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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9일 11시 53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828~ 1832322)는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 과학자이다. 바이마르 대공국에서 재상직을 지내기도 하였다. 83세의 나이이면 천수를 누렸다고 볼수 있다. 일반적으로 요절하는 유명한 작가와는 달리 오래 살았던 것 같다. 나는 그 이유가 시인이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괴테를 사람들은 시성(詩聖)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의 시를 소월(素月)의 시처럼 정겹게 읊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 두고두고 읽으면서 그 의미를 가마솥에서 사골을 우려내듯 음미해야 제맛이 난다. 왜냐하면 그의 시는 시인 자신이 체험한 현실과 생각을 가슴속 깊이 녹여서 일기나 자서전을 쓰듯이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현실은 대부분 자연과 인간과 사랑과 예술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괴테의 시를 읽으면서 그와 함께 그가 살던 시대를 여행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어 그 시대의 정신과 생활상 그리고 그와 얽혀 있는 인간관계를 함께 경험해 보는 기회를 맛보게 된다.

 

174982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태어났다. 왕실고문관인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와 ,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시장의 딸인 어머니 카타리네 엘리자베트 텍스토르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그리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불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을 배웠고, 그리스 로마의 고전 문학과 성경 등을 읽었다. 북독일계 아버지로부터는 '체격과 근면한 생활 태도', 남독일계의 어머니로부터는 예술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짓는 흥미'를 이어받았다. 어린 나이에 신년시를 써서 조부모에게 선물할 정도로 문학적 재능을 타고났다. 라이프치히 대학 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767년에 첫 희곡 연인의 변덕을 썼다. 절대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모 및 가정의 환경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것이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부친 요한 카스파르 괴테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교양을 많이 쌓으나 관직에 진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프랑크푸르트 시장 요한 볼프강 텍스토어의 딸인 그의 모친 카타리나 엘리자베트는 지성적인 면을 강조한 부친과는 달리 활발하고 명랑한 성격이었다. 괴테는 자신의 문학적 재질이 꾸민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머니에게서 유래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재산가들이 흔히 그랬듯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교사의 교육을 받은 괴테는 176510월 부친의 의사에 따라 법학을 공부하려고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적합한 세계를 찾으려고 방황하고 그런 때 3년 연상인 케트헨(Kathchen)과 사랑에 빠지고, 신분적 제약에 대한 괴로움으로 인해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 1768년 각혈로 쓰러져 생사지경을 헤맨 끝에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1777년 초에 학업을 마치기 위해 슈트라스부르크로 간다. 거기에서 보낸 1년 반의 기간은 그의 일생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학업에 전념하는데 별로 내키지 않는 법학 강의 이외에 의학과 정치학 강의를 많이 들었으며 그 밖에 역사, 철학, 신학, 자연과학 등에 관심을 가졌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체험은 당시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헤르더와의 상면이었다. 헤르더는 괴테에게 로코코적인 인습에서 손을 떼게 하였고, 하만의 반합리적이고 예언적인 상상 세계와 셰익스피어의 무한성, 호메로스, 오시안, 핀다르를 알게 하였으며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내적 감정에 바탕을 둔 문학과 민속문학에 눈을 뜨게 하였다. 이를 통해 괴테는 자신의 존재가 무한히 확대되고 심화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질풍노도로의 준비를 갖추게 된다. 이런 지성적인 자극 이외에 그는 프리데리케와 사랑에 빠진다. 괴테는 전원에 싸인 조용한 마을에 어울리는 밝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하고 소박한 그녀를 사랑하며, ‘오월의 노래’, ‘그림 리본에 부쳐’, ‘환영과 작별등 훌륭한 청춘시를 남기게 된다. 프리데리케와의 사랑은 괴테의 시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지만, 그 외에 그녀를 버린 죄책감 때문에 일생을 통하여 참회와 생각을 잊지 못하고 그러한 생각이 그의 작품에 여러 형태로 투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들장미’, ‘파우스트’, ‘괴츠등이 그 예이며 순진한 처녀를 버려놓은 죄값을 다루는 부분이 바로 참회의 결과라 하겠다. 그가 제출한 논문이 거부되어 학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 대신 17718월 법학 석사 시험을 치르고 연인과 작별도 하지 않은 채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려서 천재교육을 받았으며, 7년 전쟁 중 그의 고향이 프랑스군에게 점령되었을 때 프랑스 극과 회화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레트헨과의 사랑(1763-1764)이 깨어진 후 16세 때 입학한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재학 중(1765-1768), 안나카타리나 쇤코프와 연애를 하였고, 이 체험을 통해 로코코풍의 시나 희곡을 발표하였는데 목가조의 희극 <애인의 변덕>, <공범자>가 그것이다. 분방한 생활로 병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귀향하여 요양 중(1768-1770), 수산네 폰 클레텐베르크(1723-1774)와의 교제를 통하여, 경건한 종교감정을 키웠으며, 또한 신비과학이나 연금술에 흥미를 기울였다. 회복 후, 1770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법률박사 학위를 얻었다. 그러던 중에 헤르더와 상봉해, 문학의 본질에 눈뜨고 성서, 민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등에 친숙해졌다. 그의 영향으로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알게 되고 당시 지배적이었던 프랑스 고전주의 미학에의 반발이 심해졌다.

 

제센하임의 목사의 딸인 프리데리케 브리온을 사랑하여 민요풍의 청신소박한 서정시를 지었고, 대승원의 건물을 보고 고딕 건축의 진가를 터득하기도 하였다. 귀향후 변호사를 개업(1771)하였으나, 관심은 오히려 문학에 쏠려 괴츠 폰 베를린힝겐(1773)의 초고를 정리하고 다름슈타트의 요한 메르크(1741-1791)와 친교를 맺었다. 1772년 법률실습을 위해 베츨라어 고등법원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샤를로테 부프(1753-1828)를 알게 되었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와, 슈투름 운트 드랑기의 대표작인 희곡 괴츠 폰 베를린힝겐및 비극 클라비고, 비극 슈텔라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하여 작가적 지위를 확립했다.

 

그의 일생을 보면 많은 연애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이 경험 역시 그의 시와 희곡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자와 사랑은 남자가 남자일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17754월 릴리 쇠네만과 약혼했지만 얼마 후 파혼하고, 당시 18세였던 작센바이마르아이제나흐 대공국의 군주 카를 아우구스트 공에게 초청되어 11월 바이마르에 도착했다. 바이마르 시절 전기의 약 10년간(1775- 1786)에는 정무를 담당하여 추밀참사관, 추밀고문관, 내각수반으로서 치적을 쌓는 한편 광물학·식물학·골상학·해부학 등의 연구에도 정진했다.

그 밖에 카를 아우구스트 공의 모후 아나 아말리아, 시인 크리스토프 빌란트, 고전적 교양미가 풍부한 폰 크네벨 소령, 궁정가수 코로나 슈뢰터 등 궁정 안의 사람들과 밀접한 친교를 맺었다.

괴테는 이런 정무나 사회 및 자연연구를 통하여 자연과 인생을 지배하는 법칙을 터득하고 자기 억제를 배우며 슈투름 운트 드랑적인 격정을 극복하여 점차 평정과 원숙의 도를 더해 갔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에 의한 감화가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우아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일곱 아이의 어머니였으나, 괴테의 이상적인 여인상이었다. 부인에 대한 애정과 동경, 절도와 체념, 이러한 것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시인에게 내면적인 평정을 갖게 하였다. 이런 내면적 변화에 응하여 저술된 것이 비극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산문판 1779), 토르콰토 타소((작성: 1780. 3. 30.-1789. 7. 31.)와 서정시 <인간성의 한계> <신성(神性)> 등의 시 작품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초기 바이마르의 이 10년간은 궁정생활의 중압으로 마음의 안정을 빼앗겨 정돈된 창작활동을 할 여유를 주지 않았으므로 1년반에 걸쳐서 이탈리아로(1786-1788) 여행을 떠났다. 이에 관해서는 후일 이탈리아 기행(1816)2차 로마 체재(1829)에 자상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괴테는 남국의 밝은 자연과 고미술에 접함으로써 고귀한 내용을 완성된 형식으로 표현하는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타우리스 섬의 이피게니(운문판 1786)토르콰토 타소 (최초출판: 17902)는 그의 대표작이며, 에그몬트(1787)는 슈투름 운트 드랑에서 고전주의로 옮겨가는 과도기의 작품이다.

 

괴테는 17886월 무렵에 독일로 귀국하여, 그해 7월에는 크리스티아네 폰 불피우스와 동거하여 17891225일 장남 아우구스트를 낳았다. 그런데 1789714일에 발발된 프랑스 혁명으로 괴테는 1792년에는 아우구스트 공을 따라 제1차 대프랑스 전쟁[1]에 종군하여 발미 전투(17929)와 마인츠 포위전(17934-17937)에 참전했다.

 

그리고 그 직후 독일 문학사상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괴테와 실러의 상봉이었다. 17947월말, 예나 자연과학 회의의 귀로에 종합적, 직관적인 괴테와 이념적, 분석적인 실러는, 괴테의 식물변형론을 통해 상호 이해하여, 1805년의 실러 별세 때까지 친교를 계속했다. 양자간에 교환된 서한은 독일 고전주의 문학의 가장 귀중한 자료로 되어 있다. 실러와 사귀는 동안에 저술된 주요작품에는 교양소설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5/1796)와 서사시헤르만과 도로테아(1797)가 있다.

 

실러의 사후, 만년에 접어든 괴테는 시와 진실등 일련의 자서전을 저술하기 시작하는 한편, 이미 착수했던 창작의 완성에 힘썼다.친화력(親和力),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파우스트를 완성했고, 또한서동시집(1819),마리엔바트의 애가(1823)를 저술했다. 그의 만년에 관해서는 요한 페터 에커만(1792-1854)괴테와의 대화에 상술돼 있다.

 

궁정극장의 감독으로서 경영·연출·배우 교육 등 전반에 걸쳐 활약했다. 1806년에 파우스트1부를 완성했고 별세 1년전인 1831년에는 제2부를 완성했으며, 연극을 세계적 수준에 올려놓았다. 자연과학 분야에 까지 방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연극면에서는 셰익스피어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고전작가들을 평가했고, 또한 그리스 고전극의 도입을 시도하였다.

 

괴테는 루터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리스본 지진(1755)7년 전쟁(1756-1763)을 계기로 신앙에 회의를 가졌다. 1782년 괴테는 "난 반 기독교인이나 말뿐인 기독교인(un-christian)이 아니라 비 기독교인(non-christian)이다."라고 말했다.

 

2. 내 마음에 무찔러 드는 글귀

 

작품해설

 

7. 괴테가 일생을 바쳐 완성한 이 <파우스트>시극은 그 내용상 독자들에게 다소 해설이 필요할 것 같아 간단히 편견 없는 해설을 붙이고자 한다.

해설이 왜 필요할까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해설이 필요함을 느꼈다. 괴테의 작품은 괴테도 말했다시피 한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각 시에 간단한 해제를 덧붙였다고 한다. 해제에는 이 시를 창작한 동기와 시기, 발표 연도와 그 후 수정한 사실, 시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간단한 정보를 제공한다. 파우스트 역시 작품해설이 먼저 나온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일단 나 스스로가 먼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만약 스스로 의미를 파악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겠지만 어디 그럴 수 있겠나. 이런 책은 두고두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괴테의 이 파우스트를 쓴 의도를 알수 있을 것이다.

 

7. <파우스트> 시극의 소재가 된 것은 ....... 실제로 살았다는 요한 파우스트라는 마술사의 방랑 행각기라고 하지만 실화로서는 그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오히려 실존 인물인 요한 파우스트의 이야기에 여거가지 흥미로운 마술 이야기를 덧붙여 만들어 낸 전설의 집대성으로 보는 견해가 더 일리 있다.

 

7. 원래 영민하고 향상력이 강하여 만족을 할 줄 모르는 성격이 그는 다시 의학을 연구하여 의학 박사가 되었다. 또한 수학과 천문학을 연구하고 마술에까지 손을 대어 천지만물의 근원을 탐구하려 했으나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하게 된다.

 

8. 파우스트는 향락 생활에 욕심이 생겨 여자와 결혼하기를 원하나 메피스토펠레스는 모든 수단을 다하여 단념시키고 만다. 향락과 타락은 악마의 본령이지만 결혼이란 루터주의에서는 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모순이네. 악마가 결혼을 막으려고 노력하다니. 괴테는 비 기독교인인데 이런 루터주의니 이런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나. 결국 그의 작품도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었나.

 

9. 이 이야기는 결국 15세기를 전후해서 민간에 널리 행해지던 마술 신앙이 기독교, 그 중에서도 특히 루터교를 배반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나타내고 있을뿐더러 마지막에 가서는 루터교의 승리를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끝까지 안 읽어 봤지만 이러면 재미없잖아. 정의의 승리하고 해피 엔딩은 너무 식상하다. 시성인 괴테가 이렇게 마무리 하다니.

 

9. 파우스트 전설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첫째, 주인공의 성격이 거인적이고 그 모든 욕망을 향유하려 하며, 둘째, 이 모든 욕망이 하느님의 힘이나 광명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악마와 결탁해야만 이루어지며, 셋째, 주인공이 멸망하고 혹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지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는 점이다.

 

9. 젊은 괴테가 거인과 천재의 존재를 느끼게 될 무렵에 이 첫 번째 특징에 마음이 끌린 것은 사실이다. 즉 괴테가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한 것이 1773, 즉 그의 나이 24세로 슈트라스부르크대학에 다닐 때였으며, 문학 사조를 보면 슈트롬 운트 드랑(폭풍노도) 시대였으니까 감히 상상할 수가 있다. 그 후 괴테가 죽기 1년 전인 1831년까지, 고전주의 시대를 거쳐 낭만주의 시대까지 세 시대를 통해서 비로소 완성했던 것이다.

왜 이 책을 평생을 걸쳐 써야 했는지 다음 저자연구에서 파헤쳐보고 싶다. 24세에 시작하여 81세까지 썼다고 하니 58년을 쓴 셈이니 이유가 궁금해진다.

 

10. 괴테는 모든 욕망이 불타오르는 거인 파우스트를 통해서 파우스트가 아니라 인간 전체에서 선출된 대표적 인간 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향상하려는 인간, 이 같은 인간은 결코 멸망을 가져서는 안 되며, 구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괴테가 우리에게 보여 주는 파우스트는 한 개성의 전개 발달 역사가 아니며, 인간성 일반에 대한 괴테의 해석이며, 동시에 자연과 신에 대한 견해를 말해주는 것이다.

 

10. 괴테의 <파우스트>는 한 인간이 신을 파악하고 신을 파악함으로써 세계를 이해하고, 그 세계 속에서 가장 참된 의미에서 하느님의 의지에 부합되는 보람 있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인간을 그려 보려고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의도에서 악마와의 결탁은 참된 생활을 해 보려는 한 수단에 지나지 아니하며, 수단이기 때문에 멸망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여기서 괴테의 파우스트는 비로소 하느님의 구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10.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서 그의 청년기에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경험과 시대와 더불어 그 당시의 문화사상의 모든 사실을 예술적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10. 괴테가 파우스트 전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티나니스무스(거인주의)이다. 모든 것을 지니고 우주의 근본에 가까이 가려는 동경과 노력인 것이다. 여기에 따르는 모든 타락이나 향락, 절망 같은 것도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파우스트는 구제받게 된다.

 

10. 괴테가 어떠한 근본 이념으로 파우스트를 썼는지를 나타낸 것이 바로 <천상의 서곡>이다. 여기서 만물의 가 라파엘, 가브리엘, 미하엘의 삼대천사를 부려서 통치하는 전 우주는 하나의 통일체로서 이해되고 있으며, 만물은 시초 당시와 조금도 다름없이 숭고하고 엄숙하다. 그러나 모든 질서와 조화와 변화의 근본 원리는 천사도 모른다.

 

11. 인간의 활동은 너무나 쉽사리 이완하며 인간은 무조건 안락을 취하려 한다. 그래서 인간을 자극하고 향상시키기 위하여 인간의 이성을 조소하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끊임없이 향상하려는 인간 파우스트를 맡기는 것이다.

 

11. 인간은 향상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은 헤매나 지상 생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한층 더 높은 생명의 목표를 자아 안에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 생활은 지상에서의 인간의 요구만으로는 지배될 수 없으며 우주의 주, 자연의 원리에 맞는 것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깨끗한 경지로 구제될 운명을 지니고 있다. 또 인간이 가진 고유의 본성에는 파우스트적인 것과 메피스토펠레스적인 것이 있어 결국에는 파우스트적인 것이 승리를 거둔다.

마치 성선설과 성악설을 보는 것 같다. 내 생각은 성선설에서 태어나 성악설로 바뀌어 가다가 마지막에는 성선설로 돌아가는 순환설이다.

 

드리는 말씀

 

31. 행복에 눈이 어두워 아름다운 시간을 잃고 내 앞에서 사라져 간 좋은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 본다.

 

무대에서의 서연

 

33. 단장 어떻게 모든 것을 새롭고 신기하고,

게다가 뜻 깊고 마음에까지 들게 할 수 있겠는가?

 

34. 시인 황홀하게 번쩍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서 태어난 것이고,

참된 것은 후세에까지도 길이 남는 법입니다.

 

34. 어릿광대 제발 그 후세란 말만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가령 나 같은 것이 후세를 운운한다면

도대체 그 누가 이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나요?

 

36. 단장 여자들은 화려하게 단장한 제 꼴을 구경시켜 주며

보수도 안 받고 연극을 함께 해주는 셈이지.

도대체 그대는 그대들 시인의 천국에서

무슨 꿈을 꾸고 있단 말인가?

 

37. 시인 세계를 자기 심장 속에 다시 잡아 들이는 화음의 힘이 아닐까요?

 

39. 시인 그때 나는 아무것도 갖지 못했지만

진리에 대한 충동과 환상을 즐기는 마음에 충만했지요.

그때 억제할 수 없던 충동과 그 깊은 고동에 가득찬 행복을,

그 증오할 수 있는 힘과 사랑의 위력을,

나의 청춘을 나에게 돌려 주시오.

40. 단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대들도 알다시피

독한 술을 마시고 싶다는 것이라오

, 주저하지 말고 어서 빚어 달란 말입니다.

오늘 안 된 일이 내일 될 리 없지요.

하루라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오.

마음을 결정하고 우선 될 수 있는 것부터

과감하게 머리채를 휘어잡아야 하오

 

41. 단장 그리고 결심한 이상 놓쳐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할수 없이 일은 끌고 나가게 마련이고,

알다시피 우리 독일의 무대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볼 수가 있단 말입니다.

41. 단장 천국에서 이 지상을 지나 지옥에까지 사건을 끌어가 보게

 

43. 메피스트펠레스 물론 웃음 같은 것은 잊으신 지가 오랜지 모르겠습니다만요.

태양이니 천지니 하는 것은 저도 모릅니다.

제 눈에 띄는 것은 오직 인간들이 고생하는 꼴뿐입니다.

 

44. 내게 할 말은 그 말뿐인가?

늘 못마땅하다는 소리만 하러 오는 것인가?

지상에는 그대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곤 영원히 하나도 없단 말인가?

 

44. 메피스트펠레스 인간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하도 딱해서,

저 같은 놈까지도 그 불쌍한 놈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 옛날도 사는 자체가 고통으로 인식했나 보다.

 

44. 그는 지금 혼돈 속에서 나를 섬기고 있지만

내 머지않아 그를 맑고 밝은 곳으로 인도하리라.

 

45. 인간이란 노력하는 동안에는 헤매느리라.

이또한 주의 시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왜 자꾸 인간을 시험하나. 실험대상인가.

 

45. 그 영혼을 그자의 근원에서 떼어 내어,

만일 그대가 잡을 수만 있다면,

그를 유혹해서 너의 길로 끌어 내려 보아아.

그리고 네가 다음과 같이 실토를 하는 날에는 무안해질거다.

착한 인간은 설혹 어두운 충동에 휩쓸릴지라도,

올바른 길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인간을 창조하고 인간을 너무 모르는 처사가 아닌가.

 

45. 메피스트펠레스 제가 목적을 달성하는 날에는

가슴이 터져라 만세 부를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놈에게 쓰레기를 처먹이겠습니다. 그것도 신이 나서 먹게 해야죠.

바로 저의 아주머니인 저 유명한 뱀처럼 말씀입니다.

 

45. 나는 한 번도 너의 무리들을 미워한 적이 없다.

미워해야 되고 그들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닌가. ? 인간을 시험하려고?

 

46. 인간의 활동은 너무나도 이완하기 수비고,

자칫하면 무조건 휴식을 좋아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친구를 붙여 주어,

그들을 자극하고 정신차리게 하며 악마의 일을 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너희들 참된 신의 아들들아.

이 생생하고 풍성한 아름다움을 즐기도록 하라.

영원히 살아서 움직이는 생성의 힘이

사람의 부드러운 울타리로 그대들을 둘러싸듯이

변하하며 떠도는 현상을

끊임없는 사상으로 잡아매어 두도록 하라.

악마가 있는 당위성을 설명한다.

 

46. 메피스트펠레스 그래서 나도 의가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있지.

악마인 나한테까지 저렇게 정답게 말해 주다니.

대단한 영감이란 말야. 기특한 일이지.

 

비극 제 1

 

48. 파우스트 ! 이제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게다가 신학까지

열성을 다하여 속속들이 연구를 했다.

그런데 나는 이처럼 가련한 바보구나.

그렇다고 전보다 더 현명해지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석사니 박사니 하면서 그럭저럭 10년 동안이나

학생들의 코를 쥐고 아래위로 이리저리 흔들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나도 몰라도 되니 이렇게까지 해봤으면 좋겠네.

 

48. 파우스트 그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타 버릴 것만 같다.

하긴 나도 박사니 석사니 저술가니 목사니 하는 따위

온갖 바보들보다는 그래도 나을는지 모른다.

나는 회의나 의혹으로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지옥도 악마도 무섭지 않다.-

그 대신 나는 모든 기쁨을 빼앗기고 말았다.

제법 알아야 할 것을 알고 있다는 자부심도 없거니와

인간을 선도하고 개심시키기 위하여,

무엇을 가르칠 만한 자신도 없다.

 

49. 파우스트 그렇다고 재산이나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 명예나 영화도 갖지 못했다.

나는 영혼의 힘과 말을 빌어 여러 가지 비밀이 계시되지나 않을까 해서

이 몸을 마술에 맡겨 보았다. .....

이 세계를 그 가장 깊은 마음에서 통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란 것을 알 수 있고

 

50. 파우스트 좀이 쓸고 먼지투성이인 채 드높은 천장까지 쌓인 책에는

그을린 종이 조작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

그리고 어째서 알 수 없는 고통이

너의 모든 생명의 충동을 방해하고 있는가를 의심하느냐?

신은 인간을 살아 있는 자연 속에 만들어 넣어 주셨는데

너는 그을음과 곰팡이 속에서 짐승과 사람의 해골에 싸여 있단 말이냐!

, 도망하거라! 넓은 세상으로 뛰어나가거라!

 

51. 파우스트 나의 五官을 쑤시고 흐르는구나!

나는 젊고 성스러운 생의 행복감이 새로이 타오르며 신경과 혈관 속으로 흐르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설레이는 내 가슴을 진정시켜 주고, ......

이제 비로소 나는 그 옛 성인의 말씀을 깨닫는다.

영의 세계가 닫힌 것이 아니라, 그대의 의식이 막히고 그대의 심장이 죽었노라.

 

54. 초인인 네가 그 무슨 가련하기 짝이 없는 공포심에 사로잡혔단 말이냐!

 

55. 파우스트 신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내가 아니냐!

그런데 너조차도 닮지 않았다니!

 

55. 바그너 저도 그런 낭독술을 배워 득을 봤으면 합니다.

요즘엔 그것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으니까요.

저도 낭독에 관해 칭찬이 자자하다고 자주 들었습니다만,

뭐 배우도 목사의 스승 노릇을 할 수가 있다더군요.

 

56. 파우스트 자네가 진정으로 느끼고 마음에서 우러나와

강력한 흥미를 가지고 모든 청중의 심금을 찌르지 못하면

자네가 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을 것일세. .....

남의 잔칫상 찌꺼기나 주워 모아 잡탕이나 만들고,

긁어모은 쥐꼬리만한 한 자네 자신의 잿더미로

초라한 불이라도 불어서 일구어 보게나. .....

그러나 진정 자네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사람들의 마음을 지르지 못할 것일세.

 

56. 파우스트 분수에 맞는 성공을 바라게나.

종만 울리는 바보는 되지 말게,

두뇌가 있고 마음만 곧으면, 재주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절로 나오는 법일세.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면

말투를 꾸미려고 애쓸 필요가 있나.

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진정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거짓은 설 자리가 없다.

 

57. 파우스트 자네들의 연설이란 인생의 휴지들을 꾸겨서

장식으로 삼은 듯, 번쩍번쩍 빛은 나지만, 가을에 가랑잎 사이로 살랑거리며 부는

축축한 바람처럼 불쾌한 것일세.

 

57. 바그너 아아! 예술은 길고 인생을 짧습니다. .... 비판적 연구에 종사하고 있노라면

가끔 제 머리와 가슴이 불안에 가득 찹니다.

근원에까지 가기 위한 방법을 터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길을 반도 채 가기 전에

아마 불쌍한 인간은 죽어 버릴 것입니다.

연구원을 하고 있는 나와 같구나. 불안이 가득하다. 그래도 잘 할수 있겠지. 한사람씩 자기만의 문체를 가져가고 있다. 그러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57. 파우스트 그런 고서 따위가 그래 한 모금 마시면

그것이 갈증을 영원히 가셔 주는 샘물이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것이 자네 자신의 영혼에서 솟아나지 않는 한

시원한 생기는 얻지 못하는 법일세.

파우스트는 다 읽어봤기 때문에 이런말을 할수 있지 않을까? 그럼 우리가 할수 있는 뭐가 있다는 말인가. 그냥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57. 바그너 그러나 모든 시대 정신 속에 자기를 옮겨 놓아,

현명한 선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살피고,

마침내는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훌륭하게 발전시켰는가를

살피는 것도 역시 지극히 즐거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57. 파우스트 지나간 시대란 우리에겐 일곱 겹으로 봉한 책이란 말일세

자네들이 시대의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결국 선생들 자신의 정신 속에

모든 시대가 반영된 것일세. 그래서 정말 딱한 일이 자주 일어나지!

 

60. 파우스트 우리들의 행위 자체가 우리들의 고난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것이다. .....

우리가 이 세상의 부귀 영화에 도달하면,

더욱 높은 영적인 것을 허망이고 망상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한 아름다운 감정도

속세의 붐비는 혼란 속에서는 굳어 버린다.

 

그러면 마음속 깊숙이 시름이 깃들고,

그곳에 남 모를 고뇌를 빚어 내어

불안에 몸부림치면 즐거움과 안식을 어지럽힌다.

이런 시름은 항상 새로운 탈을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

너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 일 때문에 겁을 내고

결코 잃어버릴 리가 없는 것을 잃을까 언제나 걱정해야만 한다.

나는 신과 닮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61. 파우스트 내가 닮은 것은 쓰레기 속에서 꿈틀대는 구더기다.

쓰레기 속에서 살찌며 목숨을 이어나가다가

길 라는 사람에게 밟혀 죽어 묻혀 버릴 뿐이다.

 

그리고 자연이 우리에게 계시하지 않은 것을

지렛내다 나사로 억지로 열어 보려 한들 무슨 소용이랴.

내게는 아무 소용 없는 낡은 도구들이여.

너희들은 내 부친이 사용했기에 여기 있는 것이다.

 

63. 파우스트 비좁은 문턱에서 지옥의 불길이 타오르는 그 통로로 과감하게 돌진해서.

설혹 허무 속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더라도 명랑하게 그 첫걸음을 내디딜 결의를,

행동으로 증명하려면 지금이 그때다.

 

65. 파우스트 그런 세계로는 감히 나는 들어가지 않으련다.

하지만 저 노랫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젖었던 것이기에

지금도 나를 삶의 속으로 다시 불러들이는구나.

옛날에는 엄숙한 안식일의 고요 속에서

천상 사람의 입맞춤이 내리덮였다.

그 시절엔 넘쳐흐르는 종소리가 듬뿍 여운을 남기고 울리며,

기도는 그대로 열정적인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사랑스런 그리움에 끌려서, 나는 숲과 들을 헤매었다.

한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위해 하나의 세계가 나타난 듯 느꼈던 것이다.

 

67. 세 번째 견습공 난 남들이 가는 대로 따라가겠네

 

72. 파우스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흐뭇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다.

여기서는 나도 인간이다. 여기서는 나도 인간다워질 수 있다.

 

75. 일동 위대한 선생님께서 길이길이 장수하셔서 오래도록 인명을 구해 주시기를!

보통사람이라면 이런 생활에 만족할 것인데. 보통 인간이 아니기에.

 

76. 바그너 선생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시니, 기분이 얼마나 좋으시겠습니까?

자기의 재능으로 이렇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사람은, 진정 행복하리라 생각합니다.

 

76. 파우스트 여기서 나는 가끔 생각에 잠긴 채 홀로 앉아 기도와 단식으로 내 몸을 괴롭혔네.

희망에 부풀고 신앙에 매여 눈물을 흘리고 한숨을 짓고 손을 비벼대며, 그 흑사병을 근절시켜 주십사고

하늘에 계신 주님께 애원했네.....

 

77. 파우스트 나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이는 하나도 없었지.

그와 같이 우리는 터무니없는 탕약을 가지고 이 근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흑사병보다 더 해독을 끼치며 날뛰었네.

나 자신 그 독약을 수천 명에게 주어, 그들은 말라 죽었는데 나는 이렇게 살아남아서

파렴치한 살인자가 칭찬을 받게 되었네.

 

78. 파우스트 이 미궁의 바다에서 헤어날 수 잇다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자는 얼마나 행복하랴.

우리는 모르는 것을 반드시 필요로 하며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는 것이다.

 

79. 파우스트 나에겐 새로운 충동이 일어나고,

여신의 영원한 빛을 들이마시려고 여전히 쫓는다. ...... 마음의 날개는 하늘을 날아도,

육체의 날개가 쉽게 어울려 주지 않는구나.

 

79. 바그너 한 권 한 권, 한 장 한 장, 책을 읽는 정신적인 기쁨은 얼마나 다릅니까?

.... 그 소중한 양피지 책을 펼치고 있으면 천국이 온통 당신에게로 온 듯 느끼실 겁니다.

바그너가 꼭 나와 같은 운명처럼 느껴진다.

 

80. 파우스트 자네는 오직 한 가지 충동만을 알고 있네. 또다른 하나의 충동은 모르고 지나게나! ...

... 대기 속에 영이 떠돌고 있다면 황금빛 안개 속에서 내려와

나를 새롭고 찬란한 삶으로 인도해 다오!

그렇다, 하다못해 마법의 외투라도 내게 있어서 그것이 나를 다른 나라로 데려다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게는 어떤 값진 의상보다도 아니 제왕의 어의보다도 값진 것이 되련만.

 

81. 파우스트 자네는 저 새싹들과 그루터기 사이를 배회하는 검은 개가 보이나?

 

81. 파우스트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저놈이 지나간 자리에는, 봄꽃이 소용돌이치며 따르고 있네.

내가 보기에는 장차 인연을 맺으려고. 우리들 발에다 눈에 띄지 않는 마법의 올가미를 치고 있는 것 같네.

 

84. 지식과 학문에 절망하여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고자 하는 파우스트가 서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85. 우리는 초자연적인 것을 아끼는 것을 배우고, 또한 신의 계시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 같은 계시는 신약 성서에 나타난 것보다도 존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없느니라.

내 사랑하는 독일어로(그리스어독일어)

은근슬쩍 자기나라 얘기를 꺼낸다.

 

86. 파우스트 태초에 말씀이 있었느니라.나는 이 대목에서 벌써 막히고 만다. 누가 나를 도와 앞으로 나아가게 할수 없을까.

신과 종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닐까.

 

86. 파우스트 경솔하게 붓을 휘둘지 않기 위하여 첫 구절을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

.... “태초에 행동이 있었느니라.”

 

87. 파우스트 이런 짐승을 대하려면, 우선 사대원의 주문이 필요하다.

불의 요정 샐러맨더여, 타거라.

물의 요정 운디네여, 굽이쳐라.

바람의 요정 질페여, 사라져라

흙의 코발트여, 수고하라.

이런 표현이 나오기 위해 60년이 걸린 것인가. 4대 원소.

 

90. 메피스트펠레스 항시 악을 원하지만, 그러나 항상 선을 행하는 그런 힘의 일부분이오.

 

91. 메피스트펠레스 어리석은 인간은 자기를 소우주라고 하고, 흔히 자기를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 놈은 처음에는 일체였던 것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지요.

빛을 낳은 어둠의 일부분이지요.

그렇네. 가만 생각을 해보면 빛은 어둠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91. 메피스트펠레스 그 교만한 빛은 이제 와선 모체였던 밤을 상대로 해묵은 지위와 공간을 서로 빼앗으려고 하지만, 그러나 될 일이 아니지요. 제 아무리 몸무림 쳐 봐도

빛은 물체에 묶여 떨어지지 않으니 별 수 있소.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와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그러나 물체는 빛의 진로를 막아 버리지요. 그러니까, 오래지 않아 빛은 물체와 더불어 멸망하고 말 것이오.

 

92. 메피스트펠레스 기왕에 얼마나 많은 놈들을 파묻었는지 모르겠소!

그런데 여전히 새롭고 싱싱한 피가 순환하고 있단 말에요. ...... 공기 속에선 물, 땅속에서

오만 가지 싹이 터져 나오거든요.

메마른 곳, 습기찬 곳, 따뜻한 곳, 그리고 추운 곳에서도 말이에요.

그 불이란 놈을 내가 잡아 두지 않았던들 내세울 특수한 무기조차도 없을 뻔했지요.

 

93. 메피스트펠레스 악마나 귀신에게도 규칙은 있어서, 들어온 곳으로 나가게 마련입니다.

들어올 때는 자유지만 나갈 때는 제한을 받습니다.

 

94. 파우스트 지옥에도 규칙과 법이 있단 말인가? 그것 됐구나. 그러면 자네들 신사제군과 적당한 계약을 할 수 있겠군.

 

94. 메피스트펠레스 약속한 것은 몽땅 드릴 수 있지요. 깎거나 치사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99. 메피스트펠레스 그리고 모든 속박을 떨치고 자유롭게, 인생이 어떠한지 체험해 보시구료.

 

99. 파우스트 어떤 옷차림을 하든 이 비좁은 지상 생활의 괴로움은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놀고 먹이에는 너무 늙었고 아무런 욕심도 내지 않기에는 아직 너무도 젊다. 세상이 대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곤란을 참아라, 없는 대로 만족하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인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의 욕심은 그러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것만 주면 만족하겠다고 하지만 결국은 계속해서 원하는 것이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처럼

 

99~100. 파우스트 나는 아침마다 눈을 뜰 때 공포만을 느낀다. 오늘 해가 지기까지

한 가지 소원조차 이루어질 수 없고, 모든 쾌감의 예감까지도 고집 센 세인들의 시비로 부서지고,

나의 넘치는 가슴의 창조력도 온갖 추악한 세상에 의해서 방해받을 것을 생각하면

나는 쓰라린 눈물을 흘리며 울고 싶어진다.

그래도 나의 하루 두시간 확보는 계속되어야 한다.

 

100. 파우스트 내 가슴 속에 살고 있는 신은

나의 가장 깊은 마음의 밑바닥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는 있지만 나의 온갖 힘을 지배하는 이 영은

외부의 것은 하나도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겐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무거운 짐이 되고 죽음만이 바람직하고, 삶이란 그저 저주스럽기만 하다.

 

101. 파우스트 유혹과 농락으로, 눈속임과 감언이설로

이 슬픔의 동굴인 육체 속에다 나를 가두어 두는 일체의 것을 나는 저주한다.

우선 인간의 정신이 저 스스로를 잘났다고 하는 오만불손한 마음을 나는 저주한다.

육체든 정신이든 동굴에 갇혀 있다. 동굴 밖에 새어나오는 어렴풋한 빛을 나는 찾아갈 것인가. 그냥 동굴속에서 안주할 것인가. 나는 이제는 명확하다.

 

103. 메피스트펠레스 아무리 졸렬한 인간이라도, 어울려 보면

당신도 인간은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103. 파우스트 악마는 이기주의자니까! 남에게 이로운 일을 그렇게 쉽사리 공짜로는 안 할걸.

똑똑히 조건을 말해 주게. 그런 하인배는 자칫하면 해를 집안에 끌어들이기 쉽지.

 

103. 메피스트펠레스 그럼, 이 세상에서는 내가 당신 시중을 들지요. ... 저승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당신이 같은 일을 내게 해 주면 됩니다.

 

104. 파우스트 저승 같은 것은 나는 염려하지 않네. 자네가 이 세상을 산산히 부숴 버린 다음 어떤 세상이 생겨 나와도 상관없지.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은 솟아나오며, 이 태양만이 나의 고뇌를 비쳐 줄 뿐일세. 내가 그것들과 헤어진 뒤에는 무엇이 어찌 되든 상관이 없네.

저 세상에도 사랑과 미움이 있는지, 그 세상에도 상하의 구별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이야긴 듣고 싶지도 않네.

 

104. 파우스트 숭고한 노력을 잊지 않는 인간의 정신을 자네들 따위가 이해한 일이 있었는가?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숭고한 희생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이해를 결코 이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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