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첫 책을 선물하라.
- 2 편 : 첫 책을 쓰려는 분들에게 드리는 열 가지 조언 -
인간은 누구나 무엇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것은 동물처럼 유전자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한다. 유전자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원한다. 그것은 생명의 유한성을 느끼는 인간이 근원적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본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나는 이왕이면 좀 더 뜻있는 것을 남기자고 말하고 싶다. 그 것이 당신에게 책과 비슷하다면 다음의 조언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첫째, (예비)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라.
당신은 여전히 ‘내가 과연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혹은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무슨 책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1세기에 작가는 더 이상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모두가 책을 쓰는 시대가 되었고, 전문가가 돼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써서 전문가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당신의 삶과 관심이 바로 책이 된다. 어느 누구도 쓸 수 없는 즉, 당신만이 쓸 수 있는 책이 있음을 믿어라. 당신은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는 유일무이한 존재이고 당신의 삶은 어느 누구와도 겹칠 수 없는 고유한 이야기인 것이다. 박완서처럼 마흔에 작가가 된 파올로 코엘료의 이야기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나를 보세요. 나는 내 삶을 살았고 소설은 저절로 쓰여졌습니다. 헤밍웨이와 보들레르를 보세요. 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글은 책상 위가 아닌 삶의 여정에서 나왔습니다. 요즘 작가들은 ‘잘 썼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 너무 복잡하게 포장을 합니다. 그런 겉치레들이 현재와 멀어지게 합니다. 자기 삶을 살 것, 단순해질 것…그렇게 할 때 자기 안에서 살고 있는 거룩한 스승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연금술사입니다.”
둘, 왜 책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하라.
두 가지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 ‘독자들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얻을 이익과 독자들의 이익이 무엇일지를 당신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책을 써야 할 이유가 명확한 사람들만이 책을 끝까지 쓸 수 있고 계속 도전할 수 있다.
셋, 키워드라는 칼로 세상을 잘라 그 속을 들여다보라.
키워드는 책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를 무엇으로 잡느냐가 핵심이다. ‘게으름’처럼 첫 책일수록 키워드를 구체적으로 잡음으로써 특정 연령의 독자, 특정 대상의 독자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단 그 키워드는 당신의 미래, 당신의 일, 당신의 관심, 당신의 고민이나 문제가 담겨 있는 주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만이 글 속에 당신이 만져질 수 있다.
넷, 자신의 특성과 강점을 글에 연결하라.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자신의 강점을 ‘글쓰기’로 알고 있는 것은 곤란하다. 자신의 특성과 강점을 연결하여 어떤 식의 글을 쓸지를 정하라. 비판적 글쓰기, 감성적 글쓰기, 격려하는 글쓰기, 동화적 글쓰기, 은유적 글쓰기 등등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라. 불행의 짝짓기는 곤란하다. 비판적 글쓰기에 능한데 시를 쓴다는 것은 맞지 않다. 드라마 작가 노 희경은 처음에 소설을 썼는데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드라마를 쓰면서 편안해졌다고 한다. 특성과 강점을 잘 연결하여 자신을 잘 살리면 편안해지는 법이다.
다섯, 차별성을 명확히 하라.
글을 쓸 때 편의상 3분의 1은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이나 상상을 넣는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자기경험을 담고, 나머지 3분의 1은 기존 지식이나 글을 담는다고 해보자. 물론 책의 성격에 따라 그 비율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을 당신의 책에서는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아마 그런 생각 때문에 나의 경우는 ‘큰 게으름, 작은 게으름’과 같은 재해석, 재분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여섯, 글을 쓰기 위한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라.
책을 쓰는 것과 칼럼을 쓰는 것은 다르다. 당연 블로그 쓰는 것과도 확연히 다르다. 블로그 글을 모은다고 한 권의 책이 되기는 어렵다. 책은 일관성과 유기적 연결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적 시야를 놓치지 않는 덩어리 시간이 필수적이다. 특히, 하루에 가장 알짜배기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하지 않으면 책을 내기는 어렵다. 더더욱 당신이 일을 하면서 책을 쓴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지 않고서 글을 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일곱, 매일 밥 먹듯이 써라.
글쓰기는 정신노동이 아니라 육체노동이다. 영감이 떠올라 글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다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그러므로 매일 같은 시간을 쓸 수는 없겠지만 매일 한 줄 이상의 글을 쓰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수이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특정인(들)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듯이 써내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덟, 글을 쓰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배워라.
당신이 작가수업을 받지 못하고 글쓰기 재능을 객관적으로 입증 받지도 못했고 더더군다나 혼자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글을 쓰려는 사람들과 어울려라. 그들과 어울리되 말로가 아닌 글로 이야기하고, 글로 지지받고, 글로 깨지고 글로 싸워라. 특히 첫 책은 너무 힘이 들어가 있거나 군더더기가 많거나 거칠 수 있기 때문에 미숙한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원고를 돌려 그 피드백을 받아보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나가는 것이 좋다.
아홉, 초고를 빨리 쓰고 나중에 고쳐라.
책을 낼 때는 마침표를 찍는 경험이 중요하다. 시험 공부할 때도 한번을 깊이 보기보다는 이해가 덜 되었더라도 여러 번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어차피 초고는 고치고 또 고치게 되어 있다. 완성도에 목을 매지 말고 시간에 초고를 맞추도록 한다.
열, 계속 글을 쓰려면 다섯 가지가 많아야 한다. 일명 오다(五多)이다.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보다 깊이 체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내세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