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8822
- 댓글 수 5
- 추천 수 0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4 - 여자와 남자의 대화
그들은 연인 사이다. 어느 아름다운 가을 날 함께 자동차를 타고 교외를 달리고 있었다. 오른 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하늘은 푸르러 구름 한 점 없다. 그녀는 마치 종달새 같다. 그는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경쾌하고 귀여운지 알 수 없다. 그들은 꿈같은 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사랑스러운 그녀가 말했다.
“ 자기,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 ? ”
“ 아니”
그리고 남자는 여전히 그 파란 가을을 즐기고 푸른 강줄기를 따라 아름다운 여인과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문득 남자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여자가 조용한 것이다. 조금 전까지 쉴 새 없이 떠들고 깔깔거리던 여자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왜 저러지 ? 언제부터 저랬지 ? 남자는 뭔가 잘못된 것을 감지했다.
여자에게 물었다.
“왜 그래 ? ”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러나 그녀는 틀림없이 토라져 있었다.
그래서 남자가 왜 그러는 지 다시 물어 보았다.
여자가 말했다.
“ 아까 커피 마시고 싶다고 했는 데, 들은 척도 않했잖아 ”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커피? 웬 커피 ? 언제 커피 먹고 싶다고 말했어 ? 아, 그건 나에게 커피 마시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 본 것 아니었나 ? 그래서 마시고 싶지 않다고 말했잖아 ? ”
여자는 남자를 쳐다본다. 아주 복잡한 표정이다. 그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 이 사람 참 둔한 사람이야. 그 정도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이 사람과 결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 정말 속 터진다니까. ”
속 터지는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다.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고 말해야지 ‘자기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 ? ’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그 속을 알아.
이런 상황에 처한 남녀가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없다. 대개는 모두 겪는 일 중의 하나다. 남자와 여자는 그 표현하는 법이 다르고, 그 때문에 사랑은 훨씬 복잡하고 다이나믹하고 극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훨씬 비극적으로 끝나거나 끝없는 긴장과 파란이 가정생활을 뒤흔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여자와 남자는 다른 식으로 대화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인류가 오랜 기간을 살아오는 동안 남녀의 역할에 맞게 뇌가 진화해 온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략 100만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농경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겨우 2만 5천년 전이었다. 대략 97만 5천년 동안 남자는 사냥꾼으로 살아왔고 여자는 양육자로 살아오면서 인류는 그에 맞게 진화해 왔다.
1980년 대 이후 남녀의 뇌의 작동 방식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이 연구되어 왔고, 우리는 꽤 많은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몇 가지만 이 차이에 대하여 나열해 보자. 그러면 왜 남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그렇게 많은 오해와 굴곡이 있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여자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해낼 수 있지만, 남자는 한 번에 한가지 씩 집중하여 처리한다. 여자의 사고형태를 ‘거미줄 사고방식’(web thinking) 라고 하고 남자의 사고형태를 계단식 사방방식(step thinjig)이라고 한다. 여자가 남자를 화내게 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벽에 못을 박고 있을 때 옆에서 말을 거는 것이다. 틀림없이 손가락을 때리게 되어 있다.
* 여자는 목소리에 민감하고, 남자는 제가 본 것을 믿는다. 그래서 여자 아이를 야단칠 때는 상대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계속 야단을 쳐도 된다. 그러나 남자 아이를 야단 칠 때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게 해야 한다. 남자는 보지 않을 때는 잘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여자를 속이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여자는 변명의 내용을 듣기 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억양, 눈의 움직임, 감정의 기복을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데 능하다. 즉 음성신호와 비음성 신호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거짓말 탐지기가 바로 여자다. 여자를 속일 수 있다고 믿는 남자나 여자를 이해한다고 믿는 남자는 어리석은 남자다.
* 대략 여자의 70% 정도는 가정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자의 70% 정도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가 대인관계에 불행해지면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남자는 자신의 일에 불행함을 느끼면, 대인관계 역시 원활해지기 어렵다.
* 대체로 남자는 경쟁하고, 여자는 협조하는 데 능하다. 남자들이 처음 만나면 그 사이에 지위와 힘의 우열이 밝혀진다. 대화도 정치, 스포츠, 군대 이야기가 많다. 모두 승패가 갈리고 힘이 중요한 영역들이다. 그러나 여자는 관계가 중요하다. 어디 사는 지, 아이들이 몇 명인지, 남편이 뭘 하는 지 남자들이 보기에는 시시콜콜한 모든 사항을 알고 있다.
* 남자는 잘못을 시인 하는 것과 비판을 받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패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길을 묻는 것 조차 싫어한다. 여자가 보기에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한 번 물어 보면 될 걸 30분씩 같은 장소를 빙빙 돌며 물어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하고, 남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 그래서 교도소에 있는 죄수의 90%는 남자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90%는 여자인 것이다.
여기에 더 적어 넣어야할 내용은 빡빡할 만큼 많다. 중요한 점은 여자와 남자사이의 두뇌진화의 양태에 차이가 있어,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들이 종종 심각한 오해로 발전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해 할 수 없다고 배척하지 마라.
그 대신 그 여자 혹은 그 남자도 어쩔 수 없는 뇌의 신비라고 생각하도 낯선 사고방식과 공존하고 나아가 즐길 수 있는 태도의 확장이 중요하다. 바로 그 차이가 서로를 그리워하게 하고, 균형에 이르게 하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
IP *.116.34.174
그들은 연인 사이다. 어느 아름다운 가을 날 함께 자동차를 타고 교외를 달리고 있었다. 오른 쪽으로 강물이 흐르고 하늘은 푸르러 구름 한 점 없다. 그녀는 마치 종달새 같다. 그는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경쾌하고 귀여운지 알 수 없다. 그들은 꿈같은 길을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사랑스러운 그녀가 말했다.
“ 자기,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 ? ”
“ 아니”
그리고 남자는 여전히 그 파란 가을을 즐기고 푸른 강줄기를 따라 아름다운 여인과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문득 남자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여자가 조용한 것이다. 조금 전까지 쉴 새 없이 떠들고 깔깔거리던 여자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왜 저러지 ? 언제부터 저랬지 ? 남자는 뭔가 잘못된 것을 감지했다.
여자에게 물었다.
“왜 그래 ? ”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러나 그녀는 틀림없이 토라져 있었다.
그래서 남자가 왜 그러는 지 다시 물어 보았다.
여자가 말했다.
“ 아까 커피 마시고 싶다고 했는 데, 들은 척도 않했잖아 ”
남자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커피? 웬 커피 ? 언제 커피 먹고 싶다고 말했어 ? 아, 그건 나에게 커피 마시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 본 것 아니었나 ? 그래서 마시고 싶지 않다고 말했잖아 ? ”
여자는 남자를 쳐다본다. 아주 복잡한 표정이다. 그 표정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 이 사람 참 둔한 사람이야. 그 정도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이 사람과 결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 정말 속 터진다니까. ”
속 터지는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다.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싶다고 말해야지 ‘자기 커피 마시고 싶지 않아 ? ’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그 속을 알아.
이런 상황에 처한 남녀가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없다. 대개는 모두 겪는 일 중의 하나다. 남자와 여자는 그 표현하는 법이 다르고, 그 때문에 사랑은 훨씬 복잡하고 다이나믹하고 극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훨씬 비극적으로 끝나거나 끝없는 긴장과 파란이 가정생활을 뒤흔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여자와 남자는 다른 식으로 대화하게 되어 있다. 그것은 인류가 오랜 기간을 살아오는 동안 남녀의 역할에 맞게 뇌가 진화해 온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략 100만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농경의 시대가 시작된 것은 겨우 2만 5천년 전이었다. 대략 97만 5천년 동안 남자는 사냥꾼으로 살아왔고 여자는 양육자로 살아오면서 인류는 그에 맞게 진화해 왔다.
1980년 대 이후 남녀의 뇌의 작동 방식이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이 연구되어 왔고, 우리는 꽤 많은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몇 가지만 이 차이에 대하여 나열해 보자. 그러면 왜 남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그렇게 많은 오해와 굴곡이 있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여자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해낼 수 있지만, 남자는 한 번에 한가지 씩 집중하여 처리한다. 여자의 사고형태를 ‘거미줄 사고방식’(web thinking) 라고 하고 남자의 사고형태를 계단식 사방방식(step thinjig)이라고 한다. 여자가 남자를 화내게 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벽에 못을 박고 있을 때 옆에서 말을 거는 것이다. 틀림없이 손가락을 때리게 되어 있다.
* 여자는 목소리에 민감하고, 남자는 제가 본 것을 믿는다. 그래서 여자 아이를 야단칠 때는 상대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도 계속 야단을 쳐도 된다. 그러나 남자 아이를 야단 칠 때는 고개를 들고 쳐다보게 해야 한다. 남자는 보지 않을 때는 잘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여자를 속이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여자는 변명의 내용을 듣기 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억양, 눈의 움직임, 감정의 기복을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데 능하다. 즉 음성신호와 비음성 신호 사이의 불일치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거짓말 탐지기가 바로 여자다. 여자를 속일 수 있다고 믿는 남자나 여자를 이해한다고 믿는 남자는 어리석은 남자다.
* 대략 여자의 70% 정도는 가정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자의 70% 정도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여자가 대인관계에 불행해지면 자신의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남자는 자신의 일에 불행함을 느끼면, 대인관계 역시 원활해지기 어렵다.
* 대체로 남자는 경쟁하고, 여자는 협조하는 데 능하다. 남자들이 처음 만나면 그 사이에 지위와 힘의 우열이 밝혀진다. 대화도 정치, 스포츠, 군대 이야기가 많다. 모두 승패가 갈리고 힘이 중요한 영역들이다. 그러나 여자는 관계가 중요하다. 어디 사는 지, 아이들이 몇 명인지, 남편이 뭘 하는 지 남자들이 보기에는 시시콜콜한 모든 사항을 알고 있다.
* 남자는 잘못을 시인 하는 것과 비판을 받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패배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길을 묻는 것 조차 싫어한다. 여자가 보기에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한 번 물어 보면 될 걸 30분씩 같은 장소를 빙빙 돌며 물어 보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하고, 남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다. 그래서 교도소에 있는 죄수의 90%는 남자며,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90%는 여자인 것이다.
여기에 더 적어 넣어야할 내용은 빡빡할 만큼 많다. 중요한 점은 여자와 남자사이의 두뇌진화의 양태에 차이가 있어, 일상 속에서 사소한 일들이 종종 심각한 오해로 발전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해 할 수 없다고 배척하지 마라.
그 대신 그 여자 혹은 그 남자도 어쩔 수 없는 뇌의 신비라고 생각하도 낯선 사고방식과 공존하고 나아가 즐길 수 있는 태도의 확장이 중요하다. 바로 그 차이가 서로를 그리워하게 하고, 균형에 이르게 하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
댓글
5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3 | 어느 춤꾼, 지독히 뜨겁게 살다간 사람 [4] | 구본형 | 2006.12.03 | 7364 |
262 | 중년,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혁신이 필요하다 [4] | 구본형 | 2006.11.08 | 7950 |
261 | 미래 리더의 조건 [3] | 구본형 | 2006.11.08 | 7642 |
260 | 45번의 하루 [5] | 구본형 | 2006.11.08 | 7539 |
259 | 어떤 사람 [3] | 구본형 | 2006.11.08 | 7071 |
» |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4 - 여자와 남자의 대화 [5] | 구본형 | 2006.10.19 | 8822 |
257 |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3 - 논리에 속지마라 [3] | 구본형 | 2006.10.19 | 7437 |
256 | 자발적 빈곤의 자유 [6] | 구본형 | 2006.10.19 | 7378 |
255 |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남는 투자 [3] | 구본형 | 2006.09.18 | 7659 |
254 |
시간, 새로운 부의 원천 ![]() | 구본형 | 2006.09.18 | 7338 |
253 |
지금 바로 여기, 이 단명함의 아름다움 ![]() | 구본형 | 2006.08.25 | 7886 |
252 |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2 - 그건 그 사람의 현실이야 ![]() | 구본형 | 2006.08.24 | 7314 |
251 | 커뮤니케이션의 비법 1 [8] | 구본형 | 2006.07.24 | 8672 |
250 | 쉼, 여가, 그리고 창조적 휴식 [5] | 구본형 | 2006.07.24 | 7528 |
249 | 혹시 그 길이 날 닮은 길일까 ? [9] | 구본형 | 2006.07.14 | 8231 |
248 |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의 처세에 대하여 [7] | 구본형 | 2006.07.14 | 18941 |
247 |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 [7] | 구본형 | 2006.06.23 | 7451 |
246 | 역사상 가장 특별한 투자 [5] | 구본형 | 2006.05.28 | 7872 |
245 | 열정이 앞서 나가게 하라 [4] | 구본형 | 2006.05.28 | 7600 |
244 | 일이 곧 나다 [4] | 구본형 | 2006.05.28 | 7611 |