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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15일 12시 34분 등록

호메로스라 불리는 다수의 음유시인들이 오디세우스의 노래를 인류에게 들려 준 이래로 서양의 지적 거장들은 오디세우스를 다양한 목소리로 변조해 왔다. 제임스 조이스는 가장 난해한 작품 중의 하나인 '율리시스'를 썼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3만 3333행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지어 불렀다.

 

현대문학의 문제아인 아일랜드의 문인,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16 장 속에 나오는 짧지만 잊을 수 없는 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넨 왜 아버지의 집을 뛰쳐나왔나 ?"

"불행을 찾기 위해서지요."

 

 

불행은 집을 나오면서부터 시작한다. 집을 떠나서 트로이에서 10년간의 전쟁을 치러야하는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또 10년을 보내게 되는 데, 그 과정이 곧 오딧세우스의 삶의 절정이었다. 고난은 천둥과 번개, 그리고 바람과 파도로 그의 배를 깨뜨리고, 게걸스럽게 인간을 먹어치우는 괴물들의 입 속에서 벗어나 살아남아야 하는 것으로 상징되었다. 유혹에 빠지고 사랑에 매이지만 다시 항해를 시작해야한다. 삶이 시작되어 죽을 때 까지 고향을 떠나와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 갈 때 까지 우리는 삶이라는 두려움과 모험에 찬 여정을 살아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영웅의 삶이 아니라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모든 인간의 인생과 다를 바 없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고대 신화 속의 영웅을 현대의 한 인간의 삶으로 데리고 왔다. 오디세우스의 10년의 모험은 레오폴드 블룸Leopold Bloom이 더블린 거리를 배회하면서 겪게되는 하루 일상으로 전환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1904년 6월 16일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만 하루가 채 못되는 사이에 주어진 그의 일상의 체험들이 의식의 흐름을 타고 흘러나온다. 신화 속 오디세우스가 겪었던 일들은 블룸이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들과 겹쳐진다. 신화 속의 괴물과 마녀들은 이 소설 속의 술 취한 싸움꾼, 치마를 벌려 속을 보여주는 여자, 수없이 남자를 바꾸는 가수 등으로 치환되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술집에서 술을 퍼 마시고 있는 남자들은 신화 속의 키클롭스와 같다. "저것 좀 봐. 짐승들이 먹이를 처먹고 있는 것 같잖은가. 사내들 사내들 사내놈들. 소리를 지르고 벌컥거리며 술을 처먹고, 너저분한 음식들을 입이 터지게 게걸스럽게 씹으면서, 술에 젖은 콧수염을 훔치는..."

 

'그리스인 조르바'로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오른 니코스 카잔차키스 역시 '오디세이아'라는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유를 향한 끝없는 모험 속으로 자신을 풀어 놓는 사람이었다. 삶의 위기에 도취했으며, '마치 굶주린 맹수와 어지러운 난초들이 가득 찬 시끄러운 밀림 속으로 들어가 듯, 두려움과 열망을 느끼며' 니체를 읽어대고, 어두운 삶의 심연 속으로 자신의 삶을 던져 넣었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나의 내면에는 인간 존재 이전의 '악한자'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태고적의 힘들이 들어 있었다. 또 인간 존재 이전의 신이 지닌 밝은 힘도 공존했다. 나의 존재는 이 두 군대가 마주쳐 싸우는 격전장이었다. 나는 육체를 사랑하여 그것이 죽어 없어지지 않기를 바랐고, 영혼을 사랑하여 그것이 썩어 없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니코스~1.JPG

그는 붓다와 성 프란체스코를 사랑했다. 호메로스와 니체와 베르그송을 사랑했다. 그는 또한 조르바를 사랑했다. 그는 '화살처럼 허공에서 힘을 포착하는 원시적 관찰력과 아침마다 다시 새로워지는 창조적 단순성과 자신의 영혼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대담성과 결정적 순간 마다 인간의 뱃속보다 더 깊고 깊은 샘 속에서 솟아 오르는 듯한 야수적 웃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영웅이 되기에는 너무도 나약한 문인에 불과했고, 성자가 되기에는 너무도 육욕의 냄새가 좋았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성자를 만들어 냈고 영웅을 그려내었다. 그에게 글쓰기는 성스러운 투쟁이었고 메토이소노, 즉 성스러운 변형의 작업이었다.

 

삶이란 때때로 자신의 의도대로 순항하는 것 같다가도 알 수 없는 운명의 폭풍 속에 내 던져지기도 한다. 때때로 탐욕이 나를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불행이 나를 각성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섹스가 육체를 달아오르게 하고, 사랑이 내 가슴을 채우는가 하면, 미움과 증오 혹은 허탈함과 무의미가 가슴을 온통 채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 살아서 떠나온 고향으로 되돌아 가야한다.

 

여기 하나의 시가 있다.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이타카'라는 시다. 들어보자. 두꺼운 '오디세이아'의 교훈을 이렇게 몇 줄의 시로 멋지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은 시인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니까.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고한 감동이 깃들면

그것들은 너의 길을 가로막지 못할지니

네가 그들을 영혼 속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따르지 않는다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너의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커다란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 설 때 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도 없으니

페니키아의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추고

어여쁜 물건들을 사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너의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고 나서야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 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주기를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모험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리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다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가 가르친 것을 이해하리라

 

주* 라이스트리곤 Laestrigonian ; 포세이돈의 아들 라모스가 세운 나라에 살고 있었던 거인의 식인종이다. 그들의 나라는 밤이 짧고, 항구가 아름답다. 오디세우스의 함대가 이곳에 정박했다가 거인족들에게 추격당해 모두 잡혀 먹고 배는 파선되었다. 오직 오디세우스의 배만 항구에 들어서지 않아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21세기가 되어서도 인간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카잔차키스는 인간은 '메토이소노', 즉 성화(聖化)를 통해 구원받는다고 주장한다. 메토이소노야 말로 최후의 변화이며 구원이다. 이 속에서 인간은 육체와 정신, 물질과 영혼을 하나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카잔차키스는 말한다.

"보라, 조르바는 거덜 난 사업을 춤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메토이소노다. '거룩하게 만들기'다. 나는 조르바라고 하는 자유인을 책 한권으로 변화시켰다"

 

조르바도 카잔차키스에게 말한다.

"두목, 음식을 먹고 그 음식으로 무엇을 하는 지 말해 보시오. 두목의 창자에서 그 음식이 무엇으로 변하는지 말해 보시오. 그러면 나는 두목이 어떤 인간인지 말해주리다"

 

오디세우스를 끊임없이 매력적인 소재로 삼는 것은 그가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의 모험이 인간의 역정을 조건 지워주는 보편적 소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다른 것들을 죽여 먹어 먹이가 똥으로 변하는 동안 살아가며, 자신의 살아있음으로 스스로의 인생이 무엇이었는지를 증명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 작가들이란  말과 글로 살아가기로 마음 먹은 자들을 의미한다. 

IP *.160.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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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7 17:04:01 *.246.146.18

율리시스... 100페이지를 못 넘기고 먼지를 뒤집어 쓴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사부님은 이리 멋지게 풀어내시는군요.

약이 살짝 오르기도 합니다.

근데 8기 연구원들 필독서로 선정하셨더군요. 

잠시 므흣하게 웃어봅니다. ㅋㅋ

 

건강하십시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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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7 04:26:54 *.75.12.25

율리시스의 관한 신화의 세계에 나오는 이야기군요

신화를 들으면 참으로 재미 있는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교훈을 얻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한편 이해를 하지 못하면 매우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너무 많아 족보체계를 모르면 참으로 어렵더군요

작가는 말과 글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 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청포 신종훈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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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2 18:36:05 *.212.217.154

다른 생명의 '죽음'을 먹는것이 

'생'이지 싶습니다.

지금의 모험이 어디쯤인지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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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11:36:15 *.212.217.154

작가는 글로써 자신의 재능을 팔듯이.

저는 저만의 제품으로 세상에 저를 판매할 것입니다.


상인의 머리와 작가의 가슴으로 

세상을 바꾸는 비지니스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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