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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6일 11시 33분 등록

지혜의 횃불을 들고 달려온 마라토너윌 듀란트

 

신은 대부분의 철학자들에게 긴 수명을 허락하였다. 러셀 98, 존듀이 93, 볼테르 84, 칸트 80, 플라톤 80. 한국의 철학계 3총사 김태길, 안병욱, 김형석 모두 1920년 생으로 각각 90, 94세까지 살았고 김형석은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신이 철학자들에게 이런 긴 수명을 허락한 데에는 아마도 인류에게 지혜의 횃불을 전달하는 철학자들의 정신적 마라톤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대개의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윌 듀란트 역시 장수하였고 때문에 48년이나 11권의 대작문명이야기를 낼 수 있었다. 그의 모든 이력은문명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움직여 온 길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평생의 학문적 동반자 아리엘과의 결혼과 경제적 자유를 안겨준철학이야기의 성공이 특히 그러하다. 

 

(윌 듀란트의 뿌리 1885-1911)

1885 11, 19세기 말, 퀘백에서 이민 온 독실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프랑스계 캐나다인 부모에게서 윌 튜란트가 태어난다. 신앙심 깊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 교회에 다니며 성직자의 길을 걷고자 했던 윌 듀란트는 10대 말 도서관에서 다윈, 헉슬리, 스펜서의 책을 접하면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20대 중반 신학교에 진학한 듀란트는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던 중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접하며 가톨릭과 사회주의를 결합하려는 꿈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신학교를 그만둔다. 스피노자가 파문 이후 가족과 민족으로부터 고립되는 것만큼의 고통을 윌 듀란트 역시 이 시기에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학교를 그만두고 그는 부모와 멀어지게 된다. 가톨릭 신앙과 부모라는 정신적 뿌리와 생물학적 뿌리가 뽑힌 셈이다. 1911년 윌 듀란트는 4권의 책과 40달러만 가지고 부모와 신학교를 떠나 뉴욕으로 간다.

 

(학문적 동반자 아리엘과의 결혼 - 뿌리를 뽑고 날개를 얻다 1911-1926)

1911 26세의 윌 듀란트는 뉴욕의 가장 진보적인 자유주의 교육 실험학교인 페레르 학교(Ferrer Modern School)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그러나 13살 연하의 러시아계 유태인인 아이다 카우프만이라는 제자와 사랑에 빠져 1913년 그녀가 15살이 되었을 때 교직을 사임하고 결혼을 한다. 결혼식 날, 발랄한 그녀는 그녀의 가족이 살고 있는 할렘을 떠나 그녀의 선생이자 신랑인 윌 듀란트가 기다리고 뉴욕시청까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가 결혼식을 올린다. 1913년 딸 에델을 낳으면서 윌 듀란트는 부모와 화해한다. 이후 1926년까지 13년 간 그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어린 그녀 역시 2-3차례 집을 나가는 등의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1926년 윌 듀란트의철학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평생을 여행하며 집필에 몰두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지게 된다. 여성의 권리에 관심이 많은 아내의 영향과 더불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에 반대하고 여성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행동하는 지식의 모습을 보여준다.

 

(“철학이야기” – 경제적 자유를 얻다 1926)

1921 30대 중반이던 윌 듀런트는 성인 노동자들을 가르치는 레이버 템플 스쿨을 조직하여 그곳에서 철학, 문학, 과학, 음악 예술을 가르쳤다. 이 곳에서 윌 듀란트의 플라톤 강의를 우연히 듣고 감명받은 한 출판업자의 제안으로블루 북이라는 이름의 저렴한 팸플릿이 나오게 된다. 출판업자의 연이은 청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등 총 11권의 팸플릿이 나오게 되고 이것이 현재철학이야기 11개 장을 구성하고 있다. 성인 노동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인만큼 쉽고 재미있게 읽혀진다. 물론 오랜 시간 쌓아온 그의 지식을 일반 대중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그의 열정과 애정이 읽기 쉬운철학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기본이 되었을 것이다. 이 팸플릿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1926년 사이먼 앤드 슈스터 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며 윌 듀런트가문명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안겨다 준다.

 

(“문명이야기” – 지혜의 횃불을 전달하고 마지막 숨을 뱉다 1981)

1885 11월에 태어난 그는 1981 11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3살 연하의 그의 아내 아리엘 듀란트가 사망한 지 13일만의 일로 그들의 마지막은 그들의 만남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슬하에는 딸 에델 듀란트와 입양한 아들 루이스 듀란트, 그리고 인류에게 남긴 또 다른 정신적 자녀가 있으니 바로 그들이 48(매일 8시간에서 14시간)을 집필하여 완성한문명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이다. 10루소와 혁명 1968년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그는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의 찬란하고 거대한 파노라마를 보여준다라는 서평을 싣기도 했다. 

 

내 마음 속 책갈피

 

아내에게: 강해져라, 나의 동지여……내가 쓰러지더라도 그대는 흔들림 없이 서 있을 수 있도록. 내 노래의 부서진 조각들이 그대 안에서 마침내 더 고운 선율이 된다는 것을 내가 알 수 있도록. 그대는 내가 떠나면서 멈춘 곳에서 시작하여 더 깊이 헤아리게 될 것이라고 내 심장에게 말할 수 있도록.

아내에게 쓴 글이 비장하다 싶었는데, 저자연구 차 알아보니 듀런트 부부의 관계는 쏘울메이트라는 말로도 부족한 매우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관계라 하겠다. 13살 연하의 아내가 15살일 때 결혼하여 48년을 함께 집필, 68년을 해로하며 13일의 차이를 두고 사망하여 같은 공간에 묻히는 인연이라니.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듀런트는 자신이 먼저 세상을 뜰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14 <<철학이야기>>는 유머라는 양념을 뿌리려고 노력했다. 무서운 얼굴로 즐거움을 쫓아버리는 지혜는 지혜롭지 않기 때문일 뿐 아니라, 큰 전망에서 태어난 유머 감각은 철학과 가까운 친족 관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점에 불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들에게는 미소만큼 책에 상처를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유머가 있다는 평판은 정치가나 철학자에게는 재앙이다. 독일은 쇼펜하우어의 운첼만 이야기를 용서할 수 없었다. 오직 프랑스만 볼테르의 위트와 재기 발랄함의 깊이를 알아보았다.

이런 마인드와 글솜씨가 있었기에 딱딱할 수 있는 철학을 대중이 소화하기 쉽게 읽을 수 있는철학이야기가 나온 거 같다. 볼테르 부분을 읽을 때엔 여러 번 웃음을 터뜨렸는데 윌 듀런트와 볼테르의 재기발랄함은 닮아 있는 것 같다. 그 교집합은 프랑스인가? 윌 듀런트의 부모님은 프랑스계 캐나다인.

 

16 아마추어들이 그들의 어정쩡한 노력을 돕는 것을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이 아마추어들이 극진히 사랑하는 삶 덕분에 그들의 가르침이 인간화될 수 있다.

 

서론 철학의 쓸모에 관하여

 

23 철학에는 즐거움이 있다. 심지어 신기루 같은 형이상학에도 매혹이 있다. 이것은 육체적 생존의 비루한 요구들 때문에 사상의 고원에서 경제적 투쟁과 이득의 장터로 질질 끌려 내려오기 전까지 모든 연구자가 느끼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인생의 유월, 황금 시절을, 철학이 정말로 플라톤이 말한 대로그 귀중한 기쁨이던 시절을 경험했다. 그때는 조심스럽게 우리 손을 피해 달아나는 진리에 대한 사랑이 육신의 길이나 세상의 찌꺼기에 대한 욕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해 보였다. 지금도 우리에게는 젊은 시절 지혜에게 구애를 하던 마음의 자취가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23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영혼을 판독할 수 없을 뿐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영혼의 판독이라……좋은 표현이다. 내 안에 있는 영혼을 외계의 존재를 이해하려고 하듯 영혼의 언어를 판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그 첫걸음은 나의 영혼을 내면이 아닌외계의 존재로 접근하는 것.

 

24 일상적 환경의 소용돌이에서 우리 자신을 끌어내고 싶어한다.

 

24 “너희는 먼저 마음에 좋은 것을 구하라. 그러면 나머지는 따라오거나, 아니면 없어도 아쉽지 않을 것이다.” 진리가 우리를 부유하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자유롭게는 해줄 것이다.

부유한 것과 자유로운 것.

 

25 거룩한 불만족 속에서 불확실하고 탐사되지 않은 곳으로 계속 나아가기 때문일 뿐이다.

 

25 과학은 전체를 부분으로, 유기체를 기관으로, 모호한 것을 아는 것으로 해체하기를 바란다. 과학은 사물의 가치나 이상적 가능성을 묻지 않으며, 전체적이고 최종적인 의미도 묻지 않는다.

이상적 가능성이 무엇일까,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파악하자. 나의.

 

26 사망률을 소매로 줄이다가 전쟁에서 우리를 도매로 죽인다. 오직 지혜모든 경험에 비추어 조절된 욕망만이 우리에게 언제 치료를 하고 언제 죽일지 말해줄 수 있다.

이건 표현이 너무 좋다. 사망률을 소매로 줄이다가 전쟁에서 도매로 죽인다. 꼭 전쟁만이 아니라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일들은 일상에서 제법 일어난다. 그걸 막을 수 있는 것은조절된 욕망과 더불어감정의 통제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기질과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

 

28 우리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현실에 함축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위대한 정신들이 함축된 것, 행간, 맥락, 상징을 파악하라고 여러 번 이야기 한다.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한 더듬이를 키우기 위해 시를 읽으려고 한다.


1장 플라톤


32 아마 최초의 회의주의자는 상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보았기에 너무 많이 믿을 수가 없었다.


32 부자가 늘면서 연구와 사고의 전제조건인 여가와 안정이 확보되었다.


32 떠돌아다니는 지혜의 교사 소피스트들 덕분이었다. 소피스트들은 사물의 세계보다는 그들 자신의 생각이나 본성을 들여다보았다.

떠돌아다닌다는 말을 보면 설레인다. 보따리 장사가 마냥 팔자 좋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철학자들과 작가들을 보면 유랑생활, 방랑생활, 여행을 많이 했더만. 그 핑계로 나도 언젠가.


35 고대 조각상의 잔해로 우리에게 전해진 흉상으로 판단하건대, 소크라테스는 아무리 철학자라고 해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잘생긴 것과는 거리가 멀다. 대머리, 크고 둥그런 얼굴, 깊이 박힌 뚫어보는 눈, 수많은 향연을 생생하게 증언해주는, 주독이 오른 넓적한 코가장 유명한 철학자라기보다는 짐꾼의 두상이다. 그러나 다시 보면 거친 돌을 통해서도 어떤 인간적인 따스함과 허세 없는 소박함을 만날 수 있으며, 덕분에 이 못생긴 사상가는 아테네의 가장 훌륭한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선생이 되었다.

못생긴 외모를 어쩌면 이렇게 친근하고 생생하고 사랑스럽게 묘사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본 인물묘사 중 최고이다. 완득이에 나오는 조연 김상호씨가 연상되는 소크라테스.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외모를 지녔을 듯. 소주병 하나 들고 나에게 다가와네 이름 리아의 정의를 대봐, 너는 너를 알고 있느냐라고 술주정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34 2300년의 세월을 넘어, 늘 똑 같은 구겨진 튜니카를 입고, 정치적 혼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고라를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긴 이야기를 나누고, 주위에 젊고 학식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신전 주랑 현관의 그늘진 모퉁이로 데려가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정의해보라고 요구하는 그의 볼품없는 모습을 눈앞에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존경합니다. 윌 듀런트. 2300여 년의 장면을 이렇게 눈 앞에 생생하게 소환해 내다니. 덕분에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이 내 일상에 들어왔다.


36 스승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는 일을 하지 않았다. 내일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제자들이 자신들의 식탁을 빛내달라고 초대하면 가서 먹었다. 제자들은 그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생리적인 면에서 왕성하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천상병 시인이 생각난다. 이런 넉살과 순수함이 부럽다. 궁상맞아도 함께 있고 싶을 정도의 매력을 지닌 것도 부럽다.


38 자신의 행위의 결과를 멀리 내다볼 수 있다면, 자신의 욕망을 비판하고 조정하여 자멸적인 혼돈으로부터 목적성이 있는 창조적 조화로 들어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교육받은 고상한 사람들은 이런 조건에서 도덕을 몸에 익힐 수 있을 것이며, 이 도덕은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와는 달리 반복되는 가르침과 외적 통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을 터였다. 혹시 죄란 오류, 불완전한 시야, 어리석음이 아닐까?

말이 쉽다.


40 돕지는 않고 지배만 하고 지도하지는 않고 명령만 한다면,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개인에게 법을 지키고, 전체의 선의 테두리 안에서 자기 이익을 구하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40 …계속 장광성을 늘어놓는 웅변가들에게 사람들이 지배당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닌가?

방언 수준으로 말을 토해내는 것의 무익함을 보았다. 듣는 이로 하여금 영혼의 쓰레기통이 되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자.


41 젊은이들을 토론에 취하게 하여 타락시킨 사람이었다.


41 자신이 늘 경멸하던 군중에게 자비를 구걸하는 것을 거부했다.


42 “…그러니 안녕히 가시고, 피할 수 없는 일을 가벼운 마음으로 견디도록 하십시오. 그대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아실겁니다.” 그러더니 옥리는 울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하루엔 비장한 아름다움이 감돌았던 것 같다.


43 그런 벗을 잃는다는 나 자신의 불행을 생각하여 운 것이다.


44 이것이 진실로 내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지혜롭고, 가장 의롭고, 가장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우리 친구의 마지막이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을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나 싶다.


45 이런 청년기를 보낸 사람이 철학자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45 “내가 야만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으로,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으로, 여자가 아니라 남자로 태어난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소크라테스의 시대에 태어난 것을 감사한다.”

‘토지’를 읽고 나서 박경리 선생님과 동시대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감사하더라. 그 분이 한국인이라 한국어로 토지를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고. 돌아가시기 전에 꼭 찾아뵈야지 하고 원주에 갔더랬다. 이 심정을 안다.


46 충격처럼 교육적인 것은 없다.


46 플라톤은 총 12년을 방랑하며 모든 곳에서 지혜를 흡수하고, 모든 신전에 들어가 보고, 모든 신조를 음미했다.

공자도 그렇고 플라톤도 그렇고 방랑을 해야 하나봐.


46 모든 극단을 반쪽자리 진실로 보게 되었고, 어느 문제에서나 여러 측면이 있으며, 이 측면들이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듯 진실의 모든 면을 고루 드러낸다고 믿게 되었다. 플라톤에게는 지식이 있었고, 예술이 있었다. 그의 경우에는 한 영혼에 철학자와 시인이 함께 살고 있었다.


47 플라톤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렇게 철학과 시, 학문과 예술이 매혹적으로 섞여 있기 때문이다.


48 철학적인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정신들도 소화할 수 있도록 사상이라는 무거운 요리에 뿌려주는 소스와 조미료 역할을 했을 것이다.


49 우락부락하고 흥분 잘 하는 소피스트인 트라시마코스다.

공자의 자로인가보다. 괜히 정간다. 기억하겠습니다. 트라시마코스. 문득 이 사람의 최후가 궁금.


51 그 모두가 본성을 거스르는 죄를 짓고 있으니까요…….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자는 자신의 욕망이 최대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허락해야 합니다.


53 가진 것에 비해 가족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조심할 것/ 이런 음식을 먹으며 평화롭게 장수할 것이고, 자식들에게도 비슷한 삶을 물려주겠지요.


54 왜 내가 묘사한 그런 소박한 낙원은 결코 오지 않을까? 왜 이런 유토피아는 결코 지도에 나타나지 않을까?


54 보통의 도시는 모두 사실상 두 도시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는 빈자들의 도시이고 다른 하나는 부자들의 도시로, 이 둘은 서로 전쟁을 벌입니다.

내가 살던 동네가 생각난다. 같은 성북동이어도 빈촌이었던 비둘기 동네와 부촌이었던 꿩의 동네가 있었다. 산 위의 동네는 가난한 자들이 사는 산동네와 전망 좋은 부자동네가 공존한다.  


55 모든 통치 형태는 그 기본이 되는 원리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바람에 망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포맷과 형식, 관습 등이 다 그렇다. 원칙에 집착할 때 내용에 적합한 의상이었던 포맷, 형식, 관습 등은 껍데기로 전락하고 만다. '지나침'은 망하는 길이고, 융통성이 '숨통', '숨길'이 될 수도 있다.


 54 그러나 비록 작은 일을 계기로 발생한다 해도, 그동안 쌓인 심각한 잘못들의 결과가 급작스럽게 터져 나온 것이다. 아픈 곳을 태만히 하여 몸이 약해지면, 조금만 무리를 해도 심각한 병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 물 한 방울 


54 지나친 민주주의 때문에 망한다/ 준비를 갖추고 있지 못한 탓에 참담한 결과가 온다.


54 우민정치는 국가라는 배를 띄우기에는 너무 거친 바다다. 웅변의 바람만 살짝 불어도 물이 일렁여 항로가 틀어진다.


56 변덕스럽고 속기 쉬운 군중에게 정치적 공직자를 선출하는 일을 맡기는 어리석음에 놀란다.

예전에는 사실 플라톤의 이러한 생각을 이해 못했는데콘크리트 지지층을 보면 이해가 간다.


57 욕망은 허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은 터질 듯한 에너지 저장소이며, 근본적으로 성적이다.


57 그들의 기쁨은 시장보다 전장에 있다.

나의 기쁨이 전장에 있었던 적은 없다. 나는 승부욕이 없고 경쟁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설령 지더라도 별 느낌이 없다. 다만 시장에서 기쁨을 느낀 적은 있고 지금도 다소 그러한 편이지만, 요새는 거의 목장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말 타고 싶다.


58 그들의 의지는 불이라기보다는 빛이며, 그들의 안식처는 권력이 아니라 진리다. 이들은 지혜의 사람들이며, 세상에 이용되지 않고 한쪽에 물러나 있다.


58 민중에게는 철학자의 인도가 필요하다.


58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이 세상의 왕이나 군주가 철학의 정신과 힘을 가지기 전에는, 즉 지혜와 정치적 지도력이 한 인간 안에서 만나기 전에는……도시, 나아가 인류에게도 결코 악이 그치지않을 것입니다.


59 고비마다 어른들의 선례 때문에 부패하는 젊은이들로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는 없다.


59 어디서 재능이나 천재성의 빛이 터져 나올지 알 수가 없다.


59 이때는 놀이와 운동이 전 교육과정을 차지해야 한다. 이렇게 첫 10년 동안 앞으로 모든 약이 불필요할 정도의 체력을 쌓아두어야 한다.

이것도 표현 좋다. 어려운 시절이 닥칠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유년시절의 든든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모든 약이 불필요할 정도의 체력과 정신력.


59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질질 끌면서 오래 살게 해준다는 것이다.


59 “목수는 아프면 의사를 불러 구토제나 설사제의 처방, 혹은 뜸이나 외과 수술 등과 같이 거칠지만 신속한 치료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누가 그에게 식이요법을 하라거나 머리를 천으로 둘둘 말라고 말하면 목수는 즉시 아플 시간이 없다고, 평소 하던 일을 태만히 하고 병을 돌보는 인생에서는 좋은 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의사하고는 작별하고, 평소 먹던 대로 먹고, 그래서 몸이 나아 자기 일을 하며 살거나, 아니면 몸이 망가져 죽음으로써 병을 끝낼 것입니다.” 우리는 꾀병 환자와 진짜 환자들이 득실거리는 나라를 유지할 여유가 없다. 유토피아는 사람의 몸에서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62 기본 과목은……어린 시절에 가르쳐야 하지만, 절대 강요하면 안됩니다. 자유인은 지식의 획득에서도 자유인이어야 합니다…….강요에 의해 얻은 지식은 정신을 지배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강요하면 안 되며, 어린 시절 교육은 오히려 일종의 놀이가 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자연스러운 경향을 더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지식의 획득에서도 자유인이어야 한다. 이 말 좋다.


64 이런 대제거 과정에서는 제거된 사람들이 평화로운 태도로 품위 있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도록 모든 설득력을 동원해야 한다.


65 신이 여러분을 다르게 만들었다.

아멘.


66 모든 사물의 세계가 자기 이야기를 마칠 때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67 의미는 분류하고 일반화할 때에만, 대상들의 존재의 법칙이나 활동의 목적과 목표를 발견할 때에만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의미는 내 인생의 목적과 목표를 발견해야 알 수 있는데. 아직 알 듯 말 듯 하다.


70 재능에 맞게 앞날이 열린다. 이것이 교육의 민주주의로, 투표의 민주주의보다 백 배는 정직하고 효과적이다.


70 반복되는 일과로 정신에 깁스를 하게 되지 않을까?

진짜 표현 좋다. 우와.


71 오랜 경험과 시련에 단련되어 높은 목적과 고상한 기질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74 여자가 정치적 관리에 능력을 보인다면 다스리게 하라. 남자가 설거지에만 능력을 보인다면 섭리가 그에게 할당한 기능을 이행하게 하라.

아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윌 듀런트의 시대에 이렇게 사고하기 쉽지 않다.


77 완벽한 사회란 각각의 계급과 단위가 자신의 본성과 적성에 가장 잘 맞는 일을 하는 사회다.

나의 본성과 적성은 잘 알고 있는데. 혼자 할 수 있는 일. 읽고 쓰고 주식투자. 볼테르도 비슷했던데. 아니 볼테르는 사람 만나는 것은 좋아했던 것 같고, 나는 사람은 가끔만 만나면 좋겠다.


79 본성이라는 무시무시한 지휘봉이 고집스러운 악기를 제 자리로, 제 음높이로, 타고난 음으로 되돌려놓듯이,

사람은 안바뀐다. 그냥 내가 죄인인 걸 인정하고 그게 나라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발전이다. 결국 예수와 소크라테스가 예전부터 말한 것이다. 안바뀐다. 변화나 혁명이란 없다. 다만 그 본성과 기질을인지하고올바른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 있어야. 베이컨은 이것이 습관으로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


79 사회 안의 삶은 개인의 주권 가운데 일부를 공동의 질서에 양보할 것을 요구한다/ 그 구성원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능력이 있어야,


80 묵상하는 소박한 삶을 좋아하는 기질,


81 교육의 ‘4’(산술, 기하, 천문, 음악)도 플라톤이 윤곽을 잡은 교과 과정을 모델로 삼았다.

공자의 커리큘럼은 어땠더라. 음악의 중요성.


82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는 사회를 계획하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우리 남성 모두에게 그런 용어를 확대하면 거기 깃든 모든 온기와 의미가 빠져버릴 것이다.


83 일반적인 어머니가 갓난아기를 받아들이는 심정은 기쁨보다는 체념이다.

이걸 어찌 알았을까? 모성애도 너무 신화화되었다. 나도 예전엔 아이를 낳으면 모성애는 자동으로 따라오는지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86 그의 국가는 움직임이 없다. 따라서 창조에 적대적이고 변화를 시기하는 경직된 80대가 다스리는 구식 사회가 되기 십상이다. 이 국가에는 예술은 없고 오직 과학만 있을 뿐이다.

국가건 조직이건 다스리는 주체는 경험이 있고 그 경험만큼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되다 보니 경직된 그룹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경험이라는 것이 있어 그 자리로 갔다. 그런데 그 경험을내가 해봐서 아는데식으로 활용하다 보면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경직성이 흐를 수밖에 없게 된다. 내가 다스리는 위치에 가게 된다면 나는 경직성을 가지게 될까, 유연성을 가지게 될까.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조직생활을 하는 상황에 처해보지 못해서 이런 의문은 품은 적이 없는 것 같다.


87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적어도 그 가운데 일부를 현실로 바꾸려 하는 데 인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가더라도더 나은 세상의 조각을 꿈꿔야 한다, 거기에 인간의 의미가 있다는 건가.


89 그의 제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성공을 거두고 어디에서나 그를 기렸다. 그는 자신의 아카데미아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공부하는 제자들 집단을 찾아다니며 연구할 문제와 숙제를 내주었고, 다시 찾아가 보고와 답을 들었다.

스승 또는 사부를 만나기 쉽지 않은 시대이다. 그런 면에서 저 시대는 황금시대였던 거 같다. 끙끙대며 배우는 제자들도 숙제 내주며 갈구는 스승도 모두 행복했을 것이다. 플라톤의 노년과 공자의 노년이 오버랩 된다.


89 동지들의 지적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변경연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이다. 매번 감탄하고 있다. 인간들 진짜!


 89 짧은 잠에서 영원한 잠으로 고요히 건너갔음을 알아차렸다.


 2장 아리스토텔레스와 그리스 과학

 

93 훗날 많은 철학자들이 신성한 집단 속에서 성장했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의학 집단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인 정신을 발전시킬 모든 기회와 자극을 누리고 있었던 셈이다.


94 ‘읽는 자의 집이라고 불렀다.

나의 집은 어떻게 불리우려나. ‘자는 자의 집’? 공간의 성격을 만드는 것은 그 공간에 있는 내가 어떤 활동으로 공간을 채우느냐에 있다.


97 이성의 고삐는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정열을 묶어두기에는 너무 약했다.

본성은 안바뀐다니까. 나를 파악하고자 할 때도 타인을 파악하고자 할 때도 부모를 보는 것은 이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본말전도가 되면 안되고)


98 한 인간의 정신에 모여든 적이 없었을 방대한 지식을 통합하는 등


102 과학으로 기운 정신에 시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102 아마 시간이 두 사람에게서 더 나은 부분만 남겨놓았는지도 모른다.


103 어쨌든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이름을 달고 나온 모든 책의 정신적 저자이며, 몇몇 경우에 손은 다른 사람들의 손일 수 있어도 머리와 마음은 여전히 그의 것이라는 점을 확신해도 좋을 것이다.


103 혼자 열심히 생각해서 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난 혼자 열심히 생각하면 뭐가 나올까?


103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변칙적 인물로서/ 스스로 정한 규칙을 자주 어겼다.

마음에 드네.


106 개체는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의 작은 물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왔다가 가지만, 인간은 영원히 계속된다.

그 파도 속의 작은 물결 속의 곧 스러질 거품, 방울 하나가 내 인생인데, 그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의미가 있단 말이죠? 아직 잘 모르겠다.


107 ‘시들지 않는 자연의 얼굴과 실재로 돌아가라고 가르쳤다. 그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들, 살과 피로 이루어진 개인을 훨씬 좋아했다.


107 <<국가>>에서도 완벽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개인을 파괴해버렸다.

싱가포르가 생각난다.


107 우리는 늘 우리가 비난하는 것을 우리 안에 상당히 갖고 있다.


112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원자들의 선택적 결합에 의해 혼돈으로부터 새로운 세계들이 생겨난다.

결혼과 가족의 탄생도 그러한 듯.


116 식단이 종종 삶의 양식을 규정한다는 계몽적인 발언도 했다. “어떤 짐승들은 군거하고 어떤 짐승들은 혼자 산다. 좋아하는 먹이를 얻는데……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사는 것이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어떤 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돈을 벌고 어떤 이는 고독을 즐기며 돈을 번다.


118 세상 만물은 자기 나름의 완성을 향해 저절로 움직인다. 하나의 사건을 결정하는 다양한 원인들 가운데 목적을 결정하는 최종원인(보통 목적인이라고 부른다)이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하다. 자연이 실수와 무익한 활동을 하는 것은 목적의 형성력에 저항하는 질료의 관성 탓이다. 그래서 생명의 파노라마를 훼손하는 유산이나 기형아가 나타난다.


119 달걀에는 오리가 아니라 병아리가 된다는 내적 계획이나 운명이 있다.

나에게도 시나리오가 장착되어 있겠지. 그 내적계획이나 운명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119 신은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인다. / 신은 사랑받는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을 움직이듯이 세계를 움직인다 


121 지금 우리를 형성하는 환경을 선택하면 미래의 우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친구, , 직업, 오락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성격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자유롭다.

도시가 아닌 자연환경을 선택하고 싶다. 도시의 빛에 산란되지 않아 압도하는 붉은 노을을 만나러. 나는 시장과 전장이 아닌 목장에서 기쁨을 찾는 자. 진짜 이러다 목장 갈 듯.


125 중용은 각 상황에 따르는 조건들과 더불어 변하며, 성숙하고 유연한 이성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월성은 훈련과 습관화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기술이다. 덕 또는 수월성이 있기 때문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올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덕이나 수월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덕은 사람이 행동함으로써 그 사람 안에 형성된다.”

매일의 힘, 훈련, 습관화. 명심하자.


125 우리는 우리가 되풀이하는 행동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수월성은 하나의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인간의 선은 완전한 삶의 수월성을 향해 나아가는 영혼이 이루는 것이다……제비 한 마리나 화창한 날 하루로 봄이 오지 않듯이, 인간 또한 하루나 짧은 시간에 축복 받은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없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127 상당한 수준의 재화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난은 사람을 인색하고 탐욕스럽게 만든다. 반면 소유가 있으면 근심과 탐욕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으며, 이것이 귀족적인 여유와 매력의 원천이 된다.


134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러한 결혼의 수학에 끌린 것은 이 공통점이 없는 두 인간이 대략 비슷한 때에 생식 능력이나 그와 관련된 열정을 잃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10대와 20대의 설레임과 열정을 30대와 40대에게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3장 프랜시스 베이컨


158 “인간의 지혜와 정신은 어떤 대상에 작용할 때는 그 대상에 따라 움직이고 거기에 제한을 받는다. 그러나 그 자신에게 작용할 때는 거미가 거미줄을 잣듯이 끝을 모르고 학문의 거미줄을 뽑아낸다. 이것은 그 실이나 작업이 훌륭하다는 면에서는 감탄할 만하지만, 사실 아무런 내용도 이득도 없다.” 조만간 유럽의 지성은 이 껍질을 깨고 나오게 된다.

 

163 한편 나는 나 자신이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었으며, 또 공동의 복리를 돌보는 일이 공중의 권리로서 물이나 공기처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의무 가운데 하나라고 여겼기에, 내가 인류에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데 맞도록 태어났는가를 자문했다.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다니, 대단하다. 위대한 정신이다. 나는 왜 태어났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왕 태어난 것 즐겁게 살고 인류까지는 아니고 가족이 아닌 타인 1명의 삶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163 나에게는 조사하고자 하는 열정, 끈기 있게 판단을 유보하고, 기쁜 마음으로 명상하고, 주의 깊게 동의하고, 기꺼이 그릇된 인상을 교정하고, 꼼꼼하게 노력하여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있었다. 나는 새로운 것을 무조건 갈망하지도 않고, 오래된 것을 맹목적으로 찬양하지도 않았다. 나는 모든 형태의 협잡을 극도로 혐오했다. 이런 모든 이유 때문에 나는 나의 성정과 기질이, 말하자면 진리와 어떤 친족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165 그의 연설을 듣는 사람은 기침을 하거나 한눈을 팔면 반드시 손해를 보았다. 그는 자신이 연설하는 곳을 장악했다……그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연설을 듣는 모두가 연설이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과연 부러워할 만한 웅변가다!

대단한 웅변가였나보다. 그러나 말만 잘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의 영혼이 담겼었겠지.


167 ‘드러나지 않은 삶이 최선의 삶이 그의 좌우명이었다.


167 “철학이 없다면 나는 살고 싶지 않다.” 그는 사실 자신이다른 무엇보다도 문학에 어울리게 타고난 사람이며, 어떤 운명에 의해 자신의 천성(즉 성격)의 경향에 어긋나게 활동적인 삶에 빠져들었다라고 묘사한다.


169 끝도 없는 은유와 알레고리와 인유가 채찍처럼 우리의 신경을 내리쳐 마침내 우리는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수상록>>은 기름지고 영양이 좋은 음식과 같아,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된다. 하지만 한번에 4, 5편씩만 읽으면 영어로 기록된 가장 훌륭한 지적 자양분이 될 것이다.

정말 표현 좋다. 계속 감탄하며 읽고 있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윌 듀런트 덕에 철학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접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수상록은 영문으로 언젠가 읽어보겠습니다. 맹자도 한자로는 훌륭하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고. 능력은 안되면서 읽고 싶은 것만 쌓이는구나.


170 “본성은 종종 감추어진다. 가끔 극복되기도 한다. 그러나 없앨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억지로 없애려 하면 본성은 더 거세게 돌아온다. 학설과 담론은 본성을 덜 끈덕지게 만들지만, 본성을 바꾸거나 굴복시키는 것은 습관 뿐이다……하지만 인간은 본성에 대한 승리를 지나치게 과신해서는 안 된다. 본성은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도, 기회나 유혹을 통해 소생하기 때문이다.

본성의 끈덕짐과 힘에 대해 알고 있다. 체질도 바뀌지 않는다. 체질개선만 있을 뿐이다. 본성도 바뀌지 않는다, 바꿀 수 없다. 다만 그 끈덕짐을 덜하게 만들고 습관에 순종할 수 있도록 할 뿐이다. 그리고 내가 바뀌지 않듯 타인도 바뀔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저 이해와 공감 또는 체념과 포기만 있을 뿐이다.


170 따라서 그럴 기회를 아예 주지 말거나, 아니면 잘 흔들리지 않도록 그런 기회를 자주 주어야 한다.


170 “즐거움을 과하게 탐하기보다는 다양하게 맛보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젊은 시절 본성의 힘은 무절제를 많이 거치고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이런 무절제는 나이 들어서까지 그대로 남기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건강에 이르는 한 가지 왕도는 정원이다. 베이컨은야훼 하느님께서는 먼저 동산을 마련하시고……”라는 <창세기> 저자의 말에도 동의하고, 우리는 뒷마당을 가꾸어야 한다는 볼테르의 말에도 동의한다.

연애도 젊을 때 많이 하는 게 좋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


170 “인간 삶의 극장에서는 오직 신과 천사만이 구경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72 “젊은 사람은 판단보다는 만들어내는 데 적합하고, 의논보다는 실행에 적합하고, 안정된 일보다는 새로운 기획에 적합하다. 어떤 일에서 오랜 세월 쌓인 경험은 그 경험의 범위 내에서는 사람을 인도하지만, 새로운 일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172 젊은 사람은 행동이나 행동의 관리에서 자신이 담을 수 있는 것 이상을 끌어안으며, 가만히있을 수 있을 때에도 흥분한다. 수단이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목적으로 날아가려 한다.

내가 그랬지. 요새는 좀 덜하지.


172 나이 든 사람은 지나치게 반대하고, 너무 길게 의논하고, 모험심이 너무 적고, 너무 빨리 후회하고,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고 범상한 성공에 만족한다. 물론 양쪽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좋다……양쪽의 장점이 서로의 결함을 교정하기 때문이다.

요새 회사는 어떤가 모르겠네. 회의 할 때 보면 쓸데없이 길게 의논. 회의건 회식이건 쓸데없는 의논이 많다. 회의와 수다가 큰 차이가 없더라. 나도 나이가 더 들면 그러려나. 그런데 양쪽의 장점이 서로의 결함을 교정한다는 것이 핵심이겠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고, 차는 악셀과 브레이크로 움직이듯.


179 베이컨은 걱정이 많고 결혼도 했고 고통도 받았지만, 삶이 결국은 아주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183 몸을 돌팔이 의사에게 맡기는 것은 잘못이다. 그런 의사는 보통 몇 가지 안 되는 처방에만 의존할 뿐, 병의 원인도 환자의 체질도 사고의 위험성도 치료의 진정한 방법도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국가라는 시민의 집합체도 학문에 기초를 둔 사람들은 배제한 채 경험적 정치가들이 관리하게 하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200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이것이 모든 위대한 영혼이 겪는 비극이다.


203 “인간은 직립한 동물이 아니라 불멸의 신이다.” “창조주는 우리에게 온 세상을 감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세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영혼들을 주셨다.”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시간은 많다. 우리에게 몇 백 년만 주면, 우리는 만물을 통제하고 다시 만들 것이다. 우리는 마침내 가장 고귀한 교훈, 즉 인간은 인간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 승리 앞에 설치한 장애물하고만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교훈을 배우게 될 지도 모른다.


206 베이컨은 유언장에 특유의 당당한 말을 남겼다. “내 영혼은 신에게 물려주겠다……몸은 눈에 띄지 않게 묻어라. 내 이름은 다음 시대와 외국에 물려주겠다.” 다음 시대와 많은 나라들이 그를 받아들였다.

철학자들의 마지막만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 다 멋있네.


4장 스피노자


209 그럼에도 아무런 정치 조직 없이, 사회적 통합을 위한 아무런 법적 강제 없이, 심지어 공통의 언어도 없이, 이 훌륭한 민족은 자신의 몸과 영혼을 유지하고, 인종적, 문화적 통합성을 보존했으며, 뜨거운 사랑으로 가장 오래된 의식과 전통을 지켰고, 끈기 있고 단호하게 구원의 날을 기다렸으며, 그 어느 때보다 수가 늘었고, 모든 분야에서 그 천재성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2000년의 방랑 끝에 잊지 않고 있던 옛 땅으로 의기양양하게 귀환했다. 어떤 드라마가 이 웅장한 수난, 이 다채로운 장면, 이 찬란하고 정의로운 성취에 비견될 수 있겠는가? 어떤 소설이 이 현실의 로맨스에 비견될 수 있겠는가?


224 자연은 적은 것으로 만족한다. 자연이 그러하다면 나도 그러하다.


231 최대의 선은 정신이 자연 전체와 이루는 합일을 아는 것이다……정신이 그것을 알면 알수록 자신의 힘과 더불어 자연의 질서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정신이 자신의 힘이나 능력을 잘 이해할수록 자신의 방향을 잡고 자신을 위한 규칙을 세우는 일도 쉬워진다. 또 자연의 질서를 이해할수록 쓸데없는 것들에서 자유를 얻는 일도 쉬워진다. 이것이 온전한 방법이다.


232 1. 사람들에게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그들을 위해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모든 일을 해주는 것. …… 2. 건강 보전을 위해 필요한 쾌락만 누리는 것. 3. 마지막으로 우리 삶과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만큼의 돈만 구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대립되지 않는 관습을 따르는 것.


260 대부분의 인간은 속으로는 법이나 관습에 대항하는 개인주의적 반역자다. 사회적 본능은 개인주의적 본능보다 늦게 그리고 약하게 찾아와 필요에 의해 강화된다. 훗날 루소가 처참한 심정으로 생각했듯이, 인간은천성적으로 선하지않다. 그러나 제휴를 통하여 가족 안에서나마 공감, 동질감, 그리고 마침내 인정이 나타난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했던 것에 연민을 품을 뿐 아니라, 우리 자신과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에 연민을 품는다.”


265 인간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다. “평등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평등을 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요구다.” 훈련받은 적합한 사람들 가운데서 자신을 통치해줄 사람을 선택할 기회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서 최고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이 여전히 민주주의의 숙제다.


267 괴테는 스피노자에게서체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교훈, 즉 자연이 우리에게 설정한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발견했다. 그가 <<괴츠 폰 베를리힝겐>> <<베르테르의 슬픔>>의 거친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후기의 고전적 평정 상태로 올라선 것도 어느 정도는 스피노자라는 차분한 공기를 들이마신 덕분이다.


5장 볼테르와 프랑스 계몽주의


273 호감을 주지 못하고, 추하고, 허영심 많고, 경솔하고, 외설적이고, 비양심적이고, 심지어 때로는 부정직하기도 했던 볼테르는 그 시대와 장소의 결함을 거의 빠짐없이 갖춘 사람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볼테르는 변함없이 친절하고, 사려 깊고, 자신의 에너지와 돈을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고, 적을 무너뜨리는 일만큼이나 친구를 돕는 데 정성을 다하고, 펜을 한번 휘둘러 죽일 수도 있으면서 화해를 청해오면 바로 무장을 해제했다. 그렇게 모순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외모 묘사도 대단했는데 볼테르 묘사도 생생하다. 윌 듀런트를 통한다면 나는 어떻게 묘사될까? 언제 한번 윌 듀런트로 빙의되어 써볼까 싶다.


274 “내 직업은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생각한 것을 늘 말로 잘 표현했으며, 그가 생각한 것은 늘 말할 가치가 있었다.

말을 삼가해야 하는 나이가 아닌가 싶어 조심하는 편인데, 말할 가치가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나도 거침 없이 말하려나.


274 “이 세상에서 삶을 지탱하려면 최대한 몰두해야 한다……나이가 들수록 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삶의 환각들을 대신하여 가장 큰 기쁨이 되는 것은 일이다.” “자살하지 않으려면 늘 뭔가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유쾌한 사람들은 그만큼의 우울함도 있는 건가. 볼테르를 보면 러셀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둘 다 천재적이면서 유쾌하고 연애도 제법 할 줄 아는 남자들. 그럼에도 자살을 생각하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셀은 수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으로 자살충동을 이길 수 있었다는데. ‘일이 보배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겠지. 범인이든 천재든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몰입대상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들이 장수하는 비결은 생각으로 몰입할 수 있어서인가?


275 운명은 그가 천천히 부패한 시대를 해체할 수 있도록 83년이라는 생애를 주었기에, 그는 시대와 싸울 여유가 있었으며, 결국 승리자로 죽었다.

나의 운명은 나에게 얼마의 생애를 허락할까. 무엇을 위해 그만큼의 생애가 허락되었을까. 가상 시나리오를 언젠가 써보자.


277 ‘볼테르’, 그러니까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는 1694년 파리에서 성공을 거두어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공증인 아버지와 하급 귀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마 아버지에게서 빈틈없는 면모와 성마른 태도, 어머니에게서 경박과 재치를 어느 정도 물려받았을 것이다. 그는 말하자면 아슬아슬하게 세상에 왔다. 그의 어머니는 그를 낳고 죽었다. 유모는 이 작고 병약한 아기가 하루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맞다고 보기 힘든 말이었다. 그가 거의 84년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 그의 약한 몸은 그의 정복할 수 없는 정신을 병으로 괴롭혔다.


277 프랑수아가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자마자 시를 썼다는 사실 때문에 매우 실용적인 아버지는 그에게서 좋은 것이 나올 리 없다고 확신했다.


279 그는 거의 한달음에 감옥에서 무대로 뛰어올랐다. 그의 비극 <<오이디푸스>> 1718년에 제작되었으며, 45일간 밤마다 공연되어 파리의 모든 기록을 깼다. 그의 늙은 아버지는 아들을 질책하러 왔다가 특별석에 앉아서 멋진 대사가 나올 때마다, 이 녀석! 이 녀석!”하는 투덜거림으로 기쁨을 위장했다.

무용수가 된 아들의 발레공연을 보러 온빌리 엘리엇의 아버지가 오버랩된다. 얼마나 기쁘셨을까.


280 이 희곡은 볼테르에게 4000프랑의 수익을 안겨주었고, 그는 이 돈으로 문필가에게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혜로운 투자를 했다. 그는 그 모든 시련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수입을 얻는 기술만이 아니라 그 수입을 계속 굴리는 기술을 잃지 않았다. 그는 철학을 하기 전에 우선 살고 봐야 한다는 고전적 격언을 존중했다. 그는 1729년 정부가 되는대로 발행한 복권을 몽땅 사들여 큰돈을 벌었으며, 정부는 약이 올라 씩씩거렸다. 그러나 그는 돈을 모을수록 관대해졌다. 그의 삶이 오후로 접어들면서 그의 주위에 모여드는 피보호자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부럽다. ‘그의 삶이 오후로 접어들면서라는 표현도 좋다. 인생을 하루로 빗댄 이야기는 많나? 역시 그렇게 한번 써보면 좋겠는데.


280 그의 프랑스 사람 특유의 재치 있는 펜에 유대인에 가까운 이재가 보태진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282 체포된 볼테르는 옛집 바스티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특권을 다시 누리게 되었다.

아…윌 듀런트. 번역하신 분도 뉘앙스 잘 살리시네.


282 볼테르는 용기를 내어 새 언어를 익히는 일에 나섰다. 그는 역병(plague)이라는 단어는 한 음절이고 학질(ague)이라는 단어는 두 음절인 점에 기분이 상해, 영어의 반이 역병에 걸리고 나머지 반은 학질에 걸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곧 영어를 잘 읽게 되었다. 그리고 1년이 안 되어 당대 최고의 영문학을 섭렵했다.

할 말이 없다. 진짜. 많은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285 볼테르는 다시 바스티유에 가게 생겼음을 눈치채고, 착한 철학자답게 달아났다. 다만 이 기회를 이용해 다른 남자의 부인과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점이 특이했을 뿐이다.

you win! 볼테르도 대단하고 그가 도피하는 장면을 내 눈 앞에 생생하게 소환하는 듀런트도 대단.

 

286 볼테르는 이런 부패하고 찬란한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이 행복했다. 어떤 일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한동안웃고 웃겨라가 그의 좌우명이 되었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는 그를명랑의 신이라고 불렀다. 볼테르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이 우리를 약간 경박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척 비참하게 살아갈 것이다. 사람은 경박해질 수 있기에 목을 매달지 않는 것이다.” 그에게는 까칠한 칼라일 같은 면이 전혀 없었다. “때로는 멍청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웃음으로 주름살을 펴지 못하는 철학자들에게 화가 있을지어다. 나는 엄숙을 병으로 봅니다.”

정말 재치 넘치는 사람! 농담조로 던지는 말에 심각하게 대응하는 사람들 보면 상대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엄숙과 진지를 품은 사람들을 환자로 보고 연민을 품어야겠다. 볼테르처럼 명랑의 신이 되는 것도 좋겠다.

 

295 볼테르는 독일어를 배우다가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 되자 포기하면서, 독일 사람들이 재치는 늘리고 자음은 줄이기를 바란다고 한마디 했다.


297 볼테르는 격분하여 그자의 따귀를 때렸다. 그러자 볼테르의 비서 콜리니가 그 남자를 위로했다. “보시오, 당신은 방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에게서 따귀를 맞은 것이오.”

아켈로스식 위안.


307 그때까지 이렇게 명랑하게 비관주의를 주장한 책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산다는 것을 배우는 순간에 이렇게 웃음을 터뜨려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이렇게 기교를 감추고 소박하게 한 경우도 드물 것이다. 이 책은 서술과 대화뿐이다. 묘사를 넣어 부풀리지 않았다. 그 전개는 경쾌하고 빠르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말했다. “볼테르의 손에서는 펜이 달음질을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캉디드>>는 아마 모든 문학 가운데 가장 훌륭한 단편일 것이다.


328 그의 영혼을 아는 데는 영원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죽이는 데는 한순간이면 족하다.


334 1770년 친구들이 그의 흉상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았다. 부자들은 작은 액수 이상으로 못 내게 해야 했다. 수천 명이 기부할 수 있는 명예로운 기회를 얻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도 얼마를 기부하면 되느냐고 문의했고, 이런 대답을 들었다. “1크라운, 그리고 전하의 이름이면 됩니다.”

예전에 모금할 일이 있을 때 어떤 목표금액이 있어 그 금액을 채우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소액으로 후원해주었으면 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바람이 더 힘 있는 기운을 보태줄 것 같아서.


337 “그는 인간 정신에 큰 힘을 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자유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묘비에는 오직 세 단어만 필요했다 


여기 볼테르 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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