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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2일 01시 15분 등록

 1970년 98세로 영면하다. 장수했다. 파이프 담배를 들고 찍은 사진이 많다.  발자크는 하루에 커피를 50잔 마셨다고 한다. 창조하는 사람은 작업할 때, 애용하는 기호나 식품이 하나씩은 있다. 나도 커피를 좋아하는데, 글 쓰면서 홀짝 거리지 않으면 잘 안된다.  699천원짜리 넷북을 살까 고민중인데, 생각해 보니 커피만 끊어도 충분히 구입한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저서를 한 권 읽었다.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할려면, 대표작과 에세이 혹은 자서전 정도는 읽어야겠다. 3D영화는 카메라 두대로 촬영한다. 각각의 눈으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보기에 입체적이다. 책 한권만으로는 저자에 대한 평을 내릴 수 없다.  '행복의 정복'은 서점에 갈 때마다 눈에 띄었다. 지금 읽지 않으면 평생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아무 생각없이 구입했다.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한것 치고는, 상당한 보물이다. 당신도 읽어보라.

'서양 철학사'와는 달리 읽기 편하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행복해질려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00년전 쓴 글인데도, 현세에 말하듯 낭랑하다. 옆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내가 고민하는 것들, 이를테면 '내부로만 향하는 기질, 외부에 대한 무관심, 용기 없음, 두려움에서 생긴 피로, 자기연민의 원인과 해결방법'까지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철학이란 인간 삶에 대한 학문이고, 러셀은 어떻게 생을 살아야 하는 지 알았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권해주고 싶은 도서 리스트를 작성한다. 이 책도 리스트에 포함한다.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면, 권해주고 싶다.  고등학생이 되면, 자의식이 형성되어, 자리 잡는다. 건강한 자의식을 가졌다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외부에 더 관심을 갖는다. 역설적으로 강한 자의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타인에게 비추어질까? 혹은 지금 행동이 타인에게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에 걱정하지 않는다.  외부에 에너지를 집중할수록, 자신의 자아도 강해지고 건강해진다.

거꾸로 자신에게만 주의를 집중할 때, 자아는 유리처럼 약해진다. 약한 외부의 충격에 처참히 바스라진다. 알 수 없지만, 인간은 그렇게 프로그램되었다. 직접적으로 자신만을 위한다면, 오히려 비참해진다. 현명한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개인을 자신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기업은 개인이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도록 마켓팅 전략을 세운다. 타인과 비교하고, 내 소유물이 별 볼일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면 성공이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한결같이 나약하다. 자기만의 상상에 빠져서, 현실로 헤쳐나오지 못한다. 미디어와 기업의 목적은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로 만드는 것이다. 무언가 의존하고, 소유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러셀은 평화운동, 반핵운동, 미국의 베트남 정책 비판등 왕성하게 활동한다. 위인들의 삶은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이 역량은 말할 것도 없고, 뛰어난 실력으로 외부의 공헌에 초점을 둔다. 특히 1차 세계대전 평화운동때는 대학에서 쫓겨나고, 투옥되기도 한다. 그의 전체 인생과 명성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인간에게는 직장을 잃고, 감옥에 간다는 것은 불쾌함을 넘어 두려운 일이다. 6개월간 감옥에 있는데, 순간 순간이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이런 말을 한다.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

용기를 내서 두려움을 직시할 때, 두려움은 사라진다. 두려움에 익숙해지는 것이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이다. 러셀은 자기 생각을 저술로만 끝내지 않고 실천하고, 외부에 영향을 주고자 애썼다. 서양철학사는 엄청난 책이다. 자료만 모으고, 아는 것이 많다고 이런 책을 집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침없는 필력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실천과 경험, 용기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갑자기 한비야 처럼 살 수는 없다. 더 관심을 가지자.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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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지원하기를 잘했다. 지원하지 않았으면, 이 책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고, 방대하고 두껍다. 산 하나를 넘었다.

단행본 한권 분량을 발췌하다. 마침표를 찍었을때는 내가 탈고한냥 뿌듯했다. 필사를 하면, 저자의 영혼에 빙의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쓰면서 마라톤 열심히 한다. 마라톤으로 체력을 다지기 위함이지만, 마라톤이 문체에 영향을 준다. 그의 글은 문장 하나 하나가 단단하다. 마라톤을 하면, 몸의 칼로리뿐만 아니라 글에도 군더더기가 떨어진다. 작가는 글만 써서는 안된다. 러셀도 글 쓰면서, 자기 생각을 열심히 실행에 옮겼다. 책만 보면, 글이 뜬다.

모 기업에서 인재를 이렇게 말한다. '인재란,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체계화할려고 노력한다' 무형의 경험을 결정체로 만들기 위해서 글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인재상이다. 장사를 하면서, 글 쓴다는 계획에 희망적이다. 장사꾼 중에는 글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글 쓰는 사람중에 장사하는 사람은 없다. 시장도 밝다. 장사하는 사람은 앞으로 늘어난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는 더 커진다. 이런 부푼 희망은 책을 보면 생긴다. 책은 직접 말하지 않는다. 내 안에 무언가를 건들 뿐이다.

뇌에 땀이 날 정도로 베낀다. 책을 읽을수록, 지식 습득은 독서의 목적이 아닌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타인의 글을 읽는다. 자료를 모은다는 의미와는 또 다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는 속담이 있다. 책을 읽으면, 그 책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소위 책에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지식이나 정보는 촉매제로써 나를 활성화한다. 결국 길은 내가 찾는 셈이다.

정보만을 보았을 때 1000페이지 분량에서, 어느 정도 얻었는지 잘 모르겠다. 서양철학에 대한 배경지식 조금과 생소한 이름에 익숙해졌다. 나머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고, 생업으로 닭한마리를 판다. 훗날, 자식이 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할 때, 쇼펜하우어와 헤겔과 니체에 대해서 물어보면 당황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학생때 물어보면,  알아서 찾아보라고 하셨다. 밑도 끝도 없이, 책이나 사전 찾아보라고 말씀하시고 끝이다. 적어도 난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으니 헤메지 말고 그것부터 찾아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생활이 조금 나아졌다. 정보가 아니라, 1000페이지라는 분량때문이다. 소설책 빼고, 1000페이지 되는 책을 읽은 적이 없다. 깊게 읽었기에, 나에게 깊이 들어간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가 더 분명해졌다. 손가락으로 책을 읽으면, 현실과 미래를 매듭짓는 효과가 있는듯 하다. 현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그 방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난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고민이었다. 글쓰기에도 여러가지 방법론이 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는 방법론이 많다. 문제는 그 많은 방법중에 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1000페이지가 넘지만, 서양철학사라는 흐름을 담기에는 무리다. 이 한권의 책으로 심층적인 지식을 얻기는 어렵다.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자기 지식을 정리하기에는 알맞다. 이럴 경우에는 고리타분한 책이 될 소지가 크다. 나라면 좀더 풀어서, 더 방대하지만 쉽게 편집하겠다.

구성을 이야기하자면, 인물을 말하기 전에 해당 인물의 역사적 배경을 언급한 것은 좋다. 러셀도 말했듯이, 어려운 작업이다. 간략하게 말하면 안하니만 못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적절한 양의 균형점을 맞추는 것도 러셀의 역량이다. 그이기에 가능하다. 시대별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단조롭지만, 무난하다. 나도 이런 방식으로 책을 쓰겠다.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을 쓸때 목차를 반드시 먼저 잡아야하는가?이다. 스티븐 킹은 글을 쓸 때, 상황에서 시작한다. 주제를 잡지 않는다. 소설은 현실 다워야 하고, 현실은 주제에 따라서 돌아가지 않는다. 상황을 설정하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작위적으로 보인다. 인간의 내면은 형식도 없고, 형태가 없다. 책은 에너지인데, 임의적으로 틀을 만들어서 그에 끼워맞추는 것이 옳은가? 의문이다.

책을 쓸 때.어떻게 구성을 할것인가? 묻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기다. 300페이지 단행본 한권이면, 10포인트로 A4 100매 분량이다. 이 지면을 채울 수 있는 역량과 에너지가 내게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없다면, 역량을 키운다. 경험을 더 하거나, 공부가 더 필요하다.

IP *.129.20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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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마음
2010.02.22 07:40:51 *.53.82.120
'책만 보면, 글이 뜬다'

2주차 과제를 하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거 였나봅니다.

적당한 높이에서 꾸준히 저공비행하시는 내공
닮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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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10.02.22 08:55:56 *.108.50.152
전에 짧은 글을 주로 올릴 때에는
순발력만 있는줄 알았더니,
서양철학사 발췌 타이프한 분량 보고는,
뚝심도 있다는 것을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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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0.02.23 00:58:57 *.53.229.15
우아.. 구체적으로 써주시니까 이해가 참 잘 되네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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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10.03.10 21:44:34 *.67.223.107
"필사를 하면 저자의 영혼에 빙의된다. "
"마라톤이 문체에 영향을 준다."

어느 곳인가를 무찔러 들어오는 글귀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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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23:05:43 *.216.25.172
명쾌해 보입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에 생업으로 닭한마리를 파시는 살아감이
전혀 비루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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