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그의 소망을 밝히곤 했다. 그런데 드러커는 자신의 소망을 더 쉽게 달성해 줄 수 있는 하버드 대학의 교수자리를 4번이나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랬던 그가 교수 생활을 위해 선택한 학교가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남부의 작은 학교이자, 인문대학 중심의 클레어몬트 칼리지스내에 위치한 ‘클레어몬트 대학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이다.
작으면서도 큰 대학, 클레어몬트 칼리지스
고등교육, 특히 대학이 가지는 미션은 ‘사람 속에 있는 소질, 적성, 능력을 개발해 해당분야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일깨우고 이것을 도덕성, 정직성, 시민자질 등의 윤리와 결합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클레어몬트 칼리지스의 대학들은 생각하는 법,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미션으로 여겼다. 이러한 미션에 가장 적합한 교육 방식은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1923년 당시 퍼모나대의 학장이었던 제임스 블레이스델(James A. Blaisdell)이 밝힌 컨소시엄의 창립취지는 다음과 같다.
"나의 소망은 하나의 크고 획일적인 종합대학 대신에, 옥스퍼드처럼 도서관과 시설은 공동으로 쓰지만 작은 칼리지로 분화된 그룹의 학교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작은 칼리지의 개인적인 가치를 보전하면서도 큰 대학 시설의 편의성을 보장 할 수 있을 것이다."
1) ‘나’를 잊지않고 ‘우리’가 되다
클레어몬트 컨소시엄의 구성원(칼리지)들은 각기 독립된 학생과 교수진, 학사관리, 캠퍼스 그리고 학문적, 문화적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강력한 학문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교수진과 강의, 도서관, 체육 시설, 종교 / 문화 / 예술 관련 여러 센터들을 공유하고 나눔으로서 독특한 하나의 학문적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2) 현장은 가장 좋은 강의실
“우리는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 대신 실천을 통해서 배웁니다. 커뮤니티에서 일하는 것은 종종 우리 수업의 일부입니다.”
사회학자이자 피처 칼리지의 교수인 피터 나르디(Peter Nardi)의 수업방식이다. 예를 들어, 참여민주주의'와 같은 수업에서는 걸인, 이민자, 극빈자, 질병 등과 관련된 이슈를 다룬다. 이 수업에서는 강의실에서 이론을 익히는 대신, 학생들은 지역 걸인 쉼터, 일일 노동 센터, 아동 보호 센터, 지역 의료국과 같은 ‘현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실제로 일하면서 동시에 현실적인 대안을 연구하는 것이 수업이자 과제이다. 대학이 더 이상 상아탑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도록 ‘현장’을 강의실로 하고 있다.
3) 가르치지 말고 배우게 하라
클레어몬트의 퍼몬트 칼리지의 교수법은 ‘무엇’을 찾아내는 방법이 아닌 ‘어떻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생들은 독립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서 전공을 창조하고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낸다. 교수와 연구계획을 세워서 연구 활동에 동참하기도 한다. 교수진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쏟아 붓기보다는, 실험을 통한 탐구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나트륨 염화물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레몬주스의 추출물을 통해 레몬 경작시 살충제가 쓰였는지’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식이다. 과학자가 되는데 가장 필요한 교육은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것’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교수진의 연구에 동참하여 도제식 수업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부 때부터 교수진의 연구에 동참한다.
오마에 겐이치는 이러한 학습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구상력'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월트 디즈니 같은 사람은 플로리다의 습지를 보고 디즈니월드를 생각해냈다. 21세기의 진정한 가치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세기가 자동차나 TV의 시대라면 21세기는 구글(Google)의 시대다. 상상력과 이를 사실(fact)과 수치(figure)로 입증해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상상력은 꿈에 불과하다. 학생들에게 이 같은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다.
난 사이버대학에서 생생한 예를 활용해 가르친다. 캐나다 휘슬러 스키리조트는 밴쿠버의 쓰레기처리장이었는데 노르웨이의 한 엔지니어가 주변의 산과 그 지역의 미래를 내다보고 북미에서 제일가는 스키리조트를 탄생시켰다. 엄청난 가치창조다. 학생들과 많은 창조적 기업가들의 경험을 나눠야 한다.
나는 암기가 아니라 두뇌능력 개발을 위해 예를 활용한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토요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시부야에서 예쁜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주 창조적이고 훌륭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비즈니스 케이스를 주면 두뇌와 상상력이 멈춰버린다. 회사나 대학에선 상상력이 있는 우뇌부분을 억압해 버린다. 나는 상상력 자극을 위해 많은 예를 든다."
4) 균형의 추구, 크로스오버 인력의 양성
클레어몬트 칼리지스의 대학들은 사회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을 위하여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이종( ?L) 학문 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교수진과의 밀접한 교류를 통해 개인적이고 상호작용적인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이공계 교육에서 잘 나타고 있다.
클레어몬트 구성원인 하비머드의 가장 큰 특징은 타 공과대학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커리큘럼이다. 다른 이공대학들과는 다르게 하비머드는 세부 전공 별로 나누어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에 수학, 과학, 공학 계열 전체를 포괄적으로 한 분야로 보고 학생들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는 일반 공학 학위(general engineering degree)에 중점을 둔다. 학부 때부터 한 분야에만 국한되어 공부를 하면 창의력이 떨어지고 편협해 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5) 삶의 준비를 시켜주는 대학
고등교육은 오랫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주기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면서 이러한 ‘삶’에 대한 문제보다는 ‘무엇을’ 배우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학교육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클레어몬트의 학교들은 바로 이러한 ‘삶’에 대한 문제에 해답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일한 여자대학인 스크립스 칼리지는 여자 대학들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환경에서도 굳건히 여자 대학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여자 대학으로 남는 이유는 여학생들을 관심의 중심에 두고 지적으로 도전적인 여성으로 교육하는데 최상의 환경이 여자 대학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여성의 커뮤니티 참여와 개인의 윤리 그리고 집단의 책임을 집중적으로 학습한다. 학문 주제 간의 연결연구 외에도 삶의 주요 영역 간의 연결을 강조한다. 그래서 많은 졸업생들은 스크립스가 “‘삶의 준비(prepare me for life)’를 시켜주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