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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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에겐 사랑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에 대해 그가 말한 것들을 엮은 얇지만 남다른 한권의 책을 읽고,
헤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다음 한 문장을 골라보았다.
"어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모든 운명 중에서 가장 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운명을 극복한다는 것은, 사랑할 때 가졌던 넘쳐나는 열정과 헌신을 다른 목표를 향해 돌린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당신의 사랑이 풍요롭고 의미있는 것이 될 수 있는 길입니다. 지금 당신의 심장만을 태우고 있는 불꽃은 당신의 재산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계와 인류에 속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그 불꽃을 생산성 있는 것으로 만든다면 고통은 기쁨이 될 것입니다 (45)."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 앞에서도 그 힘겨움 앞에 쩔쩔매는데
가히 예술가다운 사랑에의 정의인 것 같다.
인류역사상 지금까지 가장 많이 우리를 감싸고 도는 주제, "사랑"
그런만큼 사랑에 대한 정의도 형형색색이건만, 헤세는 사랑을 함으로 인해 생성되는 열정을 소중히 여긴다.
"사랑과 욕망은 똑같은 것이 아니다. 사랑은 현명해진 욕망으로서, 사랑은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려고 할 뿐이다 (20)."
한 사람에게 깃들어 상대를 내곁에 묶어두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고 한다.
현명해진 욕망으로서 한 사람을 갖지 못한다해도 그 사랑을 얼마든지 승화시킬수도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조차 때론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하고 사랑이 풍기는 환상의 언저리에서 헷갈리는 내게, "사랑은 오직 자신을 완전히 줄줄 아는 마음 속에서만 산다. 그것은 모든 예술의 원천이다 (70)", 라고 말하는 헤세.
그에게 사랑은 아무래도 한 사람을 소유하는 일보다는
보다 크게, 예술의 근간으로서 보다 커다란 원 안에 사랑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사랑..
어릴 땐 사랑이란 단어를 들으면 늘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떠올리고는 했다.
그게 사랑이고, 그게 사랑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 내 안에 세월이 소리없이 쌓여가면서
이젠 사랑이 그보다 조금 큰 세상을 품고있고, 그래서 조금 더 편히 숨을 쉴 수도 있는 거라는 걸 깨달아 가고 있는데..
그런 나를 더 큰 세계로 잡아끄는 헤세의 "사랑"이다.
헤세는 행복이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고 한다.
사랑보다 늘 그 실체가 더 궁금했던 행복. 그 행복의 뿌리가 다름아닌 사랑이라고 한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사랑이다.
그러나 한 사람을 사랑함으로 인해 생겨나는 갈등과 고통도 사랑이다.
그리고 그 갈등과 고통이 나의 삶을 한 차원 깊게 성숙시킬 때,
그 때 우리의 삶은 그 자체가 사랑이 되는 것 같다..
얇은 책이지만
사람에게서 시작된 사랑이
우리들의 삶 자체를 사랑으로 이끌 수 있음에 눈 뜨게 해준 책이었다.
그런 헤세이기에,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삶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 이것이 삶의 기술이다 (94)"라는 그의 말은 전부로 다가온다.
사랑이 삶이고, 삶이 사랑이 되는
단 하나이자, 전부의 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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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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