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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8일 11시 56분 등록

사피엔스가 쓰여진 힘 - 커다란 그림을 위한 커다란 질문


사피엔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 책은 성경 또는 코란과 같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최소한 성경의 예레미야서 혹은 요한계시록과 같은 한 장(chapter)을 차지할 만한 성격의 책처럼 느껴졌다. 그러한 성격이기에 이 책에서 어떤 을 찾으려고 하는 것, 그 답이 없음에 실망하는 것은 책이 쓰여진 의도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가 걸어온 과거와 걸어갈 미래라는 커다란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이 쓰여진 동력은 커다란 질문이었다. 그리고 우리 각자의 인생에서 그 질문을 할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도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마무리 된다. 


우주적 시각에서 쓰여진 이 책은 저자의 첫 책이다. 마치 받아써라!’는 주문을 받고 술술 쓴 선지자와 같은 글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여타의 성장배경과 교육환경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사피엔스를 쓰게 했을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여러 인터뷰와 글의 행간에서 그 무엇의 정체는 바로 명상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명상이 아니었다면 그는 네안데르탈인이나 사이보그가 아니라 지금도 중세사를 파고 들고 있었을 것이라 한다. 명상이 역사학자로서의 그에게 많은 변화를 준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준 것일까? 


명상은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고 한다. 들숨과 날숨의 과정인 호흡에 집중을 하다 보면 어떤 것이 중요한 지 알게 된다고 한다. 특히나 역사학자는 거시사를 다룰 때 작은 이야기들에 발목을 잡히거나 주의가 흐뜨러질 위험이 있다. 그 때 무엇이 진짜로 중요한 것인가를 파악할 수 있는 집중력과 분별력을 명상을 통한 수련에서 익혔다고 한다. 그가 거대담론을 다루면서도 의미 있는 작은 이야기들도 함께 넣어 주무를 수 있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명상의 또 다른 기여는 허구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한 것인지, 대개의 사람들은 종교적인 이야기, 경제적인 이야기에 압도당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역사학자로서 그의 야심은 이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수천 년간 인간이 창조해낸 허구 사이의 차이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고 그러한 야심이 실현된 것이 바로 사피엔스였던 것이다.


그는 짧은 글이나 트윗보다 호흡이 긴 책을 읽는 편이라고 한다. 지금 현대인의 문제는 스스로의 주의력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명상은 그 잃어버린 통제권을 되찾게 해준다고 말한다. 사는 방식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그 생각하는 방식은 쓰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유발 하라리. 나도 그처럼 멈춰서하나의 질문을 하고 명상을 통해 그 질문과 대면해봐야겠다.



제 4부 과학혁명

 

351 인구는 열네 배로 늘었는데 생산은 240, 에너지 소비는 115배 늘었다.

지구에 득실대고 있는 인구가 무려 70. 개인의 삶의 질을 생각할 때에는 절대 적정인구라 할 수 없다. 과잉이다. 그런데 왜 저출산을 문제 삼는가? ‘누구의 시선에서 저출산이 문제인가? 진화가 개체의 행복과는 상관이 없었듯이 출산장려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반 동물의 개체수와 가축의 개체수의 현저한 차이를 생각해보자. 인구의 과잉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인간, 생산자로서의 인간, 더 나아가 실험대상으로서의 충분한인간이 필요한 것일까?

 

353 하늘은 새와 천사와 신의 영역이었다. 1969 7 20일 인류는 달에 착륙했다. 이것은 역사적 위업 정도가 아니라 진화적, 심지어 우주적 업적이었다.

 

353 오늘날 우리는 박테리아를 조작해 약품을 만들고,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며, 기생충을 죽인다. 하지만 지난 5백 년간 가장 눈에 띄는 단 하나의 결정적 순간은 1945 7 16일 오전 5 29 45초였다. 정확히 그때, 미국 과학자들은 앨러머고도 사막에 첫 원자폭탄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후 인류는 역사의 진로를 변화시킬 능력뿐 아니라 역사를 끝장낼 능력도 가지게 되었다.

개인이 가지게 되는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인생의 진로를 개척, 변화시킬 능력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끝장낼 능력도 가지게 되는 것. 동력과 파괴력이라는 힘을 획득하는 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야 함을, 그것이 명상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음을 저자는 은근히 이야기하는 것 같다.

 

354 우리를 앨러머고도로, 그리고 달로 이끈 역사적 과정이 과학혁명이다.

내 인생에 있어서의 농업혁명, 인지혁명, 과학혁명은 어떤 것이었을까

 

355 무엇이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연대를 구축했을까?

 

356 과학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무지의 혁명이었다. 과학혁명을 출범시킨 위대한 발견은 인류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모른다는 발견이었다.

 

359 현대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기존의 어떤 전통지식보다 더 역동적이고 유연하며 탐구적이다.

 

361 하지만 놀랄 것은 없다. 과학 자체도 스스로의 연구를 정당화하고 자금을 공급받으려면 종교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신념에 의지해야 하는 마당이니까.

연구결과나 통계에 대한 신뢰가 안가는 까닭. 그 연구를 후원하는 이가 누구인지 꼭 보게 된다. 특히 질환과 약품을 다루는 연구의 경우 그 배경에는 제약회사의 후원이 있다. 그러한 결과를 객관적 근거라 믿고 접근하고 수용하는 것도 어리석어 보인다. 수치로 보여지는 것이 반드시 논리적인 것도 진실도 아니다. 맥락을 볼 줄 아는 눈,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361 기술과 과학적 연구방법에 대한 거의 종교적인 믿음의 확산이었다. 이것은 절대진리에 대한 믿음을 어느 정도 대체했다.

 

362 전통적 신화와 서적이 보편 법칙을 서술할 때는 수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형태로 제시했다.

 

363 숫자들은 뉴턴의 방정식에 집어넣으면, 그 물체의 미래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

나는? 나라는 방정식의 수식은? 인간의 미래의 위치도 예측할 수 있을까? 그것이 기존에는 점을 보는 방식이었다면, 좀 더 수식화된 것이 가능할까? 안될 것은 없을 듯 하다.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가진다는 만화책 속 구절은 사라지려나. 인생도 날씨예보처럼 예측이 가능하다면 삶은 의미를 잃을까. 그걸 떠나서 나 스스로 내 미래의 위치를 예측하는 수식을 만들어 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 같다. 과거가 데이터가 되어 충분히 확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인생 일기예보. 칼럼 주제 또는 책 주제.

 

363 뉴턴은 자연이라는 책이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음을 보여주었다.

 

366 예레미야 사도 요한의 예언보다 훨씬 더 정확한 예측이었다.

 

366 인구통계학(역시 성직자였던 영국성공회의 로버트 맬서스가 기초를 쌓았다)

맬서스도 성직자였구나.

 

368 진정한 시금석은 유용성이다. 우리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이론이 지식이다.

 

369 하지만 이보다 더 훌륭한 역사학자는 그런 선례가 큰 그림을 파악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진기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디테일한 사례들을 접하면서도 큰 그림이라는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371 독일인들이 로켓과 제트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동안,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는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했다/ 2주가 지나고 원자폭탄 두 개가 터진 뒤,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외쳤고 전쟁은 끝났다.

 

371 오늘날 많은 미국인은 테러리즘의 해결책이 정치가 아니라 기술에 있다고 믿는다. 나노기술 산업에 수백만 달러를 더 투자하기만 하면 미국이 생체공학적인 스파이 파리들을 아프간의 모든 동굴과 예멘의 보루와 북아프리카의 야영지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372 뇌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더 할애한다면, 모든 공항에 최고로 세련된 fMRI 스캐너가 설치되어 사람들의 뇌에서 분노와 증오에 찬 생각을 즉각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뇌에서 생각과 감정까지 스캔하는 단계라니! 뒤에 행복과 생화학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연구의 시작은 행복이었을 지 몰라도, 결국은 통제를 위한 생화학 시스템의 연구로 발전될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언제나 행복한사회란 무서운 사회라는 결론이 이끌어지는 것.

 

372 그럼에도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동안 미 국방부는 위의 예를 비롯해 이와 비슷한 아이디어들을 연구하기 위해서 나노기술 연구소와 뇌 연구소에 수백만 달러씩을 송금하고 있다.

내가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고 있는 동안에도 나는 커다란 파도를 타고 있다. 너무 커서 요동이 느껴지지 않는, 하지만 그 요동을 느낄 수 있는 민감함과 예민함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라도 느껴야 한다.

 

373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 화약은 생명의 영약을 찾는 도교 연금술사에 의해 우연히 발명된 것이었다. / 사실 중국인들은 새로 만들어진 화합물을 주로 폭죽에 썼다.

시작은 얼마나 시적인가. 폭죽으로 썼다는 것도 아름답게 느껴지거늘.

 

373 대포가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은 화약이 발명된 지 6백 년이 지난 15세기에 이르러서였다.

 

374 이 물질의 치명적인 잠재력이 군사 목적에 이용될 때까지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과학과 산업과 군사기술은 자본주의 체제와 산업혁명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서로 얽히기 시작했고, 일단 그 관계가 정립되자 세상은 급속히 변했다.

 

374 황금시대는 과거에 있었고, 세상은 퇴화하지는 않더라도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지혜를 엄격히 추종한다면 좋았던 옛 시절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고 인간의 창의성으로 일상생활의 이런저런 측면을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지식으로 세상의 근본 문제를 극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에덴동산은 과거에 있었으니까. 나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가장 좋았던 시절부터 점점 불행한 시절로 나아가는 느낌. 그래서 진보는 파국을 향해 나아가는() 걸음()일 뿐. 시간과 돈이 제한되어 있던 시절,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몽골, 티벳 등을 여행했던 것은 그나마 제일 자연이 많이 남아 있을 때를 느끼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몽골도 티벳도 너무 많이 발전되었다고 한다.

 

375 바벨탑, 이카루스, 골렘 이야기를 비롯해 수많은 신화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모든 시도는 반드시 실망과 좌절을 부른다고 가르쳤다.

 

375 그런 무지의 인정이, 과학적 발견이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과 결합하자, 사람들은 결국 진정한 진보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기 시작했다.

 

376 가난은 개입을 통해 처리할 수 잇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보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376 남들은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나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가난

기회의 평등, 사회적 가난. 상대적 박탈감. 현대사회에서는 가난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지금 시대에서는 가난의 잣대가 다르다.

 

377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 발 밑에는 안전망이 처져 있다.

 

378 사람들은 여전히 수모와 모욕, 가난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선 굶어 죽지는 않는다.

조부모 세대만 해도 보릿고개가 있었다. 그래, 요새는 굵어죽지는 않는다.

 

379 과학자에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기술적 문제에 불과하다. 사람이 죽는 것은 신이 그렇게 정해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심근경색이나 암, 감염 같은 다양한 기술적 실패 때문이다.

 

379 우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은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나는 어리석은갑다.

 

381 워털루 전투(1815)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야전병원 근처에선 톱질로 잘려 나간 팔다리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절 군에 징집된 목수와 백정은 흔히 의무대로 보내졌다. 수술에는 칼과 톱을 다루는 기술 외에 더 필요한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이었나, “제길! 또 오른팔이야!!”하며 화를 내며 오른팔을 절단하는 의사의 대사가 나온다. 군인이 오른팔을 잃으면 더 이상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자해를 한 군인들이 많았던 까닭이다. 소설 속의 오른팔 무더기와 오버랩 된다. 몸에서 잘라진 팔다리들이 전쟁에 대해 들려주는 것만 같다.

 

383 어린시절이라는 위험한 시기

질병과 배고픔, 그리고 무력함으로 위험한 과거의 어린시절. 지금의 아이들은 그런 위험함은 없지만 또 다른 위험 속에 시달린다.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줘야지.

 

384 18세기가 되면서 종교와 자유주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등의 이데올로기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387 제한된 자원을 끌어오려면 우리는 무엇이 더 중요한가?” “무엇이 좋은가?”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것은 과학적 질문이 아니다. 과학은 세상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미래에 무엇이 존재할지를 설명할 수 있다.

 

389 물리학과 생물학과 사회학을 형성했고 다른 방향들을 무시하면서 특정 방향으로만 밀어붙인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경제적 힘을 고려해야 한다.

 

394 호주 원주민과 뉴질랜드 마오리족에게 쿡의 탐사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의 시작이었다.

누군가의 도전과 모험은 그 시작이야 남다르다 하겠지만 무수한 인생을 망쳤다.

 

394 이곳에서는 선의를 지녔지만 그다지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한 선교사들이 서구 세계의 방식으로 이들을 가르치려 했다.

선교사들의 그들 나름의 선행은 악행의 손을 어쩌지 못했던 선행이었음이 안타깝다.  

 

394 태즈메이니아 박물관은 1976년에 이르러서야 1백 년 전에 죽은 최후의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트루가니니의 시신을 매장할 수 있도록 내놓았다.

에휴..안타깝다. 잊히고 묻힌 역사다. 나중에 태즈메이니아와 투르가니니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뒤늦게나마 그들을 기억하고 애도해야겠다.

 

395 제임스 쿡 선장과 식물학자 조지프 뱅크스 같은 사람들은 과학과 제국을 거의 구분하지 못했다. 불운한 트루가니니도 마찬가지였다.

 

399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면화할 수 없었다.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면화할 수 없는 어떤 가치를 어린 시절에 심어줘야겠다.

 

400 과학과 자본주의가 유럽 제국주의가 21세기 유럽 이후 세상에 남긴 가장 중대한 유산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401 극동과 이슬람 세계에도 유럽 못지 않게 지적이고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1500년에서 1950년 사이에 이들은 뉴턴 물리학이나 다윈 생물학에 비슷하기라도 한 것조차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401 이들은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들은 둘 다 밖으로 나가서 새로운 발견을 해야겠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알아야겠다는 강박,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강박

 

403 전문 지리학자 여러 명이 그의 초청을 거부하자, 선장은 케임브리지를 졸업한 22세의 찰스 다윈에게 이 업무를 제안했다. 다윈은 영국 국교회 성직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으나, 성경보다는 지리학과 자연과학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그 이후는 알다시피 역사가가 되었다.

다윈도 맬서스처럼 성직자 공부를 하고 있었구나. 선장의 제안으로 역사가가 되었다니. 어떤 사람과 상황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는 그 우연함. 나도 그렇게 진로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사람과 상황을 앞으로 또 만나게 될 지.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인생의 방향을 틀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해보자. 암초 같은 사람은 나에게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더 위험한 길로 나아가지 못하게 미리 막아내는 사람일 수도 있듯. 

 

404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믿지 마세요. 이들은 당신들의 땅을 훔치러 왔어요.”

너무 웃프다. 진짜 슬프다. 이런 이야기를 건네고자 할 때의 그들의 간절함이 드러난다. 이 일화 꾸며낸 거 아니고 진짜 있었던 일인가? 그렇다면 너무 슬프다.

 

404 탐험하고 정복한다는 근대의 사고방식은 세계지도의 발전에서 잘 나타난다.

사냥하고 방생하듯이 탐험하고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405 이런 지도에는 빈 공간이 없었다.

 

405 빈 지도는 심리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비약적인 진전이었다. 유럽인들이 자신들이 세계의 많은 부분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랬다.

0의 발견. 空의 의미. 마음의 공백, 마음의 빈 자리. 그 자리의 탐험과 정복, 정신적 유목민 등등의 연상. 공간적으로 활개친 10년 후의 지금. 마음의 지도를 들여다보자. 칼럼 주제.

 

407 그는 자신이 세계 전체를 안다고 확신했으며, 심지어 스스로 이룬 기념비적인 발견도 그 확신을 흔들지 못했다.

원주민이 인디언이라 불리운 까닭.

 

407 세계의 4분의 1, 즉 일곱 대륙 중 두 곳에 거의 무명이던 이탈리아인의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가 유명할 이유라고는 우리는 모른다고 말할 용기가 있었던 점 외에 아무것도 없다.

아메리카가 아메리고 베스푸치에게서 온 거라니.

 

408 이제 유럽의 지리학자뿐 아니라 거의 모든 학문분야에서 일하는 학자들은 채워 넣을 공백이 있는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도 내 마음에 공백이 있는 지도를 그릴 것이다. 지도를 그리면 탐험이 시작된다.

408 역사를 통틀어 대부분의 인간사회는 국지적 분쟁과 이웃과의 불화만으로도 너무 바빴다.

 

409 지도는 답을 주지 않는다. 보는 사람에게 돛을 올리고 찾아보라고 요구할 뿐.

내 마음의 지도를 그리면 돛을 올리게 될 것이다.

 

409 로마에서 런던까지 넓혀가는 데 4백 년이 걸렸던 것이다.

 

411 이후 중국의 지배자들은 이전 세기의 지배자들과 마찬가지로 중원에 인접한 영역으로 관심과 야망을 제한했다.

중원에 너무 의미를 많이 두었어. 다른 것은 변방.

 

411 오히려 이상한 것은 근대 초기 유럽인들이 걸린 열병이었다. 그 열병은 그들로 하여금 낯선 문화가 가득한 머나먼 미지의 땅으로 항해하여, 그 해변에 한 발 디딘 뒤, 즉각 이렇게 선언하게끔 만들었다. “이 땅은 모두 우리 왕의 것이다!”

 

412 기존에 중미를 지배하던 아즈텍, 톨텍, 마야 족 등은 과거 2천 년 동안 남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으며 그것을 복속시키려는 시도는 전혀 해본 일이 없었다.

 

412 카리브해의 원주민 거의 모두가 20년 만에 사라졌다. 스페인 식민지 개척자들은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프리카인 노예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너무 잔인하다. 20년이라는 속도도 무섭고 노예수입의 시작배경도 그렇고. 빈 자리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어떻게 수입을 할 생각을.

 

413 코르테스와 그의 부하들이 오늘날의 베라크루스 항구에 해당하는 화창한 해변에 상륙한 사건은 아즈텍인들이 완전히 미지의 사람들과 조우하는 첫 사례였다.

 

415 근대 유럽의 정복자들에게 미지를 향해 뛰어드는 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미지 무지 예지

 

417 코르테스가 베라크루스항에 상륙한 지 1세기 만에, 아메리카의 원주민 수는 90퍼센트 가량 줄었다. 주로 침략자들과 함께 유입된 생소한 질병 탓이었다.

 

419 세계적 시야

 

419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에서 알제리 게릴라들은 압도적인 수적, 기술적, 경제적 우위를 점한 프랑스군을 무찔렀다. 알제리인들이 승리한 것은 전 지구적인 반식민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은 덕분이었으며,/ 작은 북베트남이 미국이란 거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기반으로 한 덕분이었다.

 

421 영국 조사단은 그곳을 발굴해, 최초의 위대한 인도 문명을 발견했다. 인도인 누구도 모르고 있던 문명을 말이다.

 

421 그 문자는 3천 년 가깝게 중동전역에서 사용되던 주요 문자였지만 그것을 해독할 수 있는 마지막 인물은 기원후 첫 천 년 초기의 어느 시기엔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422 잊힌 고대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하나 열리는 것이었다./ 이상한 문자를 복사하기 위해 가파른 벼랑을 오른 것이었다.

 

423 장대한 문이 활짝 열리고 고대의 생생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수메르 시장의 부산함, 아시리아 왕들의 포고문, 바빌로니아 관료들의 논쟁……롤린슨 같은 근대 유럽 제국주의자들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고대 중동 제국들의 운명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와 진짜 생생한 표현이다. 미지의 영역에 덤벼들고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 결과물. 그 희열과놀라움.

 

423 지금은 잊힌 고대의 한 조상언어로부터 발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424 제국들은 언어학자들을 열성적으로 지원했다. 효과적으로 지배하려면 피지배자들의 언어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유럽 제국들의 생각이었다.

언어와 문화를 알아서 이해를 하고 잘 지내려는 게 아니라 효과적인 지배를 위해서라. 영화 아바타생각난다.

 

424 19세기 전반과 20세기 초에 걸쳐 최대 3억 명에 이르는 인도인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데는 5천 명이 채 되지 않는 장교, 4-7만 명의 사병 그리고 사업가들, 떡고물을 바라는 한량들, 그들의 아내와 아이들을 다 합한 10만 명의 민간인으로 충분했다

 

425 과학이 제국에게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425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이를 백인의 짐이라고 표현했다. “백인의 짐을 받아들여라./ 너희가 낳은 가장 뛰어난 자식들을 보내라./ 이들에게 유배생활의 의무를 지워라./ 너희가 정복한 사람들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온갖 장비를 무겁게 걸치고, 몸을 떠는 종족과 야만의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반은 악마이고 반은 어린이인/ 침울한 사람들을 위해.”

학자와 작가가 영혼을 팔면 이렇게 된다.

 

426 기근은 1769년 시작되었으며 이듬해 파국적인 수준에 도달해 1773년까지 계속되었다. 이 재앙으로 벵골 주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만 명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도대체 벵골 기근이 어떤 거였길래, 어떤 정책을 썼길래 1천만 명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 있나?중국의 대약진운동 같은 거였나? 나중에 알아보기로.

 

426 이 제국들은 과학과 긴밀히 협력했던 덕에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세계를 엄청나게 바꾸어놓았으므로, 이들에게 간단히 선하다거나 악하다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제국들은 우리가 아는 세상을 창조했고, 여기에는 우리가 그들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이데올로기도 포함된다.

 

427 온 세상에 문화의 기초를 놓기 위해 북방의 안개 속에서 출현한 인종이라는 것이었다.

 

428 요즘도 사람들은 인종차별을 상대로 영웅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전장이 이미 옮겨졌다는 사실을 모른다.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서 인종주의가 차지하던 자리는 이제 문화주의가 차지했다는 것을 말이다.

오프수업 때 시청을 지나는데 동성결혼은 죄악이고 신에게 돌아가라는 플랭카드가 보였다. 세상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어릴 때와 젊을 때 내내 시청을 지나면서 봤던 내용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그 과정 속에서는 사람들은 언제나 싸우지만 그 대상은 항상 달라진다. 싸움, 전장, 변화.

 

431 하지만 돈이 이 모든 일의 궁극적 목표일까, 아니면 단지 위험한 필수품일 뿐일까?

위험한 필수품이지만 나는 돈을 무기로 사용하기로 했다. 무기란 공격용으로도 쓸 수 있고 방어용으로도 쓸 수 있으니까.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돈을 외면할 필요도 그렇다고 궁극적 목표로 삼을 필요도 없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날개를 달아주는 무기로 생각하면 그만. 워렌버핏 IN 월든이 나의 지향점.

 

431 하지만 근대 경제사를 알기 위해서 정말로 이해할 필요가 있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다. 성장이란 단어다.

무서운 단어이다. 인위적으로 주입되는 성장 호르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433 그 말은 우리의 은행계좌에 있는 모든 예금의 90퍼센트는 이에 대응하는 실제 화폐가 없다는 뜻이다.

내가 이 글귀에 낚여서 코인원으로 가고 말았다. 신영복의 강의 중 주역 보고 주가흐름의 주역 적용 잠시 생각하고, 도덕경 보다 영진약품 매도하고, 사피엔스 보다 가상계좌 개설하고 있으니 이 무슨 독법인가. 하지만 아직 시작하지는 않았음. 조금 더 공부하고 발을 살짝 담그려고 함. 비트코인으로 주식거래가 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미 가상화폐는 가상에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화폐가 그러하듯 가상화폐 역시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후 미래화폐가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미래의 샘플경험 차 한번 해볼까 함.

 

434 모든 기업은 이처럼 상상된 미래에 대한 신뢰 위에 세워져 있다.

 

436 만일 우리가 미래의 수입을 이용해서 현재에 무엇을 건설할 수 있다면, 새롭고 놀라운 기회가 수없이 많이 열린다.

, 재앙의 시작이 아닌지. 현재 기회가 평등하지 않으니 미래를 담보로 기회를 던지는데 그 미끼에 걸려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오늘날 대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는데 이 또한 금융노예.

437 파이를 자르는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어느 방법도 파이를 더 크게 만들지는 못한다.

 

437 부자는 자신의 잉여 재산을 자선에 기부함으로써 악행을 속죄해야 했다.

잉여 재산을 기부하는 건 아닌데, 어쨌든 돈이 들어오는 것은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니 어느 정도 환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439 모든 사람이 그저 새로운 취향을 개발하고 더 많이 먹으면 되니까.

불필요한 소비. 새로운 취향 개발이 외부에서 주입된 것일 경우, 본인의 삶을 풍요롭게 되는 건 아님.

 

439 개인은 현재 수입을 크게 넘어서는 큰돈을 장기 저리로 쉽게 빌린다.

난 이런 거 싫다. 얼마 전에도 대출을 피할 수 없는 투자제안 있었는데 무시. 할부나 대출을 너무 쉽게들 이야기 한다. 어차피 결국은 내야 하는 돈인데. 현재 수입을 넘어서는 돈을 빌리려고 하면 그것을 갚기 위해 현재부터 미래의 시간을 저당 잡힌다. 시간이 가장 큰 자산이다.

 

440 지주나 직공이나 구두공이 자기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면 그는 남는 돈으로 조수를 더 많이 고용해 이윤을 더욱 늘리려 한다.

거기까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까지만!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라는 것도 너무 당연시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윤추구보다 필요의 충족 정도. 최소한 자영업을 하는 우리는 그게 목표.

 

440 스미스는 사실상 탐욕이 선한 것이며, 내가 부자가 되면 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말한 것이다. 이기주의가 곧 이타주의라고.

담배회사의 연봉이 세다. 담배를 파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찔리는 양심을 상쇄할 정도의 연봉인 셈. 이런 연봉 같은 윤리가 필요한 거지. 탐욕이 선한 것이고 이기주의가 이타주의라는.

 

441 스미스는 부와 도덕 간의 전통적 대립을 부정했고, 부자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 부자가 되는 것은 도덕적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443 이들 유력자는 중세 귀족보다 훨씬 부유하지만 사치성 소비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덜하다.

 

446 18세기 후반 이전까지 세계 최대의 경제적 실세는 아시아였다는 점도 기억하자

 

447 상인과 상업적 사고방식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슬람 상인, 중국상인

 

459 1789년 그는 마지못해 삼부회(사제, 귀족, 3신분으로 이뤄진 신분제 의회)를 소집한다.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150년 동안 열린 적이 없던 의회를 소집한 것이다. 그리하여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었다.

 

460 서구 정부는 자본주의자들의 노동조합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부가 큰돈을 벌려고 나선 가장 악명 높은 사례가 영국과 중국이 벌인 제 1차 아편전쟁(1840-1842)이다.

 

461 실제로 많은 의원과 각료들이 마약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에게 행동에 나서라는 압력을 넣었다.

 

462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치러진 전쟁이 이것들뿐만은 아니었다. 사실 전쟁 자체가 아편처럼 재화가 될 수 있었다. 1821년 그리스인들은 오토만 제국에 반란을 일으켰다. 이 반란은 영국의 자유주의자 및 낭만주의자 무리에게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시인 바이런 경은 반란군과 함께 싸우기 위해 그리스에 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런던의 금융인들은 여기서 돈벌이 기회를 보았다. 이들은 반군 지도자들에게 런던 주식거래소에서 그리스 반군 공채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스까지 가서 싸운 바이런 같은 시인이 있는가 하면 돈벌이 기회를 보며 반군 공채를 발행하려는 금융인도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정말. 이 대목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며 바이런에 대해 발췌했던 부분을 옮기고자 한다.

 

레안드로스가 이 헬레폰토스 해협을 헤엄쳐 건너간 이야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여겨 믿지 않으려 하지만 바이런이 한 시간 남짓 헤엄쳐 건너서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한다. (토마스 불핀치, 그리스로마신화, p.177)

 

바이런이 그 해협을 왜 건넜을까? 검색을 해보니 다소 또라이스러운 모습을 갖고 있는 듯. 그리스 문화를 너무 좋아하다 못해 그리스 해방을 위해 그리스 독립군으로도(자기는 영국인인데) 참전했다고 함. 이런 행동파라 헬레폰토스 해협도 건넌 듯. 관련 시를 갖고 와봤다. 다소 장난끼 있고 매력 넘치는 남자였던 모양. 바이런 시선도 읽어봐야겠다 생각.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전설에 따르면,

레안드로스는 급류를 거슬러 강을 건넜다는데,

구애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밖의 일은 주님만이 아시리,

그는 사랑을 위해서 헤엄쳤으나, 나는 영광을 위해 헤엄쳤으니.

 

누가 더 나은 일을 했는지는 말하기 어려우리,

죽어야만 하는 슬픈 인간들이여!

이렇게 신들은 여전히 그대들을 괴롭히니!

레안드로스는 그의 노고를 잃었고,

나는 나의 장난기를 잃었으니,

왜냐하면 그는 익사했고, 나는 학질을 앓게 되었으니.

 

462 그리스 반군 채권의 가격은 주로 헬라스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승패에 발맞춰 등락을 거듭했다. 점차 터키인들이 우위를 점했다. 반란군의 패배가 눈 앞에 다가오자 채권 소유자들은 돈을 잃을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쟁에 개입했던 신들처럼 전투를 지켜보는 투자자들이라. 신화의 재현같고 영화로 만들어져도 흥미롭겠다. 

 

463 자유는 엄청난 빛과 함께 왔고 독립 그리스는 이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

 

463 여왕의 군대가 돈을 받아내주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465 혹시 잊은 사람이 있었다면 2007년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과 그 결과로 일어난 신용 붕괴와 불황이 상기시켜주었을 것이다.

 

466 이론상으로는 물 샐 틈 없는 논리 같지만, 현실에서는 물이 너무 쉽게 샌다.

 

466 탐욕스러운 사장들은 노동자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466 근대 초기 유럽 자본주의의 부흥은 대서양 노예무역의 부흥과 함께 등장했다. 이런 재앙의 책임은 독재적인 왕이나 인종차별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고삐 풀린 시장의 힘에 있었다.

 

467 적도의 태양 아래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큰 사탕수수 밭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467 시장의 힘에 민감하고 이윤에 탐욕을 부리며 경제성장을 바라는 유럽인 농장주들은 노예로 눈을 돌렸다.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약 1천만 명의 아프리카 노예가 아메리카로 수입되었다.

무섭다. 영화의 한 장면같다. 노예로 눈을 돌리는 그 시선이 카메라의 렌즈가 천천히 이동되는 슬로우모션으로 연출된다면 그 무서움이 실감날 거 같다.

 

467 모두가 유럽인들이 달콤한 홍차와 캔디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설탕 농업의 거물들이 막대한 이윤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자행된 일이었다.

 

468 민간 노예무역 회사들은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주식거래소에서 주식을 판매했고, 좋은 투자처를 찾는 중산층 유럽인들이 이 주식을 샀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회사는 배를 사고 선원과 군인을 고용한 뒤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서 미국으로 수송했다. 노예는 대형 농장의 주인에게 팔렸고, 그 수익은 다시 설탕, 코코아, 커피, 담배, 면화, 럼주 같은 농장의 산물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 이들은 유럽으로 돌아와 설탕과 면화를 비싼 값에 판매한 뒤, 다시 돛을 달고 아프리카로 향하여 같은 영업을 되풀이했다. 주주들은 이런 사업 방식에 매우 만족해했다. 18세기 내내 노예무역 투자에 대한 연간 수익률은 약 6퍼센트였다. 현대의 컨설턴트라면 누구나 재깍 인정할 만한 엄청난 돈벌이였다.

 

468 성장이 최고의 선이 되고 다른 윤리적 고려에 의한 제약을 받지 않을 때, 그 성장은 쉽사리 파국으로 치닫는다.

 

469 대서양 노예무역은 아프리카인에 대한 인종적 증오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주식을 구매한 개인이나 그것을 판매한 중개인, 노예무역 회사의 경영자는 아프리카인에 대해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469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벌인 군사작전에 돈을 댄 것은 자기 자녀를 사랑하고, 자선사업에 돈을 내고, 좋은 음악과 미술을 즐기는 네덜란드의 정직한 시민들이었다.

평범한 악

 

470 1908년 이후, 특히 1945년 이후 자본주의의 탐욕에는 어느 정도 고삐가 쥐어졌는데, 여기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였다.

 

471 인류와 세계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을지라도 기아와 궁핍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더욱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477 1700년경, 영국의 광산 갱도에서 이상한 소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의 조짐인 그 소음은 처음에는 작았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커져서 마침내 전 세계를 귀 멀게 할 듯한 소음으로 뒤덮었다. 그것은 증기기관에서 나는 소음이었다.

 

478 이때부터 사람들은 기계와 엔진이 한 유형의 에너지를 다른 유형의 에너지로 바꾸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사로잡혔다. 엔진은 동기?

 

478 가령 물리학자들이 원자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폭발력, 재생, 태양열

 

478 불과 40년 만에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렸고 핵발전소는 전 세계에 우후죽순 솟아났다.

 

480 분명 세상에는 에너지 결핍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에너지를 찾아내 그것을 우리의 필요에 맞게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482 그보다 신분이 떨어지는 사람들 앞에는 금으로 된 나이프와 포크가 놓였다.

 

482 만일 나폴레옹 3세가 자기 백성의 후손들이 샌드위치를 싸거나 남은 음식을 가져갈 때 값싼 알루미늄 호일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놀랄 것이다.

 

483 하버의 발견이 없었더라면 독일은 1918 11월 이전에 항복했을 것이라고 일부 학자들은 주장한다.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었을 것을. 지리적 발견이건 지식의 발견이건 하나의 발견이 여럿 파괴했다.

 

483 산업혁명은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와 값싸고 풍부한 원자재라는 전대미문의 조합을 내놓았다. 그 결과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483 농경지와 가축의 생산성은 인공비료, 산업적 살충제, 호르몬과 약물이라는 무기고 덕분에 크게 높아졌다.

 

484 농장 동물들은 더 이상 고통과 비참함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로 간주되지 않았고 기계 취급을 받게 되었다. / 몸체의 형태도 산업 수요에 맞게 형성된다. / 거대한 생산라인의 톱니로서 전 생애를 보내며, 그 수명과 삶의 질은 해당 기업의 이익과 손해에 따라 결정된다. 산업이 동둘들이 제법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도록 신경 쓰는 경우에도, 그들의 사회적, 심리적 욕구에는 본질적 흥미가 없다(생산량에 직접 영향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하나님은 그의 형상대로 우리를 창조하였다고 한다. 왜 그의 형상대로 창조했을까. 몸체의 형태도산업 수요에 맞게 형성되고 창조도 지적설계라 할 때 신은 왜 그랬을까. 우리는 왜 이 모양 이 꼴로 태어났을까. 신의 의도는 뭘까. 형상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언어에도 형태학이 있듯이.

 

484 돼지는 포유동물 중 가장 지능과 탐구심이 뛰어난 축에 속한다.

 

485 기계장치가 이들에게 사료와 호르몬, 약품을 공급하며, 또 다른 장치가 몇 시간마다 계속 우유를 짜낸다. 그 기계들 사이에 낀 암소는 원자재를 받아들이는 입과 상품을 생산하는 젖통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 복잡한 감정 세계를 지닌 살아 있는 동물을 마치 기계처럼 대하는 것은 그들에게 육체적 불편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은 스트레스와 심리적 좌절을 안겨준다.

우황이라는 약재가 그래서 요새는 구하기 힘들다. 우황은 잡질을 먹은 소에게서 추출되는데 요새 소가 먹는 것은 사료와 호르몬, 약품 등이기 때문이다.

 

486 현대의 동물산업도 악의를 기반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 연료는 무관심이다.

한나 아렌트의 평범한 악의 발견.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 무서운 것이다. 악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무서운 것이고. 아주 못된 사람보다는 평범한 듯 감정 없는 사람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 있나? 싸이코패스도 공감능력의 부족이 잔인한 범죄를 가능하게 한다.

 

487 진화심리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기본 교훈은, 야생에서 형성된 욕구는 설사 더 이상 생존과번식에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할지라도 계속 주관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산업화된 농업의 비극은 동물의 주관적 욕구는 무시하면서 객관적 욕구만 잘 챙긴다는 점이다.

 

487 새끼들에게 물질적인 자양분은 전혀 줄 수 없었다./ 천 엄마에게 매달려 있었다.

존재의 감사함. 부모는 존재 자체가 감사한 것이다. 무엇인가 베풀지 못해준다고 해도.

 

490 농업의 산업화가 없었더라면 도시의 산업혁명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490 전구, 휴대전화, 카메라, 식기세척기……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문제가 생겼다. 누가 이 모든 물건을 구매할 것인가?

 

490 하지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누군가 제품을 사주어야 한다./ 새로운 종류의 윤리가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소비지상주의.

 

491 사람들로 하여금 제 자신에게 잔치를 베풀어 실컷 먹게 하고, 자신을 망치고, 나아가 스스로 죽이게끔 한다.

 

492 설득은 먹혔다. 이제 우리는 모두가 훌륭한 소비자. 우리는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상품들을 무수히 사들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것들을 말이다. 제조업자들은 일부러 수명이 짧은 상품들을 고안하고, 이미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제품을 불필요하게 갱신하는 새 모델을 발명한다. 이것은 유행을 따르려면 반드시 사야 하는 물건이다. 쇼핑은 인기 있는 소일거리가 되었으며, 소비재는 가족, 배우자, 친구 관계의 핵심 매개물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같은 종교 휴일은 쇼핑 축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라마단 축제가 제일 황당하더라.

 

493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부자는 자산과 투자물을 극히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데 반해, 그만큼 잘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빚을 내서 정말로 필요하지도 않은 자동차와 TV를 산다.

 

493 부자의 지상 계율은 투자하라!”이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의 계율은 구매하라!”.

나는 돈이 있으면 구매하라보다 투자하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편. 그리고 후원하라.

인도에서였나, 콜라를 사 먹는 가난한 사람을 보며 코카콜라 회장의 소비자는 저 가난한 사람인데, 콜라를 사 먹는 극빈자의 모습에서 뭔가 어떤 대비를 느꼈다. 저 가난한 사람들의 돈이 모여 누군가의 부를 이룬다.

 

494 윤리의 역사는 아무도 그에 맞춰 살 수 없는 훌륭한 이상들로 점철된 슬픈 이야기.

 

494 이것은 그 신자들이 요청받은 그대로를 실제로 행하는 역사상 최초의 종교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대가로 정말 천국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야 TV에서 이미 보지 않았는가.

 

495 세상이 호모 사피엔스의 필요에 맞게 변형되면서, 서식지는 파괴되고 종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다. 과거 녹색과 푸른색이던 우리의 행성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쇼핑센터가 되어가는 중이다.

 

496 미래에 인류의 힘과 인류가 유발한 자연재해는 쫓고 쫓기는 경쟁의 나선을 그리며 커질지도 모른다. 인류가 자신의 힘으로 자연의 힘에 대항하고 생태계를 자신의 필요와 변덕에 종속시킨다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위험한 부작용을 점점 더 많이 초래할지 모른다.

 

498 많은 변화 중 한 예는 전통농업의 리듬이 산업의 획일적이고 정밀한 스케줄로 대체된 것이다./ 전통 농업은 자연의 시간과 유기적 성장의 주기에 의존했다.

 

499 전화나 라디오도 없었고 TV나 급행열차도 없던 시대였다. 시간을 누가 알 수 있었겠으며 누가 상관했겠는가?

 

501 지금 시각이 몇 시인지 알고 싶지 않다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502 산업적 시간에 적응하는 것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502 산업 프롤레타리아의 등장, 보통 사람에게 주어진 힘, 민주화, 청년문화, 가부장제의 해체 등을 들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붕괴하고 국가와 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한 사건이다.

 

503 가족은 또한 복지 시스템, 의료 시스템, 교육 시스템, 건축 산업, 노동조합, 연금 펀드, 보험회사, 라디오, TV, 신문, 은행, 심지어 경찰이었다.

 

511 왕국, 제국, 교회는 상상의 공동체로 수천 년씩 기능해왔다.

 

512 지난 2세기 동안 친밀한 공동체는 말라죽었고, 그에 따른 감정적 공백을 채우는 역할은 상상의 공동체가 맡게 되었다./ 상상의 공동체가 부상한 사례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국민과 소비 공동체이다./ 소비지상주의와 민족주의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수백만 명의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모두가 공통의 과거, 공통의 관심사, 공통의 미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들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513 현존하는 국가 대부분은 산업혁명 이후에야 진화한 것이다./ 사담 후세인과 하페즈 알 아사드는 영국과 프랑스가 만들어낸 자신들의 나라에서 국가의식을 육성, 강화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514 소비자 집단/ 소비 습관과 관심이 동일하고,/ 소비가 그들 정체성의 중추를 이룬다.

 

517 웅덩이들 사이에 있는 마른 땅은 잊고 있다.

 

519 아이들은 부모가 청구서의 돈을 내지 못해 노예로 팔릴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530 바람 없는 달 표면에 지워지지 않을 발자국을 남겼던 닐 암스트롱은 3만 년 전 쇼베 동굴에 손자국을 남겼던 이름 모를 수렵채집인보다 더 행복했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농업과 도시, 글쓰기와 화폐 제도, 제국과 과학,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531 하지만 이것은 사람이 역사를 향해 물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다.

 

532 하지만 이것들이 인류의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멈춰서 생각하는 일은 드물었다./ 인류가 점점 더 많은 힘을 갖게 될수록 우리의 진정한 욕구와는 동떨어진 차가운 기계적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532 부자연스러운 삶/ 타고난 성향과 본능을 모두 표현할 수 없으므로 가장 깊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삶이라는 것이다. 도시 중산층의 안락한 삶을 이루는 어떤 것도 매머드 사냥에 성공한 수렵채집인 무리가 경험한 흥분의 도가니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에 근접할 수 없다. 새로운 발명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우리는 에덴의 낙원으로부터 몇 킬로미터씩 멀어질 뿐이다.

 

533 우리 내면의 수렵채집인과 접촉이 끊겼을지도 모르지만,

 

534 1958-1961년 중국 공산당의 대약진운동 당시 1천만-5천만 명이 굶어죽었다.

 

534 우리는 현대성을 판단할 때 21세기 서구 중산층의 시각을 취하려는 유혹을 크게 느끼지만, 우리는 19세기 웨일스의 광산 노동자, 중국의 아편 중독자, 태즈메이니아 원주민의 시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발하라리는 남다른 공감능력과 함께 시점도 다르다.

 

535 지난 2세기에 걸쳐 수백억 마리의 동물들이 산업적 착취체제에 희생되었으며, 그 잔인성은 지구라는 행성의 연대기에서 전대미문이었다./ 지구 전체의 행복을 평가할 때 오로지 상류층이나 유럽인이나 남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류만의 행복을 고려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일 것이다.

 

536 어쩌면 우리보다 잘살지 못했던 선조들이 공동체, 종교, 자연과의 결합 속에서 커다란 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내 삶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느끼는 즉각적인 기쁜 감정이나 장기적인 만족감이다.

 

539 우리는 남에게 헌신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심지어 아이한테도.

 

541 안락함과 즐거움은 더 크게 기대하면서 불편함과 불쾌함은 더 참지 못하게 되었다

 

543 역사를 통틀어 가난하고 압박받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안해온 것은 적어도 죽음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믿음이었다. 부자나 권력자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은 죽어야 하는데 부자는 영원히 젊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545 행복한 은둔자의 유전적 계통은 끊어질 테지만, 걱정을 많이 하는 부모의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계속 전해질 것이다.

 

546 어떤 사람들은 즐거운 생화학 시스템을 갖고 태어난다.

얼마 전 큰 아이가 일기장에 그 날은 너무 행복했다면서 내 안에 온통 기쁨이가 가득한 것만 같다라고 썼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의 기쁨이 슬픔이가 그러한 시스템의 형상화라 하겠다.

 

546 그의 뇌는 애초에 유쾌한 기분과는 거리가 멀게 생겨먹은 것이다.

 

549 유전자 복권에서 즐거운 생화학에 당첨된 사람은 혁명 전이나 후나 여전히 행복했고, ‘우울한 생화학을 가진 사람은 과거 루이 16세나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신랄한 불평을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에게 던졌다.

 

550 지속적 행복은 오로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에서만 온다.

 

551 모든 사람들이 항상 행복하다는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모든 사람 + 항상 + 행복이라는 조합의 무서움. 누구를 위한 집단의 지속적 행복인가. 그렇다면 개인의 간헐적 행복과 불행은 그 불행조차 감사한 일이다. 진짜이기때문이다.

 

552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은 한창 고난을 겪는 와중이더라도 지극히 행복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의미 없는 삶은 아무리 안락할지라도 끔찍한 시련이다./ 집단적 환상 속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라는 말인가?/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553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우리의 행동은 뭔가 신성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지금까지는 우주적 계획의 일부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우주의 박동과 내 심장 박동 좀 맞추려고 했더니,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듣는다며. 암턴 이건 좀 더 생각해보자. 진짜 다 망상이야???

553 이들이 찾는 의미가 중세 사람들이 경전을 읽거나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고 새로운 성당을 짓는 데서 찾았던 의미보다 더 환상적인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행복의 관건은 의미에 대한 개인의 환상을 폭넓게 퍼진 집단적 환상에 맞추는 데 있을지 모른다. 내 개인적 내러티브가 주변 사람들의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한 나는 내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며, 그 확신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꽤 우울한 결론이다. 행복은 정말로 자기기만에 달려 있는 것일까?

 

554 광고는 우리에게 촉구한다. 저질러버려! 액션 영화, 연극, 연속극, 소설, 인기 팝송은 끊임없이 우리를 세뇌한다. 자신에게 충실하라.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라. 내면의 소리를 따르라.

하고 싶은 것을 하라! 가슴이 뛰는대로 살아라 뭐 그런 소리들. 일견 좋은 소리 같은데 왜 불편한걸까 했더니만. ‘하고 싶은 것잘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잘하는 것을 두고 잘하고 싶은 것을 따르는 사람들을 종종 보며 나는 어떤지 돌아본다.

 

555 보통 사람은 진정한 자신에 대해 모르며 따라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로는 자신에 대해 모르며 이들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56 자연선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유전자의 복제에 좋은 행동을 선택하게 만든다. 설사 그 선택이 개체로서의 자신에게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말이다./ DNA덧없는 기쁨을 이용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다.

 

557 번뇌의 진정한 근원은 이처럼 순간적인 감정을 무의미하게 끝없이 추구하는 데 있다.

 

558 사람들이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런저런 덧없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속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갈망을 멈추는 데 있다./ 이 사람은 날이면 날마다 해변에 서서 무익한 노력을 거듭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괴롭힌다. 그러다 마침내 그는 모래에 주저앉아, 파도가 마음대로 오고 가게 놔둔다. 얼마나 평화로운가!

 

559 서구의 뉴에이지 운동은 불교의 통찰을 처음 대했을 때 이를 자유주의적 용어로 바꿔버렸다. 완전히 거꾸로 받아들인 것이다./ 외적 성취의 추구뿐 아니라 내 내면의 느낌에 대한 추구 역시 중단하는 것이다.

 

560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감정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특정한 감정을 끈질기게 추구하는 행위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함정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수많은 접근법을 되도록 많이 알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560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564 이런 과정은 천 년 단위의 인간적 시각이 아니라 십억 년 단위의 우주적 시각으로 조망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들이 옳지만, 미래에 대해서라면 역설적으로 지적설계 옹호자들이 맞을지 모른다.

 

583 설사 신체가 개선될 수 있다 할지라도 우리의 정신은 손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를 무시하면서 바라볼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다.

우리의 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제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유인원과 인간의 중간 즈음 되겠거니 하고 거리낌없이 학살한 제국주의자의 시선을 우리가 받게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584 미처 예상치 못한 장애로 실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 예상 밖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의 존재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사의 다음 단계에는 기술적, 유기적 영역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정체성에도 근본적인 변형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변형은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사람들은 ‘인간적’이라는 용어 자체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감정이 없는 로봇 같은 사람이 지배하는 사회, 감정이 공유되고 중앙통제 되는 사회. 감정의 기복과 변덕에 대해 예측불가에 통제되지 않은 (부정적 의미에서의, 다소 야만적이라는 뉘앙스의) ‘인간적인 감정이라는 라벨이 붙여지는 사회.

 

584 하지만 7만 년에 걸친 사피엔스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몇천 년도 별 것 아니다.

예수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바다 너머로 사라지며 형제들이여, 나는 곧 돌아올 것이다뭐 그런 멘트 날리고 사라지는 것이 엔딩장면이었다. 그 때 보면서 저렇게 이야기 하고 2천년이 지나도 안오냐했는데 예수의 과 우리의 은 다른 것이다.

 

586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이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글귀가 답이 아닌 질문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유발 하라리다운 마무리다. 욕망마저 조작되고 통제되는 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보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도발적이고 정신을 일깨워주는 질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유발 하라리의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으나..현재로서는 그렇게 이해했고 좀 더 붙잡아 두고 생각해볼 질문이 되겠다.


내가 저자라면

 

1 목차에 대하여(독자의 눈으로 – 목차의 좋은 점, 아쉬운 점, 잘못된 점 분석)

3만 년 전 동굴 벽에 찍힌 인간의 손도장에서 닐 암스트롱의 달 위의 발자국까지. 이미지로는 이러한 전개를 보이고, 별로 중요치 않은 동물에서 신이 된 동물까지 이르게 된 단계로 인지혁명, 농업혁명, 인류의 통합, 과학혁명을 다루고 있다. 커다란 질문에서 시작된 인류의 커다란 그림을 성큼성큼 걷는 듯 하면서 잠시 멈춰 작은 스토리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등의 전개방식이 좋았다.

 

2 보완이 필요한 점(독자의 눈으로 – 이런 내용은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이해가 안됐다)

숨가쁘게 그의 리듬대로 읽었고 이해가 안되거나 아쉬운 점은 딱히 없었다. 마치 신의 목소리를 받아 적은 예언자의 글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3 이 책의 장점(독자의 눈으로 – 이 부분이 이래서 좋았다. 이런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조망하는 높이의 스케일이 다르고 시점이 다르다. 승리자와 정복자의 시점이 아닌 짓밟히고 잊혀진 존재들의 시점에서 간간히 역사를 기술하고 있음이 좋았다. 저자의 표현대로 천 년 단위의 인간적 시각이 아니라 십억 년 단위의 우주적 시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그 시각을 빌릴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4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내가 저자라면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을 이렇게 해결하겠다)

인류의 역사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기법을 개인의 인생사에 적용할 수 있는 질문기법이나 명상기법이 부록처럼 추가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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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8 20:18:17 *.18.218.234

동물의 동물에 대한 잔혹사, 학살사.


책을 덮으니 태즈매니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고 홀로 외로이 서 있는 트루가니니의 모습이 잔상에 남았다. 종족보존을 위해 같은 종족의 남자를 찾아 산 속을 헤매었으나 단 1명의 남성도 찾지 못한 채 최후의 1인이 되어 생을 마감한 그녀. 말 그대로 씨앗을 말린 것이다. 사랑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종족보존을 위한 사명감과 절박함으로 남성을 찾았던 그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1976년에라도 그녀의 유골을 박물관에서 땅 속으로 안치했던 아름다운 영혼들에게 감사하며. 발췌독의 마지막은 투르가니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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