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구본형

개인과

/

/

  • 구본형
  • 조회 수 7822
  • 댓글 수 8
  • 추천 수 0
2006년 7월 24일 07시 37분 등록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1
- 눈높이의 비법

아주 먼 옛날 어느 나라에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임금님에게는 아주 예쁜 딸이 있었다. 그 아이는 총명했고 우아했고 새처럼 명랑했다. 임금은 그 아이를 보면 부유함이 주는 화려함으로도 얻지 못했던 빛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고, 왕국의 어느 구석에서 발생한 어두운 일,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작은 공주는 임금님의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 공주가 임금님에게 말했다.
“나 저 달이 가지고 싶어요. 저 달은 참 예뻐요. 저 달을 따 주세요 ”
임금님이 말했다.
“아가야, 저 달은 하늘에 달려 있어 모든 사람을 비춰야 한단다. 그리고 저 달은 너무 커서
따올 수 없는 것이란다. “
그러자 공주가 한 숨을 쉬면 말했다.
“ 그래요 ? 그렇군요”
공주는 매우 실망했다. 그 후부터 공주는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했다. 임금님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러다 말겠지 했다. 그러나 공주의 실망은 오래갔다. 새처럼 명랑하던 그 입은 굳게 닫히고 우아한 두 어깨는 힘없이 처졌다. 임금님의 걱정은 대단해졌다. 그래서 어느 날 신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달을 따 올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강구하라 했다. 그 나라에서 가장 현명한 대신 하나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아주 해박하여 달에 대한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다.
“ 달은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는 자연위성으로서 이곳으로부터 평균 38만 km 떨어져 있으며, 달의 반지름은 지구 반지름의 1/4에 해당하며........”
회의는 불가능을 재확인시켜주었고, 대신들은 아무런 대안도 찾지 못했다. 임금님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공주의 달 병은 나날이 깊어졌고, 마침내 침상에서 일어 날 수 없게 되었다. 그 날도 공주를 문병갔던 임금님은 공주의 방에서 힘없이 물러 나왔다. 그때 공주의 친구인 작은 소년이 임금에게 다가와 말했다.
“폐하, 공주님의 소원을 들어 주세요. 공주님이 바라는 것은 달님이예요. 달님을 따 올수는 없느니 은으로 달님을 만들어 목걸이를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공주님은 참 기뻐할 것입니다.”
왕이 한 숨을 쉬면 말했다.
“얘야, 달이란 아주 큰 것이란다. 너무 커서 그만한 달을 만들려면 온 세상의 은을 모두 가져 와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 바로 달이란다”
그때 소년이 말했다.
“임금님, 달은 아주 작아요. 내 손가락으로 가릴 수 있는데요. 그러니 손가락보다 클 수는 없지요”
순간 임금님은 다시 공주가 누워 있는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물어 보았습니다,
“애야, 아가야. 너는 달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느냐 ? ”
그러자 공주는 힘없이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내 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 내 엄지 손톱만 할 꺼예요”
임금님은 왕국에서 가장 훌륭한 세공사를 불러 작은 아이의 엄지 손톱만한 달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예쁜 줄에 꿰어 공주의 목에 달아 주었다. 나는 그 달이 보름달인지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공주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시 임금님의 빛나는 기쁨이 되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내가 초보 아빠가 되었을 때,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다 발견한 이야기 줄거리인데, 종종 사람들과 대화의 어려움이 느껴질 때 마다 되씹어 보는 이야기다. 그리고 견해의 차이 인식의 차이가 생겨 우리 사이에 어떤 장벽이 느껴질 때 나는 몇 가지의 질문을 하곤 한다.

이 사람 나하고 정보 처리 방식이 같은 것일까 ? 나는 종종 장미를 보고 그것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장미를 보는 순간 떠나간 옛 애인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은 감각기관에 의해 정보를 파악하고, 또 한사람은 직관에 의해 정보를 느낄 수 있다. 즉 정보를 모으고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뜻이다.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다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 앞의 벽이 스르르 내려 앉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사람은 나와 같은 방향에서 사물을 보고 있는 것일까 ?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사물의 정면을 보고 있고, 이 사람은 사물의 측면을 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둘은 싸울 것이 아니라 두 개의 견해를 취합함으로써 사물의 정면과 측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보완적 정보로 활용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린 파트너다.

이 사람과 나는 같은 곳에서 같은 대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 아닐 지도 모른다. 그와 나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같은 대상을 보고 있으니 견해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마치 아이들이 처음 사람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할 때, 사람의 코를 두 개의 구멍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래에서 어른을 쳐다보면 코는 늘 두 개의 구멍으로 보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갑자기 차이점이 웃음의 소스가 된다.

종종 마음의 벽, 대화의 벽, 수준의 벽을 느끼게 되면, ‘공주님의 달 병’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무릎을 구부려 그 사람의 눈을 수평으로 마주쳐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되어 보자. ‘내 동료가 되어 보기’ 이것이 우리가 함께 일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봐야하는 놀이가 아닌지 모르겠다.

IP *.116.34.171

프로필 이미지
진명식
2006.07.27 07:55:11 *.238.88.130
7살인 제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책 중에 나오는 이야기네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인데 정말 이렇게 좋은 내용이 있으니
은연중에 꼬마가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프로필 이미지
전태곤
2006.08.25 12:44:37 *.247.149.126
구본형님의 글은 어려운 이세상을 살아가는데 영양제가 되는 것 같아요. 오래전에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라는 글을 읽고 새 직업에 도전하여 현재까지 별 탈없이 지내고 있지요. 현대는 복합하고 다양한 세상입니다. 상하좌우 입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만큼 만나는 사람도 계층별로 직업별로 다양합니다. 이때 논높이 대화가 정말로 필요합니다.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장학봉
2006.09.01 14:38:40 *.155.111.253
오랜만에 뵙지요,,,,오늘 우연히 접한 이 글이 꼭 저 자신에게 던지는 문제 같군요."공주의 달 병"오늘 저에게 문제를 풀 수있는 해답을 주셨군요.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신상윤
2006.12.29 12:24:15 *.190.49.33
요즈음 벽을 많이 실감하는데~ '공주의 달 병'이야기는 쉽네요.
커뮤니케이션은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는 길이네요~. 쉽게 이야기~
구본형님은 이야기꾼 이시네요~ 동장군 물럿거라~^^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신정훈
2007.01.02 06:49:29 *.173.139.94
재미있게 봤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03.25 13:16:14 *.212.217.154

눈높이를 맞추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조건.

우리 어른들은 '예의'라는 틀로써 그 눈높이를 외곡시켜온것이겠지요.

그것을 파괴하고, 아이의 마음이 자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바래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9.04.02 20:53:11 *.221.199.12

근사한 이야기네요. 

중,고등학생들을 강의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소통의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생각이 날 거 같아요.

프로필 이미지
2019.05.09 21:09:21 *.212.217.154

어제 흥모로운 영상을 보았습니다.


'성과주의'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과

'공헌력'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우리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외곡되는 이유중의 하나가

이런 평가기준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과거의 조직은 리더의 시선과 바람에 따리

수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세속적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창의력이 생산성의 핵심이된 지금,

최고 결정권자의 시선인 '효율성'으로만 평가하는 지표가 아닌

다양한 의견과 시선으로 서로 돕는 '공헌성'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https://youtu.be/CZwZ9oim5vs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3 어느 춤꾼, 지독히 뜨겁게 살다간 사람 [4] 구본형 2006.12.03 6059
262 중년,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혁신이 필요하다 [4] 구본형 2006.11.08 7164
261 미래 리더의 조건 [3] 구본형 2006.11.08 6852
260 45번의 하루 [5] 구본형 2006.11.08 6418
259 어떤 사람 [3] 구본형 2006.11.08 5896
258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4 - 여자와 남자의 대화 [5] 구본형 2006.10.19 7915
257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3 - 논리에 속지마라 [3] 구본형 2006.10.19 6361
256 자발적 빈곤의 자유 [6] 구본형 2006.10.19 6443
255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남는 투자 [3] 구본형 2006.09.18 6884
254 시간, 새로운 부의 원천 file [5] 구본형 2006.09.18 6375
253 지금 바로 여기, 이 단명함의 아름다움 file [9] 구본형 2006.08.25 6553
252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2 - 그건 그 사람의 현실이야 file [4] 구본형 2006.08.24 6435
»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1 [8] 구본형 2006.07.24 7822
250 쉼, 여가, 그리고 창조적 휴식 [5] 구본형 2006.07.24 6353
249 혹시 그 길이 날 닮은 길일까 ? [9] 구본형 2006.07.14 6439
248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의 처세에 대하여 [7] 구본형 2006.07.14 17144
247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7] 구본형 2006.06.23 6142
246 역사상 가장 특별한 투자 [5] 구본형 2006.05.28 7096
245 열정이 앞서 나가게 하라 [4] 구본형 2006.05.28 6669
244 일이 곧 나다 [4] 구본형 2006.05.28 6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