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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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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3일 03시 34분 등록

[북리뷰 9] 사기열전 史記列傳

 

1. 저자에 대하여

 

사마천, 그도 결국 죽었다. 그의 굴욕과 아픔도 같이 묻혔다. 하지만, 그의 책은 잊혀질뻔한 삶들을 기억하게 하였고, 억울한 죽음들을 다시 살려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신도 영원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史記, 그의 책에서는 피비린내가 난다. 역사란 그런 것인가. 한 줄 문장에 너무도 많은 목숨들이 베어지고, 저잣거리에서 찢겨 나간다. 왕의 한 마디에, 주인 잘못 만나서 너무도 쉽게 죽어갔다. 사는 이야기는 결국 죽는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시도 때도 없는 전쟁터엔 천하의 죄 없는 사람들의 간과 쓸개로 범벅이 되고, 아버지와 아들의 해골이 나뒹구는 일이 헤아릴 수도 없다. 그렇게 많은 삶과 죽음들이 묻혀 지고, 또 잊혀져 갔다.

 

남자이면서도, 남자일 수 없다는 것.

죽음대신에 궁형을 선택한 사마천의 삶을 생각해 본다. 굴욕이니 치욕이니 하는 몇 마디 단어로 표현된 밋밋한 저자 소개 뒤에 감추어져 있을 그의 ‘한’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일천한 나의 짧은 경험으로 상상조차 가능한 일일까 싶지만, 남자로서의 자존심과 명예를 포기하면서도 선택한 그의 삶, 나라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과연 그에게 얼마나 절박한 소명이었을까. 단순히 아버지의 유훈 하나로만 가능한 일이었을까. 지난 주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물음이었다. 너는 얼마나 절박한가?

 

글쟁이가 되겠다고 나선 길에 서서, 나는 오늘 그의 위대함 뒤에 감춰져 있는 절박함을 뒤적이고 있다.

 

2. 가슴에 무찔러드는 글귀들

 

역자서문

한 술 더 떠서 도가 일파는 전쟁을 반대하고 무위자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에는 시대가 각박했고 혼돈에 차 있었다. p7

 

기본적으로 번역은 원전의 뜻을 자구 하나하나 따져 가며 번역하고 난 다음 그에 수반되는 전고나 논의의 근거를 찾아 다시 그것을 원전의 문맥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주는 독자가 원전을 읽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원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는 데 장애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각주가 사족이 되지 않으려면 그 활용이 적절해야 하므로 원전의 단어 하나 자구 하나를 우리말로 표현하는 데 온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p9

 

해제

중국 고대 역사서의 세 가지 편찬 체제인 편년체, 기사본말체, 기전체 가운데 기전체의 효시가 『사기』이다. 기전체는 본기와 열전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먼저 시대순으로 제왕의 언행과 행적을 중심으로 당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외교 등 중대한 사건을 서술하고, 제왕이나 제후를 보좌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마천은 자신이 기술하고자 하는 시대의 사회 구조와 그 내부의 발전상, 인물과 사건 및 제도 등 그 사회가 가진 제반 현실에 역사적 해석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사마천은 통사를 쓰면서도 자신의 시대인 한대를 다루었던 것이다. 사마천은 사료 해석에 충실하면서도, 역사의 발전적 흐름과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안목을 보여 주었기에, 이 책이 오늘날까지도 지혜로운 삶의 지침서로서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p13

 

아버지가 그의 손을 잡고서 반드시 역사서를 집필하라고 당부한 뒤 세상을 떠났다. p15

 

격동의 시대를 약 120여명이라는 비운의 인물을 통해 그려 냈으니 결국 사마천에게는 ‘비극’이야말로 아닌 게 아니라 시대의 표징이었던 셈이다. p19

 

사마천은 ‘열전’에서 인물에 대해 나열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그 인물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는 특징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p20

 

선을 행하는 자는 복을 받고, 그렇지 않은 자는 화를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도록 하려는 것이다. p21

 

사마천은 인물들의 개별적인 유형에 입각해서 자신을 포함하여 당대를 움직인 인물들을 재구성하고, 그런 근거를 그 이전의 경서와 제자서 뿐 아니라 민간의 구전에서도 취하는 유연성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사기열전』의 독특한 인물의 선택, 서술 방식은 역사는 결코 지배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p21

 

「혹리열전」에서 혹리 12명의 행적을 통해 한 무제의 정책의 무모함을 비판하면서 사마천은 법령이 늘수록 도둑이 느는 데는 이유가 있으며,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 혹독한 법령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p23

 

『사기열전』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다양한 해답을 제시한다. 사마천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리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겪는 고충을 거의 모든 인물이 똑같이 겪었음을 역사적 사실을 통해 말해 준다. p24

 

이러한 열전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사마천은 인간 사회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대립과 갈등, 배반과 충정, 이익과 손실, 물질과 정신, 도덕과 본능, 탐욕과 베풂 등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인간을 제시하고, 그런 갈등 자체가 인간이 사는 모습임을 강조한다. 『사기열전』을 생명력 넘치는 산 역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 본위의 역사를 읽게 만든 작가의 각고의 노력 덕분이다. p24

 

『사기열전』이 폭넓은 독자층을 끌어들이는 까닭은 ... 궁형을 당한 사마천의 세계관과 인생관 위에 개인적인 비극을 역사의식으로 승화시켜, 시대를 상다 간 인물을 조망해 나갔기 때문이다.... 일반 역사서와 달리 『사기열전』에 적잖은 주관적 서술이 보이는데, 사마천 자신의 사료 비판 능력과 어우러져 탄탄한 역사 서술 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p25

 

1. 백이 열전

천도天道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면서 인간사의 불공정한 여러 형태에 대해 회의를 품는다. 천도의 기본은 권선징악이지만 사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아 착한 사람이 재앙을 입고 나쁜 사람이 복을 누리는 게 세상의 이치理致라는 것이다. p59

 

요 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하자, 허유는 받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말을 들은 것을 부끄러워하며 달아나 숨어 버렸다. p61

 

공자는 말했다.

“군자君子는 죽은 뒤에 자기 이름이 일컬어지지 않는 것을 가장 가슴 아파한다.” p66

 

가의는 이렇게 말했다.

“탐욕스러운 자는 재물 때문에 목숨을 잃고, 열사는 이름을 얻기 위해 목숨을 바치며, 뽐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권세 때문에 죽고, 서민은 그날그날의 삶에 매달린다.” p66

 

2. 관 ․ 안 열전

환공은 옛 원수인 관중을 재상으로 삼았다. 관중은 사십여년 동안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방면에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여 환공이 춘추시대의 첫 번째 패자가 되는 데 크게 기여하여 춘추시대 최고의 군사軍師로 꼽힌다. p69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난하게 살 때 포숙과 장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익을 나눌 때마다 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곤 하였으나 포숙은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내가 포숙을 대신해서 어떤 일을 경영하다가 실패하여 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지만 그는 나를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다. 운세에 따라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세 번이나 벼슬길에 나갔다가 세 번 다 군주에게 내쫓겼지만 포숙은 나를 모자란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내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세 번 싸움에 나갔다가 세 번 모두 달아났지만 포숙은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자 규가 임금 자리를 놓고 벌인 싸움에서 졌을 때,(나와 함께 곁에서 규를 도운) 소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나 나는 붙잡혀 굴욕스러운 몸이 되었다. 그러나 포숙은 나를 부끄러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내가 자그마한 일에는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천하에 이름을 날리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포숙은 관중을 추천하고 자신은 그의 아랫자리에 있었다. ... 그래서 사람들은 관중의 현명함을 칭송하기보다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포숙을 더 찬미하였다. p72

 

3. 노자 ․ 한비 열전

공자가 주나라에 가 머무를 때 노자에게 ‘예禮’를 묻자 노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말하려는 그 성현들은 이미 뼈가 다 썩어 없어지고 오직 그 말만이 남아 있을 뿐이오. 또 군자는 때를 만나면 관리가 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다북쑥처럼 떠돌이 신세가 되오.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이 숨겨 두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고 나는 들었소. 그대는 교만과 지나친 욕망, 위선적인 표정과 끝없는 야심을 버리시오. 이러한 것들은 그대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소. 내가 그대에게 할 말은 다만 이것뿐이오.”

... “그러나 용이 어떻게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오늘 나는 노자를 만났는데 그는 마치 용 같은 존재였다.” p81-82

 

그러나 한비는 유세의 어려움을 알고 「세난」편을 매우 자세하게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진나라에서 죽어 자신은 [정작 그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p86

 

이런 것들이 유세의 어려운 점이니 마음속에 새겨 두어야 한다. 유세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아름답게 꾸미고 단점을 덮어 버릴 줄 아는 것이다. p88

 

“담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입니다.”

그 이웃집 주인도 아들과 똑같이 말하였다. 날이 저물자 정말 많은 재물을 잃었다. 부자는 자기 아들은 매우 똑똑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이웃집 주인을 의심했다. p89

 

예전에 정나라 무공은 호나라를 칠 계획으로 자기 딸을 호나라 군주에게 시집보내고 대신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내가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데 어느 나라를 치면 좋겠소?”

관기사가 대답했다.

“호나라를 쳐야 합니다.”

그러자 무공은 이렇게 말했다.

“호나라는 형제 같은 나라인데 그대는 어찌 호나라를 치라고 하시오?”

그러고 나서 관기사를 죽였다. 호나라 군주는 이 소식을 듣고 정나라를 친한 친구 나라로 여기고 공격에 대비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나라 군사들이 호나라를 습격하여 함락시켰다. ... 이는 안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어렵다는 뜻이다. p90

 

용이라는 동물은 잘 길들이면 그 등에 탈 수도 있으나, 그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어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유세하는 사람이 군주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으면 거의 성공적인 유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91

 

4. 사마 ․ 양저 열전

“군법에는 약속 시간에 대지 못하면 어떻게 하도록 되어 있소?”

군정이 대답했다.

“마땅히 베어야 합니다.”

....

“그는 왕의 사자이니 죽일 수는 없소.”

그러고는 그의 마부와 수레 왼쪽의 곁나무와 왼쪽 곁말의 목을 베어 전군에 본보기로 삼았다. p101

 

5. 손자 ․ 오기 열전

“약속이 분명하지 않고 명령에 숙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죄이지만, 군령이 이미 정확해졌는데도 군법에 따르지 않는 것은 사졸들의 죄이다.” p108

 

손무는 결국 두 대장의 목을 베어 군대 안에 돌려 보였다. 그러고는 그들 다음으로 왕의 총애를 받는 후궁을 대장으로 삼고 다시 북을 쳤다. p109

 

손무가 말했다.

“왕께서는 한갓 이론만 좋아하실 뿐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p109

 

어지럽게 엉킨 실을 풀려고 할 때는 주먹으로 쳐서는 안 되며, 싸우는 사람을 말리려고 할 때도 그 사이에 끼어들어 주먹만 휘둘러서는 안 됩니다. 급소를 치고 빈틈을 찔러 형세를 불리하게 만들면 저절로 물러날 것입니다. p111

 

한번은 종기 난 병사가 있는데 오기가 그 병사를 위해 고름을 빨아 주었다. 병사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는 소리 내어 울었다.

“당신 아들은 졸병에 지나지 않는데 장군께서 직접 고름을 빨아 주셨소. 그런데 어찌하여 그토록 슬피 소리 내어 우시오?”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 오공께서 우리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 준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가 적진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오공이 지금 또 제 자식의 종기를 빨아 주었으니 이 아이도 어느 때 어디서 죽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소리내어 우는 것입니다.” p116

 

나라의 보배는 임금의 덕행에 있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지 않습니다. 예전에 삼묘씨의 나라는 왼쪽에 동정호가 있고 오른쪽에 팽려호가 있지만 덕행과 신의를 닦지 않아서 하나라의 우 임금에게 멸망했습니다. p117

 

이 세 가지 점엣 당신은 모두 나보다 못한데 나보다 윗자리에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요?

전문이 대답했다.

“왕의 나이가 어려 나라가 안정되지 못하고, 신하들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며, 백성은 그분을 믿지 못하고 있소. 이런 때에 재상 자리를 당신에게 맡기겠소, 아니면 내게 맡기겠소?” 오기는 한참 동안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당신에게 맡기겠소”

전문이 말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보다 윗자리에 있는 까닭이오.” p119

 

오기는 달아나다가 도왕의 시신 위에 엎어졌다. 오기를 공격하던 무리가 화살을 쏘아 오기를 죽이자 도왕의 시신에도 화살이 꽂혔다. 도왕이 장례식이 끝나고 태자가 즉위하자, 영윤에게 오기를 죽이려고 왕의 시신에까지 화살을 쏜 자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도록 하였다. 오기를 쏘아 죽인 일에 연루되어 일족이 모두 죽은 자는 칠십여 집안에 이르렀다. p121

 

“옛말에 ‘실천을 잘하는 사람이 꼭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실천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손빈이 방연을 해치운 계락은 실로 절묘했으나, 그에 앞서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당하는 재앙을 막지는 못하였다. 오기는 무후에게 험난한 지형보다 임금의 덕행이 더 낫다고 말했지만, 초나라에서 그의 행실이 각박하고 인정이 없었으므로 목숨을 잃었으니 슬픈 일이구나!” p121

 

6. 오자서 열전

“나 역시 그곳으로 가더라도 끝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살기 위해서 나를 부르셨는데 가지 않았다가 나중에 원수도 갚지 못하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싫어서 가려고 한다. ”

“너는 달아나거라. 너는 아버지와 형을 죽인 원수를 갚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가 죽음을 맞이하겠다.” p128

 

초나라 법에 오자서 당신을 잡는 자에게는 좁쌀 5만 석과 집규라는 벼슬을 준다고 했습니다. [내게 욕심이 있었다면] 어찌 이까짓 백금의 칼이 문제이겠습니까?

어부는 끝내 칼을 받지 않았다. p130

 

나를 대신해서 신포서에게 사과하고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어 천리를 좇을 수 없었소.'라고 말해 주게. p135

 

월나라 왕은 아무리 힘든 고통도 잘 견뎌내는 사람입니다. 지금 그를 없애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 구천은 반찬 하나로 밥을 먹으며 문상과 문병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장차 그들을 요긴하게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 지금 오나라에 월나라가 있다는 것은 뱃속에 병이 생긴 것과 같습니다. p137

 

내 무덤 위에 가래나무를 심어 왕의 관을 짤 목재로 쓰도록 하라. 아울러 내 눈을 빼내 오나라 동문에 매달아 월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하라. 그러고는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 오자서의 시체를 가져다가 말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넣어 강물에 내던져 버렸다. p140

 

태사공은 말한다.

“원한이 사람에게 끼치는 해독은 정녕 심하구나! 임금이라도 신하에게 원한을 사서는 안 되거늘, 하물며 같은 지위에 있는 사라들끼리야 어떠하겠는가? 옛날에 오자서가 아버지 오사를 따라 함께 죽었다면 하찮은 땅강아지와 무엇이 달랐겠는가! 그는 작은 의를 버리고 큰 치욕을 씻어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겼으니 그 뜻이 참으로 슬프구나! p143

 

7. 중니 제자 열전

자화가 공자의 대답이 다른 것을 의아해 하며 물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같은 질문에 달리 대답하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염구는 머뭇거리는 성격이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용감하므로 제지한 것이다.” p152

 

자공이 물었다.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는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괜찮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도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다.” p160

 

그러자 전상이 화를 벌컥 내면서 말했다.

“당신이 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쉬운 것이고, 당신이 쉽다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어려운 것이오. 이처럼 일반적인 상식과 반대로 말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오?”

이에 자공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제가 듣기에 나라 안에 걱정거리가 있으면 강한 적을 공격하고, 나라 밖에 걱정거리가 있으면 약한 적을 공격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골칫거리는 나라 안에 있습니다. 저는 제나라 왕께서 당신을 세 번이나 봉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이뤄지지 않은 것은 대신들 가운데 반대하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 그래서 오나라를 치는 것만 못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오나라를 공격하여 이기지 못하면 백성은 나라밖에서 죽고, 대신들은 나라 안에서 그 지위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당신은 위로는 대적할 만한 강한 신하가 없어지고 아래로는 백성의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니, 왕을 고립시켜 제나라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게 됩니다.” p162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공자는 자하에게 말했다.

“너는 도에 힘쓰는 군자의 선비가 되어야지, 명성을 좇는 소인의 선비가 되어서는 안된다.”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 자하는 서하에 살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위나라 문후의 스승이 되었다. 그는 자식의 죽음을 너무 슬퍼하여 소리 높여 울다가 눈이 멀었다. p171

 

말에 실수가 적고 행동에 뉘우침이 적으면 벼슬은 그 가운데 저절로 얻어진다. p172

 

“나라에서도 이름이 알려지고 집에서도 반드시 이름이 알려지는 것입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명망이지 통달이 아니다. 대체로 통달한 사람은 질박하고 정직하여 의를 좋아하고, 남의 말을 잘 듣고 표정을 잘 살피며,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낮춘다. ... 그러나 명망 있는 사람은 겉으로는 어진 척하지만 실제 행동은 완전히 어긋나면서도 그러한 것에 물들어 조금도 의심 없이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나라에서나 집에서나 반드시 이름을 얻게 된다.” p173

 

“나라에 도가 제대로 시행되는데도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다만 녹이나 먹고 있고, 나라에 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데도 벼슬자리에 연연하여 녹이나 먹고 있는 것이 바로 부끄러움이라는 것이다.” p176

 

원헌이 말했다.

“내가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병들었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병들지는 않았습니다.” p176

 

안회가 죽었을 때, 안로는 집이 가난하니 공자의 수레를 팔아서 제사 지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잘났든 못났든 저마다 제 자식을 위한다. 그러나 내 아들 공리가 죽었을 때도 내관만 쓰고 외곽은 쓰지 못했다. 내가 수레를 팔아서 아들의 외곽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것은 내가 대부가 되어 수레 없이 걸어 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p179

 

“군자는 걱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우가 다시 물었다.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 군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마음속 깊이 살펴보아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

p183

 

번지가 인仁이란 어떤 것인가를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또 지智란 어떤 것인가를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을 아는 것이다.” p184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하는 임금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을 숨기는 것이 예이다.”

p187

 

8. 상군 열전

“의심스러워하면서 행동하면 공명이 따르지 않고, 의심스러워하면서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행동을 하는 자는 원래 세상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마련이며, 남들이 모르는 지혜를 가진 자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오만하다는 비판을 듣게 마련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미 이루어진 일도 모르지만 지혜로운 자는 일이 시작되기 전에 압니다.” p199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금을 주겠다.”

그러나 백성은 이것을 이상히 여겨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다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옮기는 자에게는 오십 금을 주겠다.”

어떤 사람이 이것을 옮겨 놓자 그에게 오십 금을 주어 나라에서 백성을 속이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고 나서 새 법령을 널리 알렸다. p202

 

상군은 달아나 변방 함곡관 부근의 여관에 들려 하였으나, 여관 주인은 그가 상앙임을 모르고 이렇게 말했다.

“상군의 법에 의하면 여행증이 없는 손님을 묵게 하면 그 손님과 관계되어 처벌을 받습니다.” 상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법을 만든 폐해가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구나.” p211

 

9. 소진 열전

소진은 길게 탄식하며 말했다.

“이 한 몸도 부귀해지자 친척들이 두려워하고 가난하면 업신여기는데, 하물며 일반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만일 나에게 낙양성 주변에 밭이 두 이랑만 있었던들 어찌 여섯 나라 재상의 인수를 찰 수 있었을까?” p238

 

즉시 연나라의 성 열 개를 돌려주십시오. 연나라는 이유 없이 성 열 개를 돌려받게 되면 틀림없이 기뻐할 테고, 진나라 왕도 자기 때문에 연나라의 성 열 개가 되돌려졌음을 알면 또한 틀림없이 좋아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원수를 없애고 돌처럼 단단한 친구를 얻는 길입니다. p241

 

10. 장의 열전

한편 소진은 조금 있다가 자기 사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의는 천하에서 현명한 인물이니 나는 그를 뛰어넘을 수 없네. 지금은 운이 좋아 내가 먼저 등용되었을 뿐이지. 진나라의 실권을 잡아 휘두를 사람은 장의뿐일세. .. 나는 그가 작은 이익을 탐내어 큰 뜻을 이루지 못할까 염려스러워서 일부러 그를 불러다 모욕을 주어 그의 뜻을 북돋은 것일세. 자네는 나대신 은밀히 그를 도와주게.” p267

 

‘소군이 살아 있는 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며, 소군이 있는 한 내가 감히 무엇을 할 수 있겠소.’라고 전해 주시오. 그 뒤 장의는 진나라 재상이 되어 격문을 써서 초나라 재상에게 알렸다.

지난날 내가 당신과 술을 마셨을 때 나는 당신 구슬을 훔치지 않았건만 당신은 나를 매질하였소. 이제 당신 나라를 잘 지키시오. 나는 당신 나라의 성읍을 훔칠 것이오. p268

 

싸울 때는 명분과 실속을 모두 얻어야한다

따라서 촉나라를 치는 것은 군사를 지치게 하고 백성을 고달프게 할 뿐 명분을 얻기에는 부족합니다. 설령 땅을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이 듣건대 명분을 다투는 자는 조정에서 다투고, 이익을 다투는 자는 저잣거리에서 다툰다고 합니다. p270

 

12. 양후열전

전국시대 중기 이후는 진나라가 동쪽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제후들을 잠식해 나가던 때이다. 진나라 무왕이 죽고 소왕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선태후가 섭정하고, 선태후의 동생 양후가 실권을 휘둘렀다. p331

 

이로써 합종 약속은 깨질 것입니다. 당신은 그렇게 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골라 하십시오. 당신이 땅을 얻기 위해 반드시 병력을 충돌시킬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옛 진나라 땅을 손에 넣고 싶으면 진나라 군사가 공격하지 않아도 위나라는 반드시 강과 안읍을 내 주고, 도로 통하는 남북의 두 길을 열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예전의 송나라 땅을 거의 차지하면 위나라는 반드시 선보를 내줄 것입니다. 진나라는 군사를 하나도 잃지 않고 천하를 제어할 수 있으니 무엇을 구한들 얻지 못하며, 무슨 일을 한들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p338

 

14. 맹자 ․ 순경 열전

사마천은 음양가와 도가의 학문이 사실상 근본이며 기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가의 위대한 두 스승 맹자와 순자의 사적에 관해서는 짧게 다루고 음양오행가와 도가에 대해서는 유가보다 상세하게 다루었다. p361

 

태사공은 말한다.

“나는 일찍이 『맹자』라는 책을 읽다가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구절에 이르러 책읽기를 멈추고, ‘아! 이익이란 진실로 혼란의 시작이로구나.’라고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 그래서 공자는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다.’라고 했던 것이다. p363

 

이윤은 솥을 짊어지고 요리사가 되어 은나라 탕왕에게 다가가서 힘을 다해 제왕의 일을 이루게 하였고, 백리해도 수레 밑에서 소를 치다가 목공에게 등용되어 목공을 천하의 우두머리로 만들었다. 이 두사람은 처음에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춘 뒤에 바른 길로 가게 했다. p367

 

빈객이 순우곤에게 이 말을 하자 순우곤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소. 내가 전에 왕을 만났을 때 왕은 말을 쫓아가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 다음에 만났을 때는 왕이 음악에 정신이 쏠려 있었소. 그래서 나는 말없이 있었소.” ... 그 뒤 순우곤이 혜왕을 만나 한 번 입을 열자 사흘 밤낮을 이어서 말했는데도 혜왕은 피곤한 줄을 몰랐다. ... 그는 평생 동안 벼슬하지 않았다. p369

 

15. 맹상군 열전

맹상군은 제나라 종실 대신인 전영의 서자로 빈객과 선비들을 좋아하였다. 그는 명성과 이익만을 좇았을 뿐이므로 인물 됨됨이는 볼 것이 없다. ... 이런 점에서 맹상군의 인물평가능력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사마천은 맹상군을 냉소적으로 보는 면이 없지 않으나 맹상군이 선비를 우대하는 모습에 대해서만은 꽤 우호적이다. p375

 

전영에게는 아들이 사십여 명 있었다. 그중 천한 첩이 낳은 문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5월 5일에 태어났다. ... “사람이 태어날 때 그 운명을 하늘로부터 받습니까? 아니면 지게문으로부터 받습니까?” 전영이 대답하지 않자 문이 다시 말했다.

“사람의 운명을 하늘에서 받는다면 아버님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그렇지 않고 우녕을 지게문에서 받는다면 지게문을 계속 높이면 그만입니다. 어느 누가 그 지게문 높이를 따라 계속 클 수 있겠습니까?” p379

 

맹상군이 설 땅에 있으면서 제후들의 빈객을 불러 모으자, 죄를 짓고 도망친 자까지 모두 그 문하로 모여들었다. 맹상군이 집의 재산을 기울여서 그들을 정성껏 대우하자 천하의 인물이 거의 다 모여들어 빈객이 수천 명이나 되었다. 맹상군은 신분이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신과 똑같이 대우해 주었다. p380

 

소대가 이렇게 말했다.

“나무인형이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너는 허물어질 거야.’라고 말하자 흙 인형이 ‘나는 원래 흙에서 태어났으니 허물어지면 흙으로 돌아가면 그뿐이지만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너는 어디까지 떠내려가야 할지 몰라.’라고 대답했습니다. p382

 

처음 맹상군이 좀도둑과 닭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을 빈객으로 삼았을 때, 다른 빈객들은 모두 같은 자리에 앉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런데 맹상군이 진나라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이 두 사람이 그를 구하였다. 그 뒤 빈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마음속 깊이 맹상군을 따르게 되었다. p384

 

가난해서 이자를 낼 수 없는 자에게는 그 증서를 받아서 불살라 버리고 이렇게 말했다. “맹상군이 여러분에게 돈을 빌려 준 까닭은 돈이 없는 가난한 백성도 본업에 힘쓰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 이자를 요구한 까닭은 빈객들을 접대할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부유한 사람에게는 갚을 날을 정해 드리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차용증서를 불태워 버리도록 했습니다. 여러분은 마음껏 마시고 드십시오. 이런 군주가 있는데 어찌 그 뜻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p392

 

“쓸모없는 차용증서를 불살라 받을 수 없는 빚을 없애 설 땅의 백성이 군주를 가까이 하고 군주의 이름을 칭송하게 하려고 한 일입니다. 당신은 의심나는 부분이 있습니까?” 맹상군은 손뼉을 치면서 칭찬하고 고마워했다. p393

 

“살아 있는 것이 반드시 죽게 되는 것은 만물이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지위가 낮으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일의 당연한 이치입니다. 당신은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맞대면서 앞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휘저으면서 시장을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이는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p397

 

16. 평원군 ․ 우경 열전

평원군은 새가 하늘 높이 날 듯이 혼탁한 세상에서 벗어나 재능과 지혜가 있는 훌륭한 공자였다. 그러나 나라를 다스리는 큰 이치를 알지는 못했다. 속담에 ‘이익에 사로잡히면 지혜가 흐려진다.’라고 하였다. p421

 

그러나 우경에게 고통과 근심이 없었다면 책을 지어 후세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p422

 

18. 춘신군 열전

호랑이 두 마리가 서로 싸우면 힘이 약한 개가 그 기회를 틈타 이익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초나라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더 낫습니다. ... “사물은 한 쪽 끝까지 가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겨울과 여름은 서로 바뀌게 마련이다. 쌓인 것이 극에 이르면 위태롭다. 바둑돌을 쌓아 올리면 무너지게 마련이다.”라고 들었습니다. p446

 

20. 악의 열전

악의는 「보연왕서」를 적어 자신이 연나라 소왕과 나누었던 군주와 신하로서의 의를 서술하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 촉나라 제갈량의 「출사표」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은 것을 보면 이것이 「출사표」의 기초가 된 듯하다.

 

신이 듣건대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가 공을 세우면 그것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역사에 이름이 남고, 앞을 내다보는 밝은 눈을 가진 선비가 공명을 이루면 그것을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후세까지 칭송을 받는다.”라고 합니다. p515

 

신이 듣건대 “옛 군자는 사람과 교제를 끊더라도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기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p516

 

21. 염파 ․ 인상여 열전

인상여가 패기만만하게 화씨벽을 들고 진나라를 방문하여 진나라 왕과 신하들을 꾸짖는 장면과, 자기 군주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진나라 왕을 위협하는 모습은 모두 죽음을 각오한 용기에서 나온 것으로 이 편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또한 인상여가 염파와 서로 경쟁하는 사이이면서도 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고 너그러운 마음을 보여 주어 결국은 자신에게 적대감을 품은 염파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아량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특히 이들의 정치적 영욕과 출세와 좌절은 한 나라의 세력의 강약, 성쇠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p521

 

조나라는 혜문왕 때 초나라의 화씨벽을 손에 넣게 되었다. 진나라 소공이 이 소식을 듣고 사신을 통해 조나라 왕에게 편지를 보내서 진나라 성 열 다섯 개와 화씨벽을 바꾸자고 요청했다. p523

 

그러나 조나라에서 화씨벽을 보내 주었는데도 진나라가 조나라에게 성을 주지 않으면 잘못은 진나라에 있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대책을 비교해 볼 때 차라리 요구를 받아들여 잘못의 책임을 진나라에게 덮어 씌우는 편이 낫습니다. ... 왕께서 적당한 인물이 없다면 신이 화씨벽을 받들고 사신으로 가고 싶습니다. 성이 조나라라 손에 들어오면 화씨벽을 진나라에 두고 오지만, 성이 조나라에 들어오지 않으면 화씨벽을 온전하게 가지고 조나라로 돌아오겠습니다. p525

 

신은 ‘일반 백성의 사귐에도 오히려 서로 속이지 않거늘, 하물며 큰 나라끼리 사귀는 데 그럴 수 있겠는가? 게다가 화씨벽 하나 때문에 강한 진나라의 비위를 거슬러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p526

 

진나라가 조나라에게 성을 주지 않으므로 조나라도 결국 화씨벽을 진나라에게 내주지 않았다. p529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을 만나 술을 마시고 조나라 왕에게 거문고를 연주하도록 했다.

“신 상여와 왕 사이는 다섯 걸음도 못 됩니다. 신은 목의 피를 왕께 뿌려서라도 요청할 것입니다.”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진나라 왕이 조나라 왕을 위하여 분부를 두드렸다.

진나라 신하들이 말했다.

“조나라의 성 열다섯 개를 바쳐 진나라 왕의 장수를 축복해 주십시오.”

인상여가 또 말했다.

“진나라 수도 함양을 바쳐서 조나라 왕의 장수를 축복해 주십시오.” p531

 

“저 진나라 왕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궁정에서 꾸짖고 그 신하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소. 내가 아무리 어리석기로 염장군을 겁내겠소?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건대 강한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를 치지 못하는 까닭은 나와 염파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만일 지금 호랑이 두 마리가 어울려서 싸우면 결국은 둘 다 살지 못할 것이오. 내가 염파를 피하는 까닭은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원망을 뒤로하기 때문이오.” p533

 

태사공은 말한다.

“죽음을 알면 반드시 용기가 솟아나게 된다. 죽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돌려받고 기둥을 노려볼 때라든지 진나라 왕 주위에 있던 신하들을 꾸짖을 때 그 형세는 기껏해야 죽음뿐이었다. 선비 중에 어떤 이는 겁을먹고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상여가 한 번 용기를 내자 그 위세가 상대편 나라까지 떨쳤고, 물러나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염파에게 겸손히 양보하니 그 이름은 태산처럼 무거워졌다. 인상여는 지혜와 용기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p545

 

24. 굴원 ․ 가생 열전

‘이소’란 ‘걱정스러운 일을 만난다.’라는 뜻이다. .. 사람은 곤궁해지면 근본을 돌아본다. 그러므로 힘들고 곤궁할 때 하늘을 찾지 않는 이가 없고, 질병과 고통과 참담한 일이 있으면 부모를 찾지 않는 이가 없다. p586

 

이때 굴원은 이미 멀리 쫓겨나 다시 벼슬에 오르지 못하였지만, 제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초나라로 돌아와서 회왕에게 간하였다.

“어찌하여 장의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회왕은 그제야 뉘우치며 장의를 뒤쫓게 하였으나 따라 잡을 수 없었다. p589

 

이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생긴 재앙이다. 『역경』에 “우물물이 흐렸다가 맑아져도 마시지 않으니 내 마음이 슬프구나. 이 물을 길어 갈 수는 있다. 왕이 현명하면 모든 사람이 그 복을 받는다.”라고 하였다. 왕이 현명하지 않은데 어찌 복이 있겠는가! p590

 

고결한 뜻을 가졌으면서 스스로 내쫓기는 일을 하셨습니까?

굴원이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관의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목욕을 한 사람은 반드시 옷의 티끌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사람이라면 또 그 누가 자신의 깨끗한 몸에 더러운 때를 묻히려 하겠소? ” p591

 

그는 장사왕의 태부가 되어 상수를 지나다가 글을 지어 강물에 던져 굴원을 애도하였다. p596

 

재앙과 복이 / 어찌 꼬인 새끼줄과 다르랴! /

천명이란 말할 수 없는 것 / 누가 그 끝을 알랴! p603

 

탐욕스러운 사람은 재물을 위하여 죽고

열사는 이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법.

권세를 뽐내는 자는 권세 때문에 죽고

평범한 사람은 삶에만 매달리지.

이익에 유혹되고 가난에 쫓기는 무리는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네.

....

흐름을 타면 흘러가고

모랫벌에 닿으면 멈춘다네.

몸을 자유롭게 천명에 맡기고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네.

살아 있으면 떠 있는 것 같고

죽으면 쉬는 것과 같네.

심연의 고요함처럼 담담하고

매이지 않은 배처럼 떠 있네. p605

 

태사공은 말한다.

“내가 이소, 천문, 초혼, 애영을 읽어보니 그 내용이 슬펐다. 장사에 가서 굴원이 스스로 빠져 죽은 연못을 바라보고 일찍이 눈물을 떨구며 그의 사람 됨됨이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가생이 굴원을 조문한 작품을 읽어 보니 굴원이 그만한 재능을 가지고 다른 제후에게 유세하였더라면 어느 나라인들 받아들이지 않았으랴마는 그 스스로 이렇게 생을 마쳤구나. 그러나 「복조부」를 읽으니 그는 삶과 죽음을 한가지로 보고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을 가볍게 여겼으니, 나는 마음에 깨달은 바 있어 상쾌해지며 스스로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607

 

26. 자객 열전

그러자 예양이 말했다.

“예물을 바치고 남의 신화가 되어 섬기면서 그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것은 두 마음을 품고 자기 주인을 섬기는 것일세.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매우 어렵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까닭은 천하 후세에 남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고 주인을 섬기는 자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하려는 것일세.” p631

 

예양이 말했다.

“신이 듣건대 ‘현명한 군주는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리지 않고, 충성스러운 신하는 이름과 지조를 위하여 죽을 의무가 있다.’라고 합니다. 전날 군왕께서 신을 너그럽게 용서한 일로 천하 사람들 가운데 당신의 어짊을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습니다. 오늘 일로 신은 죽어 마땅하나 모쪼록 당신의 옷을 얻어 그것을 칼로 베어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도록 해 주신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이것은 신이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지만 신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은 것뿐입니다!” p633

 

섭정은 제가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훼손시켜 이 일에 연루되지 않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어찌 제게 닥칠 죽음이 두려워 동생의 장한 이름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p638

 

대체로 일을 행할 때 남에게 의심을 사는 것은 절개 있고 의협심 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닙니다. 전광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형경을 격려하려는 생각으로 이렇게 말했다.

“부디 빨리 태자를 찾아가 전광은 이미 죽었다고 말하여 일이 새나갈 염려가 없음을 분명히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전광은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p645

 

태자께서는 어찌 무양을 보낸다고 하십니까!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입니다. 비수 한 자루를 가지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진나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

바람 소리 소슬하고 / 역수는 차갑구나! / 장사가 한번 떠나면 /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 이렇게 형가는 수레를 타고 떠났는데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p651

 

27. 이사 열전

이사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진나라에 큰 공을 세웠을지언정 자신은 오형을 받아 죽었고, 집안사람들까지 목숨을 보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의 모습은 동정을 받을 수 없다. 그의 개인적인 비극보다 역사적 비극이 더 참혹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이사가 진나라가 여섯 나라를 통일하고 제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인정하면서도, 그와 조고의음모를 비롯하여 2세를 도와 가혹한 정책을 펼치고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것을 꾸짖음으로써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었다. p660

 

32. 회음후 열전

한신의 공이 지나치게 높아 군주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자 유방은 그를 꺼리게 되었다. 그러나 한신은 시대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유방에게 자신을 제나라 왕으로 책봉해 달라고 요구하여 화를 부른다. 항우가 죽은 뒤 한신은 초나라 왕으로 옮겨 갔다가 죄를 지어 회음후로 강등되고, 결국 반역하려다 멸족의 화를 당하였다. p773

 

회음의 백성 중에서 한신을 업신여기는 한 젊은기가 한신에게 말했다.

“네가 비록 키는 커서 칼을 잘도 차고 다니지만 마음속으로는 겁쟁이일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한신을 모욕하며 말했다.

“네놈이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나를 찌르고, 죽음을 두려워하면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나가라.”

이 때 한신은 그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구부려 가랑이 밑으로 기어 나갔다. 이 일로 해서 시장 사람들이 한결같이 한신을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p776

 

한나라 왕이 한신을 불러 대장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자 소하는 이렇게 말했다.

“왕께서는 본래 오만하여 예를 차리지 않으십니다. 지금 대장을 임명하는데 어린아이를 부르는 것처럼 하시니, 이것이 바로 한신을 떠나게 한 까닭입니다. 왕께서 그를 대장으로 삼으시려면 좋은 날을 택하여 재계하고 단장을 설치하여 예를 갖추어야 합니다.” p779

 

천하는 마음을 얻은 자의 몫이다.

항왕의 군대가 지나간 곳이면 학살과 파괴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천하의 많은 사람이 그를 원망하고 백성은 가깝게 따르지 않습니다. 다만 강한 그의 위세에 눌려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항왕은 우두머리로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천하 사람들에게 마음을 잃었습니다. 그러므로 그 위세는 약해지기 쉽습니다. p781

 

그러나 왕께서는 무관으로 들어가서 털끝만큼도 해를 끼치지 않았고, 진나라의 가혹한 법률을 없앴으며, 진나라의 백성과 삼자의 법만을 두기로 약속하였으니 진나라 백성 가운데 왕께서 진나라 왕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p782

 

내가 들은 바로는 현인 백리해가 우나라에 살 때는 우나라가 망하였으나, 진나라에 있자 진나라가 제후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백리해가 우나라에 있을 때는 어리석은 사람이다가 진나라에 가니까 지혜로운 사람이 된 것이 아닙니다. [군주가] 그를 등용했는지 등용하지 않았는지, 또 그의 말을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이지 않았는지에 달렸을 뿐입니다. p789

 

군사를 잘 쓰는 사람은 이쪽의 단점을 가지고 적의 장점을 치지 않고, 이쪽의 장점을 가지고 적의 단점을 칩니다. p790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

지금 당신께서는 한나라 왕과 두텁게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나라 왕을 위하여 힘을 다해 군대를 지휘하고 있지만 결국 그에게 사로잡히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항왕이 아직 살아 있는 덕택입니다. 지금 한나라 왕과 항왕 두 사람의 싸움에서 승리의 저울추는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 오늘 항왕이 멸망하면 다음번에는 당신을 멸망시킬 것입니다. ... 지금 이 기회를 버리고 스스로 한나라를 믿고 초나라를 치다니, 이것이 어찌 지혜로운 자가 할 일이란 말입니까? p797

 

한나라 왕은 나에게 대장군의 인수를 주고 대군 수 만 명을 주었습니다. 자기 옷을 벗어 나에게 입히고 자기가 먹을 것을 나에게 먹이며, 생각을 말하면 들어주고 계책을 올리면 써 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무릇 남이 나를 깊이 믿는데 내가 그를 배반하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입니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마음을 바꿀 수 없습니다. 나를 위하여 항왕에게 거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p798

 

초나라와 한나라가 서로 다투게 되자 천하의 죄 없는 사람들의 간과 쓸개로 땅을 바르게 하고, 아버지와 아들의 해골이 들판에 나뒹구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p799

 

내가 듣건대 ‘남의 수레를 타는 자는 남의 우환을 제 몸에 지고, 남의 옷을 입는 자는 남의 근심을 제 마음에 품으며, 남의 것을 먹으면 그의 일을 위하여 죽는다.’라고 합니다. 내가 어떻게 이익을 바라고 의리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p801

정말 사람들의 말에 ‘날랜 토끼가 죽으면 훌륭한 사냥개를 삶아 죽이고, 높이 나는 새가 모두 없어지면 좋은 활은 치워 버린다. 적을 깨뜨리고 나면 지모 있는 신화는 죽게 된다.’라고 하더니,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내가 삶겨 죽는 것은 당연하구나! p806

 

33. 한신 ․ 노관 열전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 성이 다른 일곱 명을 왕으로 봉하여 봉건 할거 국면을 형성했지만, 나중에는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해 유씨가 아닌데 왕이 된 자들을 멸망시키는 정책을 폈다. 그래서 이때 제후들은 조정의 꺼림이나 의심을 많이 받았고 잦은 반란도 필연적인 현상이었다. 한신과 노관도 공을 세워 왕으로 봉해졌고 고조와 친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했음에도, 당시 상황은 그들이 한나라를 떠나 반역의 길로 치닫게 만들었다. p815

 

태사공이 말했다.

“한신과 노관은 본래 대대로 덕을 쌓고 착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한순간의 권모술수로 벼슬을 얻고 간사함으로 공을 이루었다. ... 진희는 양나라 사람으로 젊을 때는 위나라 공자 무기를 자주 칭찬하고 흠모했으므로 군대를 이끌고 변방을 지킬 때도 빈객들을 불러 모으고 선비들에게 몸을 굽혀 겸손하게 행동했는데, 그의 명성이 사실보다 지나쳤다. ... 진희는 그 재앙이 자신에게 미칠까 봐 두려워 간사한 자의 말을 듣고 마침내 무도한 짓에 빠져들었다. 아, 슬프다! 대체로 계책의 설익음과 무르익음과 성패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깊구나!” p831

 

 

3. 내가 저자라면

 

각 장마다 서두에 정리되어 있는 개요는 해당 장의 의미와 내용과 배경에 대한 개괄적 이해에 매우 유용한 장치가 되고 있다.

 

당시 역사적 배경이 되는 지도와 같은 시각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물론 각각 소개되는 인물들에 관련된 자료들을 함께 구성하는 방법도 훨씬 좋을 것 같다. 짧게짧게 구성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각 이야기들마다 시대적 흐름과 배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굳이 그러 이해가 없더라도 핵심적인 주제를 이해하는데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통한 교훈뿐만 아니라, 사기열전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의 요구가 있을 수 있고, 메시지 또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훨씬 더 깊은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러한 보조적 장치들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석처리는 깔끔하게 잘 처리되었다. 특히, 각 장마다 맨 뒤쪽에 비교적 짤막짤막하게 구성하여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사실, 주석이 너무 길면, 본문의 흐름을 자꾸 흐트러뜨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서 매우 신중해야 할 일은, 이것이 픽션이 아니고 논픽션이며, 또한 역사서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사료에 반드시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며, 또한 각 인물과 사건들에 평가와 원칙이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저술가로서 매우 고난이도의 자기 철학과 사상의 정립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에서부터 충분히 자유로워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억울하게 죽은 목숨들을 두 번 죽일 수도 있을 일이다.

 

일반인들에게 ‘사기’를 소개하기에 이 책은 매우 부담스러운 점들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볼륨이 너무 크다는 것이고, 둘째는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볼륨의 경우, 핵심적인 주제와는 거리가 먼 내용들, 있으나 마나한 이야기들 예를 들어, 77명의 공자의 제자들 명단이 굳이 필요할까.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면, 사기 자체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일반 독자들에게도 쉽게 손이 갈 수 있는 요약, 해설판 버전을 출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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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ves saint laurent
2011.05.31 18:23:40 *.111.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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