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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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예술, 사랑 그리고 인생 중, 세번째로 집어든 인생이다.
짧은 글귀들안에 그야말로 자기탐구의 대가가 살아온 인생을 잘 접어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헤세가 생각하는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어떤걸까..?
수백번 가지가 잘려 나가도
나는 참을성 있게 새잎들을 돋아나게 한다
그리고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나는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있다 (14쪽)
내면탐구의 대가이자 서정시인이기도 했던 헤세가 말하는 인생.
단 네 줄에 그의 치열함과 인생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다.
미친 세상이지만 사랑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인생 말이다..
그런가하면 오랜 시간 정리되지 않던 운명과 그것에의 극복이 어찌 이루어질지 아래 문장을 대하고 무언가 울리는 게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는 삶의 행로가 결정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행로에는 언제나 인간이 스스로 개입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 변화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15)."
일본 대지진이 참 안타깝다. 늘 자연은 그 거대함을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라도 일깨운다. 마치 인간의 운명은 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일본인의 대응 앞에 나는 다시 한번 놀라며 무언가 내 안에 불이 켜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지금껏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힘은 너무도 미약하여 울부짖는 거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의 침착성 앞에 나는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지상 최대의 재난과도 같은 가장 커다란 운명적 요인 앞에서도 여전히 인간으로서 우리가 개입할 요소는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숙연함 앞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며, 일본인들이 지구 위 많은 사람들의 함께 하는 힘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길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이다...
다음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거대하게 가로막는 운명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대해 해세는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가능한 것이 생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불가능한 것이 시도되어야 합니다 (17)."
내게 물어보았다. 넌 얼마나 시도해보았느냐고..
내게도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꿈꾸는 이상세계가 있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꿈꾸는 것만 좋아할 뿐, 그것이 현실에서 시도되고 구현되어야 할 때는 스스로 불가능이라 지레 금긋기를 했던 것은 아닐까. 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이 먼저 말이다..
"고독은 운명이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로 이끌기 위해 거치게 하는 길이다 (56)."
헤세도 그러하고, 융도 그러하고, 대가들은 누구나 고독을 이야기한다.
한 인간이 자신 안의 본성을 찾아 그 길을 걷기 위해서는 고독한 시간을 피할 수가 없다고.
침묵하는 고독 속에 비로소 새로운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한다고..
그리고 그 에너지야말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열정과 끈기의 근원이 되어 줄 것이라고..
그러나 늘 스승님이 반복하여 강조하시듯이, 고독의 길을 걷는 것이 이상의 늪에 빠지라는 건 결코 아니다.
"우리는 활동적 삶에서 관조적 삶으로 도망쳐서는 안되며, 그 반대도 안 된다. 그보다 두 가지 삶 사이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두 삶에서 모두 편안히 느끼고 둘 다에 참여해야 한다 (46)."
헤세 역시 이상과 현실을 잘 엮어서 만드는 작품이 아름답다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를 모두 깊이 몰두하여 참여하고, 그 안에서 내 삶을 길어올리는 것 말이다.
간단한 명구들로 채워진 얇은 책이지만, 그만큼 강한 임팩트로 다가온다.
아마 누구보다 자신과 그리고 세상과 치열하게 살았던 헤세의 삶이 그대로 담겨있어서인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고통스러워도 세상과의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헤세의 삶 말이다..
봄이 오려 한다.
겨우내 헤세에게 파묻혀 지냈으니, 그의 말처럼 이젠 그만 세상과 사랑할 때인 것 같다.
인생의 슬픔 속에서도 봄이면 어김없이 빛날 봄햇살을 맞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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