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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8일 11시 4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전공

저자는 히브리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나는 대학을 다시 선택하라면 일반대학을 갈 것이고 전공을 선택하라면 역사, 철학, 고고학을 하고 싶다. 몇해 전부터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인문학 열풍이다. 잘은 모르지만 난 이제 우리나라가 깨어나고 있다는 증거로 보고 싶다. 누군가 그랬다. 어느 사회의 초기 단계에서는 정치학과 법학이 중심적 기능을 하고, 사회가 좀 발전을 하면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공학등이 학문의 중심이다. 그 다음에 사회가 발전하면 추구하는 것이 철학, 심리학 같은 인문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발전한 나라에서는 고고학이나 인류학이 주요 학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유발하라리는 역사를 전공했고 이 책을 쓰면서 인류 전체에 대해 짚어 보았다. 어떻게 보면 가장 고차원적 해석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역사, 철학, 고고학, 인류학을 전공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위파사나 명상

그는 명상을 하루에 두 번 1시간씩 위파사나 명상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외에도 30~60일 정도 명상 휴식을 떠난다고 한다. 얼마나 명상이 좋으면 그렇게 할까. 아마 거기서 인생, , 행복 등에 대한 모든 것을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위파사나 명상센터가 있다. 10일 정도를 한다고 하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 나와 가장 솔직한 대화를 할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저는 위파사나(Vipassana) 명상을 수행합니다. 고엔카(S. N. Goenka)라는 교사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위파사나에는 복잡한 철학이나 어떤 신비한 이론이 없습니다. 유일한 지침은 실체(reality)를 있는 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 내 정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찰합니다.

 

위파사나를 통해 내 정신을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정신은 몸의 감각들과 끊임없는 접촉 상태에 있습니다. 매 순간 우리는 몸 안의 어떤 감각을 체험하고 정신은 그것에 반응합니다. 심지어 우리가 다른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서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에 대해, 혹은 어릴 적 기억에 대해 반응한다고 생각할 때도 실제로는 지금 여기 현전하는 어떤 몸의 감각에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위파사나를 통해 몸의 감각들과 그것에 대한 정신의 반응을 질서 있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관찰하는 법을 훈련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가장 깊은 정신적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명상을 통해 직접 관찰할 수 있었던 것들이 어떤 기술의 도구보다도 훨씬 더 흥미로웠습니다. 명상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체에 더 가까이 접촉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최소 2시간 저는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관찰합니다. 나머지 22시간은 이메일이나 트위터, 웃기는 고양이 동영상 같은 것들에 압도됩니다.

 

제가 명상으로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고통의 깊은 원천은 우리 자신의 정신의 패턴들에 있다는 겁니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는데 그것이 일어나지 않으면 정신은 고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반응합니다. 그러니까 고통은 바깥 세계에 있는 객관적인 조건이 아니라 정신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인 셈입니다.

*사트야 나라얀 고엔카(1924-2013)는 버마 태생의 인도인으로 위파사나(vipassanā) 전문가이다. 1969년 인도로 가서 명상 교육을 시작했고 여러 나라에 알려졌다.

 

책의 성공

35세에 이 책을 쓰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이 책을 연구하고 쓰기 위해 무척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실제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성공 이후 이전보다 자유시간이 훨씬 줄었고, 해야 할 일은 훨씬 더 늘었으며,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거의 매일같이 인터뷰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서도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켜야만 한다고 불만 아닌 불만을 얘기한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공전의 히트를 친 인기 작가가 된 그가 부럽다. 그렇게 되기 위한 그의 노력과 명상에 대해 생각해본다.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14. 무지의 발견

 

350. 1500년에 지구 전체에 살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의 수는 5억 명이었다. 오늘날에는 70억 명이 산다. 1500년 인류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 가치는 오늘날의 화폐로 치면 약 2,500억 달러였다. 오늘날 인류 연간 총생산량은 60조 달러에 가깝다. 1500년 인류가 하루에 소비한 에너지는 약 13조 칼로리였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1,500조 칼로리를 소비한다.(인구는 14배로 늘었는데 생산은 240, 에너지 소비는 115배 늘었다.)

 

353. 하지만 지난 5백 년 간 가장 눈에 띄는 단 하나의 결정적 순간은 1945716일 오전 52945초였다. 정확히 그때, 미국 과학자들은 앨러머고도 사막에 첫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후 인류는 역사의 진로를 변화시킬 능력뿐 아니라 역사를 끝장낼 능력도 가지게 되었다.

 

354. 우리를 앨러머고도로, 그리고 달로 이끈 역사적 과정이 과학혁명이다. ...... 왜 그것이 혁명이었는가 하면, 1500년 이전까지 전 세계 인류는 자신에게 새로운 의학적, 군사적, 경제적 힘을 얻을 능력이 있는지 의심했기 때문이다. ...... 근세 이전의 전형적인 지배자는 사제와 철학자, 시인에게 돈을 주면서 이들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를 기대했지,이들에게 새 의약품을 발견하거나 신무기를 발명하거나 경제성장을 촉진하라고 주문하지 않았다.

 

354. 지난 5세기 동안, 인류는 과학연구에 투자하면 스스로의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점차 믿게 되었다.

 

355. 왜 현대 인류는 자신에게 연구를 통해 새로운 힘을 획득할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 무엇이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연대를 구축했을까? 이 장에서는 현대 과학의 독특한 속성을 살펴봄으로써 그 답의 일부를 제공할 것이다.

 

355. 과학혁명은 되먹임 고리다. 과학이 진보하려면 연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상호 강화에 의존한다. 자원을 제공하는 정치 경제적 제도가 없으면 과학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신 과학연구는 새로운 힘을 제공하는데 이 힘은 새로운 자원을 획득하는 데도 쓰인다. 새 자원의 일부는 연구에 재투자된다.

 

우리는 모른다.

 

356. 우리 선조들은 자연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을 발견하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과거의 모든 전통 지식과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기. 현대 과학은 라틴어로 표현하면 이그노라무스 우리도 모른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면 틀린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떤 개념이나 아이디어, 이론도 신성하지 않으며 도전을 벗어난 대상이 아니다.

관찰과 수학이 중심적 위치 차지 무지를 인정한 현대 과학은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삼는다. 그 수단은 관찰을 수집한 뒤, 수학적 도구로 그 관찰들을 연결해 포괄적인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새 힘의 획득. 현대 과학은 이론을 창조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론을 사용해서 새 힘을 획득하고자 하며, 특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356.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357. 고대의 전통 지식은 오로지 두 종류의 무지만을 인정했다.

첫째, 한 개인이 뭔가 중요한 것에 대해 무지할 수는 있었다.

둘째, 하나의 전통 전체가 뭔가 중요치 않은 것에 대해 무지할 수는 있었다.

 

358. 오늘날의 과학은 지식의 전통으로서는 독특하다.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집단적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이 그렇다.

 

359. 물리학자들도 무엇이 빅뱅을 일으켰는지,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모른다고 인정한다.

 

359. 현대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기존의 어떤 전통지식보다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며 탐구적이다.

 

360. 우리의 선조 대부분이 대처할 필요가 없었던 심각한 문제를 하나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며 지금의 지금의 지식도 잠정적인 것이라는 가정은 우리가 공유하는 신화에까지, 즉 수백만 명의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게 만들어주는 신화에까지 적용된다. 만일 이 신화들 중 많은 것이 의심스럽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우리는 어떻게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공동체, 국가, 국제 시스템은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

 

360. 정치사회적 질서를 안정시키려는 현대의 모든 노력은 다음의 두가지 비과학적 방법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1. 하나의 과학이론을 택해서 통상의 과학적 관례와는 반대로 그것이 궁극적인 절대진리라고 선포하는 것. 이것은 나치당원과 공산주의자들이 절대진리라고 선포하는 것

2. 과학은 내버려두고 과학과 무관한 절대진리에 따라 사는 것, 이것은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전략이었다.

 

361. 하지만 놀랄 것은 없다. 과학 자체도 스스로의 연구를 정당화하고 자금을 공급받으려면 종교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신념에 의지해야 하는 마당이니까. 그럼에도 현대 문화는 이전 어떤 문화보다 더욱 폭넓게 기꺼이 무지를 받아들여 왔다. 현대의 사회질서를 지탱해준 요인 중 하나는 기술과 과학적 연구방법에 대한 거의 종교적인 믿음의 확신이었다. 이것은 절대진리에 대한 믿음을 어느정도 대체했다.

신의 영역이었던 부분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과연 신이 있기는 한가에 대한 증명도 이제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이런 사람 중에 하나지만 그래도 우리 인간에게는 기술과 과학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두고 싶다.

 

과학의 도그마

 

361. 현대 과학에는 도그마가 없다. 하지만 연구기법에는 공통적인 핵심이 있는데, 늘 경험적 관찰들을 모은 뒤 수학적 도구의 도움을 받아 그것들을 하나로 결합하는 것이다.

 

361. 오늘날 무게중심은 옛 전통을 연구하기보다는 새로운 관찰과 실험하는 옮겨갔다.

 

362. 전통적 신화와 서적이 보편 법칙을 서술할 때는 수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형태로 제시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368. 대부분의 사람은 현대 과학을 소화하기 힘들어한다. 사용하는 수학 언어가 우리의 머리로는 파악하기 어렵고, 그 연구 결과가 상식과 배치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368. ‘지식의 진정한 시금석은 그것이 진리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느냐의 여부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1백 퍼센트 정확한 이론은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 결과, 진리인가의 여부는 지식인가 아닌가를 판별하는 검사법으로서는 부족한 것이 되었다. 진정한 시금석은 유용성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이론이 지식이다.

 

369. 과학과 기술 사이에 구축된 연결관계는 매우 강력해서 오늘날 사람들은 양자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과학 연구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신기술을 낳지 않는다면 연구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369. 지배자들은 교육기관에 자금을 댔지만, 그런 기관의 의무는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목적하에 전통적 지식을 확산시키는 데 있었다.

 

370. 세계의 군대는 인류의 과학연구와 기술개발의 대부분을 선도하고, 자금을 대고, 방향을 조종한다.

 

372. 아랍인들이 사산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우월한 활이나 칼 덕분이 아니었고, 셀주크 사람들이 비잔틴 사람들에게 기술적 우위를 지니진 않았으며, 몽골이 중국을 정복한 것도 뭔가 독창적인 신무기의 도움을 받은 덕분은 아니었다.

 

372. 로마군이 좋은 예다. 로마군은 당시 최강의 군대였지만 기술적으로는 카르타고나 마케도니아, 셀레우코스 제국보다 나을 게 없었다. 로마군의 강점은 효율적이 조직, 강철같은 규율, 막대한 예비인력에 있었다.

 

373. 화약의 이후 경력은 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도교 연금술사 덕분에 중국이 세계의 주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중국인들은 새로 만들어진 화합물을 주로 폭죽에 썼다.

진짜 중국이 화약을 무기에 사용했다면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미국의 역할을 중국이 하고 있을지 모를일이다.

 

374. 이 물질의 치명적인 잠재력이 군사 목적에 이용될 때까지 시간이 이렇게 오랜 걸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왕이나 학자, 상인들이 새 군사기술이 자신들을 구하거나 부유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때에 출현했기 때문이다.

보석을 바로 앞에다 두고도 제대로 사용을 못했다. 주위를 잘 둘러보자. 나에게도 자꾸 뭔가 다가오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

 

374. 과학과 산업과 군사기술은 자본주이 체계와 산업혁명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서로 얽히기 시작했고, 일단 그 관계가 정립되자 세상은 급속히 변했다.

 

진보라는 이상

 

374.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황금시대는 과거에 있었고, 세상은 퇴화하지는 않더라도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지혜를 엄격히 추종한다면 좋았던 옛 시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인간의 창의성으로 일생생활의 이런저런 측면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세상의 근본 문제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375. 상황이 바뀐 것은 근대에 들어서였다. 근대 문화는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중요한 것들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런 무지의 인정이, 과학적 발견이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과 결합하자, 사람들은 결국 진정한 진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학이 풀기 힘들었던 문제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하자, 인류는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얻고 적용함으로써 어떤 문제든 다 극복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은 인류의 피치못할 운명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의 무지가 낳은 결과였다.

 

376. 프랭클린은 경험적 관찰과 전기 에너지의 속성에 대한 지식을 결합하여 피뢰침을 발명하고 신들을 무장해제시킬수 있었다.

 

376. 가난은 개입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보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376. 역사를 통틀어 사회를 고통스럽게 했던 가난은 두 종류였다. 남들은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나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가난 그리고 식량과 집이 없어서 개인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는 생물학적 가난이었다. 사회적 가난은 아마도 결코 근절되지 못할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저자도 사회적 가난은 어찌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378. 사람들은 여전히 수모와 모욕, 가난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선 굶어 죽지는 않는다.

 

길가메시 프로젝트

 

378.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인류의 모든 문제 중에서도 가장 성가시고 흥미롭고 중요한 것은 늘 죽음의 문제였다. 죽음은 우리의 피할수 없는 숙명이다.

 

378. 게다가 대부분의 신앙은 죽음을 삶에 의미를 주는 원천으로 바꿔놓았다. 죽음이 없는 세상의 이슬람, 기독교, 고대 이집트 종교를 상상해보라. 이들 종교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하며 내세에 희망을 두어야 한다고 가르쳤지, 죽음을 극복하고 이곳 지상에서 영원히 사는 것을 추구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선지자들은 죽음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바빴다.

 

379. 그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로서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하지만 새로운 지혜의 한 토막이 그와 함께였다. 그는 깨달았다. 신들은 인간을 창조할 때 죽음을 필연적 숙명으로 정했으며 인간은 그 숙명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379. 진보의 사도들은 이런 패배주의적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학자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다. 사람이 죽는 것은 신이 그렇게 정해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암, 감염 같은 다양한 기술적 실패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기술적 문제에는 기술적 해답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문제는 답이 있다는 말. 나는 믿는다.

 

379. 인정하건대, 현재 우리가 모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대신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생리적, 호르몬적, 유전적 시스템을 연구하느라 바쁘다.

 

380. 과학혁명의 선도적 프로젝트는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이다.

 

381. 전세계에서 약 25~40세이던 평균 기대 수명은 약 67세로 성큼 뛰었고, 선진국에선 약 80세가 되었다.

 

383. 불멸을 추구하는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달성되려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까? 5백 년? 1천 년? 1900년에 우리가 인체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었던지 그리고 한 세기 만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축적했는지 돌이켜 보면 낙관할 만하다.

 

384.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근대 후기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대부분이 죽음과 사후세계를 방정식 바깥으로 이미 제쳐놓았다는 점은 대단히 흥미롭다.

 

384. 죽음에 여전히 핵심적 역할을 부여하는 유일한 근대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다. 가장 시적이고 필사적인 순간에 민족주의는 민족을 위해 죽는 사람은 누구나 민족의 집단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민족주의자들도 그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과학을 보살피는 다정한 아빠

 

385. 우리는 기술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 속에 우리의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이 있다고 믿는다. ..... 과학은 경제적, 정치적, 종교적 이해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386. 정부와 기업의 금고에서 수십억 달러가 실험실과 대학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엇을까? ...... 대부분의 과학연구에 자금이 지원되는 이유는 그 연구가 모종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누군가 믿기 때문이다.

 

387. 제한된 자원을 끌어오려면 우리는 무엇이 더 중요한가?” “무엇이 좋은가?”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만 한다.

 

389. 한마디로, 과학연구는 모종의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만 번성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연구비를 정당화한다. 그 대신 이데올로기는 과학적 의제에 영향을 미치고, 과학의 발전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한다.

 

389. 특히 두가지 힘이 우리의 관심을 끌만하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다. 과학과 제국과 자본 사이의 되먹임 고리는 논쟁의 여지는 있을지언정 아마 지난 5백 년간 역사의 가장 주요한 엔진이었을 것이다.

 

15. 과학과 제국의 결혼

 

395. 쿡의 배는 군대의 보호를 받은 과학탐사대였을까, 아니면 소수의 과학자가 따라붙는 군사원정대였을까? 이것은 연료통이 반쯤 찾는지 반쯤 비었는지를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다 해당한다. 과학혁명과 현재 제국주의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어째서 유럽인가

 

396. 세계의 권력 중심이 유럽으로 이동한 것은 1750년에서 1850년 사이에 이르러서다. 이때 유럽인들은 일련의 전쟁에서 아시아 강대국들에게 모욕을 안기고, 그 영토의 많은 부분을 점령했다. 1900년이 되자 유럽은 세계 경제와 대부분의 땅을 확고하게 지배했다. ..... 유럽의 방패 아래 새로운 세계질서와 세계 문화가 등장했다.

 

396. 말로는 격렬한 반유럽 정서를 드러낼지도 모르지만,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은 정치, 의학, 전쟁, 경제에 대해 유럽적 시각을 견지하며, 유럽식으로 작곡된 곡에 유럽언어로 된 가사가 붙은 음악을 듣는다. 오늘날 급성장하는 중국 경제, 머지않아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할지도 모르는 그 나라의 경제도 유럽식 생산 및 금융 모델 위에 건설되었다.

 

397. 어떻게 유라시아 변방에 있던 이들은 그 오지에서 뛰쳐나와 전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을까? 보통은 그 공의 큰 부분을 유럽 과학자들에게 돌린다.

 

399.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했던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면화할 수 없었다. 프랑스와 미국이 재빨리 영국의 발자국을 뒤따랐던 것은 가장 중요한 신화와 사회구조를 이미 영국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은 사회에 대한 생각과 사회의 조직 방식이 달랐던 탓에 그렇게 빨리 따라잡을 수 없었다.

동양에서는 유교적 사상, 굳건한 신분제 등의 사상적, 사회적 구조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일본은 메이지유신이라는 것을 통해 발빠르게 대응한 반면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400. 과학과 자본주의가 유럽 제국주의가 21세기 유럽 이후 세상에 남긴 가장 중대한 유산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유럽과 유럽인은 더 이상 세상을 지배하지 않지만, 과학과 자본의 힘은 나날이 강력해지고 있다.

 

정복의 사고방식

 

400.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이런 방대한 과학적 발견을 수집, 분석하고 그를 통해 과학적 학문을 창조한 것은 세계적 유럽 제국을 지배하는 지적 엘리트들이었다.

 

401. 무엇이 현대 과학과 유럽 제국주의 사이의 연대를 구축했을까? 19세기와 20세기에는 기술이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근대 초기에는 기술의 중요성에 한계가 있었다. 핵심요인은 식물을 찾는 식물학자와 식민지를 찾는 해군장교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데 있었다. 과학자와 정복자는 둘 다 무지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 들은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둘 다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발견을 해야겠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새로운 지식이 자신을 세계의 주인으로 만들어 주기를 둘 다 희망했다.

 

401. 유럽 제국주의는 역사상 존재했던 다른 모든 제국주의 프로젝트들과 완전히 달랐다.

권력과 부를 위해서, 국민들의 불만을 다른데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402.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은 새 영토뿐만 아니라 새 지식을 획득한다는 희망을 안고 먼 곳의 해변을 향해 떠났다.

 

403. 선장이 군사지도를 그리느라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윈은 실증적 자료를 수집하고 통찰력을 형성했으며, 이것이 종국에는 진화론으로 꽃피었다.

이런 놀라운 사실이 있구나. 다윈이 자발적 자기가 원해서 한 연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를 도왔던 선장의 해군장교였다. 해군장교는 훌륭한 사람이다.

 

비어있는 지도

 

404. ‘탐험하고 정복한다는 근대의 사고방식은 세계지도의 발전에서 잘 나타난다.

탐험한다는 말에서 유럽의 제국주의의 특성을 알수 있다. 지배한다, 정복한다가 전부가 아니다.

 

405. 빈 지도는 심리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비약적 진전이었다. 유럽인들이 자신들이 세계의 많은 부분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408.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과학혁명의 기초가 되는 사건이었다. 그것은 유럽인에게 과거의 전통보다 지금의 관찰 결과를 더 선호하라고 가르쳐주었다.

 

408. 방대한 새 영토를 통제하기를 원한다면 신대륙의 지리, 기후, 식물상, 동물상, 언어, 문화, 역사에 대해서 막대한 양의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408. 장거리 정복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었다. 역사를 통틀어 대부분의 인간사회는 국지적 분쟁과 이웃과의 불화만으로도 너무 바빴다. 먼 곳의 땅을 탐사하고 정복한다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409. 이 지도를 본 사람에게 최소한의 호기심이 있다면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지점 너머에는 뭐가 있지?”지도는 답을 주지 않는다. 보는 사람에게 돛을 올리고 찾아보라고 요구할 뿐.

 

409. 기원전 350년에 배를타고 곧바로 브리튼섬으로 가서 점령할 생각을 한 로마인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410. 정화제독은 대양을 탐험하고 각국으로 하여금 중국에게 조공을 바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방문한 나라를 정복하거나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정화의 원정은 중국의 정치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것이 아니었다. 1430년대 베이징의 지배 파벌이 바뀌자 새로 등장한 거물들은 갑자기 작전을 중단시켰다. 대함대는 해체되었고, 중요한 기술적, 지리학적 지식은 단절되었다.

정화 제독까지 언급될 줄은 몰랐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든 어디서 읽은 것이든 대단하네.

 

411. 정화 제독의 원정은 유럽이 뛰어난 기술적 우위를 누리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유럽인들이 이례적인 점은 탐험과 정복의 야망이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수 없이 탐욕스러웠다는 데 있었다.

 

411. 중국의 지배자 대부분은 이웃 일본마저도 그들 뜻대로 살게 내버려두었다. 여기에는 별다는 점이 전혀 없었다.

로마처럼 우리나라, 일본 등을 복속시키고 통일시키지 않은 점이다. 저자는 이유에 대해서는 왜 설명을 안했을까? 아마 중국은 자기가 큰 나라이고 중심이기 때문에 변방의 작은 나라는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것에서 그랬을 것이다.

 

411. 오히려 이상한 것은 근대 초기 유럽인들이 걸린 열병이었다. 그 열병은 그들로 하여금 낯선 문화가 가득한 머나먼 미지의 땅으로 항해하여, 그 해변에 한 발 디딘 뒤, 즉각 이렇게 선언하게끔 만들었다. 이 땅은 모두 우리 왕의 것이다.!”

 

외계로부터의 침공

 

413. 스페인인들은 우주에서 침공해온 외계인 같았다. 아즈텍 사람들은 스스로 온 세상을 다 알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코르테스와 그의 부하들이 오늘날의 베라크루스 항구에 해당하는 화창한 해변에 상륙한 사건은 아즈텍인들이 완전히 미지의 사람들과 조우하는 첫 사례였다.

이 얘기는 문명에 대해 나올 때 마다 언급되는 사건이다. ‘, , 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외계인이 지구에 나타나면 이런 기분일까?

 

417. 주로 침략자들과 함께 유입된 생소한 질병 탓이었다.

 

418. 협소한 시각 때문에 혹독한 대가를 치른 민족은 아메리카 원주민들만이 아니었다.

 

418. 유럽에서는 스코틀랜드나 덴마크 같은 작은 왕국조차 아메리카에 몇몇 탐험 겸 정복 원정대를 보냈지만, 이슬람 세계나 인도나 중국에서 보낸 원정대는 하나도 없었다.

 

419. 유럽인들은 이렇게 축적한 부와 자원 덕분에 아시아도 침공하고, 그 제국들을 패배시키고, 자기들끼리 나눠 가질수 있었다. 터키, 페르시아, 인도, 중국인들이 깨어나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할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비유럽 문화권들이 진정 세계적 시야를 가지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였다. 이는 유럽이 헤게모니를 잃게 된 결정적 요인의 하나였다.

 

희귀 거미와 잊힌 문자

 

420. 근대 과학과 근대 제국에 동기를 부여한 것은 뭔가 중요한 것이, 자신들의 탐사해서 정복하면 좋을 것 같은 무언가가 지평선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들썩거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과학과 제국의 연계는 훨씬 더 깊은 수준까지 나아갔다.

 

420. 근대 유럽인에게 제국 건설은 과학적 프로젝트였고, 과학이란 분과를 건설하는 것은 제국의 프로젝트였다.

 

420. 영국은 인도를 정복하면서 이 모두를(고고학자, 인류학자, 지리학자 등) 데리고 왔다. ... 인도 대측량사업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60년간 지속되었다. 수만 명의 현지 노동자와 학자, 안내인의 도움을 받아, 영국은 인도 전체의 지도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국경선을 표시하고 거리를 측정했으며, 심지어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 봉우리들의 정확한 높이를 최초로 측량하기까지 했다. 영국은 인도 각지의 군사적 자원을 탐사하고 금광의 위치를 조사했지만, 그뿐 아니라 희귀 거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화려한 나비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사멸한 고대 인도 언어들의 기원을 추적하고, 잊힌 유적지를 발굴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 비해서는 양반이네. 왜 이런 수고까지 아끼지 않았을까? 조금더 지배를 원활하게 하고 효과적으로 하기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설명이 부족하다.

 

421. 영국 이전에 인도를 지배했던 어떤 왕조도, 마우리아 왕조나 굽타 왕조도, 델리의 술탄이나 위대한 무굴 제국도 그 유적지에 관심을 가진 일이 없었다.

 

421. 헨리 롤린슨이라는 영국인 장교는 그곳의 샤가 군대를 유럽식으로 훈련시키는 것을 돕는 임무를 띠고 페르시아로 파견되었다. ..... 높이 15미터, 24미터에 이르는 비문은 기원전 500년경 다리우스 1세 왕이 지시에 따라 절벽 수직면 높은 곳에 새겨진 것이었다. 이것은 고대 페르시아어, 엘람어, 바빌로니아어의 세 언어를 설형문자로 써둔 것이었다. 현지인들은 비문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읽을 수는 없었다.

 

422. 롤린슨은 만일 자신이 이 글을 해독할 수 있다면 당시 중동 전역에서 발견되던 수많은 명문과 문서를 자신과 다른 학자들이 해독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되면 잊힌 고대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열리는 것이었다.

장교의 중요성. 단순히 싸우는 전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지식이 필요하다.

 

422. 롤린슨은 그 업적을 즐기고만 있지 않았다. 장교로서 수행해야 할 군사적, 정치적 임무가 있었지만, 여유가 있을때마다 비밀 문재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런저런 방법을 차례대로 써보다가 결국에는 비문의 고대 페르시아어 부분을 어찌어찌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이것은 가장 쉬운 부분이었다.

내가 롤린슨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와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423.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제국주의 학자는 윌리엄 존스였다. .... 여러 저서에서 존스는 고대 인도어로서 힌두교 의례에 쓰이는 신성한 언어가 된 산스크리트어가 그리스어와 라틴어와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것을, 그뿐만 아니라 이들 언어가 고트어, 켈트어, 고대 페르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와도 비슷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 존스는 이 모든 언어는 기원이 같았을 것이며 지금은 잊힌 고대의 한 조상언어로부터 발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인도유럽어족을 발견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424. 제국들은 언어학자들을 열성적으로 지원했다.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면 피지배자들의 언어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유럽제국들의 생각이었다.

 

424. 인도에 부임하는 영국 장교들은 길게는 3년간 콜카타 대학에서 공부해야 했다. 여기서 영국법과 함께 힌두법과 무슬림법을, 그리스어 및 라틴어와 함께 산스크리트어, 우르드어, 페르시아어를, 수학, 경제학, 지리학과 함께 타밀, 벵골, 힌두스탄 문화를 배워야 했다. 언어학 공부는 현지어의 구조와 문법을 이해하는 데 더할 수 없이 귀중한 도움이 되었다.

 

424. 윌리엄 존스나 헨리 롤린슨 같은 사람들의 업적 덕분에 유럽 정복자들은 자신의 제국을 매우 잘 알았다. ... 그런 지식이 없었더라면, 우스울 정도로 적은 숫자였던 영국인 수억 명이 인도인을 2세기에 걸쳐 지배, 억압, 착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425.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과학이 제국에게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근대 유럽인들은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은 언제나 선이라고 믿게 되었다. 제국에서 새로운 지식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덕분에 제국에는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이란 이미지가 붙었다.

 

425. 게다가 제국에 의해 축적된 새로운 지식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피지배 민족을 이롭게 하고 이들에게 진보의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었다. 의료와 교육을 제공하고, 철로와 운하를 건설하며, 정의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었다.

 

426. 이 제국들은 과학과 긴밀히 협력했던 덕에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세계를 엄청나게 바꾸어놓았으므로, 이들에게 간단히 선하다거나 악하다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428. 이런 인종차별 이론은 수십 년간 명성과 존경을 얻었지만, 이제는 과학자와 정치인 모두에게 극단적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428. 오늘날 엘리트들은 다양한 인간집단이 서로 대조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할 때 이것을 문화 간의 역사적 차이라고 말하지, 인종 간의 생물학적 차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429. 이런 문화주의적 논쟁은 이른바 문명의 충돌과 다른 문화들 간의 근본적 차이들을 강조하는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의 과학적 연구들을 재료로 삼는다.

 

429. 무엇보다 만일 인간문화 사이의 차이가 미미하다면, 우리가 왜 역사학자와 인류학자에게 그 미미한 차이를 연구하라고 자금을 지원해야 한단 말인가?

 

429. 과학자들은 제국주의 프로젝트에 실용적 지식, 이데올로기적 정당화, 기술적 장치를 공급했다. 이런 기여가 없었다면 유럽인들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을지 극히 의심스럽다. 정복자들은 과학자들에게 정보와 보호를 제공하고, 온갖 종류의 이상하고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지구 구석구석에 과학적 사고방식을 퍼뜨림으로써 보답했다. 제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근대 과학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을지는 의심스럽다. 과학 분야 중에 제국주의적 성장의 하인으로서 삶을 시작하지 않은 분야, 육군 장교와 해군 함장과 식민지 총독의 넉넉한 지원에 대부분의 발견과 수집과 건물과 연구자금을 빚지지 않은 분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430. 과학은 제국만이 아니라 다른 제도들의 지원도 받았다. .... 과학과 제국의 일약 성공 뒤에는 특히 중요한 힘 하나가 숨어있었다. 자본주의다. 만일 돈을 벌려는 사업가들이 없었더라면, 콜럼버스는 아메리카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고, 제임스 쿡은 호주에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며, 닐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 그 작은 발자국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16. 자본주의의 교리

 

431. 돈은 제국 건설과 과학 진흥에 필수적이었다. ..... 하지만 근대 경제사를 알기 위해서 정말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성장이란 단어다. 좋을때나 나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근대 경제는 마치 호르몬이 넘쳐나는 십대처럼 성장해왔다. 찾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늘 몇 센티미터 더 많이 자랐다.

 

434. 모든 기업은 이처럼 상상된 미래에 대한 신뢰 위에 세워져 있다. ..... 하지만 근대 이전에는 이 능력이 제한적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돈이 대표하고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것뿐이었다. 이것은 성장에 심각한 제약을 가했다. 새로운 사업에 돈을 조달하기가 극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435. 미래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한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이 시스템 내에서 사람들은 신용이라 불리는 특별한 종류의 돈이 상상 속의 재화-현재 존재하지 않는 재화-를 대표하게 하는데 동의했다. 신용은 미래를 비용으로 삼아 현재를 건설할 수 있게 해준다. 신용은 우리의 미래 자원이 현재 자원보다 훨씬 더 풍부할 것이라는 가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미래의 수입을 이룡해서 현재에 무엇을 건설할 수 있다면, 새롭고 놀라운 기회가 수없이 많이 열린다.

 

436. 사람들은 보통 자기 시대보다 과거가 더 좋았으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 나쁘거나 기껐해야 지금과 같을 것이라고 믿었다. 경제용어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부의 총량이 더 줄지는 않더라도 한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기 개인이든, 자신들의 왕국이든, 세계 전체든 앞으로 10년간 과거보다 많은 부를 생산하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위험한 행태라고 생각했다. 사업은 제로섬 게임처럼 보였다.

 

437. 수많은 문화권에거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죄악이라고 결론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예수가 말했듯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통과하기보다 어려우니라.”

 

438. 신용은 오늘의 파이와 내일의 파이 간의 차이다.

 

커지는 파이

 

438. 그때 과학혁명과 진보라는 개념이 도래했다. 진보는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고 연구에 자원을 투자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 진보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맂거 발견, 기술적 발명, 조직의 발전이 인간의 생산, 무역, 부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439. 지난 5백 년간 진보라는 아이디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래를 점점 더 신뢰하게 만들었다.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더 많은 신용을 향한 길을 열었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440. 스미스의 주장-개인적인 수익을 늘리려는 이기적 인간의 욕구는 공동체 부의 기반이다-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아이디어에 속한다. 경제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도덕적, 정치적 관점에서는 더더욱 혁명적이다. 스미스는 사실상 탐욕이 선한 것이며, 내가 부자가 되면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기주의가 곧 이타주의라고.

 

441. 스미는 경제를 -윈 상황으로 생각하라고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나의 이익이 곧 너의 이익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스미스는 부와 도덕 간의 전통적 대립을 부정했고, 부자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 부자가 되는 것은 도덕적 인간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스미스 이론에서, 사람들은 이웃의 것을빼앗아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파이를 크게 늘림으로써 부자가 된다.

 

441.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전제가 있다. 부자가 자신의 수익을 비생산적인 활동에 낭비하지 않고 공장을 새로 세우고 사람들을 새로 고용하는 데 쓴다는 전제다.

 

441.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적 부분은 새로운 윤리의 등장이었는데, 이 윤리에 따르면 이윤은 생신애 재투자되어야 한다. 재투자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오고, 이것은 다시 생산을 위해 투자되어서 더 많은 이윤을 낳으며, 이 과정은 되풀이 된다.

 

442. 새로운 자본주의 교리에서 가장 신성한 제1계율은 생산에 따른 이윤은 생산 증대를 위해 재투자되어야 한다.”이다.

 

442. “생산에 따른 이윤은 생산 증대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사소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역사를 통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443. 새로운 자본주의자 엘리트는 공작이나 후작부인이 아니라 회장, 주식 거래인, 기업경영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유력자는 중세 귀족보다 훨씬 부유하지만 사치성 소비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덜하다.

 

444. 자본주의는 경제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이론으로서 시작되었다. 그 이론은 기술적인 동시에 규범적이었다. ... 하지만 자본주의는 점차 경제적 교리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제 자본주의에는 하나의 윤리가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심지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까지 일러주는 가르침들이다. 그중 가장 핵심 신조는 경제성장이 최고의 선이라는 것, 최소한 그 대용품은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의와 자유, 심지어 행복까지도 경제성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445. 자본주의 정부와 기업이 특정 과학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보통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생산량과 수익을 늘려줄 것인가? 경제성장을 만들어 낼 것인가?”이다.

 

445. 자본주의의 역사는 과학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해될 수 없다. 영원히 계속되는 경제성장에 대한 자본주의의 믿음은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지식에 위배된다.

 

콜럼버스가 투자자를 찾는다.

 

446. 자본주의는 근대 과학의 발흥뿐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의 등장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47. 유럽에서는 왕과 장군들이 점차 상인의 사고방식을 따르기 시작했고, 결국 상인과 은행가가 지배 엘리트가 되었다. 유럽의 세계 정복 자금은 세금보다는 신용대부로 조달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자본가들이 일을 지휘하는 경우도 점점 많아졌다. 이들의 주된 야망은 투자를 통해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었다.

 

448. 콜럼버스의 발견으로 스페인인들은 아메리카를 정복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금광과 은광을 개발했으며, 사탕수수와 담배를 재배할 대형 농장을 건설하여 스페인의 왕, 은행가, 상인을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부자가 되게 만들어주었다.

 

448. 자본주의 사업가들은 정복을 거듭하면 할수록 재정적 탄력이 점점 더 붙었다.

 

449. 유럽인들은 잠재적 투자자의 숫자를 늘리고 자신들이 발생시키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합자회사에 의지했다.

 

450. 해양 항로의 주인으로서 네덜란드 세계 제국을 건설하고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등극한 것이다. 그 성공의 비결은 신용에 있었다. 네덜란드 소도시 시민들은 지상에서 싸우는 데 취미가 없었으므로, 용병을 기용해 자기들 대신 스페인과 싸우게 했다.

 

451. 네덜란드인들은 정확히 어떻게 금융제도의 신뢰를 얻었을까? 첫째, 이들은 기일에 맞춰 전액을 반드시 갚았다. 그래서 대부업자들에게 신용을 얻었다. 둘째, 사법제도가 독립되어 있는 데다 사적 권리, 그 중에서도 사유재산권을 보호했다. 자본은 민간인들의 재산을 보호해주지 않는 독재국가에서 새어나와 법치와 사유재산권이 있는 국가로 흘러들어간다.

 

453. 법치가 지켜지고 사유재산권이 존중받는 지역, 예컨대 네덜란드에 돈을 투자하는 편이 낫다. ...네덜란드 제국을 세운 것은 네덜란드라는 국가가 아니라 상인들이었다.

 

454. 이들은 네덜란드 제국의 대들보가 된 주식회사에 기꺼이 재산을 투자했다. 스페인 왕에게는 결코 투자하지 않을 것이며, 상대가 네덜란드 정부라도 돈을 빌려주기 전에 두 번 더 생각할 신중한 투자자인데도 말이다.

 

456. 17세기가 끝나가면서 네덜란드는 뉴욕을 잃었고, 금융 및 제국의 심장이라는 유럽 내에서의 지위도 내놓았다. 여기에는 현상에 안주한 자세도 한몫했고, 네덜란드가 빠져나간 공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은 프랑스와 영국이었다.

 

456. 하지만 영국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금융제도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데 비해, 프랑스는 스스로 신용할 수 없는 대상임을 드러냈다.

 

459. 미시시피 버블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금융붕괴 사태였고, 프랑스의 금융 시스템은 결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미시시피사가 어떤 식으로 정치적 연줄을 이용해서 주가를 조작하고 매수 광풍에 불을 질렀는지 백일하데 드러났기 때문에, 대중은 프랑스 은행 시스템과 프랑스 왕의 현명함에 대해 불신했다.

 

459. 프랑스의 해외 제국이 무너지는 동안 대영제국은 급속히 팽창했다. 이전의 네덜란드 제국처럼 대영제국은 대체로 민간주식회사들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었고

 

460. 나폴레옹은 영국을 가제 주인들의 나라라며 비웃었지만, 결국 그 가게 주인들에게 패배했다. 가게 주인들이 세운 제국은 역사상 최대의 제국이었다.

 

자본의 이름으로

 

460. 네덜란드이 인도네시아 국유화, 영국의 인도 국유화가 이루어졌지만, 이로 인해 자본주의와 제국의 포옹이 끝났다고는 볼 수 없다. 오히려 양자의 관계는 19세기에 떠 끈끈해졌다. 주식회사는 더 이상 민간 식민지를 개척하고 지배할 필요가 없었고, 이제 사장과 대주주들은 런던, 암스테르담, 파리에서 권력의 끈을 조종했다. 이들은 국가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고 뒷배를 봐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 서구 정부는 자본주의자들의 노동조합이 되어가고 있었다.

 

463. 자본과 정치의 힘찬 포옹은 신용시장에서 크나큰 의미가 있었다. 어떤 경제가 지닌 신용의 양은 새로운 유전의 발견이나 새 기계의 발명 같은 순수한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체제 변화나 좀 더 대담한 해외정책 같은 정치적 사건들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자유시장에 대한 집단적 숭배

 

465. 극단적인 자유시장 신봉주의는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는 믿음만큼이나 순진한 것이다. 모든 정치적 편견에서 자유로운 시장 같은 것은 원래 없는 법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원은 미래에 대한 믿음인데, 이 자원은 도둑들과 사기꾼들에 의해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있다.

 

자본주의자의 지옥

466. 왕이나 사제가 감독하지 않는 완전 자유시장에서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은 독점을 할 수도 있고, 노동자를 탄압하기로 서로 공모할 수도 있다. ..... 탐욕스러운 사장들은 노동자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빚을 갚기 위한 노역이나 노예제도를 통해서 말이다.

 

467. 모두가 유럽인들이 달콤한 홍차와 캔디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설탕 농업의 거물들이 막대한 이윤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자행된 일이었다. 노예무역은 정부나 국가에게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았다. 그것은 순수한 경제사업으로서,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유시장에 의해 조직되고 자금조달이 이루어졌다.

 

468. 18세기 내내 노예무역 투자에 대한 연간 수익률은 약 6퍼센트였다. 현대의 컨설턴트라면 누구나 재깍 인정할 만한 엄청난 돈벌이었다. 이것은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옥의 티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이윤이 공정한 방식으로 얻어지거나 공정한 방식으로 분배되도록 보장하지 못한다. 그렇기는커녕, 이윤과 생산량을 늘리려는 갈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468. 기독교나 나치즘 같은 종교는 불타는 증오심 때문에 수백만 명을 살해했다. 자본주의는 차가운 무관심과 탐욕 때문에 수백만 명을 살해했다.

 

469. 19세기에도 자본주의 윤리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유럽을 휩쓴 산업혁명은 은행가와 자본 소유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었지만,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는 비참하고 가난한 삶을 선고했다.

 

471. 농업혁명과 마찬가지로, 현대 경제의 성장은 거대한 사기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인류와 세계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을지라도 기와 궁핍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더욱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는 이 같은 비판에 두가지 대답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자본주의는 오직 자본주의자만이 운양할 수 있는 세계를 창조했다. 두 번째 대답은 우리가 인내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472. 하지만 경제적 파이가 무한히 커질수 있을까? 모든 파이에는 원자재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어두운 결말을 예언하는 사람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조만간 우리 지구의 원자재와 에너지를 고갈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17. 산업의 바퀴

 

473. 현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신뢰하는 덕분이며, 자본주의자들이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할 의사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경제성장에는 에너지와 원자재가 필요한데 이는 유한하다. 만일 이것들이 고갈되는 때가 온다면, 전체 시스템은 붕괴할 것이다.

 

474. 이와 비슷한 혁명은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를 휩쓸었다. 우리는 이를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475. 모두를 움직이는 힘은 식물에게서 포획되어서 밀과 쌀과 감자에 저장된 태양에너지였다.

 

477. 그 후 수십년 동안 영국 기업가들은 증기기관의 효율성를 개선했고, 이것을 갱도에서 끄집어내어 실을 잣고 천을 짜는 기계에 연결했다. 덕분에 섬유 생산에 혁명이 일어나서 싼값에 점점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눈 깜짝할 새 영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점은 증기기관을 갱도에서 끄집어내면서 중요한 심리적 장벽이 깨졌다는 사실이었다.

 

478. 이때부터 사람들은 기계와 엔진이 한 유형의 에너지를 다른 유형의 에너지로 바꾸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

 

480. 산업혁명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사실을 산업혁명은 되풀이해서 보여주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뿐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480. 분명 세상에는 에너지 결핍이 존해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에너지를 찾아내 그것을 우리의 필요에 맞게 전환하는데 필요한 지식이다.

어렸을 때 분명 석유가 고갈되 인류가 멸망할것이라는 기억이 난다. 이젠 어떤식으로든 자원의 고갈로 인해 인류의 멸망은 오지않으리라는 확신은 있다.

 

481. 에너지를 끌어내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던 또 다른 문제가 해결되었다. 원자재 부족이었다. 인류는 대량의 에너지를 값싸게 생산하려 노력하는 와중에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원자재 광상을 개발할 수 있었고, 혹은 점점 더 먼 곳에서 원자재를 실어 올 수 있었다. 더불어 여러 과학적 혁신이 일어나, 인류는 플라스틱 같은 완전히 새로운 원자재를 발명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규소나 알루미늄 같은 천연자원도 발견할 수 있었다.

 

483. 산업혁명은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와 값싸고 풍부한 원자재라른 전대미문의 조합을 내놓았다. 그 결과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하지만 산업혁명은 무엇보다 제 2차 산업혁명이었다.

 

485. 복잡한 감정 세계를 지닌 살아 있는 동물을 마치 기계처럼 대하는 것은 그들에게 육체적 불편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좌절을 안겨준다.

 

486. 대서양 노예무역이 아프리카인을 향한 증오의 결과가 아니었던 것처럼, 현대의 동물산업도 악의글 기반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 연료는 무관심이다.

 

487. 진화심리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기본 교훈은, 야생에서 형성된 욕구는 설사 더 이상 생존과 번식에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할지라도 계속 주관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럼 인간도 같지 않는가. 수렵채집인에서 이렇게 정주하는 인간이 되었지만 그 옛날 수렵채집인의 본성을 살아있다는 말 아닌가. 내 안에 그런 본성이 있던가.

 

487. 산업화된 농업의 비극은 동물의 주관적 욕구는 무시하면서 객관적 욕구만 잘 챙긴다는 점이다.

 

490. 농업의 산업화가 없었더라면 도시의 산업혁명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공장과 사무실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장과 사무실은 농업에서 풀려난 수십억 명의 손과 두뇌를 흡수해서 전대미문의 생산물을 봇물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490.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만 한다.

 

490, 업계에서 생산하는 신제품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항상 구매하게 하기 위해서 새로운 종류의 윤리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소비지상주의다.

 

491. 소비지상주의는 점점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492. 소비지상주의는 대중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탐닉은 당신에게 좋은 것이며 검약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려 무진장 애썼다.

 

493. 부자는 자산과 투자물을 극히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데 반해, 그만큼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빚을 내서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 자동차와 TV를 산다. 자본주의 윤리와 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동전의 양면이다.

 

493. 자본주의-소비지상주의 윤리는 다른 면에서도 혁명적이다. 이전 시기의 윤리 체계들은 사람들에게 매우 힘든 거래를 제시했다. 사람들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그러려면 동정심과 관용을 키우고, 탐욕과 분노를 극복하며, 이기심을 억제해야만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494.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소비지상주의 이념을 성공적으로 준수하면 살아간다. 새로운 윤리가 천국을 약속하는 대신 내놓은 조건은 부자는 계속 탐욕스러움을 유지한 채 더 많은 돈을 버는 데 시간을 소비할 것, 그리고 대중은 갈망과 열정의 고삐를 풀어놓고 점점 더 많은 것을 구매할 것이다. 이것은 그 신자들이 요청받은 그대로를 실제로 행하는 역사상 최초의 종교다.

 

18. 끝없는 혁명

 

495. 산업혁명은 에너지를 전환하고 상품을 생산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496. 이와 반대로 생태계 파괴에 대한 두려움은 근거가 너무 확실하다. 미래의 사피엔스는 온갖 새로운 원자재와 에너지원의 보고를 손에 넣되 이와 함께 겨우 남아 있는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고 대부분의 종을 멸종시킬지 모른다.

이런 우려가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난 그렇게 믿고 있다.

 

499. 산업혁명은 시간표와 조립 라인을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의 틀로 변화시켰다. 공장이 자신의 시간표를 인간들의 행동에 강요한 직후부터 학교 역시 정확한 시간표를 채택했으며, 병원과 정부기관, 식품점이 그 뒤를 따랐다. 심지어 조립라인과 기계가 없는 장소에서도 시간표가 왕이 되었다. 공장의 교대 근무시간이 오후 5시에 끝난다면 동네 술집은 52분에 문을 여는 것이 나았다.

그런 셈이다. 시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시간이 없으면 어떨까? 더 자유로울까? 혼란스러울까?

 

500. 마침내 1880년 영국 정부는 영국의 모든 시간표는 그리니치를 따라야 한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이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한 나라가 국가 시간을 채택하고 국민들에게 현지 시각이나 해가 뜨고 지는 주기 대신에 시계에 맞춰 살기를 강요한 것이다. 이처럼 대수롭지 않았던 시작은 결국 몇 십분의 일 초까지 똑같이 맞추는 세계적 시간표 네트워크를 낳았다.

 

502. 산업혁명은 인류사회에 수십 가지의 커다란 격변을 불러왔다. 산업적 시간에 적응하는 것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 하지만 이런 격변들조차 역사를 통틀어 인류에게 닥친 가장 중요한 사회혁명에 대면 시시했다. 그것은 바로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붕괴하고 국가와 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한 사건이다.

 

502. 우리가 아는 한, 인류는 가장 초기부터, 그러니까 1백만여 년 전부터 대부분 친척들로 구성된 작고 친밀한 공동체에서 살았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이 일어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혁명 덕분에 가족과 공동체가 뭉쳐서 부족, 도시, 왕국, 제국이 만들어졌지만, 모든 인류사회의 기본 단위가 가족과 공동체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불과 2세기 남짓 만에 이 단위들을 산산이 깨부쉈다. 가족과 공동체가 수행하던 전통적 기능은 대부분 국가와 시장에게 넘어갔다.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503. 산업혁명 이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위했던 일상은 핵가족, 확장된 가족, 지역의 친밀한 공동체라는 세 가지 오래된 틀속에서 이루어졌다.

 

506. 산업혁명은 시장에 막대한 새 힘을 주었고, 국가에는 새로운 통신 및 수송 수단을 제공했으며, 정부로 하여금 사무원과 교사, 경찰과 사회복지사의 군단을 쓸 수 잇게 해주었다.

 

507. 가족과 공동체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제 5열의 도움이 필요했다. 국가와 시장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말했다. “개인이 되어라. 누가 되었든 네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라. 부모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 네게 맞는 직업을 택하라. 그 때문에 공동체의 연장자가 눈살 찌푸리더라도, 어디가 되었든 네가 원하는 곳에서 살아라. 그 때문에 가족 만찬에 매주 참석할 수 없게 되더라도. 당신은 더 이상 가족이나 공동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우리, 즉 국가와 시장이 당신을 돌볼 것이다. 식량과 주거, 교육과 의료, 복지와 직업을 제공할 것이다. 연금과 보험을 제공하고 당신을 보호해줄 것이다.”

 

509. 하지만 개인의 해방에는 대가가 따른다. 현대의 많은 사람이 강력한 가족과 공동체를 상실한 데 대해 슬퍼하며, 인간미가 없는 국가와 시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소외되고 위협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509. 많은 경우 개인은 시장에게 착취당한다. .....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 우리는 스스로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면서 살아가도록 설계되었지만, 불과 2세기 만에 우리는 소외된 개인이 되었다. 문화의 무시무시한 힘을 이보다 더 잘 증언하는 사례는 없다.

 

상상의 공동체

 

511. 시장과 국가는 상상의 공동체을 육성함으로써 그 일을 해낸다. .... 왕국, 제국, 교회는 상상의 공동체로 수천 년씩 기능해왔다.

 

512. 지난 2세기 동안 친말한 공동체는 말라죽었고, 그에 따른 감정적 공백을 채우는 역할은 상상의 공동체가 맡게 되었다. 상상의 공동체가 부상한 사례 중 가장 중요한 두가지가 국민과 소비 공동체이다. 국민은 국가가 만든 상상의 공동체다. 소비 공동체는 시장이 만든 상상의 공동체다.

 

513. 국가의 신화를 거듭 이야기하고, 국가를 위해 돈과 시간과 팔다리를 기꺼이 희생하려 하는 한, 독일은 언제까지나 세계의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다. 국가는 상상의 존재라는 자신의 속성을 숨기려 최선을 다한다.

 

514. 맨체스터 유나이트의 팬들, 채식주의자들, 환경주의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무엇보다 자신들이 소비하는 것에 의해 규정된다.

 

끌없는 운동

 

515. 지난 2세기에 걸쳐 일어난 혁명들은 워낙 빠르고 과격한 나머지 사회질서의 가장 근본적인 특성 대부분을 변화시켰다.

 

515. 현대의 혁명이라고 하면 우리는 1789(프랑스 혁명), 1848(유럽의 연쇄적 민주화 혁명), 혹은 1917(러시아 혁명)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날은 모든 해가 혁명적이다.

 

516.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은 끊임없는 변화다.

 

517. 현대사는 전에 없던 수준의 폭력과 공포의 시기만이 아니라 그와 같은 수준의 평화와 평온의 시기였다. 찰스 디킨스가 프랑스 혁명에 대해 썼던 표현대로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다.” 이 말은 비단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뿐 아니라 그것이 불러온 시대 전체에 대해서도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517. 하지만 이 시기는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 그것은 곧 대단히 평화로웠다는 뜻이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이전의 어느 시대보다 더 커다란 경제, 사회, 정치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판은 미친 듯한 속도로 움직이지만, 화산은 대체로 조용하다. 새로 출현한 탄력적 질서는 질서가 붕괴되어 격렬한 분쟁이 일어나게 하지 않으면서도 급격한 구조적 변화를 억제하거나 반대로 촉발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시대의 평화

 

518.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얼마나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 우리는 집단 전체보다 개인의 고통에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519. 폭력이 감소한 것은 대체로 국가의 등장 덕분이다. 역사를 통틀어 대부분의 폭력은 가족과 공동체가 서로 일으키는 국지적 반목이 원인이었다.

 

제국의 은퇴

 

521.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국가 간의 폭력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 역사를 통틀어 제국은 반란을 철권으로 분쇄해왔고, 최후를 맞이할 때까 되면 스스로를 침몰로부터 구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하며 그 결과 피바다 속에서 무너지는 것이 보통이었다. 끝내 제국이 소멸할 때는 통상 무정부 상태와 계승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와 달리, 1945년 이래 대부분의 제국들은 평화로운 조기 은퇴를 선택했다. 이들의 붕괴 과정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조용하며, 질서정연했다.

 

523. 하지만 소련의 엘리트와 동유럽 대부분에 걸친 공산주의 정권은 그 군사력의 극히 일부도 사용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공산주의가 파산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들은 힘을 포기하고 실패를 인정했다.

 

팍스 아토미카

 

523. 1945년 이래 UN의 승인을 받은 독립국가 중 정복당해 지도 상에서 사라진 곳은 없다.

 

525. 국제 정치에서는 인접한 두 정치체 사이에는 1년내로 한쪽이 다른 쪽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만한 그럴 듯 한 시나리오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 철칙이었다.

우리나라는 북한도 문제지만 그 이후를 봐야한다. 중국, 러시아, 일본. 군대는 필요하다.

 

525. 오늘날 인류는 이런 정글의 법칙을 무너뜨렸다. 드디어 단순히 전쟁없는 상태가 아니라 진정한 평화가 존재하는 것이다.

 

526. 첫 번째이자 다른 무엇보다, 전쟁의 대가가 극적으로 커졌다. ..... 핵무기는 초강대국 사이의 전쟁을 집단 자살로 바꾸어놓았으며, 군대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시도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526. 둘째, 전쟁의 비용이 치솟은 반면 그 이익은 작아졌다.

 

528. 마직막 요인은 세계 정치 문화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역사상 많은 엘리트들은 전쟁을 긍정적인 선으로 보았다. ...... 우리 시대는 평화를 사랑하는 엘리트가 세계를 지배하는 역사상 최초의 시대다. 정치인, 사업가, 지식인, 예술가 등은 진심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악이라고 본다.

 

528. 세 요인 사이에는 양의 되먹임 고리가 존재한다. 핵무기에 의한 대량학살 위협은 평화주의를 육성한다. 평화주의가 퍼지면 전쟁이 물러가고 무역이 번창한다. 무역은 평화의 수익과 전쟁의 비용을 늘린다. .... 점점 치밀해지는 국제적 연결망은 국가들의 독립성을 서서히 약화시켜,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줄인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더 이상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이제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19.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530. 지난 5백년은 깜짝 놀랄만한 혁명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시기였다. 지구는 단일한 생태적, 역사적 권역으로 통일되었다. .... 과학과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 힘과 실질적으로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530.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지난 5세기 동안 인류가 쌓아온 부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류의 만족을 주었는가? 무한한 에너지원의 발견은 우리 앞에 무한한 행복의 창고를 열어주었는가? 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인지혁명 이래 험난했던 7만년 의 세월은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들었는가?

 

532. 행복의 장깆거 역사를 연구한 사람은 드물지만, 거의 모든 학자와 보통 사람이 여기에 대해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 익히 아는 바 대로 새로운 재능, 행태, 기술 등이 반드시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533. 새로운 발명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는 에덴의 낙원으로부터 몇 킬로미터씩 멀어질 뿐이다.

 

534. 우리는 현대성을 판단할 때 21세기 서구 중산층의 시각을 취하려는 유혹을 크게 느끼지만, 우리는 19세기 웨일스의 광산 노동자, 중국의 아편중독자,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의 시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행복 계산하기

 

535. 지금껏 우리는 행복이 주로 건강이나 식사, 부와 같은 물질적 요인의 산물인 거서럼 이야기해왔다. 사람들이 더 부유하고 건강해지면 더 행복할 것은 틀림없다.

 

537. 흥미로운 결론 중 하나는, 돈이 실제로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까지만이며, 그 정도를 넘어서면 돈은 중요치 않다.

그 넘는 기준이 어디란 말인가? 나는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539. 가족간에 유대감이 강하고 구성원을 잘 돕는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즉 가족이 제 구실을 못하거나 소속될 공동체를 찾지 못한 이들에 비해서 훨씬 행복하다. 결혼은 특히 중요하다. 좋은 결혼은 행복과, 나쁜 결혼은 불행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각종 연구에서 거듭확인되고 있다.

 

화학적 행복

 

544. 생물학자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세계와 감정세계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 .....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신체 내부의 쾌락적 감각이다.

 

547. 결혼한 사람들이 독신인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더 행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화학적으로 우울한 경향이 있는 여성은 남편과 함께 지낸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548. 우리가 행복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법을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곧 역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대부분의 역사적 사건은 우리의 생화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

 

551. 그럼에도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행복의 주된 원천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이 정말 자신에게 좋은지를 모른다는 뜻일까?

 

552. 또 다른 가능성은, 행복이란 불쾌한 순간을 상쇄하고 남는 여분의 즐거움의 총합이 아니라, 그보다는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553.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너 자신을 알라

 

554. 만일 행복이 쾌락적 감각을 느끼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의 생화학 시스템을 개조할 필요가 있다.

 

555. 역사상 존재했던 대부분의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선함과 아름다움, 당위에는 객관적인 척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556.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유전자의 복제에 좋은 행동을 선택하게 만든다.

 

556. 행복에 대한 불교의 접근방식은 생물학적 접근방식과 기본적 통찰의 측면에서 일치한다. , 행복은 외부 세계의 사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통찰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교는 생물학과는 매우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559. 부처의 가장 심원하고 중요한 통찰은 따로 있다. 진정한 행복은 주관적 느낌이나 감정과도 무관하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스스로의 주관적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집착하게 되고, 괴로움도 더욱 심해진다. 부처가 권하는 것은 우리가 외적 성취의 추구뿐 아니라 내 내면의 느낌에 대한 추구 역시 중단하는 것이다.

 

20. 호모사피엔스의 종말

 

561. 나는 역사를 물리학, 화학, 생물학으로 이어진 연속체의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사피엔스 역시 모든 생명체를 지배하는 물리적 힘, 화학반응, 자연선택 과정에 종속된다. 자연선택의 결과,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어떤 생명체도 누리지 못했던 거대한 운동장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 운동장에도 여전히 경계선이 있다. 그렇다면 사피엔스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룩한다고 할지라도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스스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561. 하지만 21세기에 이것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는 자연 선택의 법칙을 깨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다. 40억 년 가까운 세월동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했다. 지적인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562. 이런 구체제에 첫 균열이 생긴 것은 약 1만 년 전 농업혁명이 진행되는 시기였다. 통통하고 굼뜬 영계를 꿈꾸던 사피엔스들은 가장 통통한 암탉을 가장 굼뜬 수탉과 교배시키면 그 자손 중 일부는 통통하면서도 굼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563. 전 세계의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원래 해당 종에게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하는 중이다.

 

564. 과학혁명은 단지 하나의 역사적 혁명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위대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생쥐와 인간

 

565. 생명공학은 생물학의 수준에서 인간이 계획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566. 유전공학에 다수의 윤리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쟁점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이 신의 역할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을 펴는 것은 독실한 일신론자들만이 아니다. 수많은 확고한 무신론자들도 과학자들이 자연의 역할을 대신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에 못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다. 누가 이것을 막을 수 있는가?

 

네안데르탈인의 귀환

 

569. 네안데르탈인을 연구할 수 있다면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과 특성에 관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질문의 일부에 답을 얻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570. 일각에서는 윤리적 명분도 제기한다. 만일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호모 사피엔스의 책임이라면 이들을 되살리는 것이 우리의 도덕적 의무라는 것이다.

 

571. 우리로 하여금 초인간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막는 극복할 수 없는 기술적 장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생체공학적 생명체

 

572. 생명의 법칙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이 있다. 사이보그 공학이다.

 

576. 마음이 집단으로 연결되면 자아나 성정체성 같은 개념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스스로를 알고 자신의 꿈을 좇을까? 그 꿈이 자신의 마음속이 아니라 모종의 집단 꿈저장소에 존재한다면 말이다.

 

또 다른 삶

 

576. 생명의 법칙을 바꾸는 제 3의 방법은 완전히 무생물적 존재를 제작하는 것이다.

 

특이점

 

578. 하지만 2014년의 세상은 이미 문화가 생물학적 족쇄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중이다.

 

580. 현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시대이며,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불평등을 창조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예언

 

586. 과학자들에게 왜 유전체를 연구하는지, 왜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려고 시도하는지, 왜 컴퓨터 안에 마음을 창조하려고 노력하는지 물어보라. 당신이 듣게 될 표준적 답변은 십중팔구 다음과 같을 것이다. 병을 고치고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이것이 표준적인 정당화다. 아무도 여기에는 토를 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컴퓨터 속에 마음을 창조하는 것이 훨씬 더 극적인 함의를 가지지만 말이다.

 

586. 길가메시 프로젝트가 과학의 주력상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과학이 하는 모든 일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한다....... 길가메시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이들이 가고 있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586.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3. 내가 저자라면

 

보완해야 될 점

1. 하나의 사건에 다양한 생각을 집어 넣어 좋은 점이 있었으나 사피엔스에게 중요한 발견과 행동에 대한 설명이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불의 발견이 좋은 예이다. 불을 발견하고 사용한 것이 인간이 최상위 계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는데 이 불에 대한 설명이 없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생략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테면 번개가 땅에 떨어져 불이 나는 것을 보고 발견을 했다든지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부싯돌에서 불을 발견했는지 그런 다양한 학회 의견이 있을텐데 이런 부분이 생략되어 아쉬웠다.

 

2. 농업혁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밀 재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자연상태의 밀을 수확해 거주지에 가져와 먹었는데 이 중에 씨 몇 개가 땅에 떨어져 다음에 와보니 그 자리에 밀이 자라났다. 거기서 사피엔스는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이걸 심어보자 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설명이 추가되었으면 한다.

 

3. 부족, 국가의 형성과정에 대해 언급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부분이 없다.

 

4. 저자는 상상의 질서라는 말을 통해서 우리의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고 주장하면서(p172.) “이를테면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흔한 욕망을 보자. 이런 욕망은 전혀 자연스럽지도, 당연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호화스럽고 정말 저자가 얘기하는 그런 여행도 있겠지만 우리 사피엔스는 수렵채집인들이기 때문에 떠돌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유전자이다. 해외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욕망이 어떻게 자연스럽지 않는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만 평생을 산다는 것은 억울한 것이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왜 자연스럽지 않는가? 이부분은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가 없다.

 

5. 상상속의 질서에서 사례를 들면서 남자들끼리의 성관계, 즉 게이문화를 자꾸 끌어들인다. 알다시피 저자는 커밍아웃을 한 게이이다. 자기 책을 이용해서 게이의 정당성을 자꾸 입증하려 하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렇다고 내가 게이나 레즈비언을 대놓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만약 내가 하라리가 게이인줄을 몰랐다면 또 그냥 넘어갈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장점

1. 내가 늘 말해왔던 책의 중요한 한가지 너무 로만 적혀있으면 무미건조하다. 적절한 그림과 사진을 과하게 넣지 않으면 항상 읽기 좋다. 딱 더도말고 덜도 말고 이 책정도 만큼만 되면 좋다.

 

2.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를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 해주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랬을 것이다.’라는 다수의 추정론을 듬뿍 인용하여 독자의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3. 인간의 역사만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다른 포유류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p.142. 불행하게도 진화적 관점은 성공의 척도로서 불완전하다. 그것은 모든 것을 생존과 번식이라는 기준으로 판단 할뿐, 개체의 고통이나 행복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가축이 된 닭이나 소는 아마도 진화적 성공의 사례이겠지만,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동물의 가축화는 야만적 관행을 기반으로 이뤄졌고, 관행은 수백 수천 년이 흐르면서 더욱 잔인해졌다.

 

4.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한마디도 믿지 마세요. 이들은 당신들의 땅을 훔치러 왔어요.”(p.404) 달을 탐사하는 비행사들에게 인디언들이 부탁한 말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런 재치있는 글을 넣을 줄 아는 위트를 가졌다.

 

내가 저자라면

 

1. 1, 2차 세계대전 등 전쟁에 대한 별도의 장을 추가하고 싶다. 전쟁을 통해 국가와 과학의 발전에 대해 조금 더 심도있게 다루고 싶다.

 

2. 과학혁명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얘기했는데 자본가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하다. 아울러 저자가 얘기하고 있듯이 정치도 과학혁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가들에 대한 과학혁명에 대한 영향력, 역할에 대한 부분이 추가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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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13:00:57 *.18.218.234

1) 조셉캠벨의 책에도 남성-여성의 결합만이 아니라 동성 간의 결합이 신화에도 존재함을 언급한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유발하라리도  '자연스럽다'는 것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환기하면서 동성애를 언급한 거 같더만. 아마도 그가 동성애자라는 걸 염두에 두고 읽어서 그런 거 아닐까? ㅎㅎ 하라리 나이도 어린데 괜히 화내지마. 


2) 일상이 된 명상, 나도 관심이 가더라구요. 근데 10일이나 할 자신은 없고, 내년에 하게 되면 기상씨 통해 간접체험 하겠수.

3) 기상씨, 그 당시에 태어났으면 롤린슨같은 사람 되었을 듯.

4) 정화제독 알고 있었어요??? 난 이 책에서 첨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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