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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7일 18시 59분 등록

파우스트 (84째주)

11기 정승훈

 

저자 연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1832) 네이버케스트 인물세계사 참고

 

괴테의 일생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1749828,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귀족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넉넉한 중산층 집안에서 자라나며 어려서부터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 접했고, 8세에 시를 짓고 13세에 첫 시집을 낼 정도로 조숙한 문학 신동이었다. 부친의 권유로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20대 초반에 변호사로 개업했지만, 괴테의 관심은 이미 법률이 아니라 문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여러 문인과 교제하고, 광범위한 독서에 몰두하며, 시와 희곡 등을 습작한다.

 

1772년에 괴테는 업무상 베츨라르에 머물며 요한 케스트너라는 새 친구를 사귄다. 케스트너에게는 샤를로테 부프라는 약혼녀가 있었는데, 괴테는 첫눈에 반해 그녀를 짝사랑하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온 괴테는 얼마 뒤에 한 친구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자살했다는 비보를 전해 듣는다. 이 소재에 자신의 체험을 섞어서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은 주인공 베르테르의 옷차림이 유행하고 모방 자살까지 일어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괴테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하루아침에 유명 작가가 된다.

 

1775, 괴테는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이후 제2의 고향이 된 바이마르로 향한다. 인구 6천 명의 이 작은 공국의 신임 군주 카를 아우구스트 대공은 괴테를 전적으로 신임하며 국정을 맡긴다. 성공적인 공직 수행에도 불구하고 괴테의 내면에서는 예술을 향한 갈증에서 비롯된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었다. “나는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써먹을 수는 없다.” 지적인 애인 샤를로테 폰 슈타인이나 당대의 지식인 헤르더와의 교제도 그의 욕구불만을 해소시키진 못했다. 급기야 괴테는 바이마르 생활 10년 만에 도망치듯 혼자 여행을 떠난다.

 

“178693, 새벽 3, 칼스바트에서 몰래 빠져 나왔다.” 이렇게 시작된 3년여의 여행 동안 괴테는 이탈리아의 주요 명소를 돌아보고 한동안 로마에 머물면서 느긋이 휴식을 취한 다음, 1788년 여름에 바이마르로 돌아왔다. 이때의 경험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괴테의 인생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본 수많은 고전 예술품의 미적 기준을 이상으로 삼은 특유의 고전주의적 예술관이 확립된 것은 물론이고, 이 여행을 통해 크게 변모된 괴테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옛 친구들과의 결별이 이어지며 긴 고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괴테는 실러라는 또 다른 독일 문학의 거장과 교류함으로써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 되었다. “자네는 내게 또다시 청춘을 안겨주고, 나를 또다시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네.” 179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은 급기야 실러가 괴테를 따라 바이마르로 이주하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크세니엔](1795)이라는 풍자시를 공저했고, 서로의 작품을 비평하며 집필을 독려했다. 희곡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에](1787), [에그몬트](1788), [토르크바토 타소](1790), 그리고 독일 교양소설의 전형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 등이 이 시기를 전후해 나온 괴테의 작품들이다.

 

1805년에 실러가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자 괴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환갑을 맞이한 1809년부터 사망 때까지 20여 년간 비교적 평온한 삶 속에서 괴테의 창작력은 절정에 달했다. 희곡 [파우스트] 1(1808), 소설 [친화력](1809), 자서전 [시와 진실] 1~3(1811~13), 기행문 [이탈리아 기행](1816), 시집 [서동시집](1816)[마리엔바트의 비가](1823),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1829), [시와 진실] 4(1830) 등이 모두 이 시기의 작품이다.

 

1825년에 괴테는 [파우스트] 2부의 집필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6년 뒤인 1831년에 드디어 탈고했다. 하지만 그는 간행을 서두르지 않았고, 원고를 봉인한 뒤에 자신의 사후에 발표하도록 주위에 지시했다. 평생의 역작을 완성한 이상, 이제는 자신의 최후가 가까웠음을 실감했기 때문일까? 이듬해인 1832322, 괴테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바이마르의 한 묘지에서 평생의 지기였던 실러 곁에 누웠다. 사망 다음날 괴테의 유해를 본 에커만은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평안한 기색이 고귀한 얼굴 전면에 깊이 어려 있었다. 시원한 그 이마는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는 듯했다.”

 

파우스트

괴테의 대표작인 희곡 [파우스트]는 구상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무려 60년이 걸린 대작이다. 대학 졸업 직후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 미완성 상태로 간행된 [파우스트 단편](1790)을 읽은 실러가 감탄하여 완성을 독려하자, 괴테는 1797년에 가서야 다시 집필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1년 뒤인 1808년에 [파우스트] 1부가 간행되었지만, 이 일을 누구보다 기뻐했을 실러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애초에 구상했던 제2부의 집필은 그로부터 또다시 한참이 지난 1825년에 시작되었고, 6년 뒤인 1831, 괴테가 사망하기 바로 전 해에 끝났다.

 

괴테는 80년 넘는 생애 동안 시와 소설, 희곡과 산문, 그리고 방대한 양의 서한을 남겼다. 문학뿐만 아니라 신학과 철학과 과학 등 여러 분야에도 손을 댔고, 유능한 관료이며 탁월한 인격자로도 존경을 받았다. 괴테가 오늘날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보적인 인물인 까닭은 이처럼 오랜 활동 기간과 다재다능함 때문이다.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에 이르는 그의 생애 동안에는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의 대두 같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그런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 괴테의 문학은 다른 여느 작가와는 다른 깊이와 넓이 모두를 성취했다.

 

나아가 괴테의 생애는 수많은 공국과 도시로 분열되었던 오늘날의 독일이 처음으로 민족적이고 문화적인 정체성에 눈뜨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렸다. [파우스트]를 비롯한 괴테의 대표작들은 다른 유럽 문학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평가되던 독일 문학의 수준을 일거에 드높였다. “독일 민족의 자의식은 바이마르에서 태어났다는 문화사가 자크 바전의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일찍이 셰익스피어가 영국 문화와 영어에 끼친 영향 못지않게, 괴테는 독일 문화와 독일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문학사적으로 괴테는 고전주의 작가로 분류되지만, 젊은 시절에는 [베르테르] 한 편으로 실러와 함께 질풍노도(슈투름 운트 드랑)의 대표 주자가 되었으며, 나중에는 낭만주의의 선구자로도 평가되었다. 하지만 고전주의적 예술관을 철두철미 견지한 괴테는 오히려 낭만주의에 대해서는 적잖은 거리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한다. 이는 만사에서 질서와 조화를 중시한 괴테 특유의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령 괴테는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는데, 이는 뉴턴의 광학에 대한 반발로 이루어진 색채 연구와 함께 괴테의 보수성을 드러내는 증거로 종종 언급된다.

 

괴테의 수많은 작품은 이후의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여러 명시는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물레질하는 그레첸], [마왕], [들장미]처럼 독일 가곡의 대표작으로 거듭났다. 베토벤은 괴테의 희곡 [에그몬트]에 붙이는 서곡(1810)을 작곡했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파우스트]를 오페라로 작곡해 주길 바랐던 괴테의 희망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지만, 훗날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1846)와 구노의 [파우스트](1859) 등의 작품이 좋은 평판을 얻었다. 앙브루아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1866)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각색한 것이다.

 

햄릿이나 돈 키호테가 특정한 인간 유형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파우스트는 자신의 호기심(또는 이익)을 위해 막대한 위험조차도 서슴지 않고 감수하는 인간 유형의 대명사가 되었다. 괴테의 희곡 제2부에서 파우스트는 인류를 위한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해안을 개간하고 제방과 운하를 만드는 대규모 토목공사에 돌입한다. 개발 과정에서 공사 예정 부지에 사는 어느 노부부가 퇴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자, 파우스트는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내쫓을 궁리에 골몰한다. 급기야 메피스토가 폭력배를 동원해 집에 불을 지르자, 노부부는 그만 빠져 나오지 못하고 불타 죽는 비극이 발생한다. 이처럼 파우스트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인간성의 말살을 내포하고 있다. 짐작컨대 이것이야말로 어쩌면 괴테가 경고하고자 했던 근대성의 크나큰 맹점 가운데 하나는 아니었을까.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작품해설

파우스트의 전설

파우스트시극의 소재가 된 것은 15세기에서 16세기에 실제로 살았다는 요한 파우스트라는 마술사의 방랑 행락기라고 하지만 실화로서는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오히려 실존 인물인 요한 파우스트의 이야기에 여러 가지 흥미로운 마술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 낸 전설의 집대성으로 보는 견해가 더 일리 있다. (7)

이 이야기는 결국 15세시를 전후해서 민간에 널리 행해지던 마술 신앙이 기독교, 그 중에서도 특히 루터교를 배반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나타내고 있을뿐더러 마지막에 가서는 루터교의 승리를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9)

이런 전설이 있었던 거였군.

괴테의 파우스트의 의의

파우스트 전설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첫째, 주인공의 성격이 거인적이고 모든 욕망을 향유하려 하며, 둘째, 이 모든 욕망이 하느님의 힘이나 광명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악마와 결탁해야만 이루어지며, 셋째, 주인공이 멸망하고 영혼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지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다. (9)

괴테는 모든 욕망이 불타오르는 거인 파우스트를 통해서 파우스트가 아니라 인간 전체에서 선출된 대표적 인간 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0)

파우스트의 근본사상

인간을 자극하고 향상시키기 위하여 인간의 이성을 조소하는 메피스토텔레스에게 끊임없이 향상하려는 인간 파우스트를 맡기는 것이다. 인간을 향상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은 헤매나 지상 생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한층 더 높은 생명의 목표를 자아 안에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 생활은 지상에서의 인간의 요구만으로는 지배될 수 없으며 우주의 주, 자연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야 한다. (11)

 

드리는 말씀

처음에 나의 노래를 들어 주던

그들은 이제 나의 다음 노래를 듣지 못하게 되었으며

정다웠던 모임도 흩어지고 말았다. (31)

초고를 미완성으로 발표했을 당시 친지들이 이제 없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무대에서의 서언

단장 ; 어떻게 모든 것을 새롭고 신기하고,

게다가 뜻 깊고 마음에까지 들게 할 수 있겠는가? (33)

시인 ; 황홀하게 번쩍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고,

참된 것은 후세에까지도 길이 남는 법입니다. (34)

어릿광대 ;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기술을 지닌 인간은,

대중의 시술쯤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35)

단장 ; 수는 양으로 이기는 수밖에 없네.

그러면 그 속에서 필경 누구나 무언인가를,

많이만 내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얻어 가는 걸세.

그러면 누구나 만족스러워하며 돌아갈걸세. (35)

단장 ; 그런 자들을 상대로 그 상냥스러운 뮤즈의 여신을 그다지도 괴롭히려 하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지 않은가? (36)

서구에선 예술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여신을 뮤즈라고 한다.

시인 ; 명색이 시인이란 자가 자연이 베풀어 준 최고의 권리를,

인간의 그 권리를 당신 때문에,

무심하게도 장난처럼 버리라는 거요! (37)

어릿광대 ; 행복이 자라면 방해가 끼어들고,

황홀해지면 고통이 찾아들고.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소설이 되어 있단 말이에요. (38)

감정의 비약을 숭상하고 가상을 즐기기도 합니다.

완성된 인간에겐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성장하는 인간은 언제나 고맙게 생각할 것입니다. (39)

시인 ; 그때 억제할 수 없던 충동과

그 깊은 고동에 가득 찬 행복을,

그 증오할 수 있는 힘과 사랑의 위력을,

나의 청춘을 나에게 돌려 주시오. (39)

단장 ; 마음을 결정하고 우선 될 수 있는 것부터

과감하게 머리채를 휘어잡아야 하오.

그리스 행운의 신인 카이로스는 뒷머리가 없어 그를 붙잡으려면 앞머리를 잡아야 한다.

 

천상의 서곡

1800년에서1808년 사이에 쓴 것으로 전체의 이념을 총괄적으로 그린 중요한 장면이며 성서의 <욥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라파엘 ; 태양은 예나 다름없는 가락을 울리고

한 겨레인 별들과 다투어 노래를 부르며

우레의 우렁찬 걸음걸이로

그들의 정해진 길을 달린다.

가브리엘 ; 또한 빨리 굉장히도 빨리

장엄한 지구는 제 발로 돌아,

낙원과 같이 밝은 낮과

길고도 공포에 가득 찬 밤이 뒤바뀐다.

미하엘 ; 또한, 폭풍우는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바다로 다투어 몰아치고

광란하며 그 주위에다

길고도 깊은 작용의 사슬을 빚어 낸다. (42)

라파엘은 천계를 다스리는 대천사며, 가브리엘은 대지를 다스리는 대천사고, 미하엘은 대기의 제현상을 다스리는 대천사다.

메피스토펠레스 ; 차라리 그들에게 하늘의 불빛 같은 것을 주시지 않았으면,

좀 더 잘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놈들은 그것을 이성이라 부르고 오직 그것을,

어느 짐승보다도 더욱 짐승답게 사는 데에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43)

; 지상에는 그대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곤 영원히 하나도 없단 말인가? (44)

; 그는 지금 혼돈 속에서 나를 섬기고 있지만

내 머지않아 그를 맑고 밝은 곳으로 인도하리라. (44)

; 그 영혼을 그자의 근원에서 떼어 내어,

만일 그대가 잡을 수만 있다면,

그를 유혹해서 너의 길로 끌어 내려 보아라. (45)

; 그들을 자극하고 정신차리게 하며 악마의 일을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46)

메피스토펠레스 ; 악마인 나한테까지 저렇게 정답게 말해 주다니,

대단한 영감이란 말야. 기특한 일이지. (46)

 

비극 제1

파우스트 ; 지옥도 악마도 무섭지 않다 -

그 대신 나는 모든 기쁨을 빼앗기고 말았다. (48)

오오, 둥근 달빛이여, 네가 내 고통을 내려다보는 것도

오늘 저녁이 마지막이었으면 싶다. (49)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말로 자살을 암시하는 거다.

내가 그다지도 원했던 영이여, 네가 내 주위에 떠돌고 있는 것이구나.

모습을 나태내라! (53)

; 너는 어디 있느냐, 파우스트여. 나에게 목소리를 들려 주던 너는?

있는 힘을 다하여 내게 덤벼들지 않았더냐.

내 입김이 닿자마자

생명의 그 깊은 속까지 떨고 있는 것이

겁을 삼켜 어쩔 줄 모르던 것이 바로 너였더냐? (54)

; 너는 네가 생각하는 영과 닮았지.

나와 닮은 것은 아니다.

파우스트 ; 너와 닮지 않았다고,

그럼, 대체 누구와 닮았단 말이냐?

신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내가 아니냐!

그런데 너조차도 닮지 않았다니! (55)

파우스트 ; 그러나 진정 자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지 못할 것이네. (56)

그렇다. 글도 마찬가지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파우스트 ; 자네들의 연설이란 인생의 휴지들을 꾸겨서

장식으로 삼은 듯, 번쩍번쩍 빛은 나지만,

가을에 가랑잎 사이로 살랑거리며 부는

축축한 바람처럼 불쾌한 것일세. (57)

이런 비유적인 표현을 잘 하고 싶다.

파우스트 ; 언제까지나 헛것에 들려 가지고

탐욕스런 손으로 보물을 파내려다,

지렁이를 발견하고 좋아서 날뛰는구나. (58)

감히 내가 너와 닮았다고 주제넘게 생각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너를 끌어낼 힘은 내게 있었지만.

너를 붙잡아 둘 힘이 내게는 없었던 것이다. (59)

을 말하는 것인지 을 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닮았다는 걸 보면 신인 것도 같다.

너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 일 때문에 겁을 내고

결코 잃어버릴 리가 없는 것을 잃을까 언제나 걱정해야만 한다. (60)

그래서 많이 가질수록 더 잃어버릴 게 많아 걱정도 많다. 고급빌라 현장에 있을 때보니 시건장치가 끝이 없었다. 심지어 외벽으로 도둑이 올라올 수도 있으니 감지선을 둘러달라고 하더라.

조상한테 물려받은 것을

진정한 제 것으로 하자면 제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쓸데없는 물건은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만이 순간 순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62)

파우스트 ; 천상의 노랫소리여, 왜 이리 억세고 부드럽게

티끌 속에 있는 나를 찾아 드는 것이냐? (65)

억세고 부드럽게서로 반대되는 표현인데 이건 뭘 말하는 것인지.

 

성문 앞에서

파우스트 ; 어디에 가나 생성과 노력이 약동하며

태양은 만물에 빛을 주어 생기를 돋우려 한다.

그러나 이 근처에 아직 꽃이 피지 않아,

그 대신 울긋불긋한 차림의 사람들을 모여들게 한다. (71)

그들은 주님의 부활을 축복하지만

그것은 자기네들 스스로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72)

늙은 농부 ; 제가 술을 한잔 올리며 소리 높여 소망하오니,

이 잔이 선생님의 갈증을 가셔 줄 뿐 아니라,

여기 남은 술의 방울 수만큼

오래 사시기를 축원합니다. (75)

바그너 ; 자기의 재능으로 이렇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76)

파우스트 ; 아아, 마음의 날개는 하늘을 날아도,

육체의 날개가 쉽게 어울려 주지 않는구나. (79)

바그너 ; 한 권 한 권, 한 장 한 장, 책을 읽는

정신적인 기쁨은 얼마나 다릅니까?

기나긴 겨울밤도 정답고 아름다워지며

복된 생기가 사지를 녹여 줍니다. (79)

책을 읽는 정신적인 기쁨, 연구원 과정 중 책읽기는 정신적 기쁨보다 고행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파우스트 ; 그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불타서

달라붙는 관능으로 현세에 집착하고,

다른 하나는 억지로 속세를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계로 오르려고 하네. (80)

파우스트 ; 내가 보기에는 장차 인연을 맺으려고,

우리들 발에다 눈에 띄지 않는 마법의 올가미를 치고 있는 것 같네. (81)

파우스트는 악마의 덫을 감지하고 있다.

 

서재 (1)

파우스트 ; 기록하여 가로되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

나는 이 대목에서 벌써 막히고 만다. 누가 나를 도와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없을까.

나는 말이란 것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가 없다. (86)

말씀을 그리스인은 이성의 소리로 생각했고, 유태인은 신의 자의식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요한복음>에서는 로고스가 신의 산 모습이며, 모든 생명이고 인간의 광명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주석에 있다.

메피스토 ; 항시 악을 원하지만,

그러나 항상 선을 행하는 그런 힘의 일부분이오. (90)

메피스토 ; 악마나 귀신에게도 규칙은 있어서,

들어온 곳으로 나가게 마련입니다.

들어올 때는 자유지만 나갈 때는 제한을 받습니다. (93)

메피스토 ; 선생, 당신은 아마 이 한 시간 동안에,

단조로왔던 일년 동안에 누렸던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당신의 감각을 위해 얻게 될 것입니다. (94)

악마다운 유혹이다.

 

서재 (2)

파우스트 ; 나는 놀고 먹기에는 너무 늙었고

아무런 욕심을 내지 않기에는 아직 너무도 젊다. (99)

내 가슴 속에 살고 있는 신은

나의 가장 갚은 마음의 밑바닥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는 있지만

나의 온갖 힘을 지배하는 이 영은

외부의 것은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겐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무거운 짐이 되고

죽음만이 바람직하고, 삶이란 그저 저주스럽기만 하다. (100)

메피스토 ; 독수리처럼 당신의 생명을 쪼아 먹는

번민을 가지고 희롱하는 짓은 그만두시오.

아무리 졸렬한 인간이라도, 어울려 보면,

당신도 인간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103)

파우스트 ; 안 돼, 안 돼. 악마는 이기주의자니까!

남에게 이로운 일을

그렇게 쉽사리 공짜로는 안 할걸.

그렇지만 글씨를 쓰고 도장을 찍은 양피지는

누구나가 두려워하는 도깨비와 같은 것이다.

문자는 붓끝에서 이미 생명을 잃게 되고,

장정이나 뚜껑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106)

메피스토 ; 아무 종이 조각이라도 좋습니다.

다만 피를 한 방울 내어서 서명을 해 주시오. (107)

파우스트 ; 일체의 지식에 대하여는 이미 구역질이 난 지 오래다.

제발 관능의 세계 속에 파묻혀,

불타는 정열을 진정케 해 다오! (107)

지식에 대한 욕구에서 벗어난 나의 가슴은,

이제부턴 어떤 고통일지라도 사양하지 않겠네. (108)

이젠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나 흥미가 전혀 없다는 건가.

메피스토 ; 신은 자기만 영원한 광명 속에 있으면서

우리네는 암흑 속에다 처박아 넣었소.

당신네들 인간에게만 낮과 밤을 마련해 준 것이오. (108)

악마의 입장에선 이렇게 볼 수도 있겠다.

메피스토 ; 우선 논리학 강의를 듣도록 하게.

그러면 정신의 훈련을 받아,

스페인식 장화를 신은 듯 죄어져서

그 덕에 사상의 길을 더듬어 나가는데도,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걷게 되어,

도깨비불 모양 가로 세로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지는 않을 것일세. (114)

즉 첫째는 이렇고 둘째는 이렇다.

그러므로 셋째와 넷째는 이래야만 될 것이다.

만일 첫째와 둘째가 없었더라면

셋째와 넷째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일세. (115)

논리학을 비꼬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면 나중에 선생이란

책에 씌어 있는 것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게 되지. (116)

학생 ; (읽는다.) 그대 신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되리라.

메피스토 ; 이 옛 문구와 나의 숙모인 뱀을 따르게나!

언젠가는 네가 신과 닮은 것이 두려워질 게다. (119)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실 술집

지벨 ; 이자는 한 발은 절음발이 아냐? (126)

악마가 말발굽을 가지고 있거나 뿔이 있고,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을 때 절음발이가 되었다고 주석에 써있는데, 그럼 악마인걸 알아본 건가.

프로슈 ; 아마 늦게서야 리파흐를 떠나 오신 모양이군요.

그곳 한스 군과 저녁을 같이 하셨겠군요? (127)

우리나라의 철이처럼 독일에서 한스는 대표적인 이름이다.

메피스토 ; 허망한 그림자와 언어여,

마음과 장소를 바꾸어라!

여기에 있으되 저기도 있어라! (133)

몸은 여기에 있으나 마음(정신)은 딴 곳에 있는 일이 있다. 악마에 홀리지 않아도...

 

마녀의 부엌

파우스트 ; 그런 일엔 내 손이 익숙치 않고,

손에 괭이를 들 생각까지는 없다.

그런 답답한 천지는 내게 어울리지도 않는다. (136)

육체노동은 할 생각조차 안한다. 익숙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다고 하는 것은 그런 일을 할 신분이 아니라는 거겠지.

짐승들 ; 땀과 피로

이 관을 붙여 주시오! (140)

국민의 땀과 피로 와위를 보전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잘 못 사용하면 국민에게 힘든 삶이 된다.

메피스토 ; 셋이 하나라느니, 하나가 셋이라느니 하며,

진리 대신에 오류를 퍼뜨리고 있단 말씀이오. (146)

삼위일체를 말하는 것이다. 카톨릭 신앙을 비유한다.

메피스토 ; 당신은 악마하고 너 나 하는 사이인데,

그렇게 불꽃을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147)

메피스토 ; 그 약이 몸에 들어간 이상

네놈은 모든 여자가 헬레네로 보이리라. (148)

 

길거리

파우스트 ; 그래도 열네 살은 넘었을 테지. (149)

열네 살 이하의 소녀와의 결혼이나 성교는 당시 법으로 금지되었다고 한다.

메피스토 ; 이젠 아주 난봉군 한스 같은 소리를 하시는구료. (149)

 

저녁

메피스토 ; 당신을 생각해서 귀여운 저 젊은 애를

당신의 소원과 뜻대로 해주려는 것이란 말이오.

그런데 당신은 마치

교실에 들어갈 때와도 같은 꼴이구료.

물리학이나 형이상학이 어려운 낯을 하고

바로 당신 말에 장승처럼 서 있는 것 같습니다그려. (156)

머뭇거리는 파우스트에게 악마가 부추긴다. 일상에서 언제나 인간의 마음은 악마의 속삭임에 흔들린다.

마르가레테 ; 칭찬을 하면서도 반은 가엾게 여기는걸.

모두가 돈 때문에 모여들고,

돈에 달려 있는 거지 뭐.

아아! 우리처럼 이렇게 가난해서야! (160)

아름다고 젊은 여자도 돈은 필요하다. 예전엔 신분의 차이도 있었으니 더욱 그랬을 거다.

 

산책

메피스토 ; “교회는 튼튼한 위장을 가졌으니,

허다한 나라들을 집어삼켰지만

아직 한 번도 체한 적이 없소이다.

사랑하는 부인네들, 오직 교회만이

불의의 재물이라도 소화시킬 수가 있는 거요.“ (162)

교회의 탐욕적인 이기주의를 풍자한 내용이다.

메피스토 ; 여자한테 홀딱 반한 저런 바보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는 일이라면,

해건 달이건 별이건 간에 모조리 공중으로 쏘아 올리고 싶어하는 법이지. (163)

 

이웃 여인의 집

메피스토 ; 기쁨 끝에 슬픔이, 슬픔 끝에 기쁨이 따르는 법이지요. (167)

메피스토 ; 부인, 두 사람의 증인만 있으면,

어디서라도 사실이 인정됩니다. (172)

 

길거리

메피스토 ; 마르테는 중매쟁이나 뚜쟁이로선 알맞은 여자니까요. (173)

메피스토 ; 당신이 허위 증언을 하는 것이

당신 생전에 이번이 처음이란 말이요?

당신은 신,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이라든가 그 머리나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자신만만하게 정의를 내린 적이 없단 말이요? (173)

파우스트 ; 그만두게! 진정이야 내가 마음속에 느낄 때

그 감정 그 마음의 갈등을 나타낼

이름을 찾아도 발견 못해서,

오관을 모조리 동원하여 이 세상을 두루 헤매면서,

온갖 최상급의 말들을 휘어잡아

나를 불태우는 그 정열을

무한이다, 영원, 영원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악마들의 거짓말 놀이란 말인가? (174)

 

정원

파우스트 ; 그 총명하다는 것이

자칫하면 오히려 허영심이나 천박한 경우가 많지요. (176)

마르가레테 ; 밤이면 어린애의 요람을

제 잠자리 곁에 놔 두었어요. 그것이

조금만 움찔해도 저는 바로 잠을 깨곤 했어요. (178)

아이를 키울 때 희한하게도 옆에서 조금만 소리가 나면 잠에서 깼다. 그 당시엔 잠을 푹 잤으면 했는데...

마르테 ; 이 고장은 아주 시끄러운 곳이에요.

이웃 사람들이 하는 꼴이나 짓을

지켜보는 일밖에는

딴 일이라곤 할 일이 없는 그런 곳이에요.

그래서 어떤 짓을 해도 소문나게 마련이에요. (182)

작은 시골마을들은 어디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옆집 사정을 동네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숲과 동굴

파우스트 ; 인간에겐 완전한 것은 하나도 주어지지 않음을,

이제사 나는 절실히 느낀다. 너는 나를 점점 신들에게

가까이 데려다 주는 이런 환희에다,

동시에 귀찮은 동행을 붙여 주었다. (185)

메피스토 ; 공상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을

잠시라도 구해 준 것은 내가 아니었소?

그리고 만일 내가 없었던들 당신은 벌써,

이 지구에서 사라진 지 오랠 것이오. (186)

파우스트 ; 이렇게 황야를 헤매고 있노라면, 어떤 새로운 생활력이

내게 생기는지 자네는 모를걸세. (187)

메피스토 ; 현세를 벗어난 만족감이겠구료? (187)

현실을 모르는 지식인을 비판하는 것이겠지.

파우스트 ; 반쯤 미쳐 버린 내 마음에 다시,

그 애의 매력적인 육체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게 하지 말아라. (189)

파우스트는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메피스토 ; 당신도 이젠 제법 악마다와졌을 텐데,

세상에서 절망하여 허둥대는 악마의 꼴보다

보기 싫은 꼴은 다시 없단 말씀이오. (191)

 

그레첸의 방

마르가레테 ; 행여나 님 오실까

영창으로 내다보고

혹시나 님 뵈올까

문 밖으로 뛰어가죠. (192)

 

마르테의 정원

마르가레테 ; 미사에도 안 가고 고해도 안 하신 지 오래됐지요.

당신은 하나님을 믿으세요? (195)

파우스트 ; 당신이 그런 느낌에 젖어 황홀감을 느꼈을 때,

그것은 행복, 진정, 사랑 혹은 신이라고 하든,

당신 좋을 대로 이름을 붙이면 되는 거요.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지 모르겠소!

감정만이 전부요. (196)

마르가레테 ; 당신이 늘 같이 있는 사람 말예요.

그분이 저는 마음속으로부터 싫어요. 저는 제 평생에 아직도

그 사람의 얼굴처럼

내 가슴에 못을 박는 얼굴을 못 봤어요. (197)

마르가레테는 메피스토가 악마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다.

마르가레테 ; 그 사람이 문에 들어설 때마다

언제나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그리고

심술궂은 얼굴로 보여요.

남이야 어찌 되었든 나는 모르겠다는 태도예요. (197)

마르가레테 ; 아이, 참 전 당신을 보기만 해도

당신의 뜻대로 하게 되니 나도 모르겠어요.

벌써 당신을 위해 하도 일을 많이 해 버려서,

이젠 할 일이 별로 남은 것 같지가 않아요. (199)

메피스토 ; 계집애들이란 사내가 옛날 식대로

신앙심이 깊고 정직한지 여간 마음을 쓰는 게 아니죠. (199)

 

우물가에서

그레첸 ; 다른 사람의 죄를 다스리는 데는

아무리 지껄여도 시원치가 않았지.

남이 한 짓이 검게 보이면 그의 검정색이

아직도 멀었다고 더욱 시커멓게 먹칠을 했지.

나는 잘됐다 하고 그렇게도 잘난 체했지.

한데 이제 내가 그런 죄에다 몸을 맡겼구나! (202)

맞다. 남의 흠을 보면 더욱 흠을 낸다. 잘난 사람이면 시기심까지 보태져서 더욱 신랄해진다.

 

성 안쪽 골목

그레첸 ; 구해주십시오! 치욕과 죽음에서 저를 건져 주십시오!

괴로움이 많으신 성모님

제발 저의 곤경을 자비로이

굽어 살펴 주십시오. (204)

옛 카톨릭은 청렴하고 절제하는 삶을 추구했으니 육체의 욕망이 죄였다.

 

발렌틴 ; 나는 마치 고약한 빚쟁이처럼 쪼그리고 앉아

지나가는 말만 들어도 진땀을 흘리게 되었구나! (205)

발렌틴 ; 이 저주받을 쥐잡이 놈들 같으니! (207)

하멜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피리를 불어 아이들을 모이게 했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발렌틴 ; 이젠 금목걸이도 걸 수는 없다.

성당에 나가도 제단 앞에는 서지도 못한다. (210)

매춘부는 금목걸이, 비로드, 비단 등속을 입고서 교회 의자에 앉지 못하도록 경찰령으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성당

악령 ; 몸을 숨겨라! 죄와 부끄러움은

숨기지 못하리라. (213)

악령 ; 성스러운 사람들은 네게서

얼굴을 돌릴 것이고

순결한 자들은

손을 내밀다가도 몸을 뗄 것이다.

불쌍도 하구나! (213)

 

발푸르기스의 밤

메피스토 ; 보시오. 저렇게 희미한 붉은 조각달이,

구슬프게 떠오르고 있지만,

조금도 길을 비쳐 주지 않아서

한 발자국마다 나무나 바위에 부딪칠 것 같군요! (215)

메피스토 ; 오늘 잔치를 위해 황금의 신께서

자기의 궁궐을 화려하게 불로 밝힌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신이 이것을 구경하였으니 복도 많소이다.

벌써 미쳐 날뛰는 마녀들이 오는 것 같군요. (218)

마녀의 두목 ; 계집들은 모조리 앞질러 가고

악마의 집을 찾아갈 때엔

계집은 천 걸음을 앞장서거든. (220)

괴테는 악에 발을 들여놓으면 여자는 맹목적으로 돌진하고 남자는 얼마간 양심을 갖는다는 의견이 있다고 한다. 일견 맞는 말이긴 하다.

파우스트 ; 우리는 발푸르기스의 밤에 브로켄 산에까지 와서

멋대로 이런 곳에 쓸쓸히 떨어져 있겠다는 거냐. (222)

작가 ; 요즈음 온건하고 현명한 내용의 책 같은 것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란 없단 말이오. (224)

고물상 마녀 ; 패물은 귀여운 여자의 마음을 유인하지 않는 것이 없고,

공약을 어기거나 상대방을 등 뒤에서

찌르지 않은 칼도 없습니다. (225)

궁둥이 마술사 : 나는 정말 오랫동안 미신을 쓸어 버리려고 애를 썼는데

조금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괘씸한 노릇이다! (228)

괴테도 어지간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패러디한 계몽주의자 니콜라이를 이렇게까지 표현하다니.

메피스토 ; 거머리가 저놈의 엉덩이에 붙어 있는 동안은

도깨비들과 제 심령에서 해방되는 것이지요. (228)

메피스토 ; 저건 요술이라니까요! 당신은 참 홀리기도 잘하시오!

저 여자는 누구에게나 제 애인처럼 보이는 여자란 말이에요. (229)

 

발푸르기스 밤의 꿈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을 모방한 것이다. 사행시의 형식으로 무엇이든 말한다.

해설자 ; 금혼식이라 불리는 것은 결혼 후 50년이 흘러가야 하는 법이오. (231)

오베론 ; 두 사람이 서로서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헤어져서 살아 볼 필요가 있단 말이다. (231)

정교의 신도 ; 그리스의 신들이나 마찬가지로

저놈도 역시 마귀에는 틀림없지. (232)

실러의 시 <그리스의 신들>을 정교적인 입장에서 비난한 프리드리히 폰 슈톨베르크에 대한 풍자이다.

젊은 마녀 ; 분 바르고 옷치레 하는 건

백발이 성성한 늙은 할멈뿐이지.

그러니 나는 알몸으로 염소를 타고,

이 탐스런 몸뚱이를 보여 주죠. (233)

젊은 마녀는 자연주의적 작가를 말하며, 형식이나 도덕을 부정하고 노골적인 젊음과 야성을 구가하는 작가를 풍자한 것이라고 한다.

늙은 귀부인 ; 우리는 워낙 행실이 바르니까

여기서 너희들과 입씨름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희들의 그 젊고 보드라운 몸뚱이가

그대로 썩어 문드러졌으면 좋겠다. (233)

연주의적 작가에 대항해서 형식과 체면을 지키는 구파를 풍자한 것이다.

구경 좋아하는 나그네 ; ‘예수회 냄새가 난다는 친구로군요. (234)

니콜라이는 계몽주의자로서 모든 것에서 제수이트파의 음모를 발견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독단론자 ; 비판이나 회의론을 끄집어내서

아무리 외쳐 봐도 홀리지 않는다. (235)

철학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악마는 리얼리티를 갖고 있는가를 논한다. ‘비판은 칸트의, ‘회의론은 흄의 철학을 가르킨다.

초자연주의자 ; 악마편에서 따지고 보면

착한 영들도 증명할 수 있을 테지. (236)

신령의 존재를 시인하는 철학자를 말한다.

유성 ; 별처럼 반짝이고 불처럼 빛나면서

나는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왔어요. (236)

삼일천하를 뽐내던 실각한 정치가로 한 번 번쩍했다가 다시 꺼져 버린다.

 

흐린 날

파우스트 ; 무서운 가책의 영들에 둘러싸여 냉혹한 판관의 수중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에 네놈은 재미도 없는 심심풀이로 나를 끌어 놓고 하루하루 늘어 가는 그 애의 괴로움을 감쪽같이 숨기고, 그 애를 구원할 길도 없이 파멸의 구렁텅이 속에 떨어뜨렸구나! (238)

메피스토 ; 끝까지 해 낼 수도 없는데 왜 나와 한 패가 되고자 했지요? 날고 싶지만 눈앞이 어지럽다는 말씀인가요? (239)

파우스트 ; 네놈한텐 온 세상의 살인죄와 죽음의 저주를 덮어 씌워 주겠다. 나를 데리고 가란 말이다. 그리고 그 애를 살려 내란 말야. (240)

 

감옥

마르가레테 ; 아직 오밤중인데 나를 벌써 끌어내다니요.

제발 불쌍히 여겨 나를 살려 두세요!

내일 아침에도 시간은 많지 않아요! (242)

마르가레테 ; 당신은 도대체 누구를 살려 주신다는 걸 알고 있나요? (247)

마르가레테 ; 어린애는 물 속에 던져 버렸고요.

그 앤 당신하고 나한테서 생긴 애예요. (247)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났다는 건가. 그냥 헛소리인 건지 모르겠다.

마르가레테 ; 전 갈 수 없어요. 앞날이 없는 몸인걸요.

도망친대야 소용없어요. 저를 모두 노리고 있는데요.

빌어먹어야 한다는 것도 비참한 일이에요. (249)

마르가레테 ; 종이 울리고 지팡이도 부러졌어요. (250)

사형이 있으면 교회의 종이 울리고, 사형 집행을 선고한 후에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꺾어서 죄인의 목숨이 살아날 수 없음을 알렸다고 한다.

 

비극 제2

1

풍취 좋은 지방

파우스트 ; 태양은 솟았다! - 허나 슬프게도 나는 벌써 눈이 부셔

눈 속으로 스미는 고통에 얼굴을 돌려야만 하는구나. (260)

파우스트 ;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치는 거울,

그것을 보고 생각하면 좀 더 잘 알게 되리라.

인생은 채색한 영상에 불과하다. (261)

 

황제의 궁성

옥좌가 있는 황실

재상 ; 이것은 정의의 덕으로서 만인이 그것을 사랑하고

또한 요구하며 만인이 바라고, 없으면 괴로워하는,

이런 성덕을 백성한테 베푸시는 것은 바로 폐하께 달렸사옵니다. (263)

세도하는 공범자를 배후에 가진 놈은,

흉악무도한 짓을 하고도 큰소리를 치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무죄라도 홀로 양심만 지키는 날이면,

유죄 판결이 난다는 것은 아시고 계실 것이옵니다. (264)

동서양이 다르고 시대도 다른데 변함이 없는 것도 있다.

재무 대신 ; 지나치게 여러 가지 권리를 내어 주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권리는 하나도 없을 지경입니다. (266)

궁내 대신 ; 유태인 장사치는 인정사정없이,

다음 해 세입을 담보로 한 푼이라도 꾸어 주기 때문에

해마다 일년 앞당겨 마시는 꼴이 됩니다. (267)

재상 ; 본능이란 죄악이며, 영이란 악마요.

이 두 가지가 어울리면

회의라는 잘못된 쌍둥이를 낳지요. (268)

메피스토 ; 당신이 손으로 만져 보지 않은 것은 수십리 밖에 있고,

스스로 붙잡을 수 없는 전연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고,

스스로 헤아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달지 않은 것은 무게가 없고,

스스로 부어 만들지 않은 돈은 통용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지요. (269)

메피스토 ; 토지는 폐하의 것이니 폐하께서 그 보물을 가지심이 마땅하지요. (270)

땅속은 황제의 소유이며 지하자원의 발굴은 모두 황제의 특권이다. 옛 독일의 법률이라고 한다.

천문학 박사 ; 그렇습니다! 달님이 햇님과 정답게 어울리면,

금과 은이 한데 뭉치니 세상이 흐뭇하게 되며,

그 나머지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습니다. (271)

황금에 대한 욕망과 마법을 믿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메피스토 ; 사실 발바닥이 근질거릴 때도 있거니와

아무렇지도 않은 발걸음이 말을 듣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272)

땅 속 보물이 있는 경우에 이렇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는데, 참 다양한 속설들이 있다.

메피스토 ; 백주에 사물을 인식하는 것쯤은 어린애 장난이며,

신비는 암흑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법이외다. (274)

천문학 박사 ; 착한 것을 원하는 자는 스스로 착해야 하는 법

즐거움을 원하는 자는 제 피를 달랠 것이오.

술이 마시고 싶으면 무르익은 포도 송이를 짜나,

기적을 원하는 자는 믿음을 굳게 할 것이외다. (276)

 

많은 객실이 달린 널찍한 홀

열매가 달린 올리브 가지 ; 원래부터 이 몸은 야산의 정수여서,

틀림없는 담보물과 같은 것이라,

어디서나 평화의 상징이 되어 있답니다. (279)

장미꽃 봉오리 ; 숨어 있겠습니다.

우리들의 신선한 모습을 찾아내는 분은 즐거울 것입니다. (280)

과수원의 사나이들 ; 사십쇼! 혀와 입에 비하면

눈의 판단이란 믿기가 어렵지요. (281)

 

어머니와 딸

어머니 ; 오늘은 누구나 미친 듯이 날뛰는구나.

얘야, 너도 네 품을 헤쳐 보이렴!

혹시 한 사람쯤 걸려들지 모르니. (282)

딸을 가진 엄마가 딸을 시집보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인가? 어떻게든 시집을 잘 가야하는 건가?

나무꾼들 ; 이것만은 명심해 두라.

우리네가 땀 안 흘리면

당신네는 얼어 죽어요. (283)

어릿광대 ; 우리들은 똑똑하지,

무엇을 걸머진 일이 없다.

우리들은 벙거지건

저고리건 넝마 같은 옷이건 간에

가벼운 몸차림이지. (283)

식객들 ; 우리들은 공손히 허리를 굽히고

지당한 말씀이라고 끄덕이지요.

속이 뻔히 보이는 빈말도 합니다.

대상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따스하게도 차갑게도

이중으로 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284)

 

우미를 상징하는 세 여신들

빛의 여신 아글라이아 ; 우리는 아리따운 마음을 인생에 주었으니,

행복의 여신 헤게모네 ; 받는 쪽도 아리따운 마음으로 받아야 하며

기쁨의 여신 에우프로시네 ; 감사의 마음도 정녕 아리따워야 할 것이오. (287)

 

운명의 세 여신들

괴테는 아트로포스와 클로토의 역할을 바꿨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생명의 실을 끊는 여신 아트로포스 ; 가장 나이 많은 이 몸이 이번에,

실을 짜도록 초대받았습니다. (287)

실을 잣는 여신 클로토 ; 요 며칠 전부터는 제가 가위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나이 많은 언니가 하시는 품이

흡족하지 않은 데가 많았던 탓이지요. (288)

~ 이유가 여기 있다. 나이 많은 아트로포스가 하는 게 흡족하지 않았다는 거다. 재미있다. 괴테 나름의 해석이 들어가 있다.

운명을 정하는 여신 라케시스 ; 저 혼자만이 사리에 밝아서

언제나 질서를 잡는 역할을 합니다. (289)

 

복수의 세 여신들

증오의 여신 알렉토 ; 별 수 없이 당신들은 우리를 믿게 될걸요.

우리는 예쁘고 젊은 고양이처럼 알랑쇠니까요. (290)

적의의 여신 메게라 ; 그것은 아직 장난이지요. 두 사람이 드디어 결혼을 하면,

이번에는 제가 도맡아서 어떻게 해서든지

그 한없이 아름다운 행복을 변덕을 부려서 넌더리를 내게 만들어 놓지요. (290)

지상의 행복에도 곧 익숙하고 버릇이 되어

어리석게도 보다 나은 것을 원하며, 아쉬워하게 되는 법이죠.

따스한 태양을 등지고 차가운 서리를 따뜻하게 녹이고 싶어하는 것이죠. (291)

인간의 우매한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생명을 빼앗는 복수의 엿니 티시포네 ; 나는 독설로 복수하지는 않는다.

배반자에겐 독약을 타고 칼날을 세우리라. (291)

지혜 ; 공포와 희망이란 인간의 가장 큰 두 가지 적이지요.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사슬에 묶어

사람들한테 떼어 놓고 있습니다. (293)

남을 헐뜯는 난쟁이 초일로와 테르시테스 ; 어디서건 칭찬할 만한 것이 이루어지면

나는 밸이 꼴려서 못 견디겠단 말이다.

낮은 것은 높다고, 높은 것은 낮다고,

굽은 것은 곧다고, 곧은 것은 굽다고 하고 싶단 말이다.

그래야만 나는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세상만사를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단 말이다. (294)

초일로와 테르시테스 둘 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연관된 사람들로 비판을 한 사람이다. 괴테는 두 사람의 특징을 잘 살려 이렇게 등장시켰다. 아마 이런 적절한 인물과 대사들이 서구의 신화와 역사를 아는 사람에게는 재미를 줄 것이다.

의전관 ; 한 놈은 살무사고 한 놈은 박쥐로군.

살무사는 쓰레기 속을 우벼 파고 기어 다니고,

박쥐 놈은 서커먼 몸뚱이로 천장으로 날아간다. (295)

살무사는 질투와 허위를, 박쥐는 빛을 싫어하는 편협과 비소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상징들을 알아야만 파우스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서 어렵다.

수레를 모는 소년 ; 낭비하는 놈이죠, ()올시다, 시인이란 말이오.

자기의 가장 소중한 재물을 아낌없이 낭비함으로써

스스로를 완성하는 시인이란 말이오.

나 역시 무한량의 부귀를 누리고 있어,

플루투스만 못할 것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소. (299)

플루투스 ; 그대는 나의 정신의 정신이라고. (301)

말라 빠진 사나이 ; 나는 아바리치야, 즉 절약이라는 여성 명사였다.

....

그런데 요 근년에 와서는

계집들은 전혀 절약하는 습관은 없어지고,

마치 셈이 흐린 빚쟁이처럼

가진 돈보다도 욕심이 휠씬 많단 말이다.

....

나는 더욱 돈을 탐내게 되어,

탐욕이라는 남성으로 변해 버렸다. (302)

구두쇠 ; 무엇이고 구경거리가 있고 먹을 것만 있으면,

우선 덤벼드는 것은 언제나 여자란 말이다. (307)

 

유원지

메피스토 ; 틀림없이 호기심이 많은 네레우스의 딸들이,

영원히 새롭고 화려한 궁전을 보고자 다가올 것입니다.

젊은 애들은 겁을 내면서도 물고기처럼 음탕하고,

나이 든 애들은 꾀가 많습니다. 허나 큰언니인 테티가 알게 되면

폐하를 제2의 펠레우스로 알고 손과 입을 내밀 것입니다. (317)

괴테가 3년 동안 프랑스에 가서 그리스신화와 고전에 흠취했다고 하더니 그리스로마신화가 너무 많이 나온다.

재무 대신 ; 한 장 한 장 일일이 관인을 찍어서,

10,30, 50, 100크로네짜리가 준비되었습니다.

...

다른 문자들은 이제 무용지물이 되었고,

어명의 글자만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320)

국가에서 돈을 발행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황제 ; 대궐 안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폐를 줄 터인즉

각자는 어디에 그것을 쓸 것인지 아뢰도록 하라 (322)

황제 ;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흥미와 용기를 기대하였노라,

...

알고 보니, 아무리 재물이 꽃처럼 피어도,

그대들은 예나 다름없는 목석들이구나. (323)

재물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니 아깝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어두운 복도

파우스트 ; 궁내 대신과 시종이 성화를 부리고 있네.

황제가 헬레네와 파리스를 눈앞에 놓고 보고 싶다고,

그것도 당장에 보아야겠다고 한단 말일세.

즉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모습을

산 채로 보시고 싶다는 말일세. (324)

메피스토 ; 대체 헬레네를 그 금화대신 쓰는 종이 도깨비처럼

그렇게 쉽사리 불러내 올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중세의 악마가 고대의 신화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메피스토 ; 나는 그런 이교도하곤 아무런 상관이 없소이다.

그것들은 또 다른 지옥에 살고 있단 말이오. (325)

재미있는 표현이다. 그리스의 신이니 기독교에서 보면 이단이 맞다. 그래서 서로 다른 지옥에 살고 있단다.

파우스트 ; 내가 나의 본대로 이치에 닿는 말을 할라치면,

반대되는 말이 갑절이나 시끄럽게 들려왔었지.

그래서 그 불쾌한 세상의 오해와 미움을 피해서

나는 고독한 곳으로 황량한 자연 속으로 도망쳤던 것일세.

그리고 그렇게 버림받고 혼자 살지 않으려고

끝내는 악마한테 몸을 내맡긴 것이 아닌가. (326)

 

밝게 불이 켜진 방들

메피스토 ; 그런 미()는 보물을 파내 오자면,

현자의 비방이라는 최고의 재간이 필요하니까요. (331)

 

기사의 홀

가장 늙은 귀부인 ; 젊은이의 몸 속에서 빚어진 영약이,

공중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거지요. (339)

다른 귀부인 ; 열 살 때부터 몹쓸 여자였죠. (341)

헬레네는 열 살 때 테세우스한테 아티카로 유괴를 당했다고 전한다.

파우스트 ; 내가 저 여자를 구하겠다. 그러면 저 여자는 이중으로 내 것이 된다.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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