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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9일 13시 41분 등록

사피엔스 (7월 첫째주)

11기 정승훈

 

저자 연구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 1976~ )

이스라엘 태생의 역사학 교수이며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의 저자이다.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대인인 하라리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님은 레바논계 유대인이다. 그는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중세역사 및 군문화를 전공했으며 이후 2002년 옥스퍼드 대학교 지저스 칼리지에서 스티븐 J 건 교수(Steven J. Gunn) 지도하에 2002년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야드 하나디브 연구원으로서 역사학관련 연구를 진행하였다.

 

저는 매우 어릴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학교 가기 전 다섯 살 때부터 히브리어로 된 그림이 많고 글도 있었던 매우 큰 세계사 책을 몇 시간 동안 보곤 했어요. 그 책에 매료되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람들은 왜 이러한 모습으로 사는지 등에 흥미를 느꼈죠. 또 우리의 세계가 필연적인 건지 아니면 어떤 사건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지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아마 역사를 연구하게 된 것 같아요.”

[네이버 지식백과]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서재 - 유발 하라리의 서재는 무한한 혼돈이다 (지식인의 서재)

 

하라리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기리는 상인 폴론스키 상(Polonsky Prize)2009년과 2012년 두 번이나 수상하였다. 또한 군 역사에 관해 작성한 뛰어난 논평을 인정받아 몬카도 상(Moncado Award)을 수상하였다. 2015년에는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운영하는 온라인 도서클럽에 사피엔스가 채택되기도 하였다. 주커버그는 그의 팔로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인간 문명에 관한 위대한 역사적 서술이라고 묘사하였다.

 

하라리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이며 그가 저서에 농업혁명에 관한 평을 언급한 이후 가축과 같은 동물들의 비참한 처지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다.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한국의 독자들에게

과학은 자연선택으로 빚어진 유기적 생명의 시대를 지적설계에 의해 빚어진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대체하는 중이다. (7)

그렇다. 일명 AI라고 불린다. 벌써 기사도 쓰고, 약도 처방하고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사제와 신학자의 전공이었지만 오늘날 이 분야를 공학자들이 넘겨받았고, 실험실의 괴짜 연구자 두 명이 이를 해결해낼 수도 있다. (7)

우리는 무모한 소비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 행성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다음 선거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 드문 상황에서 말이다. (8)

나는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딜레마를 더욱 압축해서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 세기 안에서 파괴적인 전쟁과 식민지배를 모두 겪었고, 매우 짧은 기간 만에 저개발 전통사회에서 선진경제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9)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10)

오늘날 남북한의 기술 격차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10)

 

1부 인지혁명

1.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

역사의 진로를 형성하는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19)

당시에는 아무도 이들 원시인류의 후손이 언젠가 달 위를 걷고 원자를 쪼개고 유전자 코드를 해독하며 역사책을 쓰리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20)

 

인류가 스스로 숨겨온 비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우리보다 더 오래된 유인원의 한 속으로서 남쪽의 유인원이란 뜻이다. (23)

우리는 뻔뻔스럽게도 스스로에게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란 이름을 붙였다. (25)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들 종을 단일 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5)

역사 수업시간에 이렇게 배웠다. 진화해 왔다고.

몇만 년 전의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26)

 

생각의 비용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뇌가 예외적으로 크다. (26)

고인류는 뇌가 커지면서 두 가지 대가를 지불했다. 첫째, 식량을 찾아다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둘째, 근육이 퇴화했다. (27)

직립보행은 단점이 있다. ... 인간은 높은 시야와 부지런한 손을 얻은 대가로 오늘날 허리가 아프고 목이 뻣뻣해졌다. (28)

뇌가 크고 도구를 사용하며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복잡한 사회적 구조를 갖추면 크게 유리할 것이다.’ 인간은 분명 이런 특징 덕분에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동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29)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31)

 

익혀 먹는 종족

먹이사슬의 최정점으로 올라서는 핵심단계는 불을 길들인 것이었다. (31)

조리 덕분에, 인간이 자연 상태 그대로는 소화할 수 없는 밀, , 감자 등이 인간의 주식이 되었다. (32)

화식은 창자를 짧게 만들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게 해주었고, 의도치 않은 이런 변화 덕분에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는 커다란 뇌를 가질 수 있었다. (32)

다 배운 내용인데 조금은 다른 내용이 있다. 창자와 뇌 크기라는 것이 화식과 영향이 있는 줄은 몰랐다.

 

호모 사피엔스 형제 살해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면서 다른 인간 집단들과 교배했고 오늘날의 인류는 그 이종교배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35)

교체이론은 전혀 다른 설명을 들려준다. 그들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반감을 보였으며 심지어 인종 학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36)

생물학적 실체는 흑과 백이 아니다. 회색 지대들도 중요하다. (38)

어디 생물학적 실체만 그럴까. 인간사가 대부분 그렇다. 회색분자라는 안 좋은 어감 때문에 기피할 뿐이다.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은 약 5만 년 전 이런 경계선에 섰던 것 같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종은 아니지만 대체로 별개의 종이었다. (38)

네안데르탈인과 데비소바인이 사피엔스에 합병된 것이 아니라면 이들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가능성은 사피엔스가 이들을 멸종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39)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폭력과 대량학살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39)

관용이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

지난 1만 년간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인간 종이었다. (40)

가장 그럴싸한 해답은 바로 이런 논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 즉 언어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41)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과연 언어의 무엇 때문일까.

 

2. 지식의 나무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매우 특별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무리를 지어 두 번째로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이다. ... 45,000년 전 이들은 어떻게 해서인지는 몰라도 대양을 건너 그때까지 인간의 발길이 닿은 적 없는 호주에 상륙했다. (43)

종교와 상업, 사회의 계층화가 일어났다는 최초의 명백한 증거 역시 이 시기의 것이다. (43)

인지혁명이란 약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44)

우리가 아는 한 그것은 순수한 우연의 산물이었다. (44)

그렇다면 대체 우리의 언어는 무엇이 특별할까? 가장 보편적인 대답은 우리의 언어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한된 개수의 소리와 기호를 연결해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무한한 개수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주위 세계에 대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소통할 수 있다. (46)

다른 종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 종이 사회적 동물이었고 그러다보니 언어에 재능이 있었다는 거다. 이것이 생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니 새로운 접근이다.

인간의 언어가 진화한 것은 소문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46)

전설, 신화, , 종교는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아침을 먹기도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가지나 믿어버릴 수 있다는 데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48)

허구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런 신화들 덕분에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모여 유연하게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49)

 

푸조라는 신화

동맹 구성원 간의 결속은 매일 이뤄지는 친밀한 접촉에 기반을 둔다. (50)

인간은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본능 덕분에 친분을 맺고 위계질서를 형성하며 사냥이나 싸움을 함께할 수 있었다. (51)

과학적 연구 결과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규모는 약 150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52)

참 별걸 다 연구했네. 뒷담화이론이라니.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모두가 공통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 신화는 사람들의 집단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 국가는 공통의 국가적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53)

푸조는 슈타델에서 320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발렌티니 마을의 조그만 가족기업으로 시작했다. (54)

푸조는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변호사들은 이를 법적인 허구라 부른다. (55)

푸조는 유한(책임)회사라는 특별한 법적 허구의 산물이다. ... 사람들이 유한회사를 집단적으로 상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런 회사는 회사를 설립하거나 돈을 투자하거나 경영을 맡은 사람과 법적으로 독립되어 있다. (56)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59)

한쪽에는 강, 나무, 사자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 국가, 법인이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60)

 

게놈 우회하기

유전적 혁명이라는 교통체증을 우회하는 고속도로, 즉 문화혁명의 길을 열었다. (60)

사실 사피엔스 외에는 교역을 하는 동물이 없고, 우리가 상세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사피엔스의 교역망은 모두 픽션에 근거를 둔다. 교역은 신뢰 없이 존재할 수 없는데, 모르는 사람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 (64)

네안데르탈인은 보통 혼자 아니면 작은 집단으로 사냥했다. 이와 달리 사피엔스는 수십 명이 협력하는 사냥기술을 개발했다. (64)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이런 차이가 있을 줄이야. 우린 역사시간에 뭘 배운 거지.

 

역사와 생물학

사피엔스가 발명한 가상의 실재의 엄청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행동 패턴의 다양성은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일단 등장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했으며, 그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66)

많은 수의 낯선 사람들과 협력하는 우리의 능력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67)

3. 아담과 이브가 보낸 어느 날

진화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알려면 우리를 형성했던 수렵채집 세계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는 아직도 그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 전반적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대이기도 했다. (71)

고대 공동체이론의 지지자들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생물학적 소프트웨어와 맞지 않는 핵가족과 일부일처제로 살아가도록 강제한 탓이라고 주장한다. (73)

일부 주장이라는 건데, 사실 고대의 인간과 현대의 인간은 환경이 다르니 환경에 맞춰서 진화한 것 아닐까. 몸속에, 무의식에 남아있다고 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수렵채집인들은 매달 매주, 심지어 매일 집을 옮겼다. 가진 것을 모두 등에 짊어지고 말이다. ...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적, 종교적, 감정적 삶의 태반은 인공물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뤄졌다고 가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75)

인지혁명 이래 사피엔스에게는 단 하나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78)

 

최초의 풍요사회

농경 및 산업사회의 구성원은 대부분이 가축화된 동물이다. ... 이런 일반 원칙의 유일한 예외가 개다. 개는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동물로, 그 시기는 농업혁명 이전이었다. (78)

개와 인간의 관계가 이렇게 오래되었다니. 왜 하고 많은 동물 중에서 개였을까. 개가 길들이기가 가장 쉬워서였을까.

개가 죽으면 사람처럼 예식에 따라 매장하는 경우도 있다. (79)

어떤 때는 이웃 무리와의 관계가 워낙 가까워서 이들이 하나의 부족을 구성하고 동일한 언어와 신화와 규범과 가치를 공유하기도 했다. (80)

사피엔스 집단은 넓은 지역에 희박하게 퍼져 있었다. 농업혁명 이전 지구 전체의 인구수는 오늘날 카이로보다 적었다. (80)

사피엔스는 식량과 원재료만 찾아다니지 않았다. 지식도 찾아다녔다.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영토에 대한 상세한 마음속 지도가 필요했다. ... 이런 수많은 기술 중 하나라도 숙달하려면 오랜 도제기간과 실습이 필요했다. (82)

수렵채집인은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다양한 식단에 있었다. (85)

게다가 단 한 가지 식량에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식량의 공급이 끊어져도 문제가 덜했다. (86)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주당 일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으며, 전염병도 드물었으니,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농경 이전 수렵채집 사회를 최초의 풍요사회라고 불렀다. (87)

 

말하는 유령

고대 수렵채집인 사이에서 애니미즘 신앙이 일반적이었다는 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동의한다. 애니미즘(영혼이나 정신을 뜻하는 라틴어 ‘anima’에 기원을 두고 있다)이란 모든 장소, 동물, 식물, 자연현상이 의식과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90)

샤먼은 필요하다면 다른 정령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소통행위의 특징은 말을 거는 대상이 국지적 존재라는 점이다. (91)

거의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또 하나의 영역은 수렵채집인의 사회정치적 세계다. (92)

전쟁이냐 평화냐

인류학적 증거는 흥미롭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96)

고고학 유물은 드물고 불분명하다. (97)

고고학, 인류학적 증거 모두 해석하기 나름이고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산업혁명 이전의 전쟁에서 사망자의 90퍼센트 이상은 무기가 아니라 굶주림과 추위와 질병 때문에 죽었다는 점이다. (97)

수렵채집인들의 종교와 사회구조가 매우 다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폭력 사용률 역시 매우 다양하게 분포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의 사람들은 평화와 고요를 즐긴 반면 다른 무리들은 격렬한 폭력으로 고통을 당했을지 모른다. (99)

아무렴. 그때라고 모두 똑같을 순 없으니 당연한 것이다. 과거를 퉁쳐서 한 가지로 생각하는 것이 더 이상한 거다.

 

침묵의 커튼

뼈나 석기가 결코 말해주지 않는 정보도 있다. 인접한 사피엔스 무리 간의 동맹이라든가, 그런 동맹을 축복하는 망자의 정령이라든가, 정령들의 축복을 얻기 위해 마을의 주술사에게 은밀히 건네는 상아 구슬이 그렇다. 이런 침묵의 커튼은 수만 년에 걸친 역사를 감추고 있다. (100)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주변 세계를 크게 바꿔놓았다. (101)

이야기를 지어내 말할 줄 아는 사피엔스의 방랑하는 무리들은 동물계가 이제껏 만들어낸 것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101)

 

4. 대홍수

인지혁명 이전의 인간 종은 모두가 아프로아시아 육괴에서 살았다. (102)

최초의 수렵채집인이 호주 해안에 발을 들인 순간은 호모 사피엔스가 특정 대륙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층부로 올라가고 이후 지구라는 행성의 연대기에서 가장 치명적인 종이 된 순간이었다. (104)

 

기소 내용대로 유죄

역사적 기록은 인류를 생태계의 연쇄살인범으로 보이게끔 만든다. (108)

현대의 인간만 자연에 해로운 줄 알았는데 고대에도 마찬가지였다니. 그리고는 기후 탓으로 돌렸다니.

호주 멸종의 첫 희생자인 대형동물은 번식 속도가 느리다. ... 사실 디프로토돈을 비롯한 호주의 대형동물들은 덩치는 크지만 사냥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108)

두 번째 설명은 사피엔스가 호주에 도착했을 때 이들이 이미 불을 질러 농경지를 만드는 화전법에 통달한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한 증거는 식물 화석이다. (109)

유칼립투스와 코알라가 살아남은 이유가 있었네.

기후변화와 인간의 조합은 대형동물에게 특히 파괴적이었다. (110)

 

나무늘보의 종말

최초의 아메리카인은 걸어서 그곳에 도착했다. 당시 해수면은 걸어서 건너기 충분할 만큼 낮아서 시베리아 북동부와 알래스카 북서부가 육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111)

매머드 사냥꾼들은 북쪽 동토에서 단지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번성했다. (112)

고대의 모습은 대형동물로부터 달아나는 인간이 숨어서 동굴에서 살았다 였는데 반대로 인간이 대형동물들을 사냥하며 멸종에 이르게까지 했었구나.

인류의 이런 진격전은 호모 사피엔스의 뛰어난 창의력과 적응력을 증언한다. 다른 동물은 이토록 극단적으로 다양한 서식지들에 사실상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상태로 그토록 빨리 이주한 예가 전혀 없다. (113)

사피엔스가 도착한 지 2천 년이 지나지 않아 이들 유일무이한 종 대부분이 사라졌다. (113)

 

노아의 방주

사피엔스의 첫 번째 이주의 물결은 동물계에 닥친 가장 크고 신속한 생태적 재앙이었다는 결론을 도저히 피할 수 없다. (115)

바다의 대형동물들은 육지의 대형동물들에 비해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종이 산업공해와 인간의 해양자원 남용 탓에 멸종의 기로에 서 있다. (117)

 

2부 농업혁명

5. 역사상 최대의 사기

이 모든 상황은 대략 1만 년 전 달라졌다. 이때부터 사피엔스는 거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 데 바치기 시작했다. (120)

인간이 생활하는 방식의 혁명, 즉 농업혁명이었다. (121)

오늘날 우리의 마음이 수렵채집인 시대의 것이라면, 우리의 부엌은 고대 농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122)

중동, 중국, 중미에서 일어난 농업혁명이 호주, 알래스카, 남아프리카에서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의 식물과 동물 종은 작물화나 가축화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 이들 종은 특정 장소에 살았고, 그 장소들이 바로 농업혁명이 일어난 지역이다. (123)

문명의 발생지가 결국 농업혁명이 일어난 곳과 일치한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124)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쌀과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124)

이건 완전 헐~이다. 작물에 의해 우리가 길들여졌다니.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의 기본적 기준에 따르면 밀은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식물이 되었다. (125)

고대 유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업으로 이행하면서 디스크 탈출증, 관절염, 탈장 등 수많은 병이 생겨났다. (126)

밀 경작은 단위 토지당 식량생산을 크게 늘렸고, 그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었다. (128)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 (129)

농업혁명의 핵심은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129)

좀 이해가 안 된다. 그럼 사피엔스가 인구를 늘리고 진화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며 농업혁명을 했다는 건가. 본능적으로 알아서?

 

사치라는 덫

풍족한 시절에 여자아이는 사춘기가 일찍 오고 임신 가능성이 조금 높아진다. 어려운 시절에는 사춘기가 늦게 오고 번식력이 떨어진다. (130)

처음에는 수확기에만 4주간 캠프를 차렸을지 모른다. 한 세대가 지나자, 밀이 번식하고 퍼져나감에 따라 수확 캠프는 5주로, 다시 6주로 늘다가 마지막에는 정착 마을이 되었다. (131)

농업으로 결정적 이행이 이뤄진 시기가 정확히 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132)

기원전 8500년 여리고 평범한 사람은 기원전 9500년이나 기원전 13000년의 사람에 비해 더욱 힘들게 살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세대는 전 세대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살았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여기저기 작은 개선이 일어났을 뿐이었다. (133)

이제 앞의 의문이 풀렸다. 그럼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을 후대의 사람들이 보면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겠구나. 우리가 우리의 문제나 개선이 어떤 것이라는 자각을 못하는 것이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삶이 더 나아지겠지.’ 계획은 그랬다. (133)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135)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136)

현대사회가 살기 편해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더 바빠진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더 시간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데 원시시대처럼 살던 원주민이 도시에 가서 한 말이다. “여기 사람들은 이상하다. 바닥을 딱딱하게 만들어 놓고 발에 딱딱한 것을 걸치고 걸어 다닌다.” 그들은 흙을 맨발로 걸어 다닌다. 어쩜 우린 모든 일상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신성한 개입

어쩌면 편안한 삶을 추구하다 보니 전환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피엔스에게 다른 열망이 있었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삶을 힘들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137)

괴베클리 테페를 건설하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 무리와 부족에 속한 수천 명의 수렵채집인을 오랫동안 협력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런 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세련된 종교나 이데올로기 시스템밖에 없다. (140)

고인돌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먼저 사원이 세워지고 나중에 그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140)

 

혁명의 희생자들

가장 공격적인 양, 인간의 통제에 가장 크게 반항하는 양을 먼저 도살했다. 비쩍 마르고 호기심이 많은 암컷도 마찬가지였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양들은 더 살찌고 순하고 호기심이 줄어들었다. (141)

지구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대형 포유류를 순서대로 꼽으면 사람이 첫째이고 2,3,4위가 가축화된 소, 돼지, 양이다. (142)

동물의 가축화는 일련의 야만적 관행을 기반으로 이뤄졌고, 관행은 수백 수천 년이 흐르면서 더욱 잔인해졌다. (143)

맞다. 알면 알수록 인간은 못된 짓만 하며 진화했다.

역사상 가장 널리 쓰인 방법은 출생 직후 새끼를 도살하고 어미의 젖을 가능한 한 오래 짜낸 뒤 다시 임신시키는 것이었다. (145)

소나 양, 사피엔스처럼 각자 복잡한 기분과 감정을 지닌 동물의 경우, 진화적 성공이란 것이 개체의 경험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147)

 

6. 피라미드 건설하기

내 집에 대한 집착과 이웃으로부터의 분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 된 존재의 심리적 특징이 되었다. (149)

지표면의 2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좁디좁은 지역이 이후 역사가 펼쳐지는 무대 역할을 했던 것이다. (150)

한국은 그 2퍼센트에 들어가는 땅이다. 그것도 지리적 요충지다.

 

미래의 도래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 농업혁명 덕에 미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농부들은 언제나 미래를 의식하고 그에 맞춰서 일해야 했다. (151)

미래에 대한 걱정은 생산의 계절적 사이클뿐 아니라 농업 자체의 근본적 불확실성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152)

농사 스트레스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대규모 정치사회 체제의 토대였다. ... 모든 곳에서 지배자와 엘리트가 출현했다. (153)

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이들 엘리트의 이야기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153)

역사에 기록된 내용은 지배계급의 이야기였고 승자의 기록이었다. 사피엔스는 다른 역사책과는 다르다.

 

상상 속의 질서

역사상의 전쟁과 혁명 대부분은 식량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프랑스 혁명의 선봉에 선 것은 굶주린 농부가 아니라 부유한 법률가들이었다. (154)

신화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 인간의 본능이 늘 그렇듯 달팽이처럼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상상력은 지구상에서 유례없이 거대한 협력의 네크워크를 만들어나갔다. (155)

협력이란 말은 매우 이타적으로 들리지만 항상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평등주의적인 경우는 드물었다. 인간의 협력망은 대부분 압제와 착취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었다. (156)

결국 농업혁명 때문에 인구가 늘어나고 관리를 하게 되면서 엘리트 지배계급이 생겨났고, 억압과 착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저자가 농업혁명이 덫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진 제국과 로마 제국에 이르는 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157)

미국 독립선언문은 함무라비 법전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 그 시대의 문서만이 아니었고, 후손들에 의해서도 받아들여졌다. (162)

우리는 사람을 귀족평민으로 구분하는 것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상 또한 신화다. (163)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 (164)

평등이나 권리, 유한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유란 사람들이 발명한 무엇이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165)

상상의 질서란 사악한 음모도 무의미한 환상도 아니다. 그보다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166)

저자의 논리적인 전개와 결론 도출이 가히 천재적이다. 감탄스럽다.

 

진정한 신자들

볼테르는 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하인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는 마라. 그가 밤에 날 죽일지 모르니까.” ...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하늘이 부여한 권리가 없다. 거미나 하이에나나 침팬지에게 그런 권리가 없듯이. (166)

이 책을 본 사람 중 내용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 사람이 있다는데 아마 신에 대한 저자의 이런 표현들 때문일 것이다. 다음 저자 연구에서 저자의 신앙에 대한 부분을 찾아봐야겠다.

상상의 질서는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화에 기반하고 있고, 신화는 사람들이 신봉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167)

아무것도 신봉하지 않는 냉소주의자는 탐욕스러울 가능성이 적다. (168)

상상의 질서가 오로지 많은 사람이 진정으로 이것을 신봉할 때에만 유지될 수 있는 이유도 같다. (169)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우리가 있지도 않은 것을 신봉하면서 그것이 맞네 틀리네 싸우고 지키려고 애쓰고 있는 거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데 에너지를 쏟으며, 먼 훗날 평가하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교도소의 담장

사람들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세상 만물에 스며들어 있는 상상의 질서 원리들을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170)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조직화하는 질서가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된 요인은 세 가지이다. (170)

1.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170)

2.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 개인의 욕망은 상상의 질서의 가장 중요한 방어물이다. (172)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173)

여행이 이렇게 연결될 줄이야. 그냥 단순히 지친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현대인의 모습으로만 생각했다.

다양성을 권하는 낭만주의는 소비지상주의와 꼭 들어맞는다. (174)

3.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다. (175)

상호 주관이란 많은 개인의 주관적 의식을 연결하는 의사소통망 내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 역사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 중 다수가 상호 주관적이다. , , , 국가가 모두 그런 예다. (176)

현존하는 가상의 질서를 변화시키려면 그 대안이 되는 가상의 질서를 먼저 믿어야 하는 것이다. ... 상상의 질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일 뿐이다. (177)

 

7. 메모리 과부하

개미나 꿀벌 같은 일부 동물 종의 대규모 사회는 안정되었으며 회복성이 있다. 해당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이 유전자에 부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179)

법과 관습, 절차와 예절을 지탱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질서는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180)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이 정보를 저장해온 장소는 단 하나, 자신의 뇌였다. (180)

농업혁명에 뒤이어 유달리 복잡한 사회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정보가 중요해졌다. 바로 숫자다. (181)

~ 그래서 수학적 사고가 발달했고 과학이 발달했겠구나. 하긴 수학자의 법칙을 발견한, 또는 만들어낸 사람 중 행정가들이 있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문제를 처음 극복한 것은 메소포타미아 남부에 살던 고대 수메르인이었다. (182)

수메르인이 발명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은 쓰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83)

그럼 그 전에 기록이란 것이 없었다는 것인가.

 

쿠심이 서명했다

초기 단계의 쓰기는 사실과 숫자에 한정되었다. ... 쓰기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고, 기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장부 기록 이외의 일에 활용할 이유가 없었다. (183)

스페인 점령기를 거치고서 살아남은 키푸는 극소수뿐이고 남아 있는 것도 대부분 판독이 불가능하다. 해독 기술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187)

고대 문자들이 대부분 이렇다. 혹 판독을 하더라도 맞게 하는 지 알 수 없다. 오독이 많을 수밖에 없다.

 

관료주의의 불가사의

기원전 3000년에서 2500년 사이 수메르 문자체계에 점점 더 많은 기호가 추가되어, 오늘날 쐐기문자라고 불리는 완전한 문자체계로 점차 바뀌었다. (187)

세금 장부와 복잡한 관료제도는 불완전한 문자체계와 함께 태어났고, 이 둘은 오늘날까지도 샴쌍둥이처럼 확고하게 연결되어있다. (188)

분명한 사실은, 문서를 점토에 새기는 것만으로는 효율적이고 정확하며 편리한 데이터 처리를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190)

그래서 발달한 게 분류였고 그걸 관리하는 관리자가 필요하게 된 것이구나

관료제에서는 모든 것이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 서기와 회계사는 인간이 아닌 방식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캐비닛에 파일을 분류하듯이 사고한다. (192)

진짜 서기와 회계사가 이렇게 사고할까. 비유적인 표현이겠지.

문자체계가 인간의 역사에 가한 가장 중요한 충격은 정확히 이것, 즉 인간이 세계를 생각하는 방식과 세계를 보는 방식이 점차 바뀌었다는 점이다. (193)

 

숫자라는 언어

여러 세기가 흐르면서 자료를 처리하는 관료주의적 방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에서 더욱더 멀어졌고, 더욱더 중요해졌다. (193)

인도인이 처음 발명했음에도 아라비아 숫자로 알려져 혼란을 부르는 그 숫자들이다. (193)

최근에 수학적 문자체계는 더더욱 혁명적인 쓰기 체계를 출현시켰는데, 이 컴퓨터화된 2진법 문자체계는 오로지 11로만 구성되어 있다. (195)

 

8. 역사에 정의는 없다

이런 협력망들의 출현은 많은 사람에게 의심스럽고 불안한 축복이었다. 그 그물을 지탱하는 상상의 질서는 중립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 (196)

미국의 질서는 부의 위계질서를 옹호했다. ... 자연은 인간의 장점을 부로써 보상하고 나태함을 처벌한다는 것이었다. (197)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에게는 맹종하는 본성이 있고 자유민에게는 자유로운 본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98)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계질서는 자연스럽고 정당한 데 비해 다른 사회의 그것은 잘못되고 우스꽝스러운 기준을 근거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199)

학자들이 알기로 대규모 사회치고 차별을 전부 없앤 곳은 이제까지 없었다. (200)

물론 사회적 차별이 형성되는 데는 타고난 능력의 차이도 한몫하지만, 능력과 성격의 다양성은 보통 상상의 질서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재능에는 육성과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

둘째, 다른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정확히 같은 능력을 개발했더라도 이들이 똑같이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 (202)

사실 이게 더 힘들다. 계층간 이동, 개천에서 용 나기 등인데 그래서 여전히 드라마 소재로 부잣집 남자를 만나는 별볼일 없는 여자이야기가 재탕, 삼탕 재생산된다. 그것도 여자들에 의해. 능력을 개발하느니 그냥 능력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악순환

대부분의 경우 각각의 위계질서는 일련의 우연한 역사적 상황에서 비롯되었고,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여러 집단들이 저마다 이해관계를 갖게 됨에 따라 영속성을 얻고 세련되어졌다. (202)

역사를 통틀어 거의 모든 사회에서 오염과 청결 개념은 사회 정치적 구분을 강제하는 데 주된 역할을 했으며, 수많은 지배계급이 특권을 유지하는 데 이를 활용했다. (203)

인도의 민주정부가 그런 차별을 철폐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며 카스트를 섞어도 오염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힌두교도들을 설득해왔지만 모두 허사였다. (205)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전혀 다른 모습의 인도일거다. 모든 것에는 양부가 있으니 카스트 제도 역시 그 제도의 간접적인 영양을 받아 좋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의 청결 문제

역설적이게도 유전적 우월성(면역의 관점에서)이 사회적 열등성으로 번역되었다.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들보다 열대 기후에 더 잘 적응한다는 이유 때문에 유럽인 주인의 노예가 되는 운명을 맞았다. (206)

유럽인(백인)은 아프리카인(흑인)이 전혀 다른 종의 인간으로 취급했다. 자신들은 버티지 못하는 날씨에서도 일할 수 있는 흑인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노예를 소유한 사회가 자발적으로 노예제를 추방한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이다. (207)

편견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굳어졌다. (208)

흑인은 천하고 게으르고 악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백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209)

이런 모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대형 아파트 단지에 임대아파트 사람들과 섞이지 않으려 담을 쌓는다. 같은 지역이라도 낙후한 지역엔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불량하고 못살기 때문에 혹시 물들까 염려한다.

역사에서 한번 희생자가 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211)

이런 문화적 차이가 더 무섭다. 희생자와 특권계층은 생활하는 모습,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모든 면에서 다르다. 그 간극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더 무섭다.

 

그와 그녀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성별이다. ...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을 차지했다. (212)

남편이 된다는 것은 아내의 성을 완전히 마음대로 할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었다. (213)

그리스 의회에 여성 의원은 12퍼센트밖에 안 된다. (215)

한국의 이번 정부에서 여성 장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30퍼센트가 안된다고 한다.

적잖은 인간 문화들이 동성애가 합법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건설적이라고 보았고, 그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바로 고대 그리스였다. (215)

동성애자인 저자이기에 긍정적 측면을 기술한 것일까

양자를 구분하기 좋은 경험법칙이 있는데, ‘자연은 가능하게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는 기준이다. (216)

진화에는 목적이 없다. (217)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

남성성과 여성성을 규정하는 법과 규범, 권리와 의무는 대부분 생물학적 실체보다 인간의 상상력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218)

학자들은 보통 생물학적 범주인 성과 문화적 범주인 젠더를 구분한다. (219)

 

남자가 뭐가 그렇게 좋을까?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부터 대부분의 인간사회는 남자를 여자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부계사회였다. (223)

모든 법은 진정한 남자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을 차별했다. (224)

남자여자으 정확한 정의가 문화마다 다를지라도, 거의 모든 문화가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가치 있게 여기는 데는 모종의 보편적인 생물학적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24)

 

근력

가장 흔한 이론은 남자가 여자보다 더 힘이 세기 때문에 더 큰 완력을 사용해서 여자를 강제로 굴복시켰다고 말한다. (224)

이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경우 육체적 힘과 사회적 권력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225)

대부분의 사회에서 육체노동은 하층계급이 맡는다. 이것은 어쩌면 먹이사슬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차지하는 지위를 반영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226)

사회의 쓰레기

또 다른 이론은 남성의 지배가 힘이 아니라 공격성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226)

전시에 군대를 통제하는 것이 남자들이었기 때문에, 남자는 민간 사회에서도 주인이 되었다. (227)

이 이론이 좀 더 타당해 보인다.

 

가부장적 유전자

세 번째 유형의 생물학적 설명은 완력이나 폭력성은 덜 중요하게 보고, 대신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남녀가 각기 다른 생존 및 번식 전략을 발전시켰다고 설명한다. (229)

그녀는 남자가 필요했다. 자신과 자녀의 생존을 보장하려면, 남자가 내세운 조건은 뭐든 받아들이는 수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30)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의 수컷들은 신체적 힘이나 공격성, 경쟁성이 특징이 아니라 사회적 기술이 우월하고 협력을 잘하는 것이 특징일지도 모른다. 알 수 없다. (232)

이 책의 특징이다. 여러 가설들을 거론하고 그에 대해 반박하고 하지만 어떤 답이 맞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는다. 그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3부 인류의 통합

9. 역사의 화살

신화와 허구는 사람들을 거의 출생 직후부터 길들여 특정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특정한 기준에 맞게 처신하며, 특정한 것을 원하고, 특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으로써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공적 본능을 창조했다. 이런 인공적 본능의 네트워크가 바로 문화. (234)

그래서 문화란 복잡하고 그 민족의 역사와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모든 문화는 나름의 전형적인 신념, 규범,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235)

평등을 보장하는 방법은 형편이 더 나은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 없다. (237)

중세 문화가 기사도와 기독교를 어떻게든 조화시키는 데 실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는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238)

우리의 생각과 아이디어와 가치의 불협화음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고, 재평가하고, 비판하게 만든다. 일관성은 따분한 사고의 놀이터다. (238)

일관성은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 인간이 어떻게 일관적일 수 있겠는가.

 

정찰위성

서로 합쳐져서 하나의 메가문화를 이루는 문화집단들이 있듯이, 조각조각 분열되는 메가 문화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239)

우주에 떠 있는 정찰위성의 시점을, 즉 수백 년이 아니라 수천 년이라는 단위를 스캔하는 시점을 취하는 게 낫다. 이 시각에서 보면 역사가 통일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명약관화하다. (240)

진정한 문명의 충돌은 청각 장애인들이 말로 나누는 대화와 같다. 누구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43)

 

지구적 비전

실질적인 관점으로 볼 때 지구적 통일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제국들이 커지고 무역이 활발해진 지난 몇 세기 동안 진행되었다. (245)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246)

 

10. 돈의 향기

스페인 사람들이 떠나온 아프로아시아 세계에는 금에 대한 집착이 만연해 있었다. (248)

새로운 금화와 은화를 발행하여 십자가와 함께 이교도들과의 싸움을 하느님이 도와주셔서 감사한다는 내용을 새겼다. (249)

가격이 얼마인가요?

물물교환은 제한된 범위의 물품을 서로 교환할 때만 효과적이다. 복잡한 경제의 토대가 될 수는 없다. (251)

만일 1백 종의 각기 다른 상품이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구매자와 판매자는 4,950가지 서로 다른 교환율을 알아야 할 것이다. (252)

물물교환을 하다 돈이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숫자로 설명하니 왜 돈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된다.

 

조가비와 담배

화폐는 주화와 지폐가 아니다. 화폐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끔 사람들이 기꺼이 사용하려고 하는 모든 것을 말한다. (254)

세계 전체의 화폐 총량은 약 60조 달러지만 주화와 지폐의 총액은 6조 달러 미만이다. 돈의 90퍼센트 이상, 우리 계좌에 나타나는 50조 달러 이상의 액수는 컴퓨터 서버에만 존재한다. (255)

통장에 찍힌 금액을 손으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다시 없어진다.

세상에는 저장이 되지 않는 귀중한 것이 많은데, 가령 시간이나 미모가 그렇다. (257)

돈은 부의 전환과 저장, 이동을 쉽고 값싸게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복잡한 상거래망과 역동적 시장이 출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58)

 

돈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돈은 물질적 실체가 아니라 심리적 구조물이다.... 신뢰는 온갖 유형의 돈을 주조하는 데 쓰이는 원자재다. (258)

화폐의 역사에서 진정한 돌파구가 생긴 것은 그 자체로는 내재적 가치가 없는 돈, 그렇지만 저장과 운반이 쉬운 돈을 사람들이 신뢰하게 되었을 때다. (260)

금이라는 복음

역사상 최초의 주화는 기원전 640년경 아나톨리아 서부에 있던 리디아의 왕 알뤼아테스가 만들었다. (261)

로마 주화에 대한 신뢰는 매우 강력해서 국경 바깥에서조차 사람들은 데나리우스 주화를 받았다. (263)

무슬림 상인과 유럽 상인 그리고 정복자들은 리디아 시스템과 금이라는 복음을 지구의 매우 구석진 곳에까지 퍼뜨렸다. (264)

종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반면에, 돈은 다른 사람들이 뭔가를 믿는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266)

돈 덕분에 서로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266)

돈은 종교도 하지 못한 일을 사람들 스스로 알아서 하게 만들었다.

 

돈의 대가

모든 것이 변환 가능할 때, 그리고 신뢰의 기반이 익명의 동전과 별보배고둥일 때, 돈은 지역 전통, 친밀한 관계, 인간의 가치를 부식시키고 이를 수요와 공급의 냉정한 법칙으로 대체한다. (267)

우리는 이방인이나 이웃집 사람을 신뢰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지닌 주화를 신뢰할 뿐이다. 그들에게서 주화가 떨어지면 우리의 신뢰도 사라진다. (268)

 

11. 제국의 비전

로마는 누만시아를 상대로 너무나 완벽한 승리를 거둔 나머지, 패자들의 기억마저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다. (272)

우리는 약자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역사에 정의란 없다. (272)

 

제국이란 무엇인가?

강조할 점은, 제국이 그 기원이라든가 정부 형태, 영토의 범위, 인구의 크기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문화적 다양성과 국경의 탄력성으로만 정의된다는 것이다. (273)

과거에는 민족과 부족의 수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 제국은 인류의 다양성을 급격히 축소시킨 주된 이유의 하나였다. (274)

사악한 제국?

실제 제국은 지난 2,500년간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정치조직이었다. ... 제국은 매우 안정된 형태의 정부다. (275)

이런 이유로 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저자도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었을 뿐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겠지.

많은 경우 하나의 제국이 무너진다고 해서 피지배 민족들이 독립하는 일은 드물었다. (276)

제국의 엘리트들은 정복에 따른 이익을 군대와 성채에만 쓰지 않았다. 철학, 예술, 사법제도, 자선에도 썼다. (278)

 

너를 위해서 하는 일이야

페르시아인들은 우리가 너희를 정복하는 것은 너희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280)

사피엔스는 인간을 본능적으로 우리그들의 두 부류로 나눈다. 우리란 너와 나, 언어와 종교와 관습이 같은 사람들을 말한다. (280)

이런 인종적 배타성과 대조적으로, 키루스 이래 제국의 이데올로기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경향이 있었다. (281)

 

그들우리가 될 때

자기네 문화는 정복자보다 피정복자에게 더 큰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283)

제국이 퍼뜨리는 문화적 아이디어를 지배 엘리트가 독자적으로 창조한 경우는 많지 않다. (285)

정복과 수용 사이에 끼인 세대는 소외되고 배제되었다. 이들은 스스로 사랑했던 지역문화를 이미 잃었지만, 제국주의 세계에 동등하게 참여할 자격은 받지 못했다. 그들이 수용한 문화는 그들을 여전히 야만인으로 보았다. (286)

무수히 많은 끼인 세대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20세기에 서구의 가치를 받아들인 지역의 집단들은 바로 이런 가치의 이름 아래 유럽 정복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했다. (289)

피지배 국가들이 결국 제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고 했다. [검은피부 흰가면]을 보면 많은 흑인들이 프랑스 본국의 백인과 같아지려고 교육을 받고 스스로 흑인임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체성을 찾으려 애쓴다. 대부분 고유의 언어를 잃어버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글쎄 이 부분은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과연 모든 제국지배국민들이 수용하고 발전시켰다고 봐야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역사상의 선인과 악당

인류의 모든 문화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제국과 제국주의 문명의 유산이며, 어떤 학술적, 정치적 외과수술을 한다 해도 환자를 죽이지 않고 제구의 유산만을 도려낼 수는 없다. (291)

그럼에도 인도라는 현대 국가는 대영제국의 자식이다. (292)

저자의 이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영국의 영향을 받아 지금의 문화와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맞지만 마치 그랬기 때문에 좋아졌다는 식이면 이건 또 다른 제국주의적 사고이다. 일본의 식민지로 한국이 잘 살게 되었다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개화되었고 법이 마련되고 사회제도도 만들어졌다는 건데, 그럼 그대로 두었으면 피지배국가들은 영원히 야만인 미개인으로 살았을 거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이건 선인과 악당,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새로운 지구제국

21세기가 전개되면서 민족주의는 급속하게 입지를 잃고 있다. (295)

오늘날 세계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조각나 있지만, 국가들은 빠른 속도로 독립성을 잃고 있다. 어느 국가도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실행하거나 마음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수행할 실질적 능력이 없다. 심지어 국내 문제도 자기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운영할 수 없을 지경이다. (296)

한국은 더 심하다. 유일한 분단국가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군사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눈앞에서 형성되고 있는 지구제국은 특정 국가나 인종 집단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제국을 선택하고 있다. (296)

지금 지구제국과 과거의 제국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국가, 국경, 인종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국의 이익과 국가를 위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12. 종교의 법칙

오늘날 종교는 흔히 차별과 의견충돌과 분열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상 종교는 돈과 제국 다음으로 강력하게 인류를 통일시키는 매개체다. ... 따라서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298)

여기에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기준이 있다.

1. 종교는 인간의 변덕이나 계약의 산물이 아닌 초인적 질서가 있다고 여긴다.

2. 이런 초인적 질서를 기반으로, 종교는 스스로 구속력이 있다고 여기는 규범과 가치를 설정한다. (299)

종교는 보편적이면서 선교적이어야 한다. (299)

실상 대부분의 고대 종교는 지역적이고 배타적이었다. (299)

그렇다. 고대엔 지역적일 수밖에 없고 그 지역에 국한되다보니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양들을 침묵시키기

대부분의 수렵 채집인은 면적 1천 제곱킬로미터도 안 되는 지역엣 평생을 보냈다. (300)

농업혁명은 종교혁명을 동반한 것으로 보인다. ... 농업혁명이 미친 최초의 종교적 효과는 동식물을 영혼의 원탁에 앉은 동등한 존재에서 소유물로 끌어 내린 것이다. (301)

사람들이 평생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좁은 지역에서 보내는 한, 지역의 정령만으로도 자신들의 필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었다. (302)

교통의 발달과 농업혁명이 지금의 종교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애니미즘은 인간을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존재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303)

다신교는 신들의 지위뿐 아니라 인간의 지위도 격상시켰다. (303)

 

우상숭배의 이점

서구인들은 2천 년 동안 일신교의 세뇌를 받은 탓에 다신교를 무지하고 유치한 우상숭배로 보게 되었다. (303)

기독교가 불편했던 점이 끊임없이 유일신에 대해 강요하는 것이었다. 세뇌시키는 느낌이었다.

일신교와 구별되는 다신교의 근본적 통찰에 따르면, 세상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은 관심이나 편견을 지니고 있지 않다. (304)

다신교는 본질적으로 마음이 열려 있으며 이단이나 이교도를 처형하는 일이 드물다. 다신교는 심지어 거대한 제국을 정복했을 때도 피정복민을 개종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 신앙을 전파하려 선교사를 외국에 파견하지 않았고, 이를 목적으로 군대를 파견하지도 않았다. (305)

로마인들이 오랫동안 관용을 거부했던 유일한 신은 일신교적이고 개종을 요구하는 기독교의 신이었다. (306)

로마인들은 정치적 보복을 꾀하는 세력이라고 보아 박해로 대응했다. ... 네 차례를 넘지 않았다. ... 다신교를 믿는 로마인들이 살해한 기독교인은 몇천 명을 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후 1,500년간 기독교인은 사랑과 관용의 종교에 대한 조금 다른 해석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기독교인 수백만 명을 학살했다. (307)

허리우드 영화에서 만든 많은 기독교 영화는 로마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인원이고 그 정도도 심하게 생각되었다. 십자군전쟁도 그렇고 기독교인들이 저지른 학살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천국에 입장하려면 신자들이 교회의 의례에 참석하고 선행을 해야만 했다. (307)

천국행이 스스로의 선행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7)

가톨릭 신자들이다.

 

신은 하나다.

그 신도들은 병에서 회복되도록, 복권이 당첨되도록,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해달라고 우주의 최고 권력에게 간청했다. (308)

기복신앙이라고 불린다. 종교 생활하면서 내가 싫어했던 것 중에 하나다.

우리에게 알려진 최초의 일신교는 기원전 1350년경 이집트에서 나타났다. (308)

다신교는 여기저기서 다양한 일신교를 잉태했으나, 이런 종교들은 주변부에 남아 있었다. (309)

예수에 대한 좋은 말씀 복음 을 전 세계로 전파할 필요가 있다고 추론했다. (309)

기독교의 성공은 7세기 아라비아 반도에서 출현한 또 다른 일신교의 모델이 되었다. (309)

기독교보다 더 이상하고도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다. ...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일신교 사상은 세계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일신론자들은 다신론자들에 비해 훨씬 더 광신적이었고, 전도에 헌신하는 경향이 있다. (310)

지금은 일신교가 보편적인 시대라 다신교를 이단으로, 혹은 미신으로 취부한다.

오늘날 동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저런 유일신을 충실히 믿고 있으며, 세계 정치질서 또한 유일신적 기초 위에 세워져 있다. (310)

 

선과 악의 싸움

이신교는 서로 반대되는 두 힘의 존재를, 즉 선과 악을 믿는다. (313)

이신교는 이른바 악의 문제에 간명한 해답을 주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인 세계관이다.

세상에는 왜 악이 존재할까? 왜 고통이 존재할까?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까?” 일신론자들은 이런 물음에 대답하려면 지적인 곡예를 부려야만 했다. (313)

일신교에 원래는 악의 존재가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무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일신론자들이 악의 문제에 쩔쩔매고 있다는 것이다. (314)

한국에서도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느님이 왜 이런 일을 그냥 보고 있었을까. 신은 있는가?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일신론은 질서를 설명하지만 악 앞에서 쩔쩔맨다. 이신론은 악을 설명하지만 질서 앞에서 당황한다. (314)

조로아스터(자라투스트라)란 이름의 예언자가 중앙아시아의 어느 지역에서 활동했다. ... 조로아스터교는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에서 중요한 종교였고, 나중에는 사산제국의 공식 종교가 되었다. (315)

지옥이란 개념도 조로아스터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이신론을 믿는 공동체는 인도와 중동에 한 줌 정도 있을 뿐이다. (315)

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이신교에서 수많은 신앙과 관례를 흡수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일신교라고 부르는 것의 가장 기본적 사상 일부는 사실 그 기원이나 정신이 이신교적이다. (315)

천국(선신의 영역)과 지옥(악신의 영역)에 대한 믿음 역시 그 기원은 이신론에 있었다. 구약에는 이런 믿음의 흔적조차 없다. 사람들의 영혼이 육체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 산다는 주장 또한 전혀 나오지 않는다. (317)

기독교 목회자들이 이런 내용을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본다면 인정할까 싶기도 하다.

 

자연의 법칙

모두가 신을 비롯한 초자연적 실체에 대한 믿음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317)

불교의 중심인물은 신이 아니라 인간, 고타마 싯다르타다. (318)

서구에서 불교를 접하면 신선하고 기독교와 다른 것에 끌리게 되나 보다.

마음은 무엇을 경험하든 대개 집착으로 반응하고 집착은 항상 불만을 낳는다. (320)

당신이 슬픔을 경험하되 그것이 사라지기를 원하는 집착을 품지 않는다면, 당신은 계속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로부터 고통을 당하지는 않는다. (320)

이 방법은 우리 마음이 지금과 다른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 보다 지금 나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온 관심을 쏟도록 훈련시킨다. (321)

번뇌는 집착에서 일어난다는 것,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있다는 것,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마음을 훈련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322)

실재를 있는 그대로 경험한다는 것은 회피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라는 것일까.

불교도의 99퍼센트는 열반에 도달하지 못했고, 설령 언젠가 내세에서 열반을 이루기를 원했다 할지라도 현세의 삶 대부분은 세속적 성취를 추구하는 데 바쳤다. (323)

 

인간숭배

근대는 강력한 종교적 열정의 시대, 전대미문의 포교 노력과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의 시대였다. ... 이들은 종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이데올로기라고 칭한다. (324)

알튀세르는 종교를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라 불렀다.

유사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에는 경전과 예언서가 있다. (324)

근대의 모든 신념들의 역사를 조사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들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없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325)

기독교의 경쟁 분파들이 신의 정확한 정의를 두고 다투는 것처럼, 인본주의는 인간성의 정확한 정의를 두고 다투는 세 개의 경쟁 분파로 나뉘었다. (327)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는 인간을 신성시하지만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사실 일신론적 신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328)

자유주의적 인본주의가 개개인의 최대한의 자유를 추구하는 데 반해,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는 모든 인간의 평등을 추구한다. (329)

전통적 일신론의 속박에서 벗어난 유일한 인본주의는 진화론적 인본주의로, 가장 유명한 예는 국가사회주의, 즉 나치다. ... 나치의 주된 야망은 인류의 퇴화를 막고 진보적 진화를 부추기는 것이었다. (329)

각기 다른 인종이 존재한다는 것, 백인이 우월하다는 것, 이 우월한 인종을 보호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서구 엘리트 대부분이 갖고 있던 믿음이었다. (330)

그래서 흑인을 다른 종으로 여겼기 때문에 노예로 사고팔았던 게 가능했다.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백인 우월주의는 적어도 1960년대까지 미국 정치의 주류 이데올로기로 남아있었다. 유색인종의 호주 이민을 제한하는 백호주의는 1973년까지 유지되었다. (331)

1960년대 미국이 다문화주의가 펼쳐지면서 최초로 그림책에 흑인이 등장하게 된다.

히틀러와의 전쟁이 끝난 후 60년간, 인본주의를 진화와 연관시키는 것은 금기였다. (334)

인간의 행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호르몬, 유전자, 시냅스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펴는 과학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335)

13. 성공의 비결

세계의 기독교 신자는 약 20억 명, 무슬림은 125천만 명, 조로아스터교인은 15만 명, 마니교 신자는 1명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후 깨달음의 오류

4세기가 시작할 무렵 로마 제국 앞에는 다양한 종교적 선택의 가능성이 펼쳐져 있었다. ... 단일 종교를 믿으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제국을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337)

로마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실 그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 다시 말해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야말로 그 시대를 가장 모르는 사람들이다. (338)

맞는 말이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국인들이 가장 잘 알 수 없듯이 말이다. 그저 본인들이 경험한 정도만 알뿐이다.

306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제위에 올랐을 때, 기독교는 비밀스런 동방의 분파에 지나지 않았다. (339)

주류 종교에서 본다면 이단에 지나지 않았던 거다.

191310월 볼셰비키는 러시아의 작은 급진주의 파벌에 지나지 않았다.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파벌이 불과 4년 내에 이 나라를 접수하리라고는 예측하지 않았을 것이다. (339)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340)

1단계 카오스는 자신에 대한 예언에 반응을 하지 않는 카오스다. (340)

2단계 카오스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카오스다. ... 정치도 2단계 카오스계다. (341)

혁명은 그 정의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예상 가능한 혁명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341)

 

역사의 여신은 장님

인류에게 이로운 문화가 반드시 성공하고 퍼진다든가 덜 이로운 문화는 사라진다든가 하는 증거도 없다. (343)

역사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그런 이익을 측정할 객관적 척도가 없기 때문이다. (343)

어쩌면 기독교나 이슬람교가 사라지고 패배했더라면 우리는 더욱 잘 살았을지도 모른다. (343)

하긴 알 수 없다. 기독교 전파를 위한 십자군 전쟁이나, 지금의 이슬람교들의 전쟁들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문화는 다른 사람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 사람들이 꾸며낸 음모가 아니다. 그렇다기보다는 우연히 출현해서 자신이 감염시킨 모든 사람을 이용하는 정신의 기생충에 더 가깝다. (344)

개별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346)

~ 슬프다. 너무 연약한 존재라서.

이것을 과학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혁명은 서유럽에서, 아프로아시아의 서쪽 끝에 있는 커다란 반도에서 시작되었다. (346)

아프로아시아 서쪽 끝의 커다란 반도는 어디를 말하는 걸까. 인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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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1 11:02:04 *.106.204.231

ㅇ 인간이 작물을 키운게 아니라 작물이 인간을 이용했다는거 역설적이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커피를 재배해서 마신다기 보다는 커피가 생존을 위해 번식을 위해 인간을 이용하고 있는거죠.


ㅇ 영국과 인도의 관계, 잘은 모르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가 안될까요?

     하라리에 의하면 하나의 제국주의 되어간다는데 과연 우리와 일본이 하나가 될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돈앞에서는 장사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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