 

39 宙는 고금왕래의 의미입니다. 시간적 개념입니다. 무궁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은 생주이멸의 순환 과정 속에 놓여 있는 것이지요.

 

39 그릇이 진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릇이 그릇이기를 계속 고집한다면 즉 자기를 고집한다면 생성 체계는 무너지는 것입니다/ 어떤 존재가 특별히 자기를 고집하거나, 비대하게 되면 생성 과정이 무너집니다. 생기의 장이 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과잉 생산과 과잉 축적의 문제는 바로 생성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40 특정 분야의 불균형적인 자기 확대가 곧바로 다른 것과의 생성 관계를 파괴하는 것

 

40 동양 사상의 현실주의란 이러한 자연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인간과 인간관계를 두루 포괄하는 사회적 내용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41 인성이란 한 개인이 맺고 있는 여러 층위의 인간관계에 의하여 구성됩니다. 인성은 개인이 자기의 개체 속에 쌓아놓은 어떤 능력, 즉 배타적으로 자신을 높여 나가는 어떤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배타적 능력이 소위 스펙이라고 해야 할까.

 

41 여기서 혹시 여러분 중에 間에다 초점을 두는 사이존재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존재에 중심을 두는 개념입니다. 동양적 구성 원리로서의 관계론에서는 관계가 존재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사이존재관계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지요.

 

42 인성이란 개념은 어떤 개체나 존재의 속성으로 환원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여러 개인이 더불어 만들어내는 場의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42 자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아닌 것을 키우는 것입니다.

 

42 자기가 서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세워야 한다는 순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43 인성의 고양을 궁극적 가치로 인식하는 경우에도 인간을 관계론의 맥락에서 파악함으로써 개인주의의 좁은 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43 조화와 균형에 대하여 대단히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중용이 그것입니다/ 모순 대립의 두 측면이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차이입니다.

 

44 그러한 적극 의지는 하늘을 다스리고 모든 것을 부리는 이른바 감천역물 사상으로 나아갑니다. 바로 그 오만한 지점에 인간의 좌절과 인성의 붕괴가 있는 것이지요.

 

44 존재와 인식 일반의 존재 형식에 대한 확인이기도 하고 그 존재 형식에 내재하는 관계론적 구조의 확인이기도 합니다.

 

46 이것은 민족문제이면서 동시에 문명사적 과제일 뿐만 아니라, 분단과 냉전 질서의 청산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체제 극복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46 同은 이를 테면 지배와 억압의 논리이며 흡수와 합병의 논리입니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근대사회의 일관된 논리이며 존재론의 논리이자 강철의 논리입니다. 이러한 동의 논리를 和의 논리, 즉 공존과 평화의 논리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민족 문제를 세계사적 과제와 연결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2 오래된 시와 언

 

52 시경을 어떤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가/ 우리가 시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의 사실성에 있습니다. 이야기에는 거짓이 있지만 노래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이지요.

 

52 여러 사람이 공감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그 노래가 계속 불려지고 전승될 리가 없습니다.

 

52 여러분이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소위 상품미학은 진실한 것이 아닙니다. CF가 보여주고 약속하는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광고카피는 허구입니다. 진정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이버 세계 역시 허상입니다. 가상공간입니다. 이처럼 여러분의 감수성을 사로잡고 있는 오늘날의 문화는 본질에 있어서 허구입니다.

나는 CF 보고 혹하게 되지는 않던데, 홈쇼핑 광고 보고 물건 사는 거나 1+1에 혹하는 것도 좀 이해 안가더라. 결국은 낭비임.

 

54 우리 가곡 동심초에도 한갓되이 풀잎만 맺고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55 情意가 言이 되고 言이 부족하여 歌가 되고 歌가 부족하여 舞가 더해진다고 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말로도 부족하고 노래로도 부족해서 춤까지 더해 그 깊은 정한의 일단이나마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樂曲은 없어지고 歌詞만 남은 것입니다.

 

56 국풍은 각국의 採詩官이 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백성들의 노래를 수집한 것입니다. 이처럼 백성의 노래를 수집하는 주나라의 전통은 한나라 이후에도 이어져 악부라는 관청에서 백성들의 시가를 수집하게 됩니다.  

採詩官이 있었다는 것은 멋스럽게 느껴진다. 박정희 때 채홍사가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수준차이가.

 

56 시경의 시는 약 3천여 년 전의 세계 최고의 시입니다. 은말주초인 기원전 12세기 말부터 춘추 중엽인 기원전 6세기까지 약 600년간의 시와 가를 모아 기원전 6세기경에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6 문학의 길에 뜻을 두는 사람을 두고 그의 문학적 재능에 주목하는 것은 지엽적인 것에 갇히는 것입니다. 반짝 빛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문학 본령에 들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역사적 관점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시대와 그 사회의 애환이 자기의 정서 속에 깊숙이 침투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작가는 시대정신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58 우리가 거짓 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 시를 읽는다는 것이지요.

 

58 다음 시는 정나라에서 수집한 시입니다. 정풍입니다. 음탕하다고 할 정도로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子惠思我 褰裳涉溱 子不我思 豈無他人 狂之狂也且
子惠思我 褰裳涉洧 子不我思 豈無他士 狂之狂也且
-
鄭風, [褰裳]

어디가 음탕하다고 표현할 만한 것인지 모르겠어서 일단 원문 보관. 설마 褰裳 부분? 기껏 치마자락 걷어 올리고 물을 건너겠다는 건데.

 

59 이 시가 수집된 위나라는 순, 우가 도읍했던 땅으로 유명하지만 강국인 秦, 晉과 접하여 잦은 전쟁과 토목공사로 이산의 아픔을 많이 겪은 곳

 

59 고향을 떠난 삶이란 뿌리가 뽑힌 삶이지요. 나는 사람도 한 그루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60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처지

 

61 그러나 사실과 전설 가운데에서 어느 것이 더 진실한가를 우리는 물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실보다 전설 쪽이 더 진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64 시의 세계와 시적 정서, 나아가 시적 관점은 최고의 정신적 경지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시적관점은 우선 대상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동서남북의 각각 다른 지점에서 바라보게 하고 춘하추동의 각각 다른 시간에서 그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65 시적 관점은 사물이 맺고 있는 광범한 관계망을 드러냅니다.

 

65 유연하고 자유로운 사고/ 시는 읽는 시간도 적게 들고 시집은 값도 비싸지 않습니다. 시를 많이 읽기 바랍니다.

 

65 시인은 마땅히 당대 감수성의 절정에 도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개인적 경험 세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더듬이라고 해야 할까.

 

65 당시의 시인을 대부분은 문학적으로 호흡하는 세계가 매우 넓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66 한 송이 국화가 피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서리가 내리고, 천둥이 친다는 광활한 시공간적 연관성에 있습니다.

그러게, 국화 하나 피려면 요란하네.

 

66 시경의 세계는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거짓 없는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우리들이 매몰되고 있는 허구성입니다. 미적 정서의 허구성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요.

 

66 북방 문학의 특징은 4언체에 있고 4언체는 보행 리듬이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노동이나 생활의 리듬

 

68 농경민족은 유한 공간에서 반복적 경험을 쌓아 문화를 만들어냅니다. 땅이라는 유한한 공간에서 무궁한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68 당연히 <마오어록>으로부터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유일 지배 체제의 상징 같은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마오어록은 중국의 전통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69 몇천 년 전의 기록이 마치 며칠 전에 띄운 편지처럼 읽혀지고 있는 유일한 문명이라는 것

무슨 SF 영화의 한 장면같다. 시간을 단축시키는 문자. 과거를 현재로 끌어당기는 문자.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는 문자.

 

71 1957년과 1970년대에 대대적으로 실시되었던 하방 운동의 사상적 근거가 바로 이 무일 사상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1천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하방 운동에 동원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68페이지에서의 언급도 그렇고 중국의 마오이즘과 중국특색의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드러내진 않지만 다소 낭만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1천만 명의 하방이 각 개인에게 의미하는 바가 어떠한 것인데. 애초의 취지(무일사상)는 완전 무색하게 된 것 아닌가.

 

72 무엇보다도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정신을 깨어 있게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이지요.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76 생산하는 사람을 업신여기고 소비하는 사람을 우러러보는 우리들의 사고는 과연 어디서 연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 개인의 정체성이 그 사람의 고뇌와 무관한 소비 행위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반성하는 관점에서 재조명되기를 바랍니다.

 

76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과거의 지식이 빨리 폐기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노인들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76 사회의 조로화/ 역사 경험의 낭비/ 부단히 새로운 초원을 찾아가는 것

 

77 농본 사회에 있어서 노인의 존재는 그 마을에 도서관이 하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미래는 과거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3 주역의 관계론

 

87 <주역>에 담겨 있는 사상이란 말하자면 손때 묻은 오래된 그릇입니다.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친 경험의 누적이 만들어낸 틀입니다. 그 반복적 경험의 누적에서 이끌어낸 법칙성 같은 것입니다.

 

90 경험의 누적으로부터 법칙을 이끌어내고 이 법칙으로써 다시 사인을 판단하는 판단 형식입니다. 그리고 이 판단 형식이 관계론적이라는 것에 주목하자는 것입니다.

 

91 공자 이전 2500년은 점복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 이후의 시기는 주역의 텍스트에 대한 해석의 시대입니다. 경은 원본 텍스트이고, 전은 그것의 해설입니다.

신탁의 시대와는 시기상 어떤가. 점복의 시대, 신탁의 시대, 우리는 그걸 미신의 시대라고 하지만 어쩌면 인간이 자연 또는 신과 최소한 심정적으로라도 가까웠던 시대였던 거 같다. 그 이후는 신과의 단절, 자연과의 단절.

 

92 주역은 변화에 대한 법칙적 인식이 절실하게 요청되던 시기의 시대적 산물이라는 것이지요.

변화에 대한 법칙적 인식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영역은 바로 주식시장이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확 떠오르면서 주식에의 주역 원리 적용은 어떨까 생각해봤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고 검색해보니 이미 그렇게 적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네.

 

99 땅속에 잠재력을 묻어두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에 養이기도 합니다.

 

99 지평선에 해가 뜨는 형상으로 풀이하여 이름을 晉으로 하고 그 뜻을 나아갈 進으로 하였습니다. 이처럼 <주역>에는 대단히 많은 정보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예술이다. 시적이기도 하고 미술작품이기도 하고 철학이기도 하고 문학이기도 하네.

 

100 그 효가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가

 

101 나는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기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층 빌딩은 지기를 받지 못하는 건축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됨됨이보다 조금 작은 듯한 집이 좋다고 하지요.

 

101 그 여백이야말로 창조적 공간이 되고 예술적 공간이 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미우라 아야꼬의 사례도 그러하다. 시간적 공간이긴 하다만, 매출은 덜하되 시간을 벌어 창조적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101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채우게 되겠지요. 결국 자기도 파괴되고 그 자리도 파탄될 수밖에 없습니다.

 

102 70%의 자리가 득위의 비결입니다/ 개체의 능력은 개체 그 속에 있지 않고 개체가 발 딛고 있는 처지와의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고 하는 생각이 바로 <주역>의 사상입니다.

 

103 무엇을 도모하거나 실천하기에는 너무나 후미진 공간/ 더불어 관계 맺기가 어려운 적막한 처소

그 와중에 도모와 실천과 더불어 관계 맺기를 하였으니 대단한 분이다.

 

105 집이 좋은 것보다 이웃이 좋은 것이 훨씬 더 큰 복/ 위가 소유의 개념이라면, 응은 덕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저변에서 지탱하는 인간관계와 신뢰가 바로 응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6 개별적 존재의 의미와 역할은 그것이 맺고 있는 관계망 속에서 상대적으로 규정되고 사후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107 사계가 분명한 곳에서 발전될 수 있는 사상

사계가 분명한 게 싫었는데 달리 생각해보니 변화를 일상 속에서 감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축복인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113 지나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 어느 한 단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그에 따른 어려움이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과거는 부메랑 같은 것. 영웅도 혹독한 시련을 겪고 귀환하는 길에 마지막에 한번 더 딴지가 나타나긴 하듯이 한 단계 마무리 하는 시점은 언제나 부드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121 세상이 온통 악으로 넘치고 단 한 개의 양효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다섯 마리의 고기가 꿰미에 매달려 있는 고단한 형국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절망의 괘

 

123 한 사회, 한 시대의 양심과 이상은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 박괘는 64괘 중 가장 어려운 상황을 상징하는 괘이지만 동시에 희망의 언어로 읽을 수 있다는 변증법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123 고난의 한복판에서 고난 이후의 가능성을 경작하는 방법이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127 실패한 사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간관계에 있다는 것이지요. , 인간관계를 디딤돌로 하여 재기하는 것이지요.

덕은 외롭지 않고 인간관계는 관계망인 동시에 안전망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여행을 떠날 때 여행자 보험 외에 한 아이에게 후원금을 입금한다. 나를 지켜달라는 내 나름의 의식.

 

128 그래서 미제괘를 읽고 난 후로는 어떤 일의 마지막 단계가 되면 속도를 늦추고 평소보다 긴장을 높여서 조심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했지요.

 

128 모든 변화와 모든 운동의 완성이란 무엇인가?/ 그러한 완성태가 과연 존재하는가/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무엇을 완성하려고 바람 서리 견디며 서 있는지

 

129 속도와 효율성, 이것은 자연의 원리가 아닙니다. 한마디로 자본의 논리일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도로의 속성을 반성하고 길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뭐 진도 빼려고 한다거나 속도 낸다거나 그런 거 안 좋아함. 쓸 데도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것에서 깨달음과 즐거움과 가치가 있더라.

 

129 길은 코스모스를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나란히 걷는 동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일터이기도 하고, 자기 발견의 계기이기도 하고, 자기를 남기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다만 자기를 남겨서 그건 또 무엇하리?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129 과정의 올바름을 미라 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함께 올바른 때를 일컬어 진선진미라 합니다.

 

129 노동이 노동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될 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는 현실을 생각합니다. 목표와 과정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다면 우리는 생산물의 분배에 주목하기보다는 생산 과정 그 자체를 인간적인 것으로 바꾸는 과제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말 좋다, 생산 과정 그 자체를 인간적인 것으로. 앞서 위나라의 시, <산에 올라>에 보면 필해(必偕)라는 말이 있던데 작업조에 편입되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처지라 한다. 노동이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을 마련하는 수단으로서만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다.

 

131 변화를 사전에 읽어냄으로써 대응할 수 있고, 변화 그 자체를 조직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최소한 내 인생에 변화는 내가 조직해야.

 

131 관계망의 상대성에 주목/ 우리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우리가 조직한 관계망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천지인을 망라한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중심의 주관적 공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4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137 공자의 시대는 기원전 500년 춘추전국시대입니다. 5천 년 중국 역사에서 꼭 중간으로, 중국 사상의 황금기인 소위 백화제방의 시대입니다.

 

138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적 가치가 붕괴되고 오직 부국강병이란 하나의 가치로 획일화되는 시기입니다. 신자유주의와 무한 경쟁으로 질주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패권주의적 경쟁과 다르지 않습니다.

문화혁명에 왜 문화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신자유주의에 왜 자유가 들어가는 겐지. 간혹 이런 명명이 미혹의 원인이 되는 것 같기도.

 

139 왕실 관학을 담당하던 관료들이 민간으로 분산되어 지식인 계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140 정신노동의 상품화/ 공자의 사설 학숙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한 관리 소개소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41 공자의 인간 이해를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의 인권사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142 학습은 그 자체가 기쁨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한 것입니다.

 

143 멀리서 벗이 온다는 것은 새로운 인간관계가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신분제를 뛰어 넘은 교우

 

144 학이시습지, ‘때때로가 아니라 여러 조건이 성숙한 적절한 시기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145 우리가 논어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이처럼 사회 변동기에 광범하게 제기되는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입니다/ 사회의 본질이 바로 인간관계

 

151 전문성은 바로 효율성의 논리이며 경쟁 논리입니다/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자본가는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전문화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자본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것이지요.

 

152 전문성은 대체로 노예 신분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였습니다. 귀족은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육예를 두루 익혀야 하는 것입니다. , , , , , 수를 모두 익혀야 했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들은 시도 읊고 말도 타고 활도 쏘고 창칼로 다루었습니다. 문사철 시서화를 두루 익혀야 했습니다. 고전, 역사, 철학이라는 이성뿐만 아니라 시서화와 같은 감성에 이르기까지 두루 함양했던 것이지요. 오늘날 요구되고 있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결코 인간적 논리가 못 되는 것이지요.

 

152 군자불기, 오늘날의 전문성 담론을 비판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152 따라서 논어의 이 구절을 신자유주의적 자본 논리의 비인간적 성격을 드러내는 구절로 읽는 것이 바로 오늘의 독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153 덕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156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사회란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

 

157 그 사람의 사상이 인간적인 매력이 되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미인론의 일환으로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素와 禮와 인간관계에 관한 논의입니다.

 

159 그러한 양이 무럭무럭 크는 것을 바라볼 때의 심정이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그 흐뭇한 마음, 안도의 마음이 바로 미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159 오로지 팔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상품이고 팔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상품입니다. 따라서 광고 카피가 약속하는 그 상품의 유용성이 소비단계에서 허구로 드러납니다. 바로 이 허구가 드러나는 지점에서 디자인이 바뀌는 것이지요. 그리고 디자인의 부단한 변화로서의 패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결국 변화 그 자체에 탐닉하는 것이 상품미학의 핵심이 되는 것이지요.

변화로서의 패션은 변화로서의 유행을 말씀하시는 거죠? 패션보다는 유행이라고 썼으면 좀 더 전달이 명확했을 거 같다.

 

160 그와 대비되는 개념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그 뜻이 드러나게 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한시의 대련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대비는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잘생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오징어 되는 것과 같은.

 

165 화의 논리는 자기와 다른 가치를 존중합니다. 타자를 흡수하고 지배함으로써 자기를 강화하려는 존재론적 의지를 갖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됨으로써 비로소 공존과 평화가 가능하며 나아가 진정한 문화의 질적 발전이 가능한 것입니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바로 이러한 논리라고 생각하지요.

 

166 루쉰이 의사 되기를 포기하고 문학으로 진로를 바꾼 이유가 그렇습니다.

 

167 ‘변화 그 자체에 몰두하는 오늘의 상품미학에서 형식미는 더욱 덧없는 것이지요.

 

169 군자는 도를 추구할 따름이며 결코 食이나 貧을 걱정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사업

 

169 인간관계로서의 덕이 사업 수행에 뛰어난 방법론으로서 검증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이며 가치이기 때문에 귀중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173 인이란 말을 더듬는 것/ 자기가 한 말을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어찌 말을 더듬지 않겠는가

감히 토를 달 수야 없겠지만, ‘말을 더듬는다가 이렇게 연결되는 건 아닐 거 같은데..하는 느낌이 있다. ‘더듬는다는 뉘앙스를 살리고 싶었다면 눌()을 쓰지 않았을까. 訒을 썼을 때에는 더듬는다보다는 인이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爲之難 言之得無訒乎

 

175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팔기 위해서진력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모든 것을 파는 사회이며 팔리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폐기되고 오로지 팔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입니다.

 

177 빈천을 무조건 탈피해야 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해석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빈천도 얼마든지 도로써 얻을 수 있는 어떤 가치라는 것을 선언하고 싶은 것이지요.

 

177 그와 그의 가계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역사가 줄줄이 구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과 역사가 드러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청산은커녕 과거가 은폐되고 있는 역사를 우리가 살고 있기도 하지요.

 

179 學而不思則罔, 사는 생각이나 사색의 의미가 아니라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리라고 한다면 경험적 사고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자를 읽는 것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 상징을 읽는 것, 시를 읽는 것같다.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하고 풍부한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思를 생각이라기보다는 실천또는 경험적 사고라 한 것은 수긍이 가나 罔은 개인적으로는 어둡다’, ‘위태롭다보다는 그물 망으로 해석을 하면 좋을 거 같다.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마치 덫처럼 스스로의 관념 또는 말이라는 그물에 걸리거나 갇히는 것이다.  

 

180 독서는 독서 이후와 완벽하게 단절된 그저 독서일 뿐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말이 있다. 포독(Post)이 중요하다. Post-Doctor가 아니라 포독(Po). 먹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소화가 중요하듯, 잘 소화를 하여 피와 살로 만드느냐 아니면 그냥 배설물로 빠져 나갈 것이냐는 포독이 결정한다.

 

183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탓하는 것이 이를 테면 존재론적 사고라고 한다면, 관계론적 사고는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185 천하에 도가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숨는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빈천이 수치요, 나라에 도가 없으면 부귀가 수치이다.

이런 인재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도처에서 인재들이 등장하는 최근이다. 대통령 하나 바뀌니 만물에 꽃이 피는 형상이다. 도가 있으니 드러내는 거였구나.

 

190 여기에 비하여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거짓말의 수명이 상당히 긴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겸손할 필요가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실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192 사회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구조도 아니며 동시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아님은 물론입니다. 대립과 모순이 있으며 사랑과 증오가 함께 존재하는 세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196 민중적 정서를 담기에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글씨체였습니다/ 내용과 형식의 조화

 

198 속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그저 거죽만을 스치며 살아가는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표면만을 상대하면서 살아가지요. 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관계를 당구공과 당구공의 만남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짧은 만남 그리고 한 점에서의 만남입니다. 만남이라고 하기 어려운 만남입니다. 부딪힘입니다.

 

200 이상적인 교육은 놀이와 학습과 노동이 하나로 통일된 생활의 어떤 멋진 덩어리(일감)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무엇을 궁리해가며 만들어내는 과정이 바로 그러한 것인데 즐거움은 놀이이고 궁리는 학습이며 만들어내는 행위는 노동이 되는 것이지요.

교육에 대한 마음에 드는 정의를 만났음.

 

200 지에서 호로, 호에서 낙으로, 세계와의 관계를 높여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202 하늘을 망라하는 그물은 성글기 그지 없지만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다. 인자는 최대한의 관계성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3 유가의 발상 공간이 국과 국 사이의 야에 있었다는 것이지요.

 

5 맹자의 의

 

212 어찌 利를 말씀하십니까? 오직 仁과 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何必曰利에서 하필’(何必)이라는 뉘앙스가 당시에는 어떠했을지? ‘어찌보다는 아니 하고 많은 가치 중에 하필이면 왜 利를 이야기 합니까?’라는 식의 뉘앙스였다면 용감하고 당돌하기도 한 거 같다.

 

213 서당에서는 <맹자>로써 문리를 튀운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문의 문학적 모범이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214 사람의 정신을 분발시키는 문장들

 

215 단 한 권의 고전을 택하려고 하는 경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단연 <맹자>가 천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욕심나고 있음.

 

229 사람의 소위, 즉 하는 일에 따라서 그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 사회적 입장에 따라 그 생각과 정서가 달라진다는 것

 

229 성상근 습상원/ 본성은 서로 차이가 없지만 습관에 따라 차츰 멀어진다

 

229 습이 개인의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술은 개인이 처하고 있는 사회적 조건이며 개인이 맺고 있는 사회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237 생산자가 소비자를 만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얼굴 없는 생산과 얼굴 없는 소비로 이루어진 구조입니다/ 관계가 없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243 태산에 오르시어 천하가 작다고 하셨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했거늘 실제로 오르니 태산도 낮고 천하도 작아 보이더라. 물론 상징적 의미였겠으나 나중에 중국 태산 오르니 좀 배신감 느껴지긴 하던데.

 

248 부모가 직접 자신의 일면을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 교육적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참된 스승의 모습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선생님 스스로 늦둥이 아들을 그렇게 키우셨죠.

지난해 철학 경시대회와 경제학 경시대회에 나가 각각 은상과 장려상을 지난해 철학 경시대회와 경제학 경시대회에 나가 각각 은상과 장려상을

6 노자의 도와 자연

 

253 유가 사상은 서구 사상과 마찬가지로 進의 사상입니다/ 노자 사상의 핵심은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읽기=, 쓰기=進이라 할 수 있을까?

 

255 자연을 카오스로 인식하는 여타 제자백가들과는 반대로 자연을 최고의 질서 즉 코스모스로 인식합니다.

 

258 불언의 가르침을 설파한 노자가 언을 책으로 남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예수도 스스로 쓰지 않았고 알라도 스스로 쓰지 않았다. 그들은 받아써라하고 지시만 했다. 읽기와 쓰기가 아니라 쓰기와 읽기가 순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대목이다.

 

264 이름이 붙는다는 것은 인간의 인식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식물의 경우도 잡초가 가장 자유로운 식물이라는 것이지요. 이름이 붙여진 경우는 인간의 지배 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인식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기도 하고 그 사이에 경계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 이방인을 만드는 것, 배척의 시작이 되는 것이기도 하겠다. 지배하게 된 식물 외의 것, 이름 없는 것은 잡초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뽑는 것 역시 바람직하진 않은 듯. 어차피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 안에 화단일 뿐인지라 토마토와 딸기 옆에 자라난 잡초도 그냥 뽑지 않고 두었다.

 

281 상품 이외의 소통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상품 형태를 취하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시장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설자리가 없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상품화된 거대한 시장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얼마 전 알라딘의 책 판매 방식을 보고 놀랐다. 상품으로서의 책 판매가 너무나 노골적이었기때문이다. 얼마 이상을 구매하면 기념품을 주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으나 이벤트 대상 책을 사야 하고, 더불어 특정 금액 이상이어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다. 기념품을 얻기 위해 책을 사야 하는(그것도 질적으로 양적으로 모두 통제되는 셈) 것이다. 대상 책은 잘 안팔리거나 또는 프로모션이 필요한 신간서적이지 않을까 싶다. 책마저 이러한 판매 방식, 구매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싶었다.

 

281 지자들이 벌이는 일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을 숭상하고, 난득지화를 귀하게 여기고, 욕망 그 자체를 생산해내고, 심지를 날카롭게 하는 등 작위적인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지자들이지요.

 

282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 굽듯이 해야 한다.

생선 구워보셨나? 어찌 이런 예를 들었을까? 뜬금없지만 이 구절 보고 생선 구웠다. 성질이 급해서 항상 망치는데 거꾸로 큰 나라를 다스리는 마음으로생선을 구우니 잘 구워지더라. 생선 굽는 게 보통 조심스러운 게 아닌데 그 마음을 어찌 알았을까? 언제 구우신거야?

 

291 動善時는 그 때가 무르익었을 때에 움직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체적 역량과 객관적 조건이 성숙되었을 때 움직이는 것입니다.

 

293 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의 아픔의 대가라면 그 기쁨만을 취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는 것이지요.

 

294 참석했을 경우에는 눈에 띄지 않고, 결석했을 경우에는 그 자리가 큼직하게 텅 비어버리는 그런 분입니다.

살림 같은 분일세.

 

301 서예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還童이라고 합니다. 어린이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일체의 교와 형식을 뛰어넘는 것이지요.

환동이라는 표현 좋네. 하긴 일필휘지라고 하니까. 아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에도 머뭇거림, 주저함이 없다. 그림을 배우게 되면서 스케치하듯이 여러 선을 겹쳐 그리는 기술을 쓰게 된다. 붙잡은 이미지를 그냥 휙 그리고 마는 것, 그러한 서예. 환동. 서예만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는 것 역시.

 

301 따라서 맷돌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가 연상시키는 경험 세계의 소통 없이는 결코 전달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304 동보다는 정을 만보다는 허를, 교보다는 졸을, 웅보다는 자를, 그리고 진보다는 귀를 더 높은 가치로 보는 데 있습니다.

 

7 장자의 소요

 

310 결과적으로 우물을 벗어나지 못한 개구리에 지나지 않으며 여름을 넘기지 못하는 메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장자의 생각입니다.

그렇지 뭐, 시공간에서 벗어날 수야 없겠지. 다만 그 와중에 자신이 처한 시공간의 의미를 붙잡아야겠지. 작가는 시대정신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하고.

 

311 소요는 보행과 달리 목적지가 없습니다. 소요 그 자체가 목적입니다. 하릴없이 거니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소요는 보행보다는 오히려 무도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14 장자는 도를 무궁한 생성 변화 그 자체로 파악하고 그 도와 함께 소요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지요.

 

326 그러므로 인위로써 자연을 멸하지 말며, 고의로써 천성을 멸하지 말며, 명리로써 천성의 덕을 잃지 말라. 이를 삼가 지켜 잃지 않는 것을 일러 天眞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한다.

 

327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자유로운 서술 형식과 전개 방식입니다. 이러한 형식은 장자 사상과 가장 잘 조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요와 자유와 자연을 본령으로 하는 장자의 사상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는 사실입니다.

신영복 스스로도 내용에 맞는 서체를 고민했듯이 적합한 형식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겠다. 어떤 주제를 잡을 것인가와 더불어.

 

332 장자의 체계에 있어서 노동은 삶이며, 삶은 그 자체가 예술이 되어야 하고, 도가 되어야 하고, 도와 함께 소요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337 옛사람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전하지 못하고 (글로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하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옛사람들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하는것입니다.

 

340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능력과 경쟁력이란 무엇인가를 조감할 수 있는 것

 

342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지가 오래다.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야 뜻대로 되어 쓸모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된 것이다.

완경기의 자유.

 

352 세속의 지혜란 이처럼 큰 도적을 위해 재물을 모아주는 것이다. 오늘 날의 지식이 하는 일이란 대체로 이런 역할에 지나지 않지요. 정권을 유지하게 하거나, 돈을 벌게 하거나, 나쁜 짓을 하고도 그것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을 대행하는 일이지요.

 

356 한 마리의 제비를 보고 천하의 봄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관계망이지요. 중요한 것은 한 마리의 제비가 아니라 천하의 봄이지요. 남는 것은 경기의 승패가 아니라 동료들의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는 것은 그물입니다.

 

8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363 사상이란 독자성에 앞서 시대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경우든 시대가 사상을 낳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은 물론입니다.

 

370 백성들은 세 가지의 고통을 받고 있는 바, 주린 자는 먹을 것이 없고, 추운 자는 입을 것이 없고, 일하는 자는 쉴 틈이 없다.

 

387 전쟁이란 비록 의로운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단히 이로운 것이라는 지배 계층의 사고가 피지배 계층의 의식에까지 깊숙이 침투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롭진 않아도 의로운 것에 대해 생각하자.

 

399 이런 묵가의 절제는 과연 인간의 본성과 맞는 것인가? 묵가의 원칙은 너무나 각박하다.

모든 애초의 취지에서 멀리 가는 것은 지나치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도 애초의 이상과 달리 실행과정에서 인간의 욕망을 너무 무시하였다.

 

9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410 대교 즉 뛰어난 장인은 손대지 않고 남겨두는 데서 그 진가를 발휘하며, 뛰어난 지자는 생각을 남겨두는 데서 그 진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남겨두는 것은 천의 법칙을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을 구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언젠가 신의 까치밥이라는 제목으로 간단하게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좀 더 길게 써봐야겠다. 남겨두는 것, 여지를 두는 것. 공백에 가득함이 있고 쓸모 없는 것에 의미와 가치가 있다.

 

418 사람의 욕구를 기르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되, 욕망이 반드시 물질적인 것에 한정되거나 물이 욕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일이 없도록 함으로써 양자가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예의 기원이다. 그러므로 예란 기르는 것이다.

 

426 즐겁고 감동적인 禮, 나아가서 즐겁고 감동적인 법을 전망하는 것이지요/ 예는 근본에 있어서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이례적인 것입니다.



10 법가와 천하통일


432 법가의 사관을 미래사관 또는 변화사관이라 하는 이유입니다.

 

458 그림이든 노래든 글이든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결정적인 것은 인간의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비자의 이러한 인간적 면모가 적어도 내게는 법가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한비자의 인간적 면모를 많이 소개하여 나 역시 법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막연히 엄격한 법치, 무자비한 법치의 이미지만 갖고 있었다.

 

460 모든 사상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관념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개념적 인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합니다.

 

11 강의를 마치며

 

474 한 포기 작은 민들레도 그것이 땅과 물과 바람과 햇빛, 그리고 갈봄과 여름과 연기되어 있다면 그것은 지극히 크고 넓은 것이 아닐 수 없는 것이지요. 공간적으로 무한히 넓고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475 하나의 사물은 그것이 물려받고 있는 그리고 그것이 미치고 있는 영향의 합으로서, 그것이 맺고 있는 전후방연쇄의 총화라 할 수 있습니다.

멀리 생각할 거 없이 한 가족의 탄생만 봐도 그러하다. 그 가족 내에서의 나의 위치.

 

476 참다운 도는 어렵지 않으며 오로지 간택을 경계할 따름이다.

맥락 없는 이해를 조심해야 할 터.

 

479 금수초목은 물론 인생사 모두 덧없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는 화엄의 찬란한 세계이면서 동시에 덧없는 무상의 세계임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한계 내에서 우리의 삶을 영위하고 우리의 생각을 조직하고 우리의 시공에 참여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우물 속 개구리처럼 공간 속에, 한 철 메뚜기처럼 여름철이라는 시간 속에 갇혀 있는존재이지만 그러한 한계 속에서 우리의 생각을 조직하여 시공에 참여하는존재가 될 수 있다. 갇혀 있을 것인가 참여할 것인가.

 

506 人은 仁으로 나아가고 仁은 德으로 나아가고 덕은 치국으로 나아가고 치국은 평천하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천하는 도와 합일되어 소요하는 체계입니다.

한 문장 안에 공자, 맹자, 노자, 장자가 담겨져 있다!

 

507 우민화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상품 문화의 실상을 직시하는 것에서 비판 정신을 키워가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체계적인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였을 경우에야 비로소 우리 삶의 도처에 자리 잡고 있는 감염 부위를 수시로 발견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유연성은 우리의 시각을 여기의 현재에 유폐시키지 않고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친 전체적 조망과 역사 인식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509 시와 산문을 읽는 것은 바로 가슴을 따듯하게 하고 가슴을 키우는 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상은 그 형식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육화된 사상이 되지 못합니다.

 

510 사상의 장을 문사철의 장으로 옮겨와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시서화의 정신은 무엇보다 상상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물이 맺고 있는 거대한 관계망을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며 그것이 바로 시서화의 정신입니다. 시서화로 대표되는 예술적 정서는 우리의 경직된 사고의 틀을 열어주고, 우리가 갇혀 있는 우물을 깨닫게 합니다.

스스로 글만이 아니라 서예와 서화도 하셨던 분. 시서화라 하면 뭔가 한량스러운 느낌, 동떨어진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나도 일상에서 한번 해봐야겠다. 시를 읽고 외우고 그림을 그리고.

 

511 시적정서는. 공간적으로 상하좌우의 여러 지점을 갖게 해줄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춘하추동의 여러 시점을 갖게 해줍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무엇과 어떻게 관계되고 있는가를 깨닫게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511 ‘그림그리워함입니다. 그리움이 있어야 그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린다는 것은 그림의 대상과 그리는 사람이 일체가 되는 행위입니다. 대단히 역동적인 관계성의 표현입니다. 나아가 그림은 우리 사회가 그리워하는 것, 우리 시대가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처럼 시와 문 그리고 서와 화라는 정서적 영역은 우리의 독법인 관계론을 확장하고 다시 그것을 인격화 할 수 있는 소중한 영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림까진 아니고 하루 중 포착하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기는 했는데 그러한 순간을 그림으로담고, 그러한 순간포착이 누적되다 보면 시대가 그리워 하는 것을 담을 수 있는 훈련이 되겠구나, 글에 적용되면 그것이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 되겠구나 싶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독자의 눈으로 목차의 좋은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분석)

소제목 자체가 모두 詩같다. 고전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주기 쉬운데 목차에서부터 부드럽게 다가오니 페이지를 넘기는데 부담이 없다. 다만 주역부분에서는 갑자기 난이도가 세졌다. , , , 전 등의 개념을 처음으로 익히는 것이기에 독법에 앞서 해독이 필요한 부분이었기때문이다. 물론 동양사상을 망라하며 읽는 하나의 관점이 관계론이기에 주역의 관계론을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을 소개하기에 앞서 소개한 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독자로서는 아무래도 넘기 힘든 고비였다. 주역이 담고 있는 관계론에 대한 내용만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구체적인 효, , , 전 등의 개념과 풀이는 후반부에 배치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요컨대 난이도의 분포에 있어서 주역은 고르지 않은 능선이었다.

 

2 보완이 필요한 점(독자의 눈으로 이런 내용은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이해가 안됐다)

저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준비한 책이지만 고전을 접한다는 것은 독자로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저자는 아무쪼록 그분들의 연학에 진경이 월등하시길 빌면서 남은 잉크를 말린다는 어느 역자의 이야기를 인용하였는데, 이렇듯 첫 서문부터 저자의 마음을 울리는 어휘가 독자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두 현대어로 바꿔 쓸 수는 없겠으나 다소 낯선 어휘에 대해서는 괄호 안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자의 많은 서화 중에 본문의 내용에 해당하는 서화를 삽입했다면 더욱 입체감 있게, 그리고 머리와 가슴으로 읽을 수 있었으리라.  

 

3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 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글보다는 말이, 즉 책보다는 강의의 화법이 이해하기 더 쉬운 편이다. 그런 면에서 고전이라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주제가 강의록의 형태로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녹취된 강의록이 책으로 나올 때에는 말과 글의 다른 성질로 인해 자연스럽지 않은 흐름이 있기 마련인데, 강의록이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매끄러운 흐름이었다. 또한 원문을 싣고 그에 대한 해석과 설명을 해주었기에 원문과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물론 그 모두를 다 대조하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

강의 도중 학생들의 질문들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저자와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학생들의 관점에서 읽는 나름의 독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질문과 대답 또는 학생들의 평을 마지막 부분에 배치하면 좋겠다. 주역의 경우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 실용적 적용을 해보는 것도 흥미유발과 동시에 빠른 이해와 적용을 도울 수 있을 거 같다. 주식시장만큼 변화에 민감하고 스스로가 변화인 場은 없다고 본다. 상승국면, 고점, 하강국면, 저점 등 주역을 활용하기에는 적당한 변화의 장이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강의 맥락에서 주식시장의 주역적용이 뜬금없다면 특정 위인의 개인적 삶에 적용하는 것도 좋겠다.



[1] 한겨레신문 2016 1 6일자, <한홍구 교수, 신영복의 60년을 사색하다> 중에 소개되는 일화를 참고로 하여 대화체로 구성한 것임.

IP *.18.218.234

프로필 이미지
2017.06.05 10:06:11 *.124.22.184

강의내용이니 상호작용이 있었을텐데 그걸 넣었다면 좋았겠네요. 리아씨 북리뷰보며,  과제를 내준 것과 그것을 보고 저자가 느낀 점이라도 넣으면 좋았겠단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학생들이 고전 강독을 어떻게 느끼는지도 알 수있을테고.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52 #10 도덕경(송의섭) [1] 송의섭 2017.06.20 1279
4651 #11 도덕경(이정학) [1] 모닝 2017.06.20 1695
4650 #11 도덕경(정승훈) [2] 정승훈 2017.06.20 1456
4649 #11 도덕경 (윤정욱) file [1] 윤정욱 2017.06.20 1514
4648 # 9. 논어(김기상) [1] ggumdream 2017.06.12 1992
4647 #9 논어(송의섭) 송의섭 2017.06.12 1468
4646 #9 논어: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_이수정 알로하 2017.06.12 1964
4645 #10 논어(이정학) 모닝 2017.06.12 1511
4644 #10 논어 (윤정욱) 윤정욱 2017.06.12 1571
4643 #10 논어_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장성한) 뚱냥이 2017.06.12 1638
4642 #9 논어 - 무인과 무녀의 아들 仁으로 천하를 다스리다 리아랑 2017.06.11 2297
4641 #10 논어(정승훈) 오늘 후회없이 2017.06.11 1447
4640 #8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송의섭) [1] 송의섭 2017.06.05 1284
4639 # 8.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김기상) [2] ggumdream 2017.06.05 1688
4638 #8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_이수정 [1] 알로하 2017.06.05 1383
4637 #9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_윤정욱 [3] 윤정욱 2017.06.05 1315
4636 #9 나의 동양고전 독법 - 강의(이정학) file [1] 모닝 2017.06.05 2713
4635 #9 강의_나의 동양고전 독법 (장성한) [2] 뚱냥이 2017.06.05 1493
» #8 강의(그와 더불어 함께 읽는 고전의 숲) file [1] 리아랑 2017.06.04 1427
4633 #9 강의(정승훈) [1] 오늘 후회없이 2017.06.04 1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